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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008
야간 비행 • 014 작품 해설 • 141 |
Antoine Marie Roger De Saint Exup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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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는 ‘사정을 잘 아는 인물’로서 모든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숱한 위험을 직면해야 했던 그의 사적인 경험들이 이 책에 정통성과 독창성을 안겨 주는 셈이다. 시중의 수많은 전쟁 이야기나 모험 소설을 읽다 보면 때로는 작가의 수려한 재능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지만, 진짜 군인이나 모험가들 입장에서는 웃음이 나오는 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문학으로서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기록으로서도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두 특징이 잘 융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야간 비행》은 참으로 중대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 「앙드레 지드의 ‘서문’」 중에서 리비에르는 무언가에 너무 심취해 있는 사람들을 꺼렸다. 그런 사람들은 모험이 지닌 신성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탄성을 지르며 진정한 의미를 왜곡하고 인간적인 면모는 깎아내리곤 했다. 그러나 여기 있는 펠르랭은 어느 날엔가 막연하게 마주했던 세상의 가치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속된 칭찬들을 경멸하며 거부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리비에르는 “어떻게 해내었소?”라고 물으며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는 펠르랭이 자신의 일과 지난 비행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치 대장장이가 모루를 다루듯 덤덤하게 말하는 걸 좋아했다. --- p.31 우편기가 두 대씩이나 비행 중인 한밤중에는 바깥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이 엄청난 위협처럼 다가온다. 리비에르는 전등 불빛 아래 모인 가족들에게 전보문이 전해지고, 거기 담긴 비극이 영겁과도 같은 잠깐의 시간 동안 아버지의 얼굴에 비밀을 남기고 마는 것을 떠올렸다. 그 절규는 너무도 먼 곳에서 울려 퍼지는 고요한 것이어서 힘없는 파동만을 남긴다. 그리고 매번 이렇게 조심스러운 전화벨 소리가 들리는 날이면, 리비에르는 거기서 미약한 절규의 메아리를 듣곤 했다. 그날은 직원이 전화가 울릴 때마다 물속을 유영하는 사람처럼 느리게 움직여 수화기를 들었다가, 통화를 마치면 잠수부가 수면으로 올라오듯 불이 환한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리비에르에게는 그런 모습이 비밀들을 잔뜩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58 통증은 꼭 새로운 삶의 의미처럼 찾아오곤 했다. 통증을 곱씹던 리비에르의 머릿속은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옮겨 가기 시작했고, 이내 씁쓸한 기분에 젖어 들었다. ‘나는 공정한가? 아닌가? 알 수 없지. 어쨌든 내가 칼을 들면 사고가 줄어드는 건 분명해. 책임은 사람이 아닌,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어떤 막연한 힘에게 있어. 비록 그 힘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지. 만일 내가 공정하기만 한 사람이라면 야간 비행은 매번 누군가의 죽음을 동반하고 말 거야.’ 엄격하게 선을 긋는 것은 리비에르 자신에게도 피로감을 안겨 주었다. --- p.63 “그 누가 겁먹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거대한 산맥이 저를 압도했어요. 고도를 높이려고 했지만 강한 난기류가 몰아쳤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데다 난기류까지 덮쳤으니 어떤 상황이었을지 잘 아실 테죠. 결국 상승은커녕 백 미터가량 곤두박질치고 말았습니다. 수평계나 압력계도 보이질 않았어요. 엔진 회전수도 낮아지더니 과열되기 시작하고 유압도 떨어지는 것 같았죠….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암흑 속에서 일어난 겁니다. 마치 걷잡을 수 없는 질병처럼요. 환하게 불을 밝힌 도시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릅니다.” --- p.77 리비에르는 밤하늘의 별이 지나칠 정도로 반짝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공기도 너무 습했다. 이 얼마나 기이한 밤이란 말인가! 반짝이는 과일의 속살이 썩어 들고 있듯이, 이 밤도 군데군데 빠른 속도로 썩어 들고 있었다. 여전히 하늘에는 별들이 가득했지만, 이 또한 오아시스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 것들이었다. 게다가 피난처로 보기에는 우편기가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흉악한 바람이 손을 댄 탓에 잔뜩 부패하고 위협적이기까지 한 밤이 되어 버렸다. 도저히 정복할 수 없을 어려운 밤이었다. --- p.94 바로 그때 그의 머리 위로 별 몇 개가 반짝였다. 짙은 폭풍우의 작은 틈 사이로 빛을 내는 그 별들은 덫 깊숙한 곳에 놓인 미끼 같았다. 파비앵은 그것이 함정일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틈 사이로 별 세 개가 보였다. 하지만 저 별을 향해 올라가 버리고 나면 다시는 내려올 수 없게 될 것이었다. 그러면 거기서 별을 붙들고 있는 것밖에는 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빛에 대한 갈망이 너무 컸던 파비앵은 마침내 별을 따라 올라가고 말았다. --- p.110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불가능한 꿈, 그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일들, 특히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비행을 한다는 무모한 도전에 수반되는 위험, 용기, 의지, 좌절, 절망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야간 비행》! 이 작품은 오롯이 그 옛날 밀랍으로 날개를 붙이고 하늘을 날고자 했던, 하지만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날개를 잃고 추락했던 이카로스를 위한 송가, 하지만 진혼곡과 찬가라는 이중의 송가가 아닐까 한다. --- 「‘작품 해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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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맞서 미지의 세계를 개척한 이들의 고뇌에 대하여
진정한 용기란 과연 무엇인가?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공 우편국의 총책임자 리비에르는 야간 비행을 하고 있는 우편 수송기들을 기다리고 있다. 날씨는 맑고 비행기들은 지연 없이 무사히 착륙하고 있다. 리비에르는 철도와 선박 같은 다른 운송 수단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야간 비행을 강행한 인물이다. 다른 비행기들은 무사히 우편국으로 돌아오지만, 파타고니아에서 출발한 파비앵의 비행기가 갑작스러운 폭풍으로 인해 표류하는 사고가 벌어진다. 리비에르는 파비앵을 구출하기 위해 노력해 보지만 악화된 기상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파비앵이 자칫 실종되기라도 하면 야간 비행 사업 자체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파비앵이 남은 연료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시간 40분. 파비앵과 리비에르는 과연 이 위기를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생텍쥐페리의 두 번째 소설이자 비행 문학의 정수라 평가받는 《야간 비행》은 목숨을 걸고 어두운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조종사들과, 최악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조종사들에게 비행을 독려하는 총책임자 리비에르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목숨보다 가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실제로 생텍쥐페리는 민간 항공사에서 일하며 야간 항로를 개척했던 인물로, 이 소설에는 당시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다. 작가는 사방이 어둠뿐인 폭풍우가 치는 밤하늘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조종사 파비앵과 비행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리비에르를 통해, 개인의 희생과 인류 전체의 발전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모습을 간결한 문체로 묘사한다. 직원들을 단련시키기 위해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엄격하게 다스리는 리비에르 그리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폭풍우 치는 밤하늘 속에서 외로이 죽음에 맞서는 파비앵의 모습은 우리에게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를 알게 한다. 초판본 감성 그대로 읽고, 간직하고, 오래 기억되는 코너스톤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시리즈!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고전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하는 살아 있는 이야기다. 코너스톤은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시리즈를 통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가 지닌 문학적 감동과 인간 정신에 대한 성찰을 재현하며, 독자에게 진한 사유와 감동을 선사하고자 한다. 이번 판본은 표지 이미지 속 어둠을 가르며 힘차게 이륙하는 비행기의 역동적인 장면을 통해, 밤하늘이라는 미지의 공간에 도전하는 인간의 용기와 사명 의식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짙은 어둠과 빛이 대비되는 강렬한 색감과 구도는 위험과 고독 속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작품이 전하는 책임과 신념의 가치를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텍스트는 가독성을 고려해 정제된 형태로 배치했으며, 한 손에 들어오는 콤팩트한 판형으로 제작해 언제 어디서든 고전을 부담 없이 펼쳐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야간 비행》은 단순한 항공 소설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으려는 인간의 용기,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책임과 신념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시리즈는 한 권의 책을 넘어 시대를 초월하는 문학적 사유와 감각적 오브제로서 독자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