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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ie Mor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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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피어난 이름
어스름을 찢는 굉음이 지나고 정적이 가득한 저녁, 개구리 한 마리가 검은 선 위에 누워있다. 마지막 힘을 다해 연못에 다다르지만 단 하나의 알만이 살아남았을 뿐이다. 그렇게 알리트는 홀로 태어나 세상을 마주한다. 간신히 태어난 알리트는 태어나자마자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한다. 생을 향한 처절한 모험 속에서 알리트는 연어 ‘이오드’, 산양 ‘플롱크’, 신비로운 고목 ‘악손’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생명과 마주한다. 『알리트: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는 작고 연약한 생명의 시선에서 출발해 삶과 죽음, 두려움과 용기, 외로움과 연대가 교차하는 순간들을 차분하게 비춘다. 낯선 존재와의 만남은 때로는 다정하고 때로는 가차 없다. 무감한 자연의 질서 속에서 알리트는 끊임없이 생존을 위협받고,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겨우 살아남기도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모든 경험이 알리트를 세계와 연결하고, 살아 있다는 감각을 한 겹씩 쌓아가게 한다. 자신이 왜 ‘알리트’인지도 모른 채 스스로를 알리트라 소개하던 작은 산파개구리는, 수많은 삶을 체험한 끝에 마침내 자신의 이름에 담긴 함의를 깨달으며, ‘매듭이 풀리지 않도록’ 알을 품고 앞으로 나아갈 숙명을 마주한다. 영원히 끊어지지 않을 자연의 힘 제레미 모로의 자연에는 부드러운 원과 곡선이 가득하다. 뜨고 지는 태양과 물결, 동그란 자갈과 숲속을 맴도는 나무들의 메아리까지, 생명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원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되돌아오며 순환을 이룬다. 반면 직선은 돌연하고 냉혹하다. 검은 직선으로 둥근 세상을 가르는 ‘레탈리트’가 등장한 것이다. 원과 직선의 시각적인 대조는 자연을 향한 인간의 날 선 폭력을 직설적으로 묘사한다. 그 선 위에서 무수히 많은 생명이 스러지고, 원을 끊은 육중한 힘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다. 하지만 자연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단절된 틈을 또 다른 생명으로 채우며 끊어진 세상을 잇는다. 결국 알리트가 알을 품고 언젠가 그 검은 선을 스스로 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자연의 담대함과 폭발하는 생명력, 두려움마저도 제쳐 두게 하는 사랑의 힘을 목격한다. 그림으로 빚어낸 대서사시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제레미 모로가 들려주는 생의 노래 앙굴렘 국제 만화제 황금야수상과 볼로랴 라가치상 코믹스 영어덜트 부문 대상을 석권한 제레미 모로는 『알리트: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로 2025년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미들 그레이드 부문 스페셜 멘션을 수상하며 또 한 번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알리트: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에서는 작은 개구리의 시선을 따라간다. 낮은 시선에서 올려다보는 세상에는 경외감이 가득하다. 제레미 모로가 구축한 세밀한 시각 언어는 대사와 장면 사이사이를 섬세하게 메운다. 강렬한 색채와 칸칸을 채운 대범한 타이포그래피, 역동적인 장면 구성은 독자를 알리트의 세상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알리트: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는 단순한 성장담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 맞닿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존재의 의미를 그려낸 서사시다. 작은 개구리의 여정을 통해 제레미 모로는 그래픽 노블이 도달할 수 있는 시각 언어의 정점을 보여주며,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잔향처럼 남을 생명의 목소리를 우리 안에 새겨 넣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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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트: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는 가만히 책장을 펼쳐 놓고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소리가 들려오는 책이다. 숲의 소리, 동물들의 소리가 불현듯 독자가 있는 곳을 가득 채운다. 그 생생한 세계로부터 시작해 마음속에 차오르는 질문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제레미 모로는 삶이 나를 원하지 않을 때,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때, 죽음은 어디에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죽음이 있는 곳에는 희망이 함께 있다.
알리트는 어둠 속에서도 모두에게 공평한 태양을 향해 다시 살아간다. 누군가 오늘만을 살 때, 내일을 향해 모험을 떠난다. 그 기나긴 여정에서 우리는 자연의 속삭임을 듣는다. 그 생생한 아름다움을 우리는 결코 외면할 수 없으리라. 그렇다. 우리에게는 저마다의 신이 있고, 그 신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 - 유진목 (시인, 에세이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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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도 삶을 이어 나가게 되는 건 그가 특별한 능력을 지녀서도 아니고, 부단히 노력을 해서도 아니다. 어떤 기막힌 우연이 알리트를 살게 했다. 알리트를 그곳으로 이끈 존재들이 만들어낸 기막힌 우연이.
곁을 지켜주던 이들의 죽음이 억울해서, 그들의 죽음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세상이 분해서 터뜨린 작은 개구리의 포효는 우연하게도 그가 딛고 있던 돌무더기를 무너뜨리고 세상을 멈추게 했다. 우리는 대체로 우연히 살아남은 작은 개구리이고, 지키지 못하고 져버린 것들이 억울하고 분하기에, 그 작은 울음이 세상을 멈춰 세웠다는 이야기는 우리를 전율케 한다. 알리트의 작은 울음은 무의미하고 헛된 것일지도 모를 그 모든 것이, 결국 나를 살려낼 거라고 믿게 한다. 우연처럼 얽히고설킨 그 인연들이 나에게 세상을 멈출 힘을 줄 거라고. 이 이야기는 내가 아주 오래도록 꿈꿔 온 동화이다. - 루리 (그림책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