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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우리가 보이니?
딱 일주일이야 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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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은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조심스레 올랐다. 중간에 이르자 2층의 처참한 풍경이 절반쯤 눈에 들어왔다. 불길에 녹아 찌그러진 정형외과 입간판. 병원 이름이 뭐였을까 무심히 생각하던 순간, 누군가 소장의 눈앞을 천천히 걸어갔다. 새하얀 종아리와 빨간색 체크무늬 치마, 회색 후드 집업. 서 있는 위치 때문에 소녀의 얼굴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에스컬레이터를 마저 올라가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심장이 가슴을 쇠망치처럼 두드렸다.
--- p.24 동찬은 귀신은 볼 수 있어도 내일의 일까지는 볼 수 없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다고 안심하는 순간, 삶은 그 마음을 비웃듯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지독한 한을 품고 물속에서 누군가의 발목을 낚아채는 물귀신처럼 말이다. --- p.75 진원의 마음은 동찬이 짐작할 수 없는 아픔과 상처로 얼룩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얼굴이 기괴하게 변한 진원은 더더욱 그렇다. 진원이 기다리는 사람을 알아내려면 진원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들어 보는 수밖에 없다. --- p.94 “어떤 생각이 드는데?” “죽고 싶지 않아.” 날카로운 통증이 동찬의 가슴에 번졌다. 동찬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선아는 말했다. 무리에서 자신의 역할은 희미한 그림자라고. 동찬의 역할은 윤아를 즐겁게 해 주는 것이었다. 윤아가 지루한 현실과 막막한 미래를 잊을 수만 있다면 어떤 배역도 상관없었다. --- p.127 상구와 진경은 말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건 다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무너진 정의를 기어코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의 선의가 숨 쉬고 있었다. --- p.197 동찬은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소란스러운 외침들 사이에서 가장 맑고 선한 목소리를 찾아냈다. 얼마 전에 작별한 영혼들도 하늘에서 같은 말을 하는 듯했다. --- p.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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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온통 너의 안녕을 바라는데
어떻게 네게 마지막 안녕을 건넬 수 있을까?” 헤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소년이 처음으로 마주한 가장 아프고도 다정한 안녕! 십 대 시절의 만남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믿음 속에서 시작된다. 그렇기에 예고 없이 찾아오는 관계의 변화 앞에서 아이들은 쉽게 상처받고, 이미 멀어져 가는 마음을 붙잡으려 애쓰거나 애써 현실을 외면한 채 방황하곤 한다. 이 책의 주인공 동찬 역시 그렇다. 사람들은 언젠가 떠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동찬은 유독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죽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동찬에게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은 뒤에도 그들은 여전히 곁에 머물며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말을 건넨다. 동찬은 많은 죽음을 보았지만, 정작 단 한 번도 ‘진짜 이별’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찬은 사고로 목숨을 잃은 영심 탐정 사무소의 최영심 소장과 박상구 조수가 천국으로 떠날 수 있도록, 죽은 지 일 년이 안 된 영혼의 승천을 돕게 된다. 대상은 가스 폭발 사고로 불이 난 미영 프라자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여고생 진원. 처음에는 그저 남을 돕는 일이었다. 귀신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일, 자신과는 상관없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잠시 발을 들이는 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진원의 사고를 파헤칠수록, 무관해 보였던 진원의 사연은 점차 동찬 자신의 삶과 맞닿기 시작한다. 이 책은 상실의 두려움 앞에서 자꾸만 눈을 돌리던 소년이 처음으로 이별을 통과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끝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일을 약속하고 싶은 마음, 너무 소중하기에 영원히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 그러나 결국 상대의 온전한 안녕을 빌어 주는 다정한 마음까지, 김하연 작가는 그 복잡하고도 애틋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 낸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동찬은 슬픔 속에 머무르는 대신, 떠난 이를 마음에 품은 채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를 온전히 떠나보낸다는 것은 상실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안녕을 품은 채 앞으로 걸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는 이별과 상실의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슬픔 속에서도 다시 웃을 수 있다고 다정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작품이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기에 누구도 이별의 아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소중한 사람은 떠나고, 우리는 결국 혼자가 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상실의 고통은 우리가 서로를 깊이 사랑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아픈 만큼 아파하고, 괴로운 만큼 울어도 괜찮습니다. 결국 그 시간들이 우리를 다시 일으킬 테니까요. 부디 여러분 앞에 놓인 삶을 소중히 살아 내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떠난 이가 우리에게 바라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선한 목소리를 따르는 용기에 대해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선택의 순간과 마주한다. 잘못된 일을 보았을 때 모른 척 지나갈 것인지,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마주할 것인지.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한 채 자신의 평온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손을 내밀 것인지. 1년 전 진원이 목숨을 잃은 화재 사고의 이면에는 십 대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관계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질투와 이기심, 방관과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 아이를 비극으로 내몬다. 더욱 씁쓸한 것은 사고 이후의 모습이다. 진원을 위험 속으로 몰아넣은 아이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양심의 소리를 외면한 채 "우리가 불을 지른 건 아니잖아.", "진원이가 운이 없었을 뿐이야."라는 말 뒤에 숨는다. 동찬은 그런 아이들과 다른 선택 앞에 선다. 외면하면 편해질 수도 있고 모른 척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동찬은 끝내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진실이 드러난다고 해서 모든 상처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동찬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외면하지 않는다.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선한 목소리를 끝내 무시할 수 없기에. 이 책은 누군가를 쉽게 악인으로 규정하거나 통쾌한 응징을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후회와 죄책감, 용서와 책임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한 사람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남기는지 보여 준다. 관계의 끝 앞에서도,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에도 기꺼이 한 걸음 내딛는 용기, 『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는 그 작고 선한 용기가 결국 누군가를 구하고, 우리 자신을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따뜻하게 들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