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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망상
공부는 어떻게 우리의 믿음을 배신했는가
녹스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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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비겁해지지 않는 공부를 위해 기호 4

1부. 『공부 중독』 이후 10년

만능감과 피해의식│불안과 망상│판타지와 경멸│기쁨을 망각한 삶

2부. 공부는 어떻게 우리의 믿음을 배신했는가

1장. 유능한 무능력자의 탄생 39
0과 1의 세계의 공부│고도화와 최적화│정답의 레이어│전향적 사고와 후향적 사고│한국의 아이히만들│직역의 세계│2차 불안 사회
2장. 사회의 부족화 82
내 아들을 구출해 왔다│옳음을 증명하기 위해│자본의 세습 욕구와 부족주의
3장. 메타 없는 세계 108
전통 지식의 붕괴│관은 사라지고 편만 남은 공부│종교 없는, 메타 없는 세상

3부. 믿음을 되찾기 위해

1장. 레벨 업과 성장 사이 125
체험이 경험이 되지 못할 때│주체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방에 갇힌 아이들│작업 없는 노동
2장. 실패를 견딜 수 없는 아이들 142
공정한 게임과 불공정한 현실│용인되는 실패는 없다│극단화와 양극화
3장. 공부는 언제 충분해지는가 156
흐름을 찾는 공부│삶의 주도성 되찾기

다음 10년의 시작을 위해 지현 169
주 175

저자 소개 2

사회학자. 『단속사회』,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등을 썼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태어나 가난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과학자가 되는 것 말고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과에서 문과로 ‘개종’한 후 사회학과에 들어가 문화연구를 공부했다. 유학을 준비하다가 “떠나라”는 명령을 듣고 한동안 국제단체에서 일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때 자본의 전 지구화에 의해 소외받은 이들의 고통을 목격하며 이를 인권의 언어로 증언하는 일에 몰두했다.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말을 듣고 기록하고 나누며 사회를 구축하
사회학자. 『단속사회』,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등을 썼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태어나 가난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과학자가 되는 것 말고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과에서 문과로 ‘개종’한 후 사회학과에 들어가 문화연구를 공부했다. 유학을 준비하다가 “떠나라”는 명령을 듣고 한동안 국제단체에서 일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때 자본의 전 지구화에 의해 소외받은 이들의 고통을 목격하며 이를 인권의 언어로 증언하는 일에 몰두했다.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말을 듣고 기록하고 나누며 사회를 구축하는 역량에 대한 방법론으로서의 페다고지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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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했다. 2008년과 2022년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를 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어른을 키우는 어른을 위한 심리학』 『고민이 고민입니다』 『정신과 의사의 서재』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정신의학의 탄생』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예능력』 『심야 치유 식당 2』 『심야 치유 식당』 『도시 심리학』 『공부 중독』(공저) 등이 있고, 청소년 독자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했다. 2008년과 2022년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를 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어른을 키우는 어른을 위한 심리학』 『고민이 고민입니다』 『정신과 의사의 서재』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정신의학의 탄생』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예능력』 『심야 치유 식당 2』 『심야 치유 식당』 『도시 심리학』 『공부 중독』(공저) 등이 있고, 청소년 독자와 학부모를 위한 책으로 『감정 연습을 시작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아이들 마음부터 챙깁니다』 『불안 위에서 서핑하기』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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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82g | 140*200*14mm
ISBN13
9791199405837

책 속으로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양상이 사람들에게서 기쁨을 앗아가버렸다는 점입니다. 삶은 기뻐야 해요.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를 걱정하고, 그와 반려하고, 때로는 홀로 거니는 이 모든 과정이 그 순간은 고통스러울지언정 시간이 지나 반추할 때는 기쁜 일이 되어야 합니다. 반성이야말로 지나간 자기 삶에서 놓쳤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잖아요. 그 반성이 있으니 새로운 것을 미래에 기획할 수 있어요. 반성과 기획으로 우리는 기대를 갖고 새로운 것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것이 발견되고 탄생하는 것이 인간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있는 자리를 부정하며 불행하게 여기니 이 자리에서 탄생하는 것이 없어요. 그러니 기쁘지 않은 겁니다. 새로운 것이 발견되지 않고 태어나지 않은 것만큼 불행한 삶이 어디 있을까요?
--- p.36

이들이 이렇게 무능력한 동시에 무책임한 가장 큰 이유는 공부를 가치 지향적으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치와 기술이 별개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기술 안에는 이미 가치가 배태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인식이 전혀 없이, 가치에 책임을 지고 명령을 내리는 사람과 기술적으로 집행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의식이 발달해 있어요. 명령에 따라 기술을 집행하는 기술만을 고도로 익힌 것이지요.
--- p.67

가족 자아는 양육에서도 문제적이지만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어요. 가족 자아의 핵심 중의 하나는 자본 세습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고학력 중산층에게서 자본의 세대 이동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커졌어요. 그래야만 자기 가족이 안전하리라고 기대하는 거예요. 우리 사회 전체가 얼마나 더 건전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보다 우리 가족이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한 핵심 키워드가 되었어요. 내가 곧 우리 가족이고, 이 가족은 사촌이나 형제자매도 포함하지 않아요. 오로지 자식들이에요.
--- p.97~98

기술적으로도 마찬가지예요. 복기하지 않으면 기술을 익히고 내 것으로 만들기 힘들어요. 이처럼 교육에서는 돌아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번 해봤다 정도가 아니라 해본 것을 돌아보고 곱씹으며 언어화하는 것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돌아봄을 통해 인간의 체험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철학자 존 듀이의 이론에 따르면 체험이 어떤 것을 한번 해봄(trying)이라고 한다면 해본 것을 통해 무엇을 겪고, 그 겪음(undergoing)의 과정을 곱씹으며 이유와 의미, 가치를 발견하여 말할 수 있게 되면 그건 비로소 경험이 됩니다. 이런 점에서 체험을 경험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바로 배움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 p.127~128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본다면 공부가 공부를 배신했어요. ‘나’를 확장해 부족을 무너뜨리는 게 공부였는데, 지금의 공부는 새로운 부족을 만들어서 그 벽을 더 공고히 하고 있어요. 특이한 것은, 한국에서는 부족화가 직역을 중심으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역사적으로 다른 사회에서는 부족이 계급, 종교, 인종, 지역 등의 경계에서 만들어졌는데 한국에서는 직역의 경계를 타고 서열화되면서 만들어지고 있어요. 직역이 부족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직역의 신분화’예요. 그 증거 중 하나가 세습입니다. 의료계, 법조계뿐만이 아니라 예술계도, 대기업도 세습을 통해서 신분제로서의 부족주의를 완성하고 있어요. 신분제와 부족주의를 철폐하면서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근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책을 만들고, 읽고, 공부한 것은 부족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기 위해서였어요. 한데 지금은 부족 안에서 부족의 공부를 하는 걸 ‘공부’라고 합니다. 우리가 계속 대화를 나누었던 것처럼 ‘전체’라고 하는 것은 세계에 대한 관심이고, 공부는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우리는 이제 세계관이 없어요. 오로지 자아관만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 자아는 순수하게 자신을 가리키는 ‘자아’가 아니라 직역을 포함하여 부족화된 나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한국의 개인주의를 ‘개인 없는 개인주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 p.103~104

이 초월적인 상위 의식을 통해 우리는 파편화되고 분절화된 앎들을 통합할 수 있어요. 초월적인 의식이 없으면 자신의 앎이 파편화되고 분절적이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분절된 앎들 중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는 황당한 위계 의식을 갖게 됩니다. 지금 소위 문과 지식에 비해 이과 지식이 우위를 점하고 마치 문과 지식은 아무 의미가 없듯이 여겨지는 것도 이런 현상의 일부라고 할 수 있어요.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우월한 것처럼 보이는 그 앎의 한계에 관한 객관화인데 말이에요.
--- p.119

또한 인간이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깨달음은 무기력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연민을 갖게 합니다. 연민은 자의식 과잉이나 회의주의에서 벗어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요. 연민은 타자화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공통성에 대한 자각입니다. 연약하고, 깨지기 쉽고, 보잘것없는 이 존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보며 느끼는 기특함과 고마운 마음이 포괄되었다고 봐야 해요. 이 연민하는 마음이 있기에 우리는 과잉된 자의식에서 벗어나 다른 이와 함께하려는 마음, 연대하는 마음을 낼 수 있어요.
--- p.122

그런데 외상 후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쓸데없이 보이는 것도 나중에 다 쓸모가 있을 수 있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효율성과 강박의 세계에서 벗어나 실패를 용인하는 것, 실패할 수 있다는 걸 부모도 그렇고 본인도 인정하는 것이에요. 저는 이것이 마음의 성숙과 성장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실패할 수도 있는 사람임을, 그리고 실패가 나쁜 게 아님을 알아야 해요.
--- p.130

이런 점에서 삶의 내러티브는 사후 성찰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인간이 서사적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복기를 통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 성찰을 통해 상실과 실패가 그저 손실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것이 되어 삶에 통합될 수 있어요. 의미가 서사를 만드는 셈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실패와 상실을 의미로 삶에 통합시키는 것이 한편에서는 너무 ‘정신 승리’로 보이면서 냉소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만큼 이 작업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혹자는 그런다고 뭐가 바뀌냐고, 바뀌는 것도 없는데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고 하지요. 그냥 실패면 실패, 성공이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 p.131~132

그런 의미에서 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게 그리 좋은 일이 아닐지도 몰라요. 이상적인 의미에서 우리에게 시험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런 걸 지금 학생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요.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틀린 건 틀린 것일 뿐이고 자신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우리는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지금은 더욱이 정보를 많이 아는 것에서 나아가 정보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맥락을 어떻게 파악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를 점검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공부예요. 밑도 끝도 없이 즐거울 수 있어요.

--- p.157

출판사 리뷰

공부는 어떻게 유능한 무능력자를 양산했고
이들은 어떻게 사회를 무능하게 만들었는가


기호: “지금 같은 교육 방식으로는 아이히만 같은 인간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어요.
그 말인즉 어떤 가치 판단도 하지 않을 것이며 그건 자기 역할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공부는 삶의 어떤 기술을 가르치는가? 10년 전 『공부 중독』이 사회 구성원들이 공부에 중독된 현상을 짚었다면, 『공부 망상』에서는 공부에 중독되고 공부로 성공한, 나아가 공부의 헤게모니 속에서 성장한 ‘유능한’ 이들이 사회를 오히려 무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일례로 시민은 불법계엄 사태를 지나오며 정치 분야 최상위의 자리에 오른 관료들의 무능함을 여실히 확인했다. 이들은 마치 유대인 학살의 주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이 예루살렘의 재판에서 보인 모습처럼 상부의 명령을 어떠한 가치 숙고 없이 단지 기술적으로 수행했다. 『공부 망상』의 두 저자는 이 무능한 주체가 양산된 원인으로 학력고사부터 시작해 수능까지 이어진 한국 사회의 공부 방식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엘리트는 공부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얻었는가? 나아가 시민은 공부를 통해 어떤 주체성을 형성했는가? 이 책의 2부 1장 「유능한 무능력자의 탄생」에서는 단일한 정답 찾기, 극단적인 효율성의 추구, 고도화 같은 한국 사회의 공부 방식이 유능한 무능력자들을 양산하는 과정을 추적하며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기술만을 고도로 익히는 공부가 사회를 무능하게 만들고 있는 현상을 사회학자이자 교육자, 정신과 전문의의 시선으로 짚는다.

사회의 부족화와 전체를 향하지 않는 공부

지현: “자기 구덩이에 들어간 채로 고개만 내밀어 소리를 지르고 있어요.
당신이 틀리고 당신이 이해를 못 해서 그렇다며, 답답한 심경만 남긴 채 등을 돌릴 뿐이에요.”

2부 2장 「사회의 부족화」에서는 의료계, 법조계 같은 전문직뿐 아니라 예술계, 대기업도 점점 부족화되어가며 세습을 통한 부족주의가 완성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스스로 진보적이라 생각하지만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한 태도는 상당히 보수적이며 이기적이기까지 한 이들의 모순을 가정과 사회에서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근대 사회의 공부는 신분제와 부족주의를 철폐하며 끊임없이 바깥을 향해 ‘나’를 확장하는 데서 출발했다. 한데 지금의 공부는 세계관을 넓히기보다 자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역사적으로 다른 사회에서는 부족이 계급, 종교, 인종, 지역 등의 경계에서 만들어졌으나 한국에서는 부족이 직역(職域)의 경계에 따라 서열화되는 것도 특징이다. 철저히 부족주의화된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 편인지 아닌지’, ‘이기는지 지는지’일 뿐이다. 배운다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끊임없이 공부하면서도 여전히 불안한가? 이 책의 저자들은 비틀린 형태로 발전한 공부가 어떻게 우리를 상위 의식으로서의 관(觀)으로 고양되지 못하게 만들었는지, 그리하여 모든 것을 편(便)의 문제로만 바라보게 되었는지 살핀다.

피해 서사를 넘어, 공부의 기쁨을 찾아서

어느새 청년들은 ‘실패해도 된다’는 말도, 교육과 공부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이 불신은 단기적인 성과만을 평가하는 시스템에서 그리고 학교와 국가 같은 조직에서 겪은 경험적 진리가 되었다. 3부 「믿음을 되찾기 위해」에서는 레벨 업으로 변질된 성장, 안전한 실패의 추구와 이로 인해 공부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과 그 원인을 짚는다. 두 저자는 다섯 차례의 대담을 거치며 한국의 교육이 단 한 번도 진정한 성장을 목표로 삼은 적이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오늘의 공부는 한편으로는 다른 재능이나 역량에 비해 과대평가되어 유치하고 비겁한 인간형을 만들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이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육 자체가 무능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교육이 ‘무능한 유능력자’를 양산할 뿐 아니라, 교육 자체가 ‘무능한 유능력’으로 낙인찍혀 있는 셈이다. 우리는 공부를 둘러싼 이 암울한 담론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교실과 진료실에서 매일 청년들을 마주하는 두 저자에게 무엇보다 절박한 물음이다. 모쪼록 이 책이 피해 서사를 넘어 독자들이 자신의 공부 경험을 다시 말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동시대의 ‘말 걸기’를 가능하게 하는 발화점이 되기를 바란다.

“기호: 가르치는 자는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긴 안목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비전을 가지고 가르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배우는 자는 지금 당장 손에 쥐이는 것을 선호해요. 이 배우는 자의 욕망과 대결하여 비전을 보게 하는 것이 가르치는 자의 가장 중요한 도전이에요. 배우는 자의 욕망에 영합하려 하지 않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겠지요. 자칫하면 가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제도의 욕망과 학생의 욕망, 이 둘과 부딪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168쪽)

“지현: 어떤 것은 어렵지 않게 얻는 반면 어떤 건 꽤 긴 시간을 삽질하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다가 어느 순간 딱 보이거든요. ‘아하! 효과’라고도 하지요. 그래서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계속하는 게 중요해요. 자기 효능감을 얻기까지 끈기 있게 버틸 수 있는 동력은 그 사람이 가진 자존감이에요. 자존감은 원인이 아니라 과정이에요. 처음부터 자존감 높게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작은 성취들이 쌓이면서 만들어집니다. 그 자존감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요. 무언가 해내고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어요. 지금 학교에서 받는 성적 내지는 평가 점수가 나를 구성하고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요.”(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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