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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푸른 벨벳
2. 오래된 종이는 바랜다 3.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참된 것 4.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진 5. 동네에는 추억이 있다 6. 황금의 불가사의 7. 바닷가재 자수가 새겨진 재킷 8. 일요일 오후는 그림 그리기 좋은 시간 9. 나무 책상 위의 내 이름 10. 60년대 패션 잡지 11. 꽃으로 만든 거대한 강아지 12. 립스틱을 바르는 엄마 13. 장밋빛 하늘은 맑은 날의 예고편이다 14. 빛보다 더 하얀 15. 심연보다 더 어두운 16. 바다에 맞서는 피난처 17. 시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18. 공기를 떠도는 고무 먼지 19. 펠트 모자 20. 벗겨진 벽 21. 우리 동네에는 불가사리 비가 내린다 22. 마을의 커피잔 23. 할머니와 순무 싹 24. 엄마는 거미다 25. 붉은 벨벳 |
Deborah Garcia B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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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푸른 비너스Veus bleue, Blue Venus’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브 클랭Yves Klein(1928년 프랑스 니스~1962년 프랑스 파리)의 조각상 〈S41〉을 감상했다. (...) 비너스의 강렬한 푸른색, 벨벳velvet 같은 부드러운 질감, 무엇보다도 그 빛나는 자태에 주변의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 어떤 작품보다 더 반짝이고 있었다. 조각상의 푸른빛은 명암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윤곽을 부드럽게 만들고 있었다. “푸른 벨벳 같아. 아주 짙은 푸른색의 털로 덮인 바다가 떠올라. 그런데 벨벳이 아니라 안료야. 대체 어떻게 한 거지?” --- p.13~14
나는 화학에서 우리가 동경할 만한 가치들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 진리, 선.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참된 것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다. 지식에는 미적 즐거움이 있으며, 이는 가장 정교한 형태의 즐거움을 주기 마련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과학에서 아름다움은 진실의 기준이다. 이론, 법칙, 가설은 질서와 우아함을 기준 삼아 평가된다.--- p.44~45 오래된 흑백 사진은 시를 닮았다. 어딘가 무게감이 있고,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건 단지 오랜 시간이 느껴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진에 쓰인 재료의 가치 때문이기도 하다. 아날로그 사진에 쓰인 검은색 안료는 은 같은 귀한 재료로 되어 있다. --- p.54 그것은 재미있는 볼거리지만, 금이다. 경박함을 품고 있지만, 여전히 금이다. 그러나 그것은 방탕한 권력을 간단하고 직접적으로 묘사한 관념적인 작품이다. 카텔란은 이렇게 말했다. “웃음과 유머는 무의식과 직접 만나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본능적인 반응을 터뜨리는 폭력 없는 트로이 목마다.” 금만큼 겉보기에 모순된 의미를 지닌 재료는 드물다. --- p.96 바닷가재는 석고로 된 모형이며 전화기는 베이클라이트Bakelite 소재의 다이얼식 전화기다. 석고는 건설 현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재료인 황산칼슘calcium sulfate, CaSO₄이다. 베이클라이트는 열경화성thermosetting 플라스틱 종류의 합성 폴리머synthetic polymer다. 응고되어 모양이 정해지면 열을 가해도 다시 부드러워지지 않는다. 이러한 열저항Thermal resistance 때문에, 베이클라이트는 전화기와 라디오 같은 기기의 케이스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1930년대, 바닷가재와 전화기 모두는 사치의 상징이었다. 당시의 사치는 변화하는 동시에, 알아보기 쉽고 비교적 명확히 접근 가능한 개념이었다. 전화기는 부유한 집에만 있었고, 바닷가재는 파티를 위한 고급 식재료로 보관되었다. 달리에게 사치가 주는 쾌락은 독점성이라는 측면에서 정복이나 성적 쾌락과 유사한 것이었다. --- p.105 이 방식이 바로 몬드리안이 말한 “제거를 통한 구현”이다. 몬드리안은 단순한 선과 색만 사용해 시각적 잡음을 제거하려 했다. 그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엿볼 수 있는 것은 그가 추구한 절대 우주Absolute universe다. 몬드리안은 현실이 외형이라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보았고, 진정한 예술가는 그 베일을 걷어내어 본질을 드러내야 한다고 믿었다. --- p.150 우선 야외에 전시하도록 디자인된 조각품이라 스테인리스로 제작되었다. 강철은 철과 탄소가 혼합된 합금으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산화된다. 이를 막기 위해 쿤스는 크롬을 첨가했다. 크롬chromium, Cr은 철보다 먼저 산화되며, 철을 보호하는 산화의 순교자가 된다. 그 과정에서 ‘패시베이션passivation’이라 불리는 얇은 산화막oxidized surface layer이 형성된다. 이 층은 프라이머처럼 표면을 정돈해, 래커가 매끄럽게 달라붙도록 만든다. 〈튤립〉은 반투명한 컬러 래커로 마감되었으므로, 그 표면은 거울처럼 반짝인다.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은 예외 없이 풍선 표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것이 바로 쿤스가 원했던 바다. 〈튤립〉에 비친 사람과 배경이 색으로 물들며, 〈튤립〉의 모든 표면은 마치 파티의 한 장면처럼 변해간다. 쿤스의 작품들은 현대의 트로피라 할 수 있다. --- p.160 카라바조, 렘브란트, 고야, 마네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인상주의가 등장한 시기에는 검은색이 더 이상 팔레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모네가 말했듯이 자연에는 검은색이 없기 때문이다. 아방가르드avant-garde 운동에서는 모양, 그리고 무엇보다도 색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은색과 흰색은 색이 아니다. 빛과 심연이다.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1915년 작 〈검은 사각형Black Square〉은 우리가 오늘날에도 계속 탐구하고 있는 예술 양식인 모노크롬의 문을 열었다. --- p.217 시간의 정의는 복잡하며, 생각보다 직관적이지 않다. 어린이에게 시간이 무엇인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방정식이나 수학 공식을 빼고 말해야 한다면 말이다. 심지어 우리 어른들도 사실은 시간을 이해하는 척한다. 시간은 빅뱅 이후에 시작되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우리는 시간의 부재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중력의 작용으로 인해 시간이 변형된다는 사실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라 설명할 수는 있지만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자면 시간은 끊임없이 흐른다. 하지만 종종 느리게 혹은 빠르게 흐른다. 내 옷장 꼭대기에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상자가 있다. 무엇보다 일곱 살 무렵에 교과서에서 잘라낸 부분을 아직 갖고 있다. --- p.252 그러니까, 아름다운 세상은 어디에나 있다. 세상을 볼 줄 안다는 것은, 밝은 일상의 부분 부분마다 붉은 벨벳 끈을 놓는 것이다. 행성이나 별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물을 대할 때도 언제나 원근 효과를 느끼며 끊임없이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것에 매료되어 사는 것이다. 결국 이 코스툼브리스모costumbrismo(특정 사회나 지역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술적 경향 ? 역주)적인 이야기는, 우리의 추억을 붉은 벨벳 끈으로 감싸 안자는 제안이었다. --- p.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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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벨벳’에서 ‘붉은 벨벳’까지,
색채와 재료의 궤적을 따라가는 스물다섯 편의 감각적 기록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은 예술의 표면 아래 조용히 스며 있는 과학을 비춰 보여준다. 저자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는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에서 재료과학을 가르치며, 예술과 물질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과학자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 속 색채와 재료를 단순한 미감의 대상이 아닌 물리적 언어로 읽히기 시작한다. 이 책의 여정은 이브 클랭의 벨벳 같은 푸른 안료에서 시작해, 제프 쿤스의 금속 조각을 지나 ‘붉은 벨벳’이라는 상징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에게 작품의 재료란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재료는 시대의 감각이며, 감정의 껍질이며, 한 사람의 선택과 세계관이 담긴 언어다. 그렇기에 저자는 단순한 감각을 넘어, 그 안에 숨어 있던 과학의 세계로 자연스레 데려간다. 저자의 말처럼 “과학적 지식은 어둠으로 남을 뻔했던 곳, 혹은 어울리지 않는 빛만 존재했을 뻔한 자리를 밝게 비춘다.” 이 책은 과학이 감각의 세계를 어떻게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증명하는 문장들의 집합이다. “재료 속에는 한 편의 시가 담겨 있다.” 예술의 표면 아래 감춰진 과학, 일상의 사물들 속에 켜켜이 쌓인 감각 책에 담긴 감성적인 장면들 속에는 은 입자의 산화, 금속 산화물의 색 변환, 안료의 미세 구조들이 마치 시처럼 스며 있다. 그 탐색은 미술관의 벽을 넘어, 우리의 일상으로 번져나간다. 명화는 물론 립스틱, 흑백사진, 커피잔 같은 사소하고 익숙한 사물들까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물질의 본질이 차분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작품에 사용되는 재료는 의미가 숨겨진 암호다. 재료 속에는 한 편의 시가 담겨 있다.” 그녀는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의 끝에서, 이렇게 전한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세상은 어디에나 있다. 세상을 볼 줄 안다는 것은, 밝은 일상의 부분 부분마다 붉은 벨벳 끈을 놓는 것이다. 행성이나 별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물을 대할 때도 언제나 원근 효과를 느끼며 끊임없이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것에 매료되어 사는 것이다. 결국 이 코스툼브리스모(costumbrismo, 특정 사회나 지역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술적 경향 ? 역주)적인 이야기는, 우리의 추억을 붉은 벨벳 끈으로 감싸 안자는 제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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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아름다움을 느낄 때, 누군가 나타나 '과학적'으로 그걸 설명한다면 대다수의 이들은 그가 산통을 깬다고 생각할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과학은 예술과 신성의 대척점에 놓여 있었고, 아름다움은 종종 무지라는 아득한 공백을 통해 신비를 얻었다. 빛이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사실을 몰라도 눈부심이 주는 벅찬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듯이. 하지만 앎으로써 더욱 아름다워지는 아름다움도 있다. 애틋함은 대상을 이루는 연유와 만듦새, 원리를 알아가며 이해할 때 더욱 선명해지기도 하니까.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은 작가의 삶에 드나든 아름다움들을 과학이라는 언어로, 집요한 애정을 담아 설명한다. 정확히 소중해하기 위해, 지극한 찬미를 위해, 작가는 원자와 전자의 크기만큼 작아졌다가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듯 시야를 확장하는 여정을 반복한다. 때로 사랑 자체보다 사랑을 설명하는 언어가 로맨틱한 것처럼, 이 책은 존재를 악보 삼아 과학이라는 빼어난 악기로 연주한 한 편의 음악이다. 귀를 기울이듯 눈을 기울이면, 섬세한 멜로디가 페이지마다 피어오를 것이다. - 이옥토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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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은 그 어떤 것이라도 예외 없이 사람을 매료시키는 색과 질감을 가진다. 보라색 벨벳천만큼 왕의 권위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카민이 아니라면 마릴린 먼로가 바른 립스틱의 강렬한 빨강이 가능할까? 울트라마린만큼 '따뜻한' 파랑이 있을까? 벤타블랙만큼 심연의 어두움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물질의 색과 질감은 물질 속에 들어 있는 원자들의 종류와 이들의 조합에 의해 결정되므로, 아름다움이란 본질적으로 화학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인류의 화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예술가가 손에 쥘 수 있는 색과 물질과 기술이 많아질수록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미술관에 가보라. 만약 그곳에서 충격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한 점의 예술 작품을 보게 되면, 그 작품이 만들어지는 시점으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와 이 예술가의 손에 물감과 재료를 쥐어주는 화학자도 또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러한 능력을 얻기 바란다. - 이광렬 (고려대학교 화학과 교수,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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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예술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둘 사이에는 접점이 굉장히 많다. 특히 회화는 사용하는 재료부터 이미 화학과 떼려야 뗄 수 없고, 전달하는 신호 자체도 대부분 이미지로부터 출발하는 빛이 인간의 망막 세포에 닿는 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물리학, 그리고 생물학과도 연관성이 깊다. 원소주기율표부터 첨단 재료과학까지 섭렵한 훈련받은 화학자가 바라보는 회화는 그러면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단순히 분자나 재료들의 조합을 넘어, 이들의 예술적 의미까지 연결하고 조금 더 예술 본연의 의미에 다가갈 수 있을까?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에서는 화학자가 큐레이팅하는 예술 속의 숨은 과학 이야기, 과학 속의 예술 이야기가 스물다섯 편의 수필 같은 에세이 속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문화적 맥락, 예술적 의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주는 과학적 원리, 그리고 그들의 조합이 가져다주는 감성적 효과가 어떠한 과학적, 예술사적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를 독자들은 아마 그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관점으로 한 편 한 편의 에세이 속에서, 도슨트 같은 저자의 친절한 가이드와 함께 다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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