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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림詩林 연혁
초대시 이홍섭 10 : 섬 - 손·2 / 오늘 아침 조수행 14 : 피데기 / 공동밥상·1 김경미 18 : 냉장고가 헐렁해질 때 / 꽃잠 회원작품 김영삼 22 : 아무도(我無島) / 동백꽃 / 기차를 타고 / 꼭지 / 적막 /무성 영화 / 물새 / 휴일 / 죽방렴으로 멸치를 잡는 우대한씨 / 동행 김은미 38 : 눈 오는 날 / 세쿼이아 나무처럼 / 단 하루라도 / 작정 / 모과 한 알 / 자장가 / 아름다운 사람 / 당신의 손 / 여름, 그 후 / 독백 김훈기 58 : 아내의 혼술 / 옛집 / 낙엽·2 / 늦장마 / 너그러워질 수는 없는 걸까 / 보리밭 / 기우제 / 첫사랑 / 편지 / 산 배인주 74 : 거름의 독학 / 천사요정 유지숙 80 : 동강할미꽃 / 학 / 늙은 호박 / 문신 / 비애 이순남 88 : 임종 / 물잠자리 / 억수 맛집 / 골목 방 / 작은댁 아재 / 불꽃놀이 / 찔레꽃 / 달비 / 삼십 분 / 살다 보니 임인숙 106 : 오독 / 눈길 / 회색 섬 (Grey Island) / 노라, 숨을 다시 배우다 / 슬픔은 물처 럼 / 성북동 비둘기 / 풍금소리 / 그저 그런 일 지은영 124 : 꽃놀이 / 바람을 따라 걷는 시간 / 엄마의 손등 / 내가 되고 싶은 하루 한경림 132 : 달팽이 2 / 홑 밤 / 나이테 황영순 138 : 가을 서정 / 갈매기 날갯짓 사이로 / 그해 여름 / 주문진 어느 하루 / 직함을 가진다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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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아닌 섬// 아무나 올 수 있고/ 아무도 오지 않는// 코앞에 있어/ 눈 밖에 있는// 너무 가까워서 먼 섬// 물에서 뭍으로 밀려나/ 뭍에서 뭍으로 떠도는// 따개비도/ 돌미역도 하나 없는// 자그맣고 까칠한 섬// 아무 생각 없이/ 아무렇지 않게// 둥둥 떠다니는/ 텅텅 비어 있는// 까무잡잡한 외톨 섬
--- 「김영삼, 아무도我無島」 중에서 캄캄하고 적막한 곳에서 살다/ 일 년에 열흘쯤 나들이를 한다// 당신의 손길을 느끼는 것이 유일한 행복/ 당신의 몸에 기대 어쩌다 누리는 햇살과 바람// 그 나머지는 우두커니 서 있거나 접힌 채/ 꼼짝없이 숨죽이며 살아간다/ 감옥 같은 세상// 오늘이 내일로 이어질 때/ 내 몸은 서서히 닳아간다// 사방이 가로막힌 채/ 켜켜이 줄지은 제 자리에서/ 답답한 공기, 고요한 어둠을 참아낸다// 당신이 나를 단 하루라도 사랑하여/ 잠깐이라도 세상 구경을 할 수 있다면/ 나의 인내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 「김은미, 단 하루라도」 중에서 아이의 눈물 같은 툭 던져진 그리움 돌아서는 계절의 뒷모습 --- 「김훈기, 낙엽 2」 중에서 마당 한구석/ 시간의 풍화와 침식을 기다리는 곳// 할머니도/ 어머니도/ 한 번씩은 초승달 뜬 저녁/ 엉덩이를 들고 볼일을 보게 하던 곳// 소똥이 잠을 자면/ 말똥구리가 집을 짓고/ 아들 똥이 잠들면/ 샛별이 내려와 덮어주던 곳// 혼곤히 썩고 또 썩고// 거름의 존재감이/ 온 마당을 촘촘히 점령하면/ 차곡차곡 높이높이 쌓여있던/ 살아생전 삭지 못할 응어리를/ 모두 안아 내린다 --- 「배인주, 거름의 독학」 중에서 넘쳐흐르던 강물이/ 뱃속을 드러내고 실개천으로 흐를 때가 있다// 머리카락을 흔들며 살랑대던 바람이/ 큰 나무를 넘어뜨리는 때가 있다// 따듯하게 손을 녹여주던 난로가/ 큰불이 되어 집을 삼킬 때가 있다// 그의 보드라운 입술에서 나온 말이/ 온 가슴을 시커멓게 태운 때가 있다 --- 「이순남, 살다 보니」 중에서 도심의 빌딩 숲 사이,/ 낡은 집들이 섬처럼 떠 있다// 지붕에 덧댄 천막과 비닐/ 눌러 놓은 타이어와 기왓장이 / 마지막 몸짓처럼 보인다// 내릴 곳 없어/ 망망대해를 떠도는// 난민 같은 살림// 아직 식지 않은 온기가/ 반갑다//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에서/ 풍기는 냄새가 살고 있는/ 비좁은 골목// 문 앞에 바싹 당겨놓은 화분/ 꽃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 「임인숙, 회색 섬(Grey Island)」 중에서 알람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자연스레 눈 떠지는 아침/ 자기 전 챙겨 놓은 책을 두 쪽 읽고/ 반야심경 한자로 필사를 한다.// 요가 매트를 찾아서 정갈하게 펼친다./ 오늘의 요가 스승은 에일리 아니고 에일린/ 내일의 요가 스승은 가든 아닌 테라스/ 때로는 소년을 만나기도 한다.// 꿈은 계속 꾸기만 하면 물거품/ 연필을 챙기고 도화지를 챙겨서/ 호숫가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손짓하며 도화지 속으로 풍덩 --- 「지은영, 내가 되고 싶은 하루」 중에서 더 이상 세속의 밥을 받아먹지 못하고 거친 돌팍 밑에 자리 잡고 뿌리내리는 팽나무 밑에 내가 몸 바꿔 누우면 어둔 밤 아무리 여러 마리가 울어도 땅 밑의 그놈들도 모두 홑 밤인 그것들을 데불고 내 혼은 달팽이처럼 일어나 치맛자락에 감치는 몰 현금 소리에 제 흥에 겨워 살아서처럼 육천 마디 노글노글해지도록 뼈다귀 없이 춤을 추다가 밤새도록 춤을 --- 「한경림, 홑 밤」 중에서 정신 줄 하나는/ 문어 삶는 솥뚜껑 위에 올려놓고/ 세계를 꿈꾼다/ 알 수 없는 한 세계에 꽃신을 신겨 놓고/ 또 다른 세계의 머리에 화관을 씌운다/ 알 수 없는 웃음이 번진다// 문어 솥은 끓어오르고/ 노을에 섞인 갈매기 울음은/ 바다로 나가고/ 울음을 따라나서는 텅 빈 정신 하나가/ 바다에 서 있다 --- 「황영순, 주문진 어느 하루」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