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Susie Morgenstern
수지 모건스턴의 다른 상품
|
엄마는 내 박물관에서 괴물이나 뱀 같은 게 뛰쳐나오기라도 할까 봐 그런지 내 방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아빠는 생일 케이크도 안먹었다. 엄마는 반밖에 먹지 않았고. 나만 천천히, 잘 먹었다. 오후 2시 정각. 드디어 내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두 관람객은 이미 기다리고 있다가, 겁먹은 듯 천천히 내 방에 들어왔다. 그러나 전시된 순서에 따라 내 작품들을 하나하나 구경해 가는 동안 엄마 아빠의 굳었던 표정은 점점 부드러워졌다. 예술이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는 말이 과연 맞나 보다.
--- p.36 |
|
사실 나는 이미 가진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생일날을 위한 비밀 행사를 준비하느라, 서랍장과 벽장과 침대 밑에 가득 들어 있는 상자들을 정신없이 뒤졌다. 꼼꼼히 고른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처음으로 알았다.
생일 전날 밤에 나는 엄마 아빠 방의 불이 꺼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아파트 안 여기저기에 초록색 화살표들을 붙여 놓았다. 식탁 위에 표지판도 세워 놓았고, 또 생일날 아침에 직접 따끈 따끈한 빵을 사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파리의 날씨가 언제나 그렇듯, 생일날 아침에도 하늘은 흐리고 비가 올 것처럼 우중충했다. 평소 이런 날에는 아빠가 명랑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리 박물관에나 갈까?" 그러나 내 생일만큼은 다르다. 일 년 중 단 하루, 이 날은 내가 왕이 되는 날이니까. 엄마 아빠가 놀랄 수 있게 내가 먼저 손을 쓰는 거다! 나는 엄마 아빠가 깨자마자 침대 위로 뛰어 올라가 물었다. "박물관에나 갈까요?" 엄마 아빠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동시에 대답했다. "오늘은 네 생일인데?" 사실 내 생일날은 내가 좋아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서커스라든가, 인형극이라든가, 운동경기, 혹은 영화를 보러 말이다. --- p.30-31 |
|
아이들의 눈높이로 박물관을 바라본 독특한 상상력을 담은 책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으로 국내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수지 모건스턴의 새 작품이다. 모건스턴이 들려 주는 이야기의 즐거움은 이야기 곳곳에서 아이들의 눈높이를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또래 아이들이 으레 가질법한 심술과 심리들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박물관은 지겨워> 역시 그러하다.
<박물관은 지겨워>는 그야말로 "문화 중독증"에 걸린 엄마 아빠 덕분에 어릴 때부터 박물관이나 유적지, 성당, 전시회 등에 끌려 다니는 한 남자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는 멀리서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가리키는 현수막, 표지판이 보이면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면서 화가 나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만, "교양인으로 자라는 데 필요한 온갖 영양소들이 다 들어 있는 넓고 넓은 채소밭"이라고 생각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박물관을 드나든다. 하지만 "나는 바닥 종류에 따라 대리석으로 돼 있을 때에는 가능한 한 멀리서부터 미끄럼을 타"고, "왁스칠한 바닥 위에 선 스키를 타고, 카펫이 깔려 있으면 달리기를 한"다. 또 이해도 되지 않는 작품들을 이해하려하기보다는 "박물관에 손가방을 들고 오는 남자들이 몇 명이나 되는 지 통계를 내"며 나름대로 박물관 다니는 데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모건스턴은 예술 작품이 아이의 정신을 발달시킬 수 있다는 건 순전히 어른들의 관점일 뿐이지 아이들은 어디를 가나 뛰놀기를 좋아한다는 걸 잊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상상력은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육이라는 것이 주입식이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하도록 도와 주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는 걸 이 책은 박물관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무거운 느낌과는 달리 익살과 재치 가득한 내용으로 쉽게 전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