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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잠입 드라마
과거의 문 자살자의 노래 추억의 산티아고 분식 영원히 죽지 않는 두 거인 아옌데와 네루다 좁혀드는 포위망 위험한 접촉 어머니와의 재회 행복한 탈출 - 역자 주해 - 미겔 리틴과의 대화 : 아옌데 정권의 칠레 영화 - 시나리오 : 칠레의 모든 기록 - 역자 후기 :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와 진보적 영화감독이 쓴 칠레 현대사 |
Gabriel Garcia Marquez,별명 : G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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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영화 뺨 치는 어느 망명자의 조국 잠입 모험기
--- 최문희 (kokuma@yes24.com)
우리에게 낯선 나라 칠레는 남미의 많은 나라들이 그렇듯 굴곡 많은 현대사를 지나왔다. 칠레에는 사회주의자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살바도르 아옌데가 있었고, 그를 암살하고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16년간 독재 권력을 휘둘렀던 피노체트가 있었으며, 연애시와 정치, 역사에 관한 서사시를 동시에 썼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있었다. 그리고 낯선 이름이지만 다큐멘터리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영화 감독 미겔 리틴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이 바로 칠레의 영화 감독 미겔 리틴이다. 그는 제3세계의 대표적인 영화 감독으로 아옌데 대통령 시절에 국립 영화사 '칠레 필름'의 대표를 맡았다가 1973년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자 가족과 함께 망명길에 올랐다. 정처 없는 망명 생활을 하던 그는 독재 정권 하에 있던 조국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무모한 계획을 세웠고, 각국에서 자원한 여섯 개의 촬영팀이 그의 지휘 하에 칠레에 잠입하여 6주 동안 삼만 이천 이백 미터에 달하는 필름을 찍어낸다. 미겔 리틴은 이렇게 찍은 필름을 가지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칠레의 모든 기록>이라는 2시간짜리 영화를 만든다. 12년 동안 칠레 땅을 밟지 못했던 망명자 미겔 리틴이 영화를 찍기 위해 6주일에 걸쳐 칠레에 몰래 잠입했던 실제 모험담을 다룬 이 책은 재밌게도 『백년 동안의 고독』 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마르케스가 썼다. 이 무모한 모험담에 관해 전해 들은 마르케스가 얘기 하기 싫어하는 미겔 리틴을 집요하게 설득한 끝에 1주일 동안 그를 인터뷰하여 이 책을 써낸 것이다. 마르케스의 손 끝에서 재창조된 미겔 리틴의 칠레 잠입 모험기는 스파이 영화 빰 치게 긴박하고 재미있다. 외모와 습관을 완전히 바꾸고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하여 칠레에 숨어 들어간 미겔 리틴은 복잡한 암호와 엄격한 안전 수칙에 따라 행동 하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공포감에 사로잡혀 처음에 그토록 조심하던 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12년 만에 찾은 조국땅에서 제어할 수 없는 격정에 사로잡혀 위험한 행동을 하곤한다. 불쑥 어머니의 집을 찾아가고, 말도 없이 밤거리로 나서 정처없이 거리를 헤매다니면서 그를 돕던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것이다. 죽음과 고문으로 얼룩진 독재 정권 하의 칠레를 다루고 있지만 흥미진진하고 긴박감 넘치는 한 편의 스파이 소설에 가까운 이 책은 미겔 리틴이 촬영을 마치고 칠레를 빠져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점점 더 조여드는 포위망 속에서도 유유히 가족을 만나고 필요한 사람들을 인터뷰해 나가는 한 충동적인 영화 감독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앞서 말했던 아옌데와 네루다, 그리고 숨막히는 공기 속에서도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던 칠레 가수들의 낯선 이름들이 어느새 친숙하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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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는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태어나고 살았던 땅을 발로 밟으며, 역자와 함께 공부하던 칠레인 동료 유학생이 조그만 하숙방에서 기타를 치며 부르던 반독재 가수 비올레타 파라의 노래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가슴 짜릿한 감동에 이 책이 주는 감동을 더해, 아직도 독재의 잔재가 남아 삶을 왜곡시키고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과 살맛 나는 세상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며 이 책을 소개하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자 한다
--- p.2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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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이사와 내가 아주 중요하고 위험한 비밀 작업 때문에 도움을 받고자 그렇게 불쑥 찾아왔다고 말하자 클레멘시아 이사우라 여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 좋지요. 여기서는 옷이나 잘 차려입고, 화장이나 하고 멋이나 부리면서 살기 때문에 사는 게 별 재미가 없어요. 도대체 뭐하려고 이렇게들 사는지 모르겠다니까요." 클레멘시아 이사우라 여사는 우리가 산티아고 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사람 다섯 명을 찾고 있는데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적이 실망하는 표정으로 시쿤둥하게 말했다. "일을 시키려면 적어도 폭탄 같은 걸 설치하러 가라고 해야지!" 사실 당시 나는 비밀 저항 조직의 채널을 통해 그 다섯 사람들을 찾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은 모두 '인민연합' 이전부터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추방을 당하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이 바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던 날 내가 '칠레 필름' 사무실 앞에서 군인들에 의해 총살되었다는 소식을 아내 엘리에게 알려주었던 사람이다. --- pp.154-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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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쿠데타 군이 마지막으로 내 집을 덮쳤고, 내가 아내 엘리와 아이들을 데리고 멕시코로 망명을 떠난 다음, 어머니는 친구 건축가에게 부탁해 내 서재의 판자를 하나씩 하나씩 뜯어내 패체한 다음 팔미야에 있는 우리 가족의 옛집에 그대로 옮겨 똑같이 지어놓으셨던 것이다.
서재 안에 들어가보니, 내가 언제 서재를 버리고 떠났나 싶을 정도로 그야말로 그대로였다. 내가 놓아두었던 그래도, 내 평소 습관처럼 꼭 그만큼 너저분하게, 내가 평생 동안 써왔던 종이들이며 내가 젊었을 대 썼던 극작품들, 영화 시나리오, 무대 스케치 같은 것들이 정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서재 안 공기까지도 같은 색깔이었고, 같은 냄새가 났다. 마치 내가 서재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같은 날짜, 같은 시각에 서재 안에 있는 것 같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회가 밀려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왜냐하면 그 순간 어머니가 그토록 세세하게 내 서재를 그대로 옮겨 다시 지어놓으셨던 이유가 언젠가 내가 돌아왔을 때 집이 낯설어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거나, 아니면 내가 망명지에서 죽게 되었을 때 나를 더 잘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p.1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