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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나를 설계하는 봄암자> 김천 천덕산 삼성암 - 수천의 약사여래가 구름 타고 내려오는 암자 합천 가야산 금강굴 - 모래 한 알, 소나무 한 그루까지 깨어 있는 암자 성주 선석산 중암 - 원추리 꽃처럼 말을 거는 암자 무안 승달산 목우암 - 무심하게 일의 과정을 즐겨라 영광 모악산 해불암 - 산새 소리에 귀 씻겨지는 산길 장성 백암산 약사암 - 연등이 들려주는 이야기 익산 미륵산 사자암 - 고난의 저잣거리도 먼 풍경으로 보니 파주 고령산 도솔암 - 해탈의 꽃을 피우는 수행자가 그립다 양양 오봉산 홍련암 - 우리 모두 상생하고 복 짓는 복밭이 되소서 <나를 성장시키는 여름암자> 김해 무척산 모은암 - 마음속에 들어와 기도하시는 분 청도 호거산 북대암 - 119 구조대장 같은 지장보살 포항 내연산 서운암 - 물소리가 가슴을 아리도록 스며드는 자리 담양 추월산 보리암 - 밤이면 추월산에 내리는 월광보살 장수 거령산성 영월암 - 달은 나그네 마음속에도 떠오르리 서천 종천면 영수암 - 누구라도 생로병사를 비켜설 수는 없다 아산 설화산 오봉암 - 맹사성의 호가 왜 고불인지 아십니까? 한라산 영실 존자암 - 뼈를 남길 것인가, 사리를 남길 것인가 <나를 사색하는 가을암자> 장안읍 불광산 척판암 - 해가 가장 빨리 뜨는 암자 양산 영축산 비로암 - 봉사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묵묵히 하는 것 경주 남산 칠불암 - 남산 일곱 부처의 미소를 만나다 광양 백운산 상백운암 - 삶이란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것 임실 성수산 상이암 - 헛눈 파는 사이에 번뇌의 풀은 자란다 진안군 운장산 남암 - 무소유를 화두로 주는 암자 공주 계룡산 대자암 - 산은 어머니가 되고, 암자는 자식이 되고 예산 봉수산 대련암 - 사람에게도 마음을 적시는 향기가 난다 <나를 성숙시키는 겨울암자> 함양 마천 지리산 금대암 - 산을 닮고 싶어 암자에 간다 함양 지리산 문수암 - 물고기의 눈을 닮고 싶다 함양 백운산 상연대 - 암자는 어머니를 닮았다 해남 두륜산 상원암 - 별빛이 우리 눈에 와 닿은 것처럼 해남 달마산 부도암 - 흰 구름 그늘 아래서 소리 없는 소리를 듣는다 보성 천봉산 만일암 - 만개의 햇살이 따사로운 암자 나주 덕룡산 문성암 - 눈에 파묻히어 묵언 중인 산골짜기 제2부 명상을 위해 떠나는 암자들 산사는 내면의 접속부호다 |
무염(無染), 벽록檗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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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마다 꽃처럼 아름답다. 늦은 시각에 도착한 셈인데, 발등에 덮이는 산그늘마저 나그네에게는 정겹다. 솔바람 소리나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도 아껴 듣고 싶고, 병풍처럼 펼쳐진 푸르른 산자락들도 천천히 눈에 넣고 싶다. 다람쥐처럼 옹기종기 모여 밭일을 하는 비구니스님들도 해맑기만 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곳의 특산물은 구름이다. 그래서 절 이름이 운문사(雲門寺)인지도 모른다. '구름이 피어나는 문'인 것이다. 구름의 감상은 산 위에서 내려다볼 때 감흥이 더 커진다. 구름을 내려다보게 되면 하늘 나라에 와 있는 듯한 황홀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그네는 북대암(北帶菴)은 내일 아침에 들르기로 하고 먼저 사리암으로 오른다. 날이 흐려진다고 하니 운 좋게 비구름 한 자락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런 이유 말고도 사리암에는 산새를 유난히 사랑하는 '산새엄마' 같은 정호 스님이 머물고 있어서이다. 스님처럼 산새 이름을 많이 알고, 또 많은 산새들과 사귀고 있는 스님도 드물 것이다. 호거산에 사는 산새는 모두 스님의 가족이다. 새들이 스님을 따르는 것은 스님의 자비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그네는 그런 스님이라면 무조건 친해지고 싶다. 언젠가 어느 비구 스님에게 들은 이야기다. 스님이 태백산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 산새가 집을 짓기 위해 입고 있던 솜옷을 뜯어 가더란다. 옷이 구멍 날 것 같아 손으로 막았더니 이제는 털신의 인조 털을 콕콕 쪼더라는 것. 영리한 새는 인조 털이라는 것을 알고는 다시 스님의 머리카락을 물더라는 이야기였다. 새는 스님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 줄 알고 그랬을 터이다. 자비란 사람 사이뿐만 아니라 미물이라 할지라도 서로를 하나로 만드는 소중한 무엇이 아닐까 싶다. - 나를 성장시키는 여름암자 청도 호거산 북대암 : 119 구조대장 같은 지장보살 --- p.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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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암자여행’인가?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자기 성찰에 있다 “불가에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라는 말이 있다. 지극한 마음으로 마음을 다 바쳐 부처에게 귀의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어찌 귀의하는 존재가 사람뿐일 것인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말없이 자연으로 돌아간다. 봄이 여름으로, 여름이 가을로, 가을이 겨울로 돌아간다. 계절 안에 머물렀던 유무정(有無情)의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겸허하게 때가 되면 지심귀명례할 줄 알기 때문이다. 나뭇잎을 보라. 찬 공기를 쐬며 붉디붉게 지심귀명례하고 있다. 허공을 보라. 푸르디푸르게 지심귀명례하고 있다. 가을이 깊어 가는 날 암자를 찾는다는 것은 삶에 지친 마음을 쉬어보고자 하는 바람도 있지만 그보다 더한 까닭은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자기 자신에게 지심귀명례하고자 함이다. 잎이 져버린 나무가 그러하듯 삶에 시달린 이만이 더 겸손해 질 수 있다. 편히 안주할 곳이 없으므로 가진 자보다 더 빨리 자기 자신에게 돌아갈 수 있다.” 요사이 젊은이들의 여행이 흥청망청 소비적인 여행이 되고 있는 때, 암자를 찾아가 나를 한 번 돌아보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기실 여행이란 낮선 곳을 찾아가 나를 돌아보고, 자아를 발견하는 것의 즐거움일진데, 현대인들의 여행 문화가 날로 향락적으로 변하는 데에 경종이 될 만한 새로운 여행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작가는 암자를 찾는 것은 나를 돌아보는 것이라는, 수행자의 지극한 마음을 간곡히 표현하고 있다. 이제라도 자신을 찾아 산중 암자로 떠나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