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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
극단 신세계 희곡집
제철소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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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하미
부동산 오브 슈퍼맨
공주들
파란나라
김수정입니다

리뷰|악당도 영웅도 없는 가장 보통의 세계: 진창에 평화가 있다 - 홍승은(작가)
공연 기록

저자 소개 1

극단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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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 믿을 수 있는 세계를 만나고 싶은 젊은 예술가들의 모임. 모두가 함께 공부하고 창작하는 공동창작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시대가 불편해하는 진실들을 공연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2022년 극단의 공동창작 방법론을 담은 『극단 신세계는 공동창작으로 〈공주들〉을 만들었다』를 출간했으며, 공동창작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 담긴 희곡집 〈생활풍경〉과 〈하미〉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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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652쪽 | 140*220*35mm
ISBN13
9791188343829

책 속으로

수호: 입장 바꿔서 일본이 우리나라에 와서 장학금 주면 받을 거예요?
진경: 돈이 무슨 잘못이 있어. 받아야지! 왜 툭하면 파이팅을 할까? 싸우자고? “평화, 평화, 평화, 파이팅!” 말이 돼? (갑자기) 근데 뭉치 일은 진짜 너무하지 않았냐? 한국에서 교통사고 나면 병원 가는 건 상식이잖아. (다시 일하려다 말고) 그리고 어제부터 피해자 찾아가서 한다는 소리가 “증언해달라!” “힘들었겠다!” 아니, 인터넷 좀만 찾으면 나오는 얘기를 대체 왜…….
수호: 피해자 관광 온 것 같던데.
진경: 그러니까. 동물원이야. 투어버스 타고, 사육사 설명 듣고. “살아 있는 피해자를 볼 수 있습니다!”
---「하미」중에서

김명희: 솔직히 전세 없었으면 우리가 서울에 집 구할 수 있었겠어요? 근데요, 가만히 보니까 이 전세라는 게 참 미개한 제도던데요? 집 없는 사람들이 집 있는 사람한테 돈 빌려주는 거잖아요, 개인끼리. 근데 이 개인 거래에 정부가 왜 끼어들어 와요? 정부는 대놓고 집값 올리고, 국민들한텐 뭐 해주는 것처럼 전세대출 늘려주고, 보증보험 만들어서 안심시키고. 우리 같이 돈 없는 사람들은 정부만 믿고 빚내서 비싼 전세 들어가니까, 이거 이용하는 투기꾼들이 판을 치는 거잖아요. 저 같은 사람은 모를 줄 알았어요? 옛날은 말도 안 할게요. 이명박 때 금리 낮추면서 전세대출 여덟 번이나 늘렸죠. 박근혜 때 빚내서 집 사라, 또 대출 엄청 늘려줬죠. 문재인 땐 세입자 갱신계약 거절 못 하게 하면서 집주인들이 4년 치 집값 한 번에 올렸죠, 그래 놓고 그거 달래느라 또 전세대출 엄청 늘렸잖아요. 내가 알아보니까 전세대출이 이명박 때 22조에서 지금은 200조가 훨씬 넘었다고 하던데요. 아니, 제정신입니까! 무슨 정부들이 다 같이 국민들을 빚쟁이로 만들고 있어! 이게 다 부동산값 떨어지면 정치적으로 독박 쓰니까, 욕 안 먹고 지지율 지키려고, 서로 폭탄 돌리기 하면서 눈치 보는 거잖아요. 장관은 2년, 3년 해 처먹으면 되고, 대통령은 5년 해 처먹고 마니까 다음 정권에서 해결해라!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뭐? 문제 터지니까 이건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 사기 범죄다, 너네끼리 해결해라? 지금 정부가 피해자들한테 보상을 해줄 게 아니라 처벌을 받아야죠. 이런 대국민 사기극을 치고 있는데! 국토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말이야,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올라가선, 반성은 못 하고 전 정부 탓이나 하고 있고, 피해자들한테는 같잖은 보상해주겠다고 거들먹거리고! 뭐 하는 짓입니까, 대체! 두고 보십시오. 우리 모두 두고두고 고생할 겁니다. 지금 이 대출들, 언제 한번 제대로 다 터져서, 이 나라! 어떻게 되나 보라고요!
한 장관: (사이) 네, 국민 여러분, 사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노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전주가 나오면) 저희는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분 한 분의 삶을 따듯하게 살피겠습니다.
---「부동산 오브 슈퍼맨」중에서

사회자: 그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누군가가 침묵했던 과거는 중요한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꼭 역사의 진실이 밝혀져서 일본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다른 공주님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지만 (공주들이 손을 들자) 오늘은 이 공간을 대관한 시간이 다 돼서 아쉽게도 여기서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김공주: (손을 들며) 잠깐만, 안 끝났어. 나 한마디만 더 할 거야.
사회자: 그럼 김공주 할머님의 마지막 말씀을 듣고 이 자리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 김공주에게 마이크를 전해준다.

김공주: (마이크를 들고) 맨날 했던 말 하고 또 하고. 테레비고 신문이고 입이 아프도록 죽도록 말해놓으면 그 말은 다 어디 가고 그저 김공주 위안부, 위안부 김공주 할매, 피해자 김공주. 내 말을 듣고는 있는 거야? (감정적으로) 나는 위안부도 아니고, 할머니도 아니고, 소녀도 아니야. 그냥 김공주야, 김공주. 윗구멍에 풀칠하려고 아랫구멍 내어주니까 밥이 들어왔고, 뒷구멍에 뭐가 꽉 차서 아파서 열어보니까 악취가, 악취가. 왜 자꾸 내 구멍을 가지고 니들이…….
사회자: (마이크를 빼앗으며) 죄송합니다. 시간이 다 돼서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공주들」중에서

이 선생: (강호의 손을 이끌고 나와 가운데 세우며) 여기 앞에 서서 애들 눈 똑바로 보고 ‘우리는 평등하다!’ 세 번 복창! 얼른!
이강호: (난감해하다가 학생들을 향해) 우리는 평등하다. 우리는 평등하다. 우리는 평등하다.
이 선생: 우리 중에 누구는 싸움을 잘하고 누구는 싸움을 못한다. 누구는 부자고 누구는 가난하다. 누구는 공부를 잘하고, 누구는 공부를 못한다. 이 모든 조건은 한 집단 안에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을 한다. 무언가를 더 가진 자들은 평등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별과 불평등을 야기하지.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공통의 가치를 위해 평등이라는 개념을 실현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존재들이다. 누가 더 잘났고, 누가 더 못났고 이런 것 없다. 제발 저 불합리한 세상의 원리에 맞서라! 더 이상 비교당하지 말고, 더 이상 경쟁하면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지 말자! 우리는 함께한다. 우리는 평등하다. 알겠나?
학생들: 네, 이 대장님.
---「파란나라」중에서

박미르: (무대 한쪽에 누워서) 네, 꿈과 일상은 하나다! 저는 누워 있는 게 일상이고, 누워서 연기하는 게 꿈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박미르의 꿈과 일상이 하나가 된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저의 꿈과 일상이 하나가 된 순간을 축하해주시겠습니까? (관객들이 박수를 치면) 그런데 꿈을 위해서는 하기 싫은 것도 견뎌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무대에 서는 것은 좋아하지만 대본을 외우는 과정은 싫어합니다. 누군가는 내 집 마련을 위해 거지 같은 회사에 매일 출근합니다. 결국 이런 하루하루가 내 꿈을 이뤄냅니다. 그래서 꿈과 일상은 하나입니다. (사이) 김수정은 실격당하지 않고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하다 수많은 성폭력을 경험했죠. 성폭력은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모두 내포한 의미입니다. 이것은 김수정의 일상이었습니다. 그 모임에 안 가면 되지 않았냐고요? 제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꿈과 일상은 하나라고. 일상이 바뀌면, 꿈도 바뀝니다. 이게 김수정이 배우였기 때문에 겪은 일일까요? 아닙니다. (영상에서 자료가 나오면) 의사, 종교인, 교수, 언론인, 변호사, 어딜 가나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김수정의 특별한 일상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것이죠. (자료가 나오면) 6만 명! 올림픽주경기장을 가득 채울 인원입니다. (자료가 나오면) 성폭력 범죄 접수 및 처리 현황입니다. 접수 6만 172건! 신고가 되어야만 접수가 되니, 김수정의 경험은 저 집계에 포함되지도 않았습니다. 혹시 여기서 성폭력을 경험하신 분이 계신가요?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저도 아는 선배로부터 성폭력을 경험했습니다. (자료가 나오면) 아직도 전 세계에서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구가 성폭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게 일상이 아니면 뭐가 일상인가요? (영상에서 그림이 나오면) 그리스·로마신화, 제우스는 헤라를 포함해 수많은 여성을 강간했습니다. (그림이 나오면) 1877년에 그려진 ‘바시바족의 불가리아 여성 집단 강간’이라는 그림입니다. 전쟁 중의 강간을 처벌하기 시작한 것은 백년전쟁 이후부터였습니다. 백년전쟁은 1337년에 시작됐습니다. 그러니까 그 이전부터 엄청나게 강간했다는 거죠. (자료가 나오면) 그냥 인류의 역사는 성폭력의 역사, 강간의 역사입니다. (자료가 나오면) 성폭력은 어쩌면 지구의 메커니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처럼 당연한 순리 같은 것 아닐까요? 인류의 역사를 받아들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는 건 어쩌면 성폭력을 저지른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김수정은 그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폭파했습니다. 꿈과 함께 자신이 살던 일상도 폭파됐습니다. 그때 그 선배들은 안타깝게도 아직도 잘 살고 있습니다. 성폭력은 지구의 메커니즘이니까 못 살아야 할 이유는 없는 거겠죠. 그래도 저는 그 사람들이 불행하게 죽어버리면 좋겠습니다. 저와 같은, 김수정과 같은 일상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유감스럽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꼭 실격당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김수정입니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하미』 출간을 준비하며 그간의 작업들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그때 우리는 참으로 뜨거웠고 죽도록 아팠다. 이제는 사라진 남산예술센터에서 100여 명의 시민 배우와 함께 집단의 모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파란나라](2016-2018), 미투 이후 우리가 외면해온 성·위계폭력에 온몸으로 부딪쳤던 [공주(孔主)들](2018-2020), ‘척하며’ 살아온 나의 진짜 모습을 무대 위에서 맞닥뜨리며 진저리 나게 깨지고 반성했던 [김수정입니다](2021),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가 되어 전 재산을 다 날릴 뻔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제도에 대해 울분을 토해냈던 [부동산 오브 슈퍼맨](2023-2024), 동시대 전쟁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뼈아프게 직면했던 [하미](2024-2025)까지. 이제 와 살펴보니 부족하고 아쉬운 것투성이지만, 그때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최대한 신랄하게 드러내려 애썼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도 겪었다. 성과가 항상 만족스러웠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 지금도 연극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무대 위로 옮겨진 우리의 뜨겁고 아팠던 그 시간을 통해 누군가는 미약하게나마 힘을 얻기를, 반복된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_김수정(극단 신세계 대표), 서문에서

추천평

만약 수정의 목표가 독자와 관객을 제자리에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면 수정은 성공했습니다. 수정은 악착같이 저를 끌어들였으니까요. 제가 그 모든 이야기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끈질기게 드러냈으니까요. 경험이 이토록 고된 거라면, 저는 ‘읽다’와 ‘경험하다’를 함부로 연결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헷갈렸던 거예요. 나를 독자나 관객으로 소개하기 충분할까? 다섯 세계를 통과한 뒤. 엉덩이를 어디에 붙일지 모르겠는 나는, 애매한 자리에서 표정과 입장과 언어가 흐릿해진 나는, 문장이 멈추고 무대가 끝난 자리, 암전된 그곳에 남아 긴 침묵 속에 머물다가 겨우 이 말을 꺼낸 거였어요. - 홍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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