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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의 세계관 || 나의 개인주의(25쪽) | 현대 일본의 개화(69쪽)
소설 || 열흘 밤의 꿈(107쪽) | 문조(155쪽) 소품 || 봄날의 소나티네 (181쪽) 편집여담(299쪽) |
Natsume Soseki,なつめ そうせき,夏目 漱石,나츠메 긴노스케 夏目 金之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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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항상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선 여러분이 그만큼의 개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장소에 안착할 것, 자신과 딱 맞는 일을 발견할 때까지 매진하지 않으면 평생의 불행이라는 것. 그러나 자신이 그만큼의 개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사회로부터 허락받을 수 있다면 타인에 대해서도 그 개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경향을 존중하는 게 옳은 일이겠지요. 그것이 필요하고 또 바른 일입니다.
--- p.51 지금까지의 논지를 간추리면, 첫째, 자기 개성의 발전을 완수하고 싶다면 동시에 타인의 개성도 존중해야만 한다는 것. 둘째,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권력을 사용하고 싶다면, 그에 따르는 의무를 명심해야 한다는 것. 셋째 자기 재력을 드러내길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 결국 이 세 가지로 귀착됩니다. --- p.54 다만 한 가지 더 주의해 주십사 싶은 것은, 국가적 도덕이라는 것은 개인적 도덕과 비교하면 훨씬 단계가 낮은 것처럼 보입니다. 원래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외교적 응대가 아무리 요란스럽다 할지라도 도덕심이 그렇게 있다든가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국가를 표준으로 하는 이상, 국가를 한 덩어리로 보는 이상, 훨씬 낮은 단계의 도덕에 만족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내야 하는데, 개인주의를 기초로 해서 생각하면 기준이 대단히 높아지기 때문에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국가가 평온할 때에는 도 덕심 높은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것이 내게는 아무리 생각해도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 p.65 아무튼 제가 해부한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일본의 장래를 아무래도 비관하게 됩니다. 외국인에게 우리나라에는 후지산이 있다고 말하는 바보는 요즘 별로 없지만, 전쟁 이후 일등 국가라는 거만한 목소리가 도처에서 들립니다. 대단히 낙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괜찮겠지요. 그러면 어떻게 이 절박한 위기를 빠져나갈 것인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게는 모범답안이 없습니다. --- p.102 이 말을 듣자마자, 지금으로부터 백 년 전 이렇게 어두운 밤, 이 삼나무 밑에서 맹인 한 사람을 죽인 기억이 돌연히 내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내가 살인자였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순간, 등 뒤의 아이가 돌부처처럼 무거워졌다. --- p.122 이튿날은 어쩐지 머리가 무거워 열 시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다. 얼굴을 씻으면서 뒤뜰을 보니, 어제 정원사의 목소리가 난자리에 푸른 속새 한 포기와 작은 팻말이 나란히 서 있었다. 팻말 높이는 속새보다 훨씬 낮았다. 정원용 나막신을 신고 햇살 받은 서리를 밟으며 다가가 보니 팻말에는 이 흙무덤에 올라오지 말 것, 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이의 글씨였다. --- p.177 아내는 일부러 죽은 모습을 보러 갔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냉담함 대신 갑자기 소란을 떨기 시작했다. 단골 인력거꾼을 부르고 네모난 묘비를 사 가지고 와서는 뭔가 써 달라고 한다. 나는 묘비에 ‘고양이의 무덤’이라고 쓰고 뒷면에는 ‘이곳 아래로 번개가 내리치는 밤이 있으라’고 썼다. 인력거꾼은 그대로 묻어도 좋은지 물었다. ‘설마 화장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하고 하녀가 놀렸다. --- p.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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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는 나쓰메 소세키다.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백 년 넘게 지속된 그의 작품 세계의 위상은 여전히 한국 독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일본적인, 너무나 일본적인 문학이면서도, 제국주의 취향이 온전히 배제된 그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그가 전하려는 자기 본령의 정신을 다양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다.
작품 세계와 작가 정신이 전적으로 분리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작가가 어떤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문학 활동을 하는지 관심 있게 살펴본다. 『나의 개인주의』와 『현대 일본의 개화』, 두 편의 연설문은 국가주의를 논박하고 개인주의를 권하는 소세키의 내면 세계를 전한다. 이런 점이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 문학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부제로 출간된 이 책을 더 빛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두 편의 단편 소설인 『열흘 밤의 꿈』과 『문조』는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전혀 다른 색체로 짜여 있어서 읽는 즐거움이 있다.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작품들은 소세키의 문학 세계에 입문하려는 독자들에게 좋은 선물이다. 소세키의 감성과 숨결을 우리말로 되살려낸 번역가 김석희 선생의 노고는 『봄날의 소나티네』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우리말과 일본말은 비슷하면서도 매우 다르다. 비슷함에 기대어 일본식 표현을 날것으로 그대로 번역하던 시대는 끝났다.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20세기 초의 일본 생활상을 문학적으로 보여주는 이 번역이야말로 소세키의 쓸쓸함과 풍자와 위트까지 제대로 담아낸다. 한 권의 책으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세계와 작가 정신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는 보약 같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