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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시간
작가의 말 작품 해설_삼각형의 시간들/금정연(서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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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대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고 쇼핑을 하고 웃고 즐거워했다. 우미는 나와 우나, 배정 그 세 사람이 평소에 만나는 사람들을 합친 것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우미를 다시 만나고 싶어 했고 우미에게 밥을 사 주고 마실 것을 사 주고 귀고리를 사 주고 치마를 사 줬다. 지금도 우미의 그것을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매력인가, 힘인가, 뭐 그런 것이긴 한데 그렇게 말하고 나면 불성실하게 느껴졌다. 우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쉽게 단어를 고르고 결론을 내리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고 확신한다면 잠자코 생각해야 한다. -15~16쪽
시간은 흐르고 나는 지금처럼 살아갈 것이다. 지금 같은 대학생이 될 것이다. 그마저도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날 것이다. 그 이후는 알 수 없다. 되는 것 없이 변하는 것 없이 완성되는 것도 나아지는 것도 없고 깨닫고 나아가는 것도 없다. 그것만은 꼭 그렇게 될 것이다. 그걸 깨닫고 앞을 보아도 이것 봐. 대구타워에 올라서도 빛나는 불빛 사이 건물들 건물들 매연과 건물들이었지? 반짝이는 야경을 걷어 내면 똑같은 건물들 건물들일 거야. 도서관 휴게실에 나와도 그대로지. 내 마음을 지금의 풍경이 증명하고 있다. -46쪽 그렇게 누워 있다 보면 시간은 잘 갔다. 가는지 모르게 가 버려서 원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우리는 그냥 어두움에 던져진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생각에 접어들면 어둠은 막막하지 않고 단지 흡착력 강한 어떤 익숙한 성질로 다가왔다. 나는 손을 뻗어 어둠이라는 세계를 더듬고 더듬는 순간에도 손끝이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는데 고개를 돌리면 사방은 익숙하고 편안한 어둠. 그곳에서는 시간이 잘 가기 때문에 나중에는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어떤 것이 시간인지 알 수 없어져 버렸다. -97쪽 어떻게 갔더라. 국도를 따라 한참을 달렸다. 그런 감각이 있다. 여기 점이 있다면 여기가 시내이고 시내와 집들을 잇는 길은 보통 길이었다. 도시는 그 둘을 포함하는 원이고 원과 원을 잇는 길은 국도나 고속도로. 원과 원을 잇는 길 옆에는 면이 있는데 그 면에는 산과 땅이 있다. 그런 식으로 공간을 판단했다. 내가 사는 집은 이전에는 원 안에 없었다. 원 밖에 있는 땅이었다. 지금은 원 안이었고 나중이 되면 더욱 명백한 원 안이 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산과 땅이 서서히 지워지고 나중에는 원만 남을 것이다. 결론은 우리 모두는 원 안에 살게 되겠지. 주어진 미래와 해야 할 발전이 그랬다. -145쪽 언젠가 나는 흰 벽이 푸르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나는 더 나은 인간이 되지 못했고 더 나아가지도 못했다. 또한 더 나은 인간이 어떤 것인지 한 발짝 다음의 세계가 밝은지 어두운지 알지도 못한다. 알고 싶지도 않다. 나는 벽에 대고 우나 우나 하고 말해 보았다. 꼭 우는 사람 같다. 알고 있는 것은, 어떤 여름날 누군가는 자꾸만 허벅지에 감기는 원피스 자락을 떼어 내고 매번 헤매는 길을 다시 또 걷는다는 것이다. 아무도 길에 없을 때 내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누구도 누구를 찾지 않을 때 나는 문을 열었다. 그때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매번 여름이고 매번 헤매며 길을 나선다. 그곳에서는, 그 길 위에서는 매번, 그렇게 그 사람은 계속 길을 걸으며 그렇게 반복되는 시간은 시간대로 스스로 자기 자신을 살고 있다. -170~171쪽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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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보>
1985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2009년 《자음과 모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와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가 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