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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옥 같은 그날의 기억
2 나와 함께 있던 남자 3 이치가하라 집안사람들 4 유언장 5 저녁 식사 6 연애에 대한 동경 7 복수의 첫걸음 8 자살 계획 9 그날 밤의 이야기 10 준비 완료 11 나의 지로 12 한밤중의 손님 13 다잉 메시지 14 누가 죽였나? 15 사정청취 16 의구심 17 잃어버린 아이 18 발자국 19 커다란 수확 20 아들의 존재 21 어두운 공기 22 두 사건의 연관성 23 한 쌍의 진주 24 심장의 고동소리 25 알리바이 26 의문의 머리카락 27 유카의 마음 28 오해를 한 계기 29 절반의 성공 30 경감의 추리 31 화염 속 검은 그림자 32 하얀 어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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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붉은 점이 떠올랐다. 이윽고 그 붉은 점이 커지더니 활활 타오르는 불길로 변했다. 불길은 나를 삼키려고 했다. 뜨거운 열과 연기 그리고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바로 옆에 누군가가 있었다. 지로였다. 나는 울부짖으며 그를 껴안았다. 내 몸이 불에 타더라도 이 사람만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억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히 떠올랐다. “그는…… 나와 함께 있던 남자는 어떻게 됐죠?” --- p.22 사토나카 지로의 시체가 거기 있었다. 내 마음을 지탱하던 뭔가가 툭, 하고 절망적인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형사들이 뭐라고 하는 것 같았지만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소녀처럼 엉엉 소리를 내어 울었다. 울면서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절규를 터뜨렸다. 사토나카 지로는 살해당했다. 나의 지로는 이제 세상에 없다. --- p.30 사실은 그런 이유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게 아니에요. 그 동반자살 사건 뒤에는, 그리고 제가 죽음을 선택한 배경에는, 좀 더 복잡하고 깊은 사정이 있습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는 그 사정에 대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밝히려면 거기에 알맞은 때와 장소가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제가 죽어버리면 진실을 전할 길이 없기 때문에 실례를 무릅쓰고 기쿠요 부인에게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동봉한 작은 봉투는 개봉하지 마시고 보관해 주세요. 짐작하시겠지만 그 봉투 안에는 진실을 밝힐 문서가 들어 있습니다. 이것을 이치가하라 다카아키 씨의 유언장이 공개될 때까지만 맡아 주세요. --- p.61 이대로 뛰어내린다면,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차라리 그게 낫지 않을까? 어차피 오래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죽어버리면 지로에 대한 일도 잊을 수 있다. 하지만 크게 심호흡을 하고 어두운 바다의 유혹을 뿌리치듯 고개를 저었다. 죽는 것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하지만 죽을 각오를 하면 두려울 게 없다. 스웨터 위에 걸친 가운을 벗었다. 병원에서 항상 입고 있던 옷이다. 그 가운을 둥그렇게 말아 힘껏 바다로 던졌다. 연분홍색 가운은 바람에 약간 밀리는 듯하더니 이윽고 바다에 떨어졌다. 나는 그 장면에 나 자신을 이입했다. 나는 방금 이곳에서 떨어졌다. 기리유 에리코는 죽었다……. --- p.76 누군가가 방에 들어왔다. 어두운 데다 각도가 나빠서 얼굴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료칸의 욕실 가운과 체형으로 보건대 여자라는 것은 확실했다. 여자가 카메라 앞을 가로질렀다. 가는 허리. 누구지? 누구일까? 여자가 잠깐 화면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뒷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장지문이 닫혔다. 테이프가 끝남과 동시에 화면이 꺼졌다. 하지만 그 직전에 여자가 이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나는 서둘러 테이프를 앞으로 돌린 뒤, 그 장면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아, 이 사람은……. 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 이 사람이 그때의 범인이란 말인가. --- pp.117~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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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화재, 동반자살, 두 번 살해당한 여자……
탐욕이 들끓는 회랑정에서 벌어진 기묘한 복수극 눈을 떠보니 나, 기리유 에리코가 가장 사랑하는 지로는 세상에서 사라져 있었다. 지로는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던 나를 유일하게 사랑해 주었던 남자였다. 경찰은 그가 자동차로 사람을 치어 죽였다는 사실에 비관하여, 회랑정에서 나와 동반자살하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게 거짓이었다. 그는 동반자살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난 잘 알고 있다. 이치가하라 집안사람들이 회랑정이라는 료칸에 모인 날 밤, 유산에 눈이 먼 그들 때문에 지로는 자살당했다. 사랑하는 지로를 앗아간 범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는 노파로 분장하고 회랑정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재벌 이치가하라가 남긴 막대한 유산의 행방이 공개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나는 범인의 방에 숨어 들어가 목을 힘껏 졸랐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미 죽어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노렸던 범인을 죽인 또 다른 인물은 누구일까. 그는 왜 범인을 죽여야만 했을까? “깨어나 보니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 중 가장 논란이 많은 결말 유산상속, 복수극, 변장, 동반자살…… 그리고 특정한 공간에서 추측할 수 있는 한정된 용의자들. 『회랑정 살인사건』은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손끝을 거치면서 독자들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 수차례 반전을 거듭하며 온갖 트릭에만 몰두하게끔 보였던 복수극은 마지막 장에서 진실이 밝혀지며 그 모습을 달리한다. 이렇듯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의 특별함은 보는 각도를 달리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건이 되어 버린다는 점에 있다. 그중 『회랑정 살인사건』은 그 매력이 특히 두드러진 작품으로, 마지막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몇 번이나 서사가 변주된다. ‘회랑정’이라는 우아한 일본 전통 료칸의 겉모습과 달리, 그 안에서는 가족의 죽음에 대한 애도보다 그가 남긴 유산의 행방에만 주목하는 친족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주인공의 잔인한 복수 뒤에 그 증오가 최종적으로 향하는 곳은 더없이 충격적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사건은 점점 입체적으로 변하며 독자들은 어느새 ‘사건’ 자체보다 인물의 사연을 궁금해하게 된다. 그리고 ‘살해 동기의 의외성’에서 반전을 일으킨다. 단순히 범인을 쫓던 독자들이 주인공의 마음에 이입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것이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의 힘이자, 발표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작품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이유이다. 한 인터뷰에서 ‘여성 심리를 묘사하는 데에 특히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 주인공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를 풀어내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에 매료된 독자라면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저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회랑정 살인사건』을 먼저 읽은 독자들의 호평 “뻔히 보이는 결말이라고 자만했으나, 허를 찔렸다.” _총****** “궁금함과 긴박감으로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_2nu******** “읽고 난 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애처로움과 충격이 밀려왔다!” _s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