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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몸들의 네트워크’와 몸의 일기 5

퐁당퐁당 피아노_박연옥 14
나의 퀴어_코요테 56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_작은물방울 102
암과 함께_노라 142
어디까지가 나일까_이유하 188

에필로그 ‘몸’을 출발점으로 시작하기 223

저자 소개 5

1971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200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평론)에 당선되어 글쓰기를 시작했다. 마을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회원이며, 최근에는 질병과 노화를 다르게 바라보는 실험을 하는 인문약방과 일리치약국에서 일한다. 인문약방에서는 인문학 공부와 글쓰기 프로그램을, 일리치약국에서는 이벤트 기획과 홍보를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영혼과 정치와 윤리와 좋은 삶』, 『문탁네트워크가 사랑한 책들』(공저)이 있다. 우리의 건강을 의료 시장에 맡기기보다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기르자고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문학처방전’ 프로젝트도
1971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200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평론)에 당선되어 글쓰기를 시작했다. 마을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회원이며, 최근에는 질병과 노화를 다르게 바라보는 실험을 하는 인문약방과 일리치약국에서 일한다.

인문약방에서는 인문학 공부와 글쓰기 프로그램을, 일리치약국에서는 이벤트 기획과 홍보를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영혼과 정치와 윤리와 좋은 삶』, 『문탁네트워크가 사랑한 책들』(공저)이 있다.

우리의 건강을 의료 시장에 맡기기보다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기르자고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문학처방전’ 프로젝트도 그런 시도 중에 만들어진 이야기 처방이다. 시판되는 약보다, 같이 문학을 읽어가는 시간이 당신에게 더 큰 치료를 가져다줄지도 모를 일이다.

@illich_ph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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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에서 30여 년간 밥벌이를 했다. 이제 밥벌이만을 위해 일하기가 지겨워서 최소한으로만 일을 한다. 지은 지 75년 된 집에서 새들과 다람쥐, 도마뱀 등을 관찰하는 일상이 가장 즐겁다.

작은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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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말을 좋아한다. 작은물방울이란 별명으로 10년 동안 인문학 공부하는 곳에 드나들었고, 책을 읽으면서 얻은 지식을 요가를 하면서 구체적으로 익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많이 놀면서 자라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닉네임'을 만들었다. 지금은 나도 그 이름처럼 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다 여력이 남으면 친구들과 공부한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쓸모없고, 특이하고, 귀여운 것들을 사랑한다. 아이를 키우고, 책을 읽고, 무엇보다 글을 쓰며 살고 싶다.
문탁 네트워크

함께하는 공부를 통해 좋은 삶을 만들어 가는 공동체를 꿈꾼다. 그 꿈을 위해 다양한 배움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고민하며 앎과 삶의 일치를 추구하는 공동체다. 경기도 용인, 동천동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실천하며 함께 살아간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50g | 128*188*20mm
ISBN13
9791193749296

책 속으로

‘양생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1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리고 2020년 첫 해, 우리는 한편으로 푸코의 ‘생명 권력’을 탐색하고, 다른 한편으로 몸을 다룬 다양한 책들을 읽어나갔다. 그러던 중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 『몸의 일기』를 만났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친구들의 장난으로 나무에 묶인 채 숲에 버려졌고, 겁에 질려 똥을 쌌다. 그는 수치심과 두려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몸의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이후 열세 살부터 여든여덟 살까지, 몸에서 벌어지는 온갖 디테일한 사건과 그 당시 느낀 자신의 시시콜콜한 감정들을 생생하지만 담백하게 기록한다.
우리는 이 글쓰기에 감탄하고, 누구에게나 있었던 자기 몸의 기억을 환기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써보고 싶다”라는 말할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 「몸들의 네크워크와 몸의 일기」 중에서

“내가 제일 못해. 조이음악학원 학생 중에서 실력이 꼴찌야.”
“정말?”
“나보다 못하는 애는 없어.”
칸막이 쳐진 공간에서 피아노와 씨름하며 옆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는다. 현란하게 잘 치는 소리는 관심 대상이 아니다. 원장이 중앙에 있는 그랜드피아노로 본인의 연주 실력을 뽐내는지, 너무 못 치는 수강생들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지, 열광적으로 연주 중이다. 그 소리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배경음악 같다. 내 귀는 나처럼 『바이엘』을 연습하고 있는 사람들의 피아노 소리가 들려올 때 쫑긋거린다. 나보다 조금은 잘 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까’ 궁금해진다. 앞니도 빠지고 더하기 빼기도 헷갈려 할 것 같은 꼬맹이들이 말랑말랑한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릴 때, 그게 부럽다. 난 피아노를 배우는데, 아이들은 피아노 앞에서 논다. 집중력이 짧아 금세 산만해지고 피아노에서 내려와 달콤한 간식을 찾지만, 어느새 또 피아노 의자 위에 웃으며 올라가 있다.
--- 「초능력이 없어서」 중에서

당시만 해도 결혼 제도에 속하지 않는 남성은 신체적 또는 정신적 결함이 있을 거란 오명을 썼다. 그뿐 아니라 결혼하지 않는다는 건 가부장의 위치가 주는 사회적 특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선 결혼을 한 번은 해야 남은 인생이 편하다는 농담 아닌 농담까지 있었다. 설령 이혼해서 결혼 제도 밖으로 도로 나온다 해도 어쨌든 공개적으로 남성성을 증명한 셈이니까.
고등학교 때부터 남성 중심 사회가 불편했다. 교련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가 나올라치면 귀를 막았다. 마초성 강한 남성들을 속으로 비웃었으나 돌이켜 보면 나 또한 가부장적 위계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대학생 때부터 나는 집안의 호주이자 가장이 되었다. 졸업 후, 그간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찜찜함을 털어내고 싶어 집안의 경제적 일은 주로 내가 감당했다. 거기엔 능력 있는 가장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었다.
--- 「종로에 데뷔하다」 중에서

소수자 경험은 내게 배움과 성찰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나의 성 정체성을 공적으로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직접적으로 차별받은 적이 없었다. 사회적 계급과 경제적 위치로 인한 부당한 대우는 있었다. 역으로 내가 한국에서 누렸던 특권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미국에서의 경험은 한국에서 겪었던 일들을 곱씹어보게 했다. 특권과 차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보다 잘 다가왔다. 한국에서 나는 아들로서, 남성으로서,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알게 모르게 많은 권리를 누려왔다. 내가 권리를 누리는 시간에, 배제되었을 사람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배제당하는 경험은 내가 미국에서 늘 소수자인 것만은 아니라는 걸, 명료하게 인지시켰다. 남성 퀴어들은 여성이나 트랜스젠더에 비하면 주류에 들어가기가 수월하다. 남성으로서의 특권 때문이다. 이성애자 남성보다 오히려 퀴어 남성들과 일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 「소수자 공동체에서 소수자가 된다는 것」 중에서

인생도 요가도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일은 드물다. 변화는 미세해서 알아채기 힘든 곳에서 찾아온다. 세 개의 아사나를 매끄럽게 연결시키기는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아도무카 스바나아사나에서 비라바드라아사나로 전환할 때, 다리를 복근의 힘으로 당겨 매끈한 자세를 완성했다. 며칠 전까진 다리가 무겁고 배에 힘이 없어 애써도 당겨지지 않아 어설프게 흉내만 냈는데 말이다. 어쩌다 해낸 줄 알았는데 여러 번 해도 한 번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몸이 달라진 걸 느끼게 되었다. 기특했다. 조금씩 나아가다 보니 내일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의 작은 움직임들이 이어져 다른 아사나들도 조금 수월해지기에 이르렀다.
--- 「세 번의 깊은 숨」 중에서

어떻게 해도 막을 수 없는 탈모도 고통스럽다. 첫 번째 항암제 투약 후 2주 안에 머리가 뭉텅뭉텅 빠졌다. 이때쯤 환우들은 머리를 빡빡 밀곤 한다.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인물인 골룸처럼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남는 모습을 마주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자녀들이 어리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머리는 단번에 빠지지 않는다. 이미 맨머리가 되었어도 머리카락이 빠지는데 이를 “샤프심이 떨어진다”고 표현한다. 이불과 옷 속에 짧은 머리카락이 박혀 따끔따끔 찔러댄다. 인모가발은 몇백만 원이 넘는데, 가격에 비해 만족도는 높지 않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여러 종류의 부분 가발을 사서 쓰는 환우들도 많다.
난 머리를 밀지 않았다. 집에선 비니도 가발도 쓰지 않고 골룸처럼 살았다. 외출 시 모자를 쓰고, 군데군데 남은 머리카락을 모자 밖으로 빼어내어 마치 환자가 아닌 듯 꾸미고 다녔다.
--- 「항암 ‘산’을 넘다」 중에서

어느 날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너는 저 멀리서 살인자가 바라보기만 해도 도망갈 애야.” 예민하고 겁많은 나는 이상한 낌새만 느껴도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다. 벗어나고자 했던 공포도 쓰임이 있다. 나는 극심한 비행기 공포증을 앓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기 사흘 전부터 죽을까 두려워 덜덜 떨었으니까.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실제로 지금 추락하고 있다고 느꼈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긴 하지만, 그 공포를 겪었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 ‘가짜 공포’가 얼마나 생생한지,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어떤 감정들은 ‘의지’로 벗어날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선다.
처절하게 공포를 느꼈기 때문에, 안간힘을 써서 그것에서 빠져나오고 나서야 내 다른 공포들이 조금 옅어졌다. 정말로 실재하지 않음, 머릿속 생각임을 알았다. 아직까지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 「서로 다른 몸, 서로 다른 공포」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신경 쓰지 않는 몸, 그러나 신경 쓰이는 몸, 몸에는 이야기가 있다

앎과 삶의 공동체 문탁 네트워크에서 우리는 다니엘 페나크 『몸의 일기』라는 소설을 읽으며 세미나를 진행했다. 『몸의 일기』는 한 남자가 10대에서 80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몸에 대해 내밀하고 충실하게 써 내려간 방대한 일기이다. 십 대 시절, 친구들의 장난으로 숲에 버려졌던 저자는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바지에 볼일을 보고 만다. 이 경험을 통해 저자는 몸의 작은 반응까지도 놓치지 않고 기록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몸을 정확히 직시한 기록은 한 사람의 거대한 대서사시를 완성한다. 우리는 몸에 대해 잘 알고 싶어하지만 때로는 몸을 역겨워하기도 하다. 내 의지대로 몸이 움직일 때는 상관없지만, 통제 불능의 몸 앞에서 우리는 눈을 돌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몸의 일기』를 읽은 뒤 세미나에 참석한 “우리”들은 자신의 몸을 관찰하고 글을 써보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는 손에 대하여(박연옥), 한국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다 미국이라는 나라로 떠난 퀴어인 몸(코요테), 남들처럼 고난이도 요가 동작은 못 하지만, 즐거이 요가 수련을 하고 자신을 인정하는 몸(작은물방울), 유방암이라는 진단 앞에 항암을 하고 수술을 하고, 다시 재활을 하는 몸(노라), 사는 동안 내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몸과 공포증을 달고 사는 몸을 되돌아보는 시간까지(이유하). 몸에 대해 쓰기 시작하자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개인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로 귀결되었고, 공통점이 없어 보였던 몸의 이야기는 여러 곳에서 교차점을 가졌다. 그렇게 몸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주었다.

몸은 그동안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몸과 통제되지 않는 몸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민을 해왔을까. 그러나 몸은 또렷하고 몸은 정확하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순간에도 말이다.

몸을 다시 바라보자, ‘나’가 보였다


몸은 소리 없이 존재하지만, 때로는 시끄럽게 존재한다. 몸과 마음의 삐걱거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아프지 않을 때는, 마음에 이상이 없을 때는 없는 듯이 있다가, 어느 순간 몸은 “나 여기 있소” 하고 소리를 지르고 길게 경련을 일으킨다. 마치 몸이 곧 주인이라는 듯이 말이다. 몸을 과소평가하고 무시하며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문득 떠오른다. 몸을 모른 척하고 살아온 시간이 당신에게 묻는다. 몸이 무엇이냐고, 몸은 전부라고, 몸은 개별적이지만 때로 통합적이라고 말이다.

개별적인 몸의 일기를 읽으며 나 역시 그 안에 속한 내 몸을 발견했다. 아프고 왜소한 몸, 작고 허약한 몸, 몸이 없으면 나도 없다. 몸이 곧 ‘나’임을 이 책을 만들며 정확하게 알아차린다. 타자를 치는 손과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 매순간 나의 몸은 나를 지배하며, 나를 사유하게 만들고 앞으로 걸어가게 만든다.

여기 실린 몸의 이야기들은 당신에게 물을 것이다. 당신의 몸은 무엇이냐고, 또 어디에 있냐고 말이다. 몸을 들여다보면, ‘나’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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