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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죽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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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谷川まり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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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괜찮니?”
“응. 나야, 미토 오빠.” 전화기에서 안도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한순간에 다시 냉정을 찾았다. 숨을 훅 들이마시고 준비한 말을 내놓았다. “스기모리 군을 죽이기로 했어.” --- p.5-6 “하지 못했던 일이 있으면 지금 해 놔. 후회하지 않게.” “응.”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나면 법정에서 이유를 말해야 해. 스기모리 군을 죽여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네 안에 잘 정리해 둬. 일기를 쓰는 것도 좋겠다. 증거가 되니까.”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언이 아주 구체적이어서 안심했다. 어른들은 종종 추상적인 조언만 늘어놓는데, 실제로 뭘 어쩌라는 건지 도리어 알 수 없게 돼서 가끔은 너무 지친다. --- p.8 반에서도 스기모리 군은 어떤 일에든 나를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 자리를 바꿀 때면 나랑 가까운 곳에 앉고 싶어 했고, 짝지어 뭔가 할 때면 내 쪽으로 후다닥 달려왔고, 그룹을 나눌 때면 반드시 나와 같은 그룹이 되고 싶어 했다. 그냥 집요하고 성가셨다. --- p.27 내가 스기모리 군을 죽이려고 생각한 것은 스기모리 군의 어머니에게 보고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다. 자기만족. 내가 숨을 쉬기 위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내가 죽인 사람의 부모님에게 정직하게 말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한 일일까? --- p.34 스기모리 군은 내 소문을 나쁘게 퍼뜨리려다가 실패했다. 스기모리 군은 중학교에서 모두에게 거짓말쟁이로 여겨졌다. 그게 스기모리 군을 완전히 고립시킨 ‘앙갚음 사건’이다. 스기모리 군은 심술궂고 성격이 나쁘고 나를 괴롭히려고 했다. 그러니까 스기모리 군을 죽여야 한다. --- p.35 스기모리 군은 엄청난 울보였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작은 일에도 울며 맨날 불평만 했다. 불평을 늘어놓을 때마다 그게 점점 부풀고 커져서 더욱 슬퍼지고, 결국 또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적당히 좀 했으면 좋겠다. --- p.44 솔직히 스기모리 군은 죽어 버리는 편이 세상에 도움이 된다. 아니다. 이건 거짓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죽어 버리는 편이 낫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나는 거짓말을 하는 면이 있다. 그러니 내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길 바란다. --- p.46-47 나는 정말이지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더는 못하겠다.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내 세계에서 스기모리 군을 추방했다. 설정을 눌러 스기모리 군을 차단했다. 차단이란 즉 절교한다는 의미다. 친구 한 명을 내 안에서 죽인다는 의미다. ---p.65-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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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가장 소중했던 너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도발적인 제목 뒤에 숨겨진, 가장 간절하고 따뜻한 구원 이야기는 고등학교 1학년 히로가 대학생인 의붓오빠 미토에게 전화를 걸어 “스기모리 군을 죽이기로 했어”라는 충격적인 결심을 밝히며 시작된다. 미토는 히로를 다그치거나 성급하게 판단하는 대신, 법정에 서기 전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 보고, 왜 친구를 죽이기로 했는지 그 이유를 정리해 보라고 조언한다. 히로는 그 조언에 따라 만화책 전권 읽기, 롤러코스터 타기 등 일상적인 일탈을 시도하는 동시에,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되짚어 가며 소꿉친구였던 스기모리 군을 죽여야만 하는 이유 열다섯 가지를 적어 내려간다. 히로의 기억 속 스기모리 군은 독선적이고 제멋대로인 아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가 히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친구였는지, 그리고 그를 제대로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히로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는지가 드러난다. 결국 히로가 죽이려는 대상은 친구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얽매고 있던 기억과 죄책감, 그리고 스스로를 가해자로 규정해 온 내면의 서사였다. 친구의 죽음을 ‘내가 막지 못한 실패’가 아닌 ‘내가 의도를 가지고 행한 살인’으로 재정의함으로써 상황의 통제권을 쥐고 무력감에서 벗어나려 한 것이다. 히로는 ‘죽여야 하는 이유’를 정리하는 동안 미토 오빠를 비롯해 친구, 부모님, 선생님 등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점차 친구의 죽음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애도의 단계로 나아간다. 이 작품은 애도를 단순히 슬픔을 견디는 행위로 그리지 않는다. 남겨진 사람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감정의 무게를 내려놓으며, 다시 삶을 선택하기까지의 복잡한 과정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포착한다. 히로가 마주하는 기억의 파편들은 결국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독자는 그 여정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체험하게 된다. “너의 슬픔이 나를 삼키지 않도록”서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심리적 거리’에 대하여 히로에게 스기모리 군은 가장 힘든 순간 곁을 지켜 준 소중한 친구였다. 히로는 예민하고 불안정한 친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도우려 애쓴다. 하지만 스기모리 군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그럴수록 히로에게 집착한다. 어느 순간 히로는 자신마저 피폐해짐을 느끼며 더 이상 친구를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청소년기는 또래 집단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지기에, 친구의 아픔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기 쉽다. 하지만 히로와 스기모리 군의 관계가 보여주듯 무조건적인 공감은 당사자뿐 아니라 옆에 있는 친구까지 소진되게 만든다. 이 책은 가운데 호수가 있는 도넛 모양의 ‘트라우마 섬’ 비유를 통해, 호수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함께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심리적 거리가 필요하다는 냉정한 진실을 전한다. “트라우마 섬에 오르려면 나름대로 장비가 필요해. 또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게 거리감도 있어야 하지. 다만 거리를 두는 것은 가라앉은 사람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섬을 내려가서 바다로 나간다는 의미가 아니야. 호수 바닥이 보이는 곳과 호수에 떨어지지 않을 딱 적절한 위치에 버티고 서야만 해.” 153쪽 하지만 청소년 스스로가 힘들어하는 친구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스기모리 군의 트라우마 섬에 어른인 내가 올라갔어야 했다”는 미토 오빠의 뒤늦은 후회처럼, 부모나 선생님 같은 가까운 어른의 적절한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토 오빠는 똑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히로의 지지자가 되어 준 것이다. 삶을 힘들어하는 아이뿐 아니라 그 옆에서 함께 아파하는 아이들까지, 어른들이 어떻게 지지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른들도 반드시 함께 읽어야 할 필독서다. “이것은 심리 소설이자, 가장 정교한 청소년기 내면 작동 설명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현수 해설 수록 책 말미에는 ‘성장학교 별’ 교장이자 명지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현수 교수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김현수 교수는 이 작품을 상처 입은 청소년의 마음을 이해하는 심리학적 텍스트로 확장시킨다. 특히 그는 이 작품을 “원치 않는 상실을 마주했을 때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요동치고 회복되는지를 보여 주는 훌륭한 심리 소설이자, 밀도 높은 애도에 관한 기록”이라고 호평한다. 김현수 교수는 친구의 죽음 앞에서 남겨진 이가 겪는 ‘생존자 죄책감(Survivor’s Guilt)’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친구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자책감, 나만 살아남았다는 부채감을 히로가 어떻게 ‘애도’의 과정으로 승화해 내는지 심리학적 통찰로 풀어낸다. 나아가 상실을 겪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실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는 청소년들이 관계 속에서 겪는 과도한 책임감과 무력감을 어른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지지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구체적인 지침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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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원치 않는 상실을 마주했을 때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요동치고 회복되는지를 보여 주는 훌륭한 심리 소설이자, 밀도 높은 애도에 관한 기록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통해 마치 ‘청소년기 내면 작동 설명서’를 펼쳐 보이듯 서술한다. 청소년 독자에게는 자기 이해를 돕는 길잡이가, 성인 독자에게는 청소년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어 줄 것이다. 무엇보다 상실의 슬픔과 우울을 마냥 어둡게만 그리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 김현수 (‘성장학교 별’ 교장,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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