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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코카인, 칵테일, 코믹이 난무하는 웨스트엔드 판타지 _5쪽
1. 09:15 AM ~ 11:11 AM _19쪽 2. 11:11 AM ~ 11:35 AM _39쪽 3. 11:35 AM ~ 12:52 PM _57쪽 4. 12:52 PM ~ 01:17 PM _83쪽 5. 01:17 PM ~ 03:13 PM _101쪽 6. 03:13 PM ~ 03:44 PM _117쪽 7. 03:44 PM ~ 05:02 PM _143쪽 8. 05:02 PM ~ 06:21 PM _169쪽 9. 06:21 PM ~ 07:25 PM _199쪽 10. 07:25 PM ~ 08:28 PM _223쪽 11. 08:28 PM ~ 12:16 AM _253쪽 12. 12:16 AM ~ 01:15 AM _269쪽 13. 01:15 AM ~ 02:03 AM _293쪽 14. 02:03 AM ~ 03:06 AM _309쪽 15. 03:06 AM ~ 03:47 AM _333쪽 16. 03:47 AM ~ ? _353쪽 옮긴이의 글|존재 자격을 의심받지 않고 받아들여진 사람은 얼마나 빛날 수 있는가 _36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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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그루는 숨이 턱 막혔다. 눈앞의 여자는 보자마자 스크린 속 미녀들이 떠오를 만큼 대단히 아름다웠다. 구불구불한 황금빛 머리칼이 부스스하게 얼굴에 붙어 있었다. 용담꽃처럼 파란 눈에는 여전히 잠기운이 그득했다. 뺨은 젊음의 사랑스러운 장밋빛으로 발그레했다. 여자는 평범한 실내복이 아니라 최고로 잘나가는 영화배우가 상대를 유혹하는 장면을 찍을 때 입을 것 같은 하늘하늘한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 p.23 「1. 09:15 AM - 11:11 AM」 중에서 “여자라면 그런 남자를 경계해야 해요.” 라포스 양의 목소리가 어두웠다. “그러지 않으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식장에 가 있게 되고, 그러고 나면 어떻게 되겠어요?” 페티그루가 그동안 애지중지했던 믿음이 펑 하고 증발했다. 남자만 결혼을 겁내는 줄 알았던 순진한 생각이 보란 듯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뭘 몰랐던 과거의 인생관도 영영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을 너무 안 만나고 살았나 봐. 여자들이 얼마나 진보했는가를 모르고 살았어. 이제 눈을 뜰 때가 되었구나.’ 그녀는 이렇게 말해야 했다. ‘아가씨, 착한 남자의 애정을 깔보아서는 안 돼요.’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건 나약한 여자에게나 할 말이었다. --- pp.52-53 「2. 11:11 AM - 11:35 AM」 중에서 그녀는 부디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를 바랐다. 라포스 양의 집에서 노크 소리는 모험을 예고했다. 이곳은 정육점이나 빵집 주인 혹은 촛대 제작자 정도가 문을 두드리는 평범한 집이 아니었다. 라포스 양의 집에서 노크 소리는 흥미진진한 사건, 드라마, 맞서야 하는 새로운 위기를 의미했다. 오, 주님께서 한 번만 더 자비를 베푸시어 그녀가 계속 여기 있을 수 있게 기적을 일으켜 준다면, 그래서 딱 하루 색다른 인생을 맛볼 수 있다면, 앞으로 펼쳐질 따분하고 단조로운 나날 동안 인생이 꼬이더라도 자신이, 그러니까 미스 페티그루가 살았던 완벽한 하루를 떠올리며 그 기억으로 살아갈 터였다. --- p.96 「4. 12:52 PM - 01:17 PM」 중에서 “미용실은 어쩌다 차리게 되었나요?” 페티그루는 고민에 빠져드는 뒤바리 양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려고 요령껏 질문을 던졌다. “아주 젊어 보이시는데요. 외람된 질문이 아니라면, 정말 궁금하네요.” “아, 그거요.” 뒤바리 양이 말했다. “간단했어요. 사장을 후렸어요.” “사장을 후렸다니!” 페티그루가 힘없이 되풀이했다. “어머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셨어요?” --- p.137 「6. 03:13 PM - 03:44 PM」 중에서 두 여자가 그녀를 침실로 데리고 갔다. 뒤바리 양과 라포스 양이 열심히 옷을 고르는 동안 페티그루는 짧게 목욕을 마쳤다. 나와서는 라포스 양이 준비해 둔 실크 내의를 입었다. 그녀는 살면서 진짜 실크 내의는 입어 본 적이 없었다. 입자마자 무언가 달라진 기분이 들었다. 짓궂어졌고 대담해졌으며 뭐든 해낼 자신이 생겼다. 쭈뼛거림은 집에서 만든 모직 옷과 함께 벗어던졌다. ‘실크 내의가 사람 심리를 어떻게 바꾸는지는 아직 연구되지 않은 모양이로군.’ 페티그루는 흡족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사교계에 처음 데뷔하는 처녀처럼 침실에 들어섰다. 레이스 장식이 달린 밑단 아래로 맨다리가 훤히 드러났으나 부끄럽지 않았다. --- pp.157-158 「7. 03:44 PM - 05:02 PM」 중에서 이제 그녀는 평생 자신을 이끈 원칙들을 몽땅 내다 버렸음을 꾸밈없이 직시하고 진심으로 고백하게 되었다. 단 하루 만에, 그것도 단 한 번의 유혹 앞에서, 그녀는 품위의 길에서 그냥 삐끗한 것도 아니고 제대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미덕을 지키며 살았던 그 오랜 세월이 단번에 물거품이 되었다. 이전까지는 그냥 유혹을 만날 일이 없었을 뿐이었다. 환락가가 그녀를 부르고, 음악이 유혹하고, 악의 소굴이 손짓했다. 그녀는 토니가 건넸던 술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었다. --- pp.219-220 「9. 06:21 PM - 07:25 PM」 중에서 그녀는 모험 길에 올랐다. 제국이 정복할 목적지는 나이트클럽이었다. 클럽의 이름만으로 마음이 잔뜩 부풀어 올랐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신다면 무어라 말하시려나? 내 딸이 웬 악행의 구렁텅이로 가라앉는다고 하실까? 하지만 페티그루가 과연 신경이나 썼을까? 아니올시다였다. 그녀는 자유롭게, 솔직하게, 즐겁게, 그 사실을 인정했다. 그녀는 야단스러운 밤을 즐기러 길을 나섰다. 여기저기 쏘다니며 놀 것이다. 토니가 건넨 칵테일을 한 잔 더 마실 것이다. 지금 그녀는 흥청망청 놀러 나온 귀부인이다. 오, 따분했던 과거의 그늘이여, 안녕! --- pp.206-207 「11. 08:28 PM - 12:16 AM」 중에서 테이블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알 수 없는 수십 명의 얼굴을 보았다. 페티그루는 친구들 모임에 불쑥 끼어든 이방인처럼 어색하게 애써 미소 지었다. 어떤 정신 나간 충동이 자신과 어울리지도 않는 듯한 이곳에 오게 만든 걸까? 하지만 그녀의 공포는 허무맹랑했고 두려움도 이유가 없었다. 드디어 그녀 눈에 초점이 맞춰졌다. 뒤바리 양이 활짝 웃고 있었다. 그 옆에 토니도 웃고 있었다. 마이클이 벌떡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였다. 라포스 양부터 뒤바리 양, 토니, 마이클까지. 이곳에 낯선 사람이 천 명 더 있다 해도 상관없었다. 페티그루의 어색한 미소가 진심으로 기쁨에 겨운 미소로 번졌다. --- p.273 「12. 12:16 AM - 01:15 AM」 중에서 “당신이 관심 있는 젊은 여자들 말이로군요. 어리석기도 하지. 당신 나이를 생각해야죠. 그래요. 나는 입에 발린 말만 하지 않는답니다. 당신은 젊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렇게 얇게 입고 다니다가는 관절염에 걸리고 말아요. 오늘 집에 돌아가면 내일부터는 당장 순모로 된 내의를 껴입으세요. 무례하게 들리더라도 이 말은 해야겠네요. 젊은 여자들은 당신이 실크를 입든 모직을 입든 연애 감정을 느낄 리 만무해요. 그러니 그냥 편하게 모직 옷이나 입고 사세요.” “당신은요?” 조가 대뜸 물었다. “뭐가요?” “나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나요?” --- pp.320-321 「14. 02:03 AM - 03:06 AM」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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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무시당하던 중년의 가정 교사, 미스 페티그루
하루아침에 런던 나이트클럽을 뒤흔드는 사교계의 여왕이 되다? 1930년대 영국,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엄격한 규율에 맞춰 살아가던 미스 페티그루. 중년에 가까운 나이지만 결혼은커녕 연애 한번 하지 않고 가난한 입주 가정 교사로 근근이 먹고산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하숙집에서 쫓겨나 구빈원에 들어앉아야 할 위기에 처한 그녀는 면접을 보기 위해 방문한 집에서 젊고 화려한 외모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 라포스 양을 만난다. 런던 최고의 나이트클럽, ‘새빨간 공작’의 인기 가수이자 배우인 라포스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며 미스 페티그루에게 도움을 청하고, 일자리가 급한 미스 페티그루는 재치와 유머를 발휘해 문제를 하나둘 해결해 나가며 상황을 타개한다. 그러는 와중에 결혼도 안 한 여자의 침실에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와 난장판인 그녀의 집을 찾는 또 다른 남자들……. 깐깐하고 전통적인 가르침에 따라 여인의 정숙한 태도를 배우며 쌓아온 페티그루의 신념들은 라포스 양 앞에서 산산이 무너진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머리와 달리 그녀의 마음은 점점 두근대기 시작한다. 잘못 꿰어진 첫 단추처럼 실수로 시작된 이 인연은 서로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최고의 하루를 만들고, 그녀의 삶은 더 이상 이전의 것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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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여자들은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으나 대공황으로 아버지의 사업이 몰락해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비서로 취직했다. 그렇게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소설책을 읽던 여자는 어느 날 어떤 책을 읽냐는 언니의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형편없는 책이야. 차라리 내가 더 잘 쓸 수 있겠어.” 그 말을 들은 언니의 남편은 그럼 한번 소설을 써보라고 그녀를 부추기고, 틈틈이 집필해 완성한 소설은 그녀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긴다. 어느 명랑한 소설의 도입부 같은 이 성공 스토리는 작가 위니프레드 왓슨이 처음 글을 쓰게 된 실제 사연이다. 이는 위니프레드 왓슨이 발표한 소설들을 관통하는 공통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여자들이 두 번째 기회를 얻고 변화에 적응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여섯 소설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는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에서도 이 주제는 여실히 드러난다. 누구도 반기지 않던 천덕꾸러기가 종내 모두에게 인정받고 덤으로 완벽한 연인까지 얻게 되는, 일종의 신데렐라 스토리인 것이다. 한 가지, 신데렐라와 미스 페티그루의 차이가 있다면 그녀는 젊고 아름다운 미녀가 아니라, 당장 오늘 밤 묵을 곳도 없는 처량한 신세의 추레한 중년 여성이라는 점이다. 런던 최고의 나이트클럽 ‘새빨간 공작’의 최고 인기 가수 라포스 생애 처음으로 금단의 선을 넘는 중년의 여인, 미스 페티그루 두 여자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어느 특별한 하루 푸석푸석한 쥐색 머리카락에 밥도 잘 챙겨 먹지 못해 깡마른 몸, 칙칙한 피부를 더 어둡게 만드는 울적한 표정의 중년 여성. 만약 당신이 면접 자리에 구직자로 온 미스 페티그루를 만났다면 그녀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을까? 그녀가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아마 아닐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나 그녀를 안쓰럽게 여긴 신이 축복이라도 내려준 것처럼 페티그루의 삶에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 한 여자만은 달랐다. 바로, 런던에서 가장 잘나가는 나이트클럽 ‘새빨간 공작’의 간판스타 라포스 양이다. 페티그루와는 단 하나의 접점도 없을 듯한 이 여자는 페티그루에게 다신 없을 아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자신의 실패를 의심하지 않는 사람의 응원에 힘입어 시도한 작은 도전이 결국 남은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어 놓게 되는 경험 말이다. 사교 모임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때 빼고 광내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탈바꿈시켜 주는 것은 덤이다. 이 만남은 라포스 양에게도 더없이 소중한 기회가 된다. 뜨거운 사랑이라면 정신 못 차리고 불나방처럼 뛰어들던 그녀였지만, 라포스를 아끼는 마음으로 현명한 조언을 건네준 페티그루 덕분에 그녀 인생에서 절대 놓쳐선 안 될 최고의 인연이 누구인지 똑똑히 알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이 소설은 가진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에서 내면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만으로도 삶이 어떻게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 유쾌하고 매혹적인 방식으로 알려준다. 존재 자격을 의심받지 않고 받아들여진 사람이 얼마나 빛날 수 있는지, 이 소설을 통해 분명히 확인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