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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불행 중 다행
2장 최악의 파트너 3장 눈目과 눈雪 4장 진실과 진심 사이 작가의 말 매거진 T 단독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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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누군가 나한테 물었으면 나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촉망받는 천재 스키 소녀에서 한순간에 미래를 잃어버린 사람이 됐는데 다행이라고요? 어제까지 멀쩡하게 잘 보이던 세상이 하루아침에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예져서 혼자서는 똑바로 걷지도 못하는데 정말 다행 맞아요? 의사 선생님 딸이 이런 사고 당해도 완전 실명이 아니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윽, 정말 최악이네. --- p.12 얼음 공주. 그게 스키 신동 강예리의 또 다른 별명이었다. 얼음장처럼 차갑고 도도한 표정은 기본, 자기한테 말 걸지 말라는 듯 언제나 귀에 꽂은 이어폰,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만 한번 볼 수 있다는 차가운 미소, 그야말로 딱 재수 없는 스타일. 그런 애가 실력이 안 좋으면 유난이라고 엄청 욕을 먹었겠지만, 강예리는 스키까지 어찌나 깔끔하고 완벽하게 타는지 딱 자기 성격대로였다. --- p.26 “야, 강예리, 너 그렇게 계속 스키 혼자 탈 거야? 나 지금 너 때문에 또 사고…….” 사고가 날 뻔했다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밖으로 꺼내는 순간, 그날의 끔찍했던 기억이 다시 눈앞을 덮칠 것 같아서. “……믿게 한다며, 믿게 한다는 게 이거야?” 내가 내는 소리 같지 않았다. 나조차도 처음 들어 보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 화가 머리끝까지 나면 오히려 머릿속이 차분하고 냉정해진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동시에 잔인해질 수 있다는 것도.“ --- p.45 “내가 얼마나 보이는지,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 관심도 없지?” 정곡을 찔렸는지 강예리가 조용하다. “너 없이도 혼자 학교 잘만 다녔어. 적응 잘하고 있는 사람 괜히 들쑤시지 말고 나한테 신경 꺼. 그딴 동정 하나도 안 고마우니까.” “야, 그건 동정이 아니라…….” “필요하지도 않은 도움 주는 거, 그게 동정이야.” --- p.64 “대한민국 최초 패럴림픽 알파인 스키 금메달. 그거 내가 할 거야.” “그럼 나도 해.” 강예리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강예리도 망설임 없이 내 손을 잡았다. --- p.85 너는 스키가 못 견딜 만큼 무거워져서 그래서 선수를 그만둔 거냐고, 나랑 타는 스키는 이제 조금 가벼워졌냐고 묻고 싶었지만 묻지 못했다. 적어도 나랑 스키를 타는 동안만큼은 너한테 스키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역시 전하지 못했다. --- p.104-105 예리를 깨울 생각으로 서둘러 방을 나서는 데 이미 스키복으로 갈아입은 예리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반가우면서도 징하다는 생각이 들어 웃으며 예리에게 핀잔을 던졌다. “너도 진짜 못 말린다. 스키 지겹지도 않냐. 경기 내내 지겹도록 본 눈이 뭐가 좋다고.” “자기는. 가자.” “응. --- p.109 “예리야…… 나 아무것도 안 보여.” 예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연신 내 등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괜찮아. 괜찮아.” 하나도 괜찮은 게 없는데 무엇이 괜찮다는 건지, 그 말을 뱉는 예리도 듣고 있는 나도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예리의 괜찮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조금 놓이는 것 같았다. --- p.117 “그럼 됐네. 내일부터 다시 연습하자.” 내 고민을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어 버리는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났다. “시시하게 반응이 그게 뭐냐. 난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냥. 나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 같아서.” 예리만이 해 줄 수 있는 완벽한 위로였다. --- p.121 한 스텝, 또 한 스텝 묘하게 어긋나던 리듬이 어느 순간 마치 한 사람의 발소리처럼 맞춰졌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구태여 맞추려고 애쓰지 않아도 강예리와 내가 같은 속도와 호흡으로 달리고 있다는 걸 자각하자 신기하게도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사과도 해명도 없었지만 비로소 오늘 하루의 소란이 잦아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도 강예리도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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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을 완전히 잃는다 해도 난 여전히 스키가 좋다!”
“백 번을 물어봐도 백 번 다 내 선택은 스키다!” 가장 좋아하는 스키를 위해 누구보다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 청춘의 이야기 대한민국 알파인 스키의 미래로 불리던 우희는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로 시력의 80퍼센트를 잃는다. 하지만 스키를 향한 열정만큼은 꺾이지 않았다. 우희는 시각 장애인 선수가 되어 ‘대한민국 최초 알파인 스키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출발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즌을 앞두고 눈이 되어 줄 ‘가이드 러너’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그때 거짓말처럼 과거 라이벌이었던 예리가 새로운 가이드 러너로 나타난다. 또 한 명의 천재 스키 선수였던 예리는 지독한 슬럼프로 국가대표 상비군에서조차 잘리고 모든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스키를 계속 타기 위해 우희의 가이드 러너가 된 것이다. 남은 시력마저 잃을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 앞에서도 스키를 포기하지 않는 우희, 선수 자리에서 밀려나 가이드 러너가 되어서라도 설원을 달리고 싶은 예리.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누구보다 뜨겁고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 두 청춘의 이야기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난 이제 혼자 타는 스키 재미없어. 나랑 같이 패럴림픽 가자!” 설원에서 피어난 가장 눈부신 우정과 연대 이 소설의 가장 빛나는 지점은 두 주인공의 관계 변화와 연대이다. 한때 라이벌이었던 우희와 예리는 운명의 파트너가 된 뒤에도 과거의 오해와 자존심 때문에 사사건건 부딪친다. 우희에게 예리는 끝까지 곁을 내주지 않았던 친구이자 결코 닿을 수 없는 너무 완벽한 경쟁 상대였다. 하지만 예리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늘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자유롭게 스키를 타는 우희를 질투했었다. 스키를 향한 진심만큼은 똑 닮은 두 사람은 함께 땀 흘리고 넘어지며 마침내 서로의 상처와 두려움까지 이해하게 된다. 또 다시 찾아온 고난 앞에서 서로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고 함께 나아가는 모습은 독자들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명장면이 되어 준다. 혼자 모든 것을 이겨 내야 하는 차가운 세상 속에서, 넘어져도 괜찮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다시 일어나 함께 달리면 된다고 말해 주는 이 이야기는 올 겨울 독자들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이 고개와 고개 사이 잠시 쉬어 가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다시 길을 나설 용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시각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와 생생한 취재가 돋보이는 작품 보이지 않는 슬로프를 오직 가이드의 목소리에만 의지해 질주해야 하는 선수와,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선수의 눈이 되어야 하는 가이드 러너. 둘 사이의 절대적인 믿음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시각 장애인 알파인 스키는 그 자체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이다. 지은 작가는 이번 소설을 위해 시각 장애인 알파인 스키에 대한 철저한 자료 조사뿐만 아니라 최사라 선수, 이경희 가이드 러너 등 현직 선수와 가이드 러너를 직접 취재해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또한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뒤 코치이자 가이드 러너로 활동했던 대한체육회 김나미 사무총장이 감수로 함께 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시각 장애인 알파인 스키라는 다소 낯선 스포츠의 세계를 생생하게 경험하고, 선수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민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시각 장애인 선수가 가이드 러너의 음성 지시에 의지한 채 눈 덮인 슬로프를 질주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함께 두 사람의 완벽한 호흡이 만들어 내는 기적 같은 순간을 보여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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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스키 선수로 활동한 뒤 은퇴 후 코치이자 가이드 러너로 나가노 동계 패럴림픽에 참가한 경험이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 선수와 함께 설원을 달리며, 누군가를 믿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장애인 중 80퍼센트는 후천적 장애라고 합니다. 위험한 운동을 해 왔던 저 역시 불의의 사고를 겪었다면 과연 어떠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시각을 잃고도 다시 스키를 선택할 수 있었을까. 내 라이벌의 손을 기꺼이 잡아 줄 수 있었을까. 이 소설은 그런 질문들에 진심 어린 답을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경쟁을 넘어 마음을 나누고 고개를 맞대며 나아가는 두 사람의 여정은 단순한 스포츠 서사를 넘어, 인간적인 연대의 힘을 보여 줍니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앞을 향해 나아간 경험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김나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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