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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 평전
자유와 참여의 모험 양장
변광배
세창출판사 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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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1부 사르트르의 생애

1. 원초적 사건들
1.1. 아버지의 죽음
a) 상징적인 두 장면│b)주어진무상의자유│c) 환심 사기: 강요된 유희
1.2. 폭력의 체험
a) 가장 불행한시기│b) 평생지워지지 않을 체험
1.3. 신의 부재에 대한 확신
1.4. 보부아르와의 만남
a) 계약 결혼│b)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 인간관계│c) 검열관 또는 인쇄 허가자
1.5. 2차 세계대전

2. 사르트르와 그의 친구들
2.1. 사랑만큼 중요한 우정
2.2. 니장, 영원한 ‘깐부’
2.3. 아롱, 가장 강한 ‘절친-맞수’
2.4. 메를로퐁티, ‘철들 무렵’의 동반자
2.5. 카뮈, ‘형제-적’

2부 사르트르의 철학

1. 철학의 발견
1.1. 철학에 대한 관심
1.2. 네 시기

2. 전(前) 현상학 시기, 또는 『존재와 무』 이전
2.1. 우연성의 발견
2.2. 후설 현상학의 수용과 비판
2.3. 의식의 정화(1): 이미지 또는 상상의식
2.4. 의식의 정화(2): 감동 또는 감동의식
2.5. 하이데거 철학의 수용과 비판

3. 현상학적 존재론 시기, 또는 『존재와 무』
3.1. 『존재와 무』의 주변
3.2. 주제, 의도 및 방법론
3.3. 주요 개념들
a) 존재와 무, 또는 사물과 의식│b) 즉자존재│c) 대자존재 또는 의식의 출현 │d) 의식의 지향성│e) 무, 부정 및 무화작용│f) 무용한 정열: 결여, 자유 및 선택│g)실존적 불안과 자기기만│h) 대타존재: 시선, 갈등 및 신체│I) 신체의 세 차원│j) 실존적 정신분석
3.4. 『존재와 무』 이후

4. 인간학 시기, 또는 『변증법적 이성 비판』
4.1. 『변증법적 이성 비판』의 주변
4.2. 의도 및 내용
a) 「방법의 문제」│b) ‘변증법’, ‘이성’ 및 ‘비판’
4.3. 1권: 실천적 총체들의 이론
a) 욕구, 희소성, 다수의인간 및 갈등│b)군집, ‘실천적-타성태’ 및 집렬체│c) 이해관계, 요구, 운명 및 두부류의 삶│d) 집렬체에서융화집단으로│e)서약과 서약집단│f) 서약집단 이후: 조직화된 집단과 제도화된 집단│g) 2권의 쟁점: 역사의가지성
4.4. 의의와 그 이후

3부 사르트르의 문학

1. 사르트르의 ‘문학적’ 세계

2. 문학의 종교성 및 구원
2.1. 절대로서의 문학
2.2. 문학을 통한 개인과 이웃의 구원
a) 구원의 의미│b) 문학을 통한 개인 구원의 실패│c) 문학을 통한 구원의 조건: 독자의 협력│d) 호소와 증여│e) 독자의 요구권: 독자를 위한 문학

3. 도덕적 전회 시기, 또는 도덕의 정립
3.1. 1939-1948: 도덕적 전회 시기
3.2. 근본적 전회
a) 근본적 전회의 조건: 자기 상실 또는 소외│b) ‘나’의 근본적 전회: 순수반성 또는 비공모적 반성│c) ‘나-타자’의 근본적 전회: 호소, 증여, 너그러움│d) 존재론적 도덕: 의의 및 한계

4. 사르트르의 연극
4.1. 연극: 중요한 영역
4.2. 연극과의 조우
4.3. 세 가지 특징
4.4. 연극 읽기(1): 『무덤 없는 주검』
a) 『무덤 없는 주검』의 주변│b) 고문: 자유를 위한 투쟁│c) 소르비에의 타살적 자살, 또는 서약│d) 프랑수아의 자살적 타살, 또는 서약│e) 예기치 않은 파국, 또는 승리자들
4.5. 연극 읽기(2): 『알토나의 유폐자들』
a) 『알토나의 유폐자들』의 주변│b) 프란츠, 장남의 운명│c) 베르너, 차남의 비애│d) 레니의 상상적 반란│e) 요한나: 말의 힘과 그 한계

5. 사르트르의 문학비평
5.1. 문학비평: 또 하나의 중요한 영역
5.2. 실존적 정신분석과 전진-후진적 방법
a) 실존적 정신분석│b) 전진-후진적 방법
5.3. 적용 사례(1): 보들레르
a) 원초적 사건│b) 내면 풍경│c) 시적 사실들│d) 저주를 선택한 시인
5.4. 적용 사례(2): 주네
a) 『성자주네』의주변│b) 원초적사건│c) 도둑으로의 변신│d) 동성애자로의 변신│e) 작가로의 변신
5.5. 『성자 주네』 이후의 문학비평

6. 사르트르의 지식인론
6.1. 지식인론을 왜 문학론에 포함했는가
6.2. ‘고전적 지식인’과 ‘새로운 지식인’
6.3. ‘새로운 지식인’

맺음말
참고문헌
저자 후기
찾아보기

저자 소개1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 III 대학에서 「사르트르의 극작품과 소설에 나타난 폭력의 문제」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 대학에서 대우교수를 역임하고 강의하고 있으며, 프랑스연구모임 ‘시지프’ 대표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존재와 무: 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읽기』, 『제2의 성: 여성학 백과사전』, 『사르트르의 미학』(공저), 『카페 사르트르』(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사르트르 평전』, 『사르트르와 카뮈: 우정과 투쟁』, 『어린 왕자』, 『카르멘』, 『프랑스 인류학의 아버지, 마르셀 모스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 III 대학에서 「사르트르의 극작품과 소설에 나타난 폭력의 문제」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 대학에서 대우교수를 역임하고 강의하고 있으며, 프랑스연구모임 ‘시지프’ 대표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존재와 무: 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읽기』, 『제2의 성: 여성학 백과사전』, 『사르트르의 미학』(공저), 『카페 사르트르』(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사르트르 평전』, 『사르트르와 카뮈: 우정과 투쟁』, 『어린 왕자』, 『카르멘』, 『프랑스 인류학의 아버지, 마르셀 모스』, 『변증법적 이성비판』(공역), 『레비나스 평전』(공역) 등과 「오토픽션의 이론: 기원과 변천 및 글쓰기 전략」, 「‘앙가주망’에서 ‘소수문학’으로」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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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17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696쪽 | 152*225*39mm
ISBN13
9791166844607

책 속으로

사르트르는 살아 있는 사람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 ―죽은 사람의 경우에는 죽었을 때 갖게 되는 총체적인 모습― 을 알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는 이 사람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후진적 방법’에 해당한다. 이 방법의 목표는 이 사람의 전全 생애를 결정하게 될 핵심적 사건을 발견해 내는 것이다. 이 사건이 ‘원초적 사건(evenement originel)’이며, 거기에서 출발해 그의 ‘존재 기투(projet d’etre)’ 또는 ‘원초적 선택(choix originel)’이 이루어진다. 다른 하나의 과정은 이 사건에서 출발해서 그가 미래를 향해 자신을 어떻게 기투하면서 실존하는가를 살피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전진적 방법’에 해당한다.
--- p.29

하지만 베르네르의 이런 주장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 의해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르트르의 경우에 인간관계가 오로지 갈등과 투쟁으로만 규정되지 않으며, 카뮈에게서와 같이 화해와 공존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 증거는 타자는 “나의 지옥”일 뿐만 아니라 “나와 나 자신을 연결해 주는 필수불가결한 중개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며, 또한 하나의 융화집단, 즉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도 역시 필수불가결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카뮈에게서도 인간관계가 갈등, 투쟁, 폭력으로 점철되는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
--- p.136

이런 입장을 고수하는 사르트르의 눈에 후설의 초월론적 자아는 의식에게 “잉여적(superflu)”일 뿐만 아니라 “해롭기(nuisible)”까지 하다. 사르트르는 초월론적 자아를 의식 내부에 거주하는 ‘하나의 존재자(un existant)’로 본다. 그런데 이 존재자는 의식의 “반갑지 않은 주인(hoe indeirable)”이다. 이것은 의식을 하나의 대상으로 파악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 사르트르의 견해이다.

이런 이유로 사르트르는 후설처럼 초월론적 자아를 상정하는 것은 “의식의 죽음(mort de la conscience)”에 해당한다고 본다. 후설이 의식의 내적 영역으로 들어가는 작업, 곧 현상학적 환원을 수행하면서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것이 사르트르의 주장이다. 요컨대 후설은 의식을 완전히 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논의 끝에 사르트르는 자아란 의식 내부의 거주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해 낸다. 자아는 반성 차원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대상화된 실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르트르는 후설의 초월론적 자아를 폐기하면서 의식을 완전히 정화하고 그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이처럼 투명한 의식은 그 자체로 자발적이고 능동적이라는 것이 사르트르의 주장이다.
--- p.165~166

의식은 세계의 모든 존재를 밝히는 한 줄기 빛과 같다고 했다. 이 빛의 의미를 더 잘 파악하기 위해 하나의 가정을 해보자. 이 세계가 의식을 가지지 못한 즉자존재들, 곧 사물들로만 꽉 차 있다는 가정이 그것이다. 이런 세계에서는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가? 사르트르의 시각으로 보면 이런 세계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즉자존재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세계는 무차별적이고 미분화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즉자존재는 자기 충족적이며, 다른 존재와 관계를 결코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르트르는 이런 상태를 무정형의 상태 또는 의미 부재의 상태로 본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 세계에 있는 모든 존재 사이에 관계가 정립되고, 또 그것들이 의미를 가지려면 즉자존재와는 다른 존재의 출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인간실재의 출현, 곧 대자존재의 출현이다.

사르트르는 대자존재의 출현을 즉자존재들로만 이루어진 이 황량한 세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하나의 “구멍(trou)”이 뚫리는 것과 같은 것으로 본다.
--- p.220~221

이런 측면에서 『변증법』에서 볼 수 있는 실천적-타성태 개념은 주목받을 만하다. 사르트르는 이 개념을 통해 구조 개념과 의미 생산과 실천의 주체와 역사 형성에 기여하는 주체로서의 인간 개념의 종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저서에서 제시되고 있는 사르트르의 인간에 대한 사유는 이미 탈구조주의의 사유를 선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의의는 여러 형태의 파시스트적 권력과 보편적인 악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푸코는 사르트르를 19세기 사람의 안목으로 20세기를 사유하려는 거창하고도 비통한 노력을 하는 철학자, 곧 형이상학적 문제를 붙잡고 고민하는 철학자로 규정한 바 있. 이런 규정은 『변증법』에서 시도되고 있는 구조적·역사적 인간학의 타당성, 유효성, 특히 한계에 대한 종합적인 지적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개인들과 집단들 사이의 관계, 국가들 사이의 관계가 첨예한 대립으로 귀착되는 상황, 나아가 개인에 대한 집단과 국가의 파시스트적 권력이 더욱더 강해지고 위협적인 것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폭력의 문제, 아니 좀 더 광범위하게는 악의 문제를 그 기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추적하는 한편, 그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인간의 해방과 도덕의 정립을 추구하고 있다는 면을 고려하면, 『변증법』이 가지고 있는 의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의는 정확하게 사르트르가 칸트의 한 저서 제목을 빌려 그 자신의 구조적·역사적 인간학을 가리켜 미래의 모든 인간학에 대한 프롤레고메나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데 있다는 단언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p.303~304

이것은 그대로 문학작품의 창작에서 작가의 쓰기 작업이 “불완전하고 추상적인 한 계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작가가 이런 불완전하고 추상적인 계기에서 벗어나 자신의 구원을 가능케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대자-대자의 융합을 대자-즉자의 융합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이 질문들에 답을 하기 위해 사르트르가 문학작품을 “팽이”에 비교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팽이는 외부에서 계속 힘을 가해야만 회전하면서 서 있을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문학작품 역시 쓰기와는 전혀 다른 행위인 ‘읽기’에 의해 지탱될 때만 존립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읽기에 의해 지탱되지 못할 경우 문학작품은 한낱 “종이 위에 박힌 검은 흔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르트르는 독자의 읽기를 단순히 책장을 넘기는 행위로 보지 않는다. 사르트르는 또한 읽기가 빛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필름과도 같은 기계적 작용이 아니라고 본다. 읽기는 독자의 시선이 수반되는 행위이다. 사르트르에게서 이 시선은 의식이 흐르는 도체이며, 그 끝에 와닿는 모든 것을 대상으로 포획하는 강한 힘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따라서 독자의 읽기에서는 그가 읽는 작가의 작품 속에 자신의 주체성을 “흘려 넣음으로써” 이 작품을 대상화하는 행위가 이루어진다.
--- p.338~339

앞에서 도덕은 보편적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나 혼자서만 도덕적일 수는 없다고 했다. 특히 사르트르의 존재론적 도덕이 정립되기 위해서는 나와 타자가 모두 근본적 전회를 거쳐 도덕적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전회가 소외에 대한 거부이자 극복이고, 또 소외의 세계는 타자로부터 ―또는 내 안의 타자로부터― 출발해서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세계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우연히 출현하자마자 상대방을 자신의 시선을 통해 대상화하고자 하는 인간들, 곧 나와 타자가 과연 함께 근본적 전회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도덕적 주체로 변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게다가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차원에서 나-타자의 관계는 화해, 연대보다는 오히려 갈등, 투쟁으로 점철되기 때문에, 이 질문은 그의 도덕 정립의 과정을 이해하는 데 더욱더 긴요해 보인다.
--- p.383

하지만 연극은 사르트르의 문학적 세계에서 소설과 문학비평과 거의 맞먹는, 아니 그 이상의 비중과 중요성을 가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어쩌면 사르트르가 2차 세계대전 후에 프랑스와 세계에서 큰 명성을 얻은 것은 그의 연극에 힘입은 바가 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르트르의 국내외적 명성은 실존주의에 관련된 강연, 철학과 문학에 관련된 저작 출판 등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사르트르 자신의 실존주의 사유를 대중에게 널리 보급하는 데에는 어렵고, 두껍고, 지루한 철학 저서나 소설보다는 연극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특히 사르트르가 자신의 철학을 보급하고 또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전후해서 참여의 기치를 높이 들었을 무렵에 연극이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급변하는 상황, 곧 “긴급성(urgence)”을 갖는 주제와 이런 주제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사회적 참여를 가능케 해 준 것이 바로 연극이었다. 그가 1958년 『알토나의 유폐자들』 이후로 극작품 집필을 그만둔 데에는 이런 긴급성을 시의적절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p.401

소설, 연극, 참여 문학론으로 이어지는 문학이론과 더불어 사르트르의 문학적 세계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주요 영역은 문학비평이다. 사르트르의 전체 사유 체계에서 이 문학비평의 영역은 중요하다. 그것도 이중으로 중요하다. 시간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먼저 시간적인 측면을 보자. 읽기가 수반되는 문학비평은 사르트르의 거의 평생에 걸친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안의 천치』가 그 증거이다. 플로베르에 대한 그의 관심은 그의 어린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일찍부터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읽었고, 앞부분은 거의 외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집안의 천치』 4권을 이 소설의 분석에 할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이 저서는 미완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천치』가 그의 본격적인 마지막 저서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의 문학비평에 대한 관심은 그의 전 생애에 걸쳐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다음으로 양적인 측면을 보자. 사르트르가 문학비평에 할애한 저작의 양은 철학, 소설, 연극에 비해 적지 않다. 오히려 훨씬 더 많은 분량이다. 문학비평에 관련된 주요 저작은 『상황, I』, 『보들레르』, 『성자 주네: 배우와 순교자』, 『집안의 천치』, 『말라르메』 등이며, 이 저작들의 총 쪽수는 대략 4,500여 쪽을 훨씬 상회한다.

여기에 문학비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예술비평(음악, 미술, 조각 등)에 관련된 저작까지 합한다면, 문학비평이 광범위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으며, 또 그 양도 방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만큼 사르트르의 문학비평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그 중요성 역시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그는 바슐라르, 블랑쇼와 함께 현대 프랑스 비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 p.499~500

사르트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직함 중 ‘지식인’이라는 직함 역시 중요하다. 그 중요성은 철학자나 작가라는 직함이 갖는 중요성과도 거의 맞먹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아니, 지식인 개념에 철학자나 작가가 포함된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책에서 한 장(章)을 따로 마련해 사르트르의 지식인론을 다루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르트르의 지식인론을 그의 문학론을 다루는 이 장에서 다루기로 했다. 앞에서도 짧게 언급했지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 번째 이유는 이 책에서 사르트르의 철학과 문학에 할애된 분량과의 균형 문제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사르트르의 철학을 살펴보면서 거기에 그의 문학론보다 더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물론 그의 장·단편소설, 극작품, 시나리오 등과 같은 작품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해설했다면 그 분량은 거꾸로 철학에 할애된 분량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문학을 통한 개인적 구원과 이웃의 구원이라는 주제만을 다루면서 그 분량이 철학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불균형을 이루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를 어느 정도 시정하기 위해 사르트르의 지식인론을 여기에서 문학론과 같이 다루고자 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이유보다 더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르트르는 실제로 자신의 지식인론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지식인을 위한 변명』의 세 번째 강연에 “작가는 지식인인가(L’ecrvian est-il un intellectuel?)”라는 제목을 붙이고, 다른 지식인들이 “우연히(par accident)” 지식인인 것과는 달리 작가는 “본질적으로(par essence)” 지식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곧이어 보겠지만 사르트르는 지식인을 부르주아계급이 내거는 ‘보편성(l’universalite)’과 지식인 자신이 내거는 ‘특수성(la particularite)’ 사이의 “모순”을 깨달은 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작가는 “그의 직업 자체에서” 이런 모순에 연루된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서는 이런 사실을 고려해 사르트르의 지식인론을 그의 문학을 다루는 장에 포함해 논의하고자 했다.

--- p.627~628

출판사 리뷰

“한창나이일 때 그의 내부에는 황소가 들어 있었다.
아니 건장한 수소가 들어 있었다. 그는 걷지 않는다.
돌진한다. 쩍 벌어진 어깨, 넓은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간다.
하지만 거기에는 춤을 추는 것 같은 동작이 있다.
그가 걷는 모습은 몸을 앞으로 숙임의 연속이다.
끈을 매고 푸는 데 시간을 들이지 않기 위해
항상 신고 다니는 가죽 신발 속의 작은 발로
아주 가벼운 동작으로 춤추듯 앞으로 나아간다.”(649면)

20세기를 자신의 세기로 만든 사상가,
장폴 사르트르를 한 권에 담다


20세기 세계지성사에서 장폴 사르트르는 철학자이자 문학가, 지식인이자 행동하는 실천가로 시대의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의 일부 철학 저작이나 문학 작품에 연구가 치중된 탓에 그의 생애를 포함해 철학, 문학론, 연극론, 문학비평, 지식인론 등을 아우르는 총체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은 드물었다. 국내에 최초로 평전의 성격을 띠고 번역·출간된 것은 『싸르트르의 思想(사상)과 文學(문학)』으로 사르트르의 철학과 문학의 내적 연관을 강조했으나, 그가 살아 있던 시기에 번역되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사유를 담지 못했다. 그 후 출간된 몇몇 저작도 사르트르 연구자를 비롯해 그를 처음 대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그의 전반적인 사유와 문학을 이해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지나치게 생애 중심적 서술에 머물렀거나 철학에 대한 종합적 개설서에 가까워 균형 잡힌 이해를 어렵게 했고, 나아가 사후에 발굴된 원고들의 연구 성과를 포괄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노정하기도 했다.

네 시기의 철학 분석
도덕적 전회 시기의 조명
미학과 도덕의 결합을 통한 창조와 공존


40여 년을 사르트르 연구에 매진해 온 변광배 교수는, 사르트르의 초상을 선명하게 그려 보이고자 생애, 철학, 문학론, 지식인론이라는 네 축을 세워 그간 연구한 내용을 치밀하고 체계적이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구성하였다. 1,500개에 달하는 주석으로 뒷받침된 방대하고 충실한 전거, 정밀한 찾아보기는 사르트르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에게는 친절한 안내서로, 후학들에게는 든든한 이정표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사르트르의 철학을 네 시기로 구분해 다룬 데에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사르트르의 철학을 그가 2차 세계대전에 동원된 1939년 전기인 『존재와 무』 시기와 후기 『변증법적 이성 비판』 시기로만 나누어 다뤄 왔다. 저자는 이를 ‘전(前) 현상학 시기-현상학적 존재론 시기-도덕적 전회 시기-인간학 시기’로 세분하여 분석하는데, 이는 국내에서 발간된 입문서나 연구서에서는 처음 행해진 시도로, 특히 도덕적 전회 시기를 조명한 것은 사르트르가 도덕 정립을 위해 기울인 노력과 아울러 그가 그것을 이룩하지 못했던 이유 등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미학과 도덕의 결합을 통해서는, 인간이 자신의 모든 행동을 창조로 받아들여 공존과 협력, 즉 함께-있는-존재가 되는 길을 어떻게 열어 가는지를 모색한다. 물론 저자는 사르트르가 도덕 정립의 가능성을 평화적 수단이 아닌 폭력을 통한 방식에서 찾으려 했다는 한계도 함께 살피면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그의 철학과 문학 전반의 맥락 속에서 드러낸다. 이는 이 책의 중요한 성취라 할 수 있다.

“지금 있는 것으로 있지 않고,
지금 있지 않은 것으로 있는 존재”
가없이 자신을 부정하며, 자신으로 실존하기


“인간의 이해”를 꿈꾸었던 사르트르는 완전무결한 사상가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하고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자 했던 한 인간이었다. 그가 계속해서 강조해 온 실존의 정신은 지금 있는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매 순간 자신을 넘어서고자 하는 창조의 의지이자 인간에 대한 신뢰일 터이다. 불안과 무의미가 오늘날을 덮치고, 허무와 권태가 자라나 우리를 잠식해 갈수록 사르트르가 남긴 물음은, 그의 사유는 우리로 하여금 인간임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변화와 부정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며, 타인과 세계 속에서 스스로를 새로이 일으켜 나가도록 이끌 것이다. 바로 그 점에서 사르트르의 철학과 문학은 여전히 오늘날의 사유이며, 또 훗날의 사유에 다름 아니다. “지금 있는 것으로 있지 않고, 지금 있지 않은 것으로 있는 존재”로서, 자신을 가없이 부정하고 새로운 나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시대를 막론하고 사르트르가 진정 바라 마지않던 인간의 참모습이 아니었을까.

생애, 철학, 문학론,
문학비평, 연극론, 지식인론…
사르트르를 이해하기 위하여


제1부에서는 사르트르가 인간 이해를 위해 손수 정립한 “전진-후진적 방법”을 토대로 아버지의 때 이른 죽음, 폭력의 체험, 신의 부재에 대한 신념, 보부아르와의 만남, 제2차 세계대전, 친구 관계 등 사르트르의 인생에 큰 반향을 불러온 사건들을 짚어 보고, 이것들이 그의 사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주목한다. 제2부는 사르트르의 철학을 네 시기로 구분하여 그의 철학의 발전 과정을 규명하는데, 사르트르의 전체 사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전개되고 있고 또 어떤 양상으로 변하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전 현상학 시기에서는 의식의 지향성 개념, 상상력 개념, 감동 개념 등에 대해 개진한 이론을, 현상학적 존재론 시기에서는 『존재와 무』의 몇몇 핵심 개념을, 『변증법적 이성 비판』의 인간학 시기에는 그가 정립하고자 했던 구조적, 역사적 인간학의 윤곽을 짚어 본다. 제3부에서는 사르트르의 문학 세계와 연극, 문학비평, 지식인론을 살펴보는데, 『구토』와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무덤 없는 주검들』, 『알토나의 유폐자들』, 『성자 주네』 등에 이르는 작품들을 분석하며 문학을 통한 구원과 참여의 윤리를 탐색한다. 여기서는 2부 철학 파트에서 다루지 못한 도덕적 전회 시기를 같이 살피는데, 근본적 전회 개념을 중심으로 ‘나’의 근본적 전회, ‘나-타자’의 근본적 전회가 발생하는 조건과 그 내용, 한계 등을 검토한다. 아울러 보들레르, 주네, 말라르메, 플로베르 등을 대상으로 한 실존적 정신분석, 전진-후진적 방법의 적용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사르트르 문학비평의 성과를 요약하고 있으며, 또한 ‘고전적 지식인’에서 ‘새로운 지식인’으로의 전환을 통해 그가 지식인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의했는지도 함께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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