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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56 도시는 거대한 생명체
오후 11:57 잠의 수렁 속에 빠진 미녀 에리 오전 00:25 19세 여대생 마리의 밤 오전 00:37 얼굴없는 남자와 에리 오전 01:18 '알파빌' - 사랑은 없고 섹스만 남은 도시 오전 01:56 마리의 이미지만 남은 거울 오전 02:19 '톱 프로'의 겉과 속 오전 02:43 한 지붕 및 늘 엇갈리는 삶 오전 03:03 허무의 공간 오전 03:07 재판이란 이름의 괴물 오전 03:25 에리는 깨어났지만 오전 03;42 '백설공주'의 콤플렉스 오전 03:58 원한의 교차점은 1미터 차로 오전 04:09 러브호텔 문전의 착각 오전 04:25 "도망쳐라, 에리야" 오전 04:33 여자의 치부에 찍힌 낙인 오전 04:52 날 새기 전 4인의 주역들 오전 05:00 쉽게 끝나지 않을 시라가와의 밤 오전 05:07 알파빌에서 잠든 마리 오전 05:09 이쪽 세계로 돌아온 에리 오전 05:10 휴대전화 목소리 '도망칠 수 없다' 어전 05:24 철야의 피로에 지친 젊은이들 오전 05:38 자매의 원초적 일체감의 순간 오전 06:40 여명의 새 빛 속에서 오전 06:43 마리의 입맞춤 오전 06:50 아침의 러시아워에 어젯밤의 기억들이 뒹군다 오전 06:52 다음 어둠이 깃들기까지는 <어둠의 저편>에 나오는 음악들 |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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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본질, 그 너머를 향해
-- 최세라(rasse@yes24.com)
이름이 곧 베스트셀러를 의미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 25주년 기념 작품인 『어둠의 저편』은 기념작품이라 하기에는 다소 분량이 적다. 간결하고 명확한 그의 문체로나, 책 속에 실린 소탈한 그의 모습으로나 '기념'의 거창함을 두꺼운 양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지는 않았던가 보다. 그렇게 또 하루키 스타일은 다양한 삶의 고독과 인간 내면의 심리를 '보여줌'으로써 한 편의 소설이 아닌 영화로 만들어 내 놓았다.
잠의 수렁 속에 빠진 미모의 언니 에리와 외모 컴플렉스를 공부로 극복하고 있는 동생 마리가 어느 날 밤 11시56분 부터 다음날 오전 6시 52분까지 겪는 하루밤 동안의 이야기. 뛰어난 외모로 어디서나 사람들의 시선을 받던 잡지 모델 아사이 에리는 어느 날 '지금부터 한동안 잠을 자겠어'라고 말한 후 두 달 동안 계속 잠을 잔다. 그러나 시체처럼 잠만 자는 그녀의 방을 늘 주시하는 하나의 시점이 있다. 이는 마치 공포영화에서 흔히 보는 주인공이 없는 카메라의 시점으로 그녀는 물론 방 안을 샅샅히 훑어가는 유기체이다. 또 하나의 침입자인 플러그가 뽑힌 TV 브라운관은 그녀와 관련된 또 다른 공간과 사람을 보여 주면서 수면 너머의 세계를 끌어들인다. 한편 같은 시간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며 방황하는 아사이 마리. 그녀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책을 읽다 언니의 고등학교 동창인 다카하시 테츠를 만난다. 그를 통해 '알파빌'이라는 러브 호텔에서 일어난 중국인 매춘부 폭행사건에 연루되고 이를 계기로 호텔 지배인인 카오루를 알게된다. 마리와 동갑내기인 중국인 매춘부의 뒤에는 거대한 매춘 조직이 버티고 있었고, 그녀를 폭행한 남자는 평범한 샐러리맨임을 '알파빌'의 CCTV에서 찾아내게 된다. 하루 밤 사이 그녀는 여러 인간들을 만나며 오히려 이들보다 더 삭막해져 버린 언니와의 관계를 되새김질한다. 여기에는 어둠을 무력하게하는 물질문명의 시선이 살아 움직인다. 24시간 어디에서나 기록되고 재생되어지는 시선의 공포는 에리를 죽음을 대신한 '수면'의 세계로 침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또 다시 정체 불명의 부유하는 카메라, TV 브라운관 속 남자에게 포획되고만다. 또한 중국소녀를 폭행했던 샐러리맨 시라가와도 러브호텔의 CCTV 때문에 덜미를 잡힌다. 그는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며 일하고 있는 뒷모습으로 차갑게 등장한다. 한편 '어둠'을 인정하지 않는 자들의 삶은 지쳐있다. 러브호텔을 전전하며 도망다니고 있는 종업원 고오로기, 엽기적인 샐러리맨 시라가와, 조직으로부터 이용당하고 있는 19세 중국인 매춘부, 거리의 부랑자들, 곧 그만 둘 트럼본을 연습하는 다카하시, 존재감을 상실한채 방황하는 마리까지. 그들은 모두 허공을 향해 질주하며 소리치나 마치 밤이 반복되듯 고단한 인생도 결론없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소설의 처음을 열고 마지막을 닫는 그 시선은 어쩌면 '어둠'의 시선일지 모른다. 버즈아이뷰부터 접사촬영까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그 시선은 또 하나의 대표적인 문명의 징표인 핸드폰을 통해 이런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깜쪽같이 넘어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말이다, 도망칠 수는 없다. 어디까지 달아난다 해도, 결코 도망칠 수는 없다." 그러나 러브호텔 종업원인 고오로기는 마리의 비상구가 되어준다. " 인간이란 결국 기억을 연료로 해서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어. 그 기억이 현실적으로 중요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지. 단지 연료일 뿐이야...중요한 기억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기억도, 전혀 쓸모 없는 기억도, 구별할 수도 차별할 수도 없는 그저 연료일 뿐이지." 마리는 기억해 낸다. 어릴적 엘리베이터의 컴컴한 어둠 속에 갇혔을 때 터질 듯 끌어안아 주던 언니의 힘과 귓 속에 불어넣어 주었던 다정한 노래를. 마리는 두 달 동안 잠자고 있는 언니의 품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에리도 아주 살짝 입술을 움직인다. 그리고 어둠은 물러갔다. 이번 작품에서도 하루키는 음악을 빼놓지 않았다. 곳곳에서 음악은 비주얼과 잘 버무려지면서 완벽한 영상을 만들어 냈다. 게다가 음악까지 알려주는 친절함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과 닮아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왕가위나 김지운의 영화 한 편 본 듯한 느낌이 들 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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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다. "하와이의 어느 섬에, 삼 형제가 표류한 얘기를 읽은 적이 있어. 옛날 신화지. 어렸을 때 읽은 거라서, 정확한 줄거리는 잊었지만, 대충 이런 이야기야. 젊은 삼 형제가 고기잡이를 나갔는데, 태풍을 만나 오랫동안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어느 무인도의 해안에 닿게 됐어. 야자나무 같은 게 우거져 있고, 갖가지 과일도 많이 열려 있는 아름다운 섬이었어. 그 섬의 한가운데는 아주 높은 산이 솟아 있었지. 그날 밤, 세 사람 꿈에 신이 나타나서,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해안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세 개의 커다란 둥근 바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너희들은 각자 원하는 곳까지 그 바위를 굴려가도록 하고, 멈춰 선 바로 그곳이 각자 살 곳이 될 것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세계를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다. 어디까지 가는가 하는 건 너희들의 자유에 맡긴다'라고 했다는 거야."
남자는 물을 마시고 잠시 숨을 돌린다. 마리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귀로는 그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고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 알겠어?" 마리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이 얘기 더 듣고 싶어? 관심 없으면 그만둘게." "길지만 않다면 더 듣고 싶어." "별로 길지 않아. 생각보다 간단한 얘기야." 그는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이야기를 계속한다. "삼 형제가 해안으로 가봤더니, 정말 커다란 바위 세개가 있었어. 그들은 신이 말한 대로, 비탈길 위로 큰 바위를 굴리며 앞으로 나아갔지. 아주 크고 무거운 바위라서 굴리는 게 쉽지 않았고, 비탈길 위로 큰 바위를 밀고 올라가야 해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막내가 제일 먼저 더 이상 못가겠다고, 두 손을 들고 말았어. '형님들, 난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어. 여기쯤이면 바다도 가깝고, 고기도 잡을 수 있으니까,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거야. 난 세상을 그리 멀리까지 보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어.' 막내는 뒤에 남고, 두 형들은 바위를 더 위로 밀면서 올라갔지. 산 중턱까지 갔을 때, 둘째도 그만 주저앉고 말았어. '형 나는 이쯤에서 그만둘래. 여기 같으면 과일도 풍성하게 열리고,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멀리까지 세상을 바라볼 수 없어도 난 괜찮아.' 그래도 맏형은 그 무거운 바위를 계속 밀어 올리며 언덕길 오르기를 멈추지 않았어. 길은 점점 험난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지. 본래 참을성이 많은 성격인데다, 세계를 조금이라도 멀리까지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는 있는 힘을 다해서, 바위를 계속 밀고 올라갔어. 몇 달 동안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안간힘을 쓴 끝에, 마침내 그 바위를 높은 산꼭대기까지 밀고 올라갈 수 있었어. 그는 거기서 멈추어 서서, 세계를 내려다보았어. 이제 그는 누구보다도 멀리까지 세계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되었고, 그곳이 그가 살아갈 장소가 된 거야. 하지만 그곳은 풀도 나지 않고, 새도 날지 않는 척박한 땅이었어. 수분이라고는 얼음과 서리를 핥을 수밖에 없었고, 먹을 것이라고는 이끼를 씹을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어. 세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해서 하외이의 섬 꼭대기에는, 지금도 커다란 둥근 바위가 하나 외따로 남아 있다는, 대충 그런 얘기야." 침묵. 마리가 묻는다. "그 얘기 교훈 같은 게 있는 거야?" "교훈은 아마 두 가지가 있을 거야. 하나는"이라고 하면서, 그는 손가락을 하나 세워 보인다. "사람은 제각기 다르다는 것. 설령 형제일지라도. 또 하나는" 하면서, 그는 두 번째 손가락을 세워 보인다. --- p.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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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혀 못했죠. 하지만 아직 어렸고, 친구도 많이 도와주었기 때문에, 말은 금방 배웠어요. 아무튼 꽤 느긋한 학교였어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쭉 그 학교를 다녔죠. 부모님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요. 내가 사회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진학 목적의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장래엔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업인이 되기를 기대하셨거든요. 역할 분담이라고나 할까, 우리 부모님은 백설공주처럼 예쁜 언니와, 머리 좋은 수재인 동생, 뭐 이런 걸 기대하신 거죠."
"언니가 그렇게 미인이야?" 마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페리에를 한 모금 마신다. "언니는 중학생 때부터 잡지 모델을 해왔어요. 10대 여학생 대상의 잡지요." "그렇구나. 그렇게 멋진 언니가 있다는 건,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겠네. 그건 그렇고, 마리 같은 젊은 여자가, 왜 한밤중에 이런 데를 서성거리고 있었던 거야?" "나 같은 젊은 여자?" "뭐라고 해야 좋을까, 척 보기에도 착실해 보이는 젊은 여자라는 거지." "집에 들어가기 싫었어요." "가족 누구하고 싸웠어?" 마리는 고개를 젓는다.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저 혼자서 어딘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있고 싶었어요. 밤이 샐 때까지." "이런 일, 전에도 있었어?" 마리는 입을 다물고 있다. 카오루가 말한다. "쓸데없는 참견인지 모르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거리는 착실한 여자 애가 혼자서 밤을 샐 만한 곳은 못 돼. 위험한 놈들이 우글거리고 있으니까. 나만 해도 몇 번인가 험한 꼴을 당할 뻔했어. 전철 막차가 떠나고, 첫 전차가 올 때까지, 여기는 낮과는 좀 딴 세상이 돼버리거든." --- p.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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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이후 2년 만에 발표한 신작,
하루키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어둠의 저편》 발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작 《어둠의 저편》이 6월 7일(서점 배본 6월 10일)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신작 《어둠의 저편》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2002년 《해변의 카프카》 이후 2년 만에 발표한 장편 신작이며, 그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라 수십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어둠의 저편》은 하루키의 종전의 작품들과는 크게 다른 소설적 구조와 주제를 비롯하여, 두드러지게 참신한 작품 분위기와 표현 기법을 보여주고 있어, 하루키 문학의 새로운 전환을 알리는 획기적인 작품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 인간과 사회의 축도같이 펼쳐지는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 《어둠의 저편》은 대략 밤 12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백설공주 같은 미모의 언니와, 머리는 뛰어나지만 외모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동생이 중심이 되어, 인간과 사회의 축소판과 같이 펼쳐지는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난 독자들은 누구나 등장인물 중에 자신과 유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마치 등장인물들과 더불어 스릴과 감동을 안고 함께 밤을 지새운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줄거리 자체보다, 하루키 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알리는 심오한 세계관과 인생관을 담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젊은 남녀, 자매 형제, 부부, 샐러리맨에서부터, 암흑세계의 사람 등 갖가지 인간 군상이 등장하는 가운데, 폭력의 공포가 도사리고, 부조리가 휩쓸고, 정이 메말라가는 현대 사회에 과연 새날의 광명이 비칠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으며, 까닭 모를 폭력과 파괴가, 평온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과 이웃해 있고, 위기일발로 스쳐 지나가기도 하는 현실. 그처럼 이 세계의 숨겨진 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점도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 하루 동안의 이야기 대신 하룻밤의 이야기로 세계적 명작들에 도전 이 작품은 제임스 조이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그린 하루의 낮에 일어난 이야기 대신 하룻밤의 이야기로 그들 명작에 비견되는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1904년 6월 16일 아침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소설로,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작품의 시간성 설정에 있어 《어둠의 저편》과 유사하고,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역시 사회주의 사회의 비인간성과 모순을, 집단수용소에 죄 없이 갇혀 있는 데니소비치의 단 하루 동안의 생활을 섬세하게 묘사해 냄으로써, 생생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쥘르 로맹의《선의의 사람들》 가운데 “어느 아름다운 아침, 파리는 일을 하러 나간다” 같은 구절은, 《어둠의 저편》 첫머리 부분에 나오는 “(도시는) 무수한 혈관이 흠 잡을 데 없이 미끈한 몸의 구석구석까지 뻗어 피를 순환시키고, 묵은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갈아 넣고 있다”는 구절과, 도시를 하나의 개체로 본 공통적인 일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줄거리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과, 사람이 사는 인생의 여러 가지 모습의 총화總和, 또는 인생과 사회의 총체總體를 언어로 정착시켜, 실재實在의 핵심에 다가서려고 한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독창적 영상 표현기법을 구사해서 그려낸 야심작 《어둠의 저편》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 중 하나는 바로 ‘영화 같은 소설’이라는 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소설에서 독창적 영상 표현기법을 통해, 고도 자본주의 사회의 기묘한 일상과, 그 이면을 세련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그 같은 독특한 표현 기법으로 하루키는 인간의 삶과 사회의 실존적 의미, 그리고 그 가치를 깊이 있고 예리하게 파헤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어둠의 저편》의 중심을 이룬 스토리 집에 돌아가기 싫은 19세 소녀 마리는 심야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언니의 고등학교 때 남자친구인 다카하시를 만난다. 그리고 마리는 다카하시의 소개로 러브호텔 ‘알파빌’에서, 손님에게 맞아 쓰러져 있던 중국인 매춘부의 말을 통역해 주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알파빌에서 일하는 왕년의 레슬러, 매춘부, 중국인 조직, 한낱 밀이나 벌레의 이름으로 불리는 종업원들로 이어지는 기묘한 별세계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이들은 하룻밤 동안 어지러운 사람 사는 세상의 축도와 같은 사건을 자아내고,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미로를 드러낸다. 한편 언제부턴가 마리와 서로 이해할 수 없이 멀어져 버린 언니 에리는 최근 두 달 동안 계속 잠들어 있다. 에리는 현실적인 ‘이쪽 세계’와 현실을 넘어선 ‘저쪽 세계’를 넘나드는 등 범상치 않은 세계 속에 살고 있으며, 이상한 방에 갇혀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손을 뻗어주지는 않는다. 하나의 시점으로서의 ‘우리’는 그런 마리를 도와주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밤중에서 동이 트기까지 마리가 수많은 밤의 인간들을 겪는 동안, 세계는 은밀하게 그러나 확실히 뭔가 변한다. 동이 틀 때쯤 마리는 어릴 적 언니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체감을 느꼈던 순간을 기억해 내고, 잠들어 있는 언니에게 입맞춤한다. ● 《어둠의 저편》에 대한 평가 심야의 시각은 우리의 삶 그 자체처럼 기묘한 리얼리티를 품고 있다 소설 속 한밤중에서부터 아침까지의 그 하나하나의 장면과 장소는 언제나 그 배후에 또 다른 세계의 감촉을 진하게 채우고 있다. 일상적이고 흔한 풍경이 오싹할 만큼 가혹하고 폭력적인 어둠을 포함하며 어디에도 갈 수 없는 허무의 감촉 속에 이상한 밝음과 희망의 빛을 품고 있다. 이 거대 도시의 심야의 시각은 우리 생의 시간 그 자체인 것처럼 기묘한 리얼리티로 가득 차 있다. ― 도미오카 고이치로(富岡幸一郞·문학평론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스릴과 독자를 도발하는 시선의 강함과 차가움 읽어갈수록 숨 막힐 듯한 이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전적인 큰 변화를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치 빈틈없는 스타일을 완벽하게 추구하며,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과 더불어, 스릴과 감동을 안고 함께 밤을 지샌 듯한 체험을 하게 한다. ― 요시카와 히데오(吉川日出男·소설가)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적 숙명 《어둠의 저편》은 현대를 사는 어려움과 그 단면에 대해, 하나의 확실한 시선視線을 지닌다. 이 소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로운 방향(빛을 향한)으로 변화해 가는 확실한 이정표를 보여주었으며,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기분을 농밀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여실히 입증했다. ― 간노 마키마사(菅野暗正·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