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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오늘의책
말이나 말지
김민정
난다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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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통장과 이장 사이 4

1월 9
2월 41
3월 73
4월 109
5월 141
6월 177
7월 211
8월 245
9월 281
10월 313
11월 345

저자 소개 1

1999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산문집으로 『읽을, 거리』 『역지사지』가 있다. 박인환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이상화시인상, 올해의 젊은 출판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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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398g | 129*198*20mm
ISBN13
9791124065211

책 속으로

누군가 넌 참 오지랖도 넓다, 하면 그게 흉인 줄 알고 그게 부끄러워 얼굴 빨개져서는 싸울 듯이 달려들던 내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말이 칭찬임을 알겠다. 억지로 오지랖 넓혀본 사람 있다면 묻고 싶은 것이 그게 어디 그리 쉬운가 이 말이다. 그래, 나 인정머리로는 타고난 힘이 장사였던 거다. 그래, 나 삶에 있어 ‘인정’과 ‘머리’를 최우선에 두는 걸 순리로 알고는 살았다는 거다.
--- 「통장과 이장 사이」 중에서

왜 사는지 모르는 채로 내일을 살아야 하는 버거움에 간혹 한숨이 나다가도 어떤 환기에 코끝이 짠해질 때, 그렇게 삶을 되새기게 만들어주는 도구 가운데 하나가 책이지 싶다. 만만한 게 책이고 흔하디 흔한 게 책이라지만 영상매체 중에 책을 말하는 프로그램이 과연 몇 개나 되려나. 물론 이해는한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시작했다 끝나는 예능과는 다르게 책은 좀 골치가 아프니까. 그래서들 채널 돌리기에 급급하니까. 그러나 돈이 되지 않는다고 그 몇몇의 소수를 아예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 「2월 25일 - 물론 돈이 다일 수는 있겠으나」 중에서

그러니 보다 신중한 결론으로 서로 덜 미안하고 덜 서운한 과정에 이르게 하지 않았을까, 무릎 치게 된 건 근래의 일이었다. 말과 행동에 있어 그 보폭을 나란히 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 한발 앞서면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행동이 한발 앞서면 의뭉스러운 사람이 된다. 나는 여전히 아장아장 그 걸음마가 어렵다. 그러니까 엄마는 죽을 때까지 우리 잡아주는 엄마인가보다.
--- 「7월 3일 -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중에서

내 이름 석 자 검색해 지난 열 달가량 내가 쓴 글의 제목들을 찬찬히 보는데 뭐랄까, 좀 아팠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희망보다는 절망이 우리들 길 위에 더 짙은 그늘로 드리웠음의 증거렷다. 삶의 반대말이 죽음이 아니라 포기라는 격려가 흔해빠졌다 한들 위로가 되지 못할 법은 아니지 않는가

--- 「11월 10일 ? 안녕히? 안녕히!」 중에서

출판사 리뷰

그게 사는 거다 싶더라고. 왜 혼나는 기분일까
내가 삶을 두고 너무 과한 욕심을 부렸던 걸까


“할말이 앞선다 해도 참아야 하는 말의 귀함”(326쪽). “이해와 오해라는 양 라켓 사이에서 핑퐁 소리를 내며 잘도 튀는 말의 그러거나 말거나 전법으로부터” 늘 속수무책인 우리(76쪽). “말과 행동에 있어 그 보폭을 나란히 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 한발 앞서면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행동이 한발 앞서면 의뭉스러운 사람이 된다. 나는 여전히 아장아장 그 걸음마가 어렵다.”(214쪽) 김민정 시인의 어릴 적 꿈은 어른, 그러나 어른이 되어 맞닥뜨린 세상은 입이 없는데 떠드는 사람들과 입이 있는데 침묵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벌이는 부조리극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러나 나도 그들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으니 어쩌랴(296쪽). “그들에게서 나라는 평범을, 나라는 보통을”(56쪽) 발견하게 되는걸. “어른이 된다는 건 매일매일 모르는 일이 훨씬 더 많음을 알게 되는 일이라 두렵기 마련”(325쪽), “자문하다보면 필시 침묵하게도 되는바. 그러니 안다고 믿는 언덕에서 가장 쉽게 미끄러지는 거 아니겠나.”(49쪽) 상식과 정의의 온당함이라는 기본적인 얘기를 어렵사리 토로해야 한다는 씁쓸함(201쪽). 말이 안 되는 말을 놓고 말을 나누려니 슬픔으로 탁해지는 분노(21쪽).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건 귀신일 테니 그건 불가할 테지만 최소한 제 주제파악은 해야 하지 않을까(295쪽). 도통 나도 실천하지 못하는 주제에 “에라, 한 입 갖고 두 말이나 말지!”(25쪽) “그래도 그게 난데, 내 스타일인데 감추고 가식을 떨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23쪽). “힘들다고 말하면 엄살이고 괜찮다고 말하면 체념이 아닐까 싶은 순간에”(12쪽) 겉어림의 말 말고 속사정의 말(69쪽)을 헤아리는 마음. “사랑하다 미워지면 욕을 하고 욕을 하니 미안해져 더더욱 사랑하게 되는, 사람이라는 원이 그리는 바로 그 정”(13쪽)이 여기 있다.

장날에 두부 사러 갔다가 머리끄덩이를 잡아채며 죽일 년 살릴 년 하는 아주머니들의 뒤엉킴을 보는데 주책맞게 왜 내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는지. 엎어진 좌판 아래 뭉개진 두부의 흰 살을 다시금 탄탄히 네모나게 살릴 수는 없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그걸 쓸어담는 아주머니들의 데어 붉어진 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는 거, 그 와중에 콩비지 바가지가 쏟아지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했다면 이는 특유의 오지랖이었으려나. 싸움은 그릇 도매점 아저씨랑 길 건너 좀약 좌판 아저씨 사이의 일이라기보다 나란히 옆자리를 차고 앉은 두부장수 아줌마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인 법, 우리 삶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상처는 생판 모르는 남보다 생살 속속 알아온 피붙이 같은 이들끼리 주고받는 고유의 것이라 할 때 이 모순, 이 아이러니를 나날이 극복하며 새날을 맞이하는 모든 이가 기적의 생환자 아닐까.
_「10월 30일─어찌들 살고 계신지요」 부분

추천평

시인 김민정의 글은 설說이고 변辯이다. 휘몰아치는 가락이고 신명나는 장단이다. 풀어놓으면 세상 곳곳을 핥고 맛보는 날쌘 혀다. 맛본 뒤엔 새기고 새긴 뒤엔 놓아주고 놓아준 뒤엔 다시 골똘하다. 이 여러 ‘겹’의 고심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에게 종이는 마당이고 뒤뜰이며 세상이다. 이곳에서 그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가 보는 방식은 만짐으로 일어난다. 손이 데거나 말거나 마음이 다치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고 우선 품는다. ‘하늘에서 받아온 숙제’라도 되듯이 그는 언제나 사람에 대해 골똘하다. 가령 분리수거하는 이들 틈에서 허리를 수그린 경비원의 낮은 자세를 바라보는 게 그의 ‘일’이다. “날 중독시킨 것이 노래보다 사람”이라 고백하며 “그들에게서 나라는 평범을, 나라는 보통을, 그리하여 그런 다수 속 다양한 인간의 전형을 발견”한다. 명랑한 문체를 따라가다 책을 덮으면 비로소 시끄러운 정적이 찾아온다. 무엇을 보고 보듬을 것인가, 어디에 머물 것인가, 어떻게 살고 죽을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 사랑이 될 때까지, 세상이 집이 될 때까지

걸어가는 그의 등을 좇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는 홍길동처럼 쉴새없이 움직이는 벽돌공이므로! 한 편에 680자를 꼭꼭 눌러 담아 총 266장의 벽돌을 쌓아두고 돌아서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보인다. (왜 저렇게 바쁠까? 틀림없이 남의 급한 일로 뛰어다니겠지!) 이 책에는 벽돌공의 눈물겨운 부지런함이 담겨 있다. 눈은 천 개, 발은 만 개, 마음은 한 그릇 물처럼 한곳에서 찰랑이는 시인 김민정. 책을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축축해졌다면 놀라지 마시라. 사는 일은 눈물과 콧물, 땀과 침을 흘리며 나아가는 일 아니겠는가. 어제 열심이었던 시인 김민정은 오늘도 열심이리라. 사람이 마음으로 하는 모든 일에! -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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