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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시집 『물』을 펴내면서
시 ㄱ~1 강기원 ㅣ 파도의 교실 - 12/ 강병철 ㅣ 마룡저수지 - 13/ 강영은 ㅣ 물의 노래 - 14/ 강영환 ㅣ 강물 소리 - 15/ 강중훈 ㅣ 유서처럼 떠 있는 섬 - 16/ 공광규 ㅣ 물방울 - 17/ 구경화 ㅣ 결렬되었습니다 - 18/ 구명숙 ㅣ 물처럼 - 19/ 구애영 ㅣ 하늘우물 등대 - 20/ 구재기 ㅣ 물의 함성 - 21/ 구지혜 ㅣ 다시, 정자교 - 22/ 권달웅 ㅣ 꿈꾸는 물 - 23/ 권순자 ㅣ 물렁한 세계 - 24/ 권영하 ㅣ 팔색조 - 25/ 권정남 ㅣ 황과수 폭포 - 26/ 금시아 ㅣ 호수를 읽다 - 27/ 기복진 ㅣ 빗물 - 28/ 길상호 ㅣ 물방울 거울 - 29/ 김광규 ㅣ 물길 - 30/ 김귀녀 ㅣ 강기슭에서 - 31/ 김귀자 ㅣ 물의 마음 - 32/ 김기화 ㅣ 탑정호수 - 33/ 김남호 ㅣ 천수답 - 34/ 김도영 ㅣ 강물의 문장 - 35/ ㄱ~2 김도향 ㅣ 물속의 시간 - 38/ 김명아 ㅣ 물의 언어 - 39/ 김미숙 ㅣ 사과 한 알 - 40/ 김선숙 ㅣ 물 - 41/ 김선아 ㅣ 눈물장葬 - 42/ 김선아 ㅣ 부산대첩 - 43/ 김성조 ㅣ 바다에 울다 - 44/ 김성호 ㅣ 물의 노래 - 45/ 김수예 ㅣ 섬, 서목 - 46/ 김승필 ㅣ 수족관 앞에서 - 47/ 김신영 ㅣ 염생하다 - 48/ 김양숙 ㅣ 물 위에 물을 새기는 - 49/ 김영삼 ㅣ 물방울같이 - 50/ 김완수 ㅣ 정화수 한 대접 - 51/ 김완하 ㅣ 물 - 52/ 김유진 ㅣ 그래프 - 53/ 김인숙 ㅣ 물의 몸 - 54/ 김임백 ㅣ 물의 숨결 - 55/ 김재천 ㅣ 물은 사랑이더라 - 56/ 김정미 ㅣ 서퍼 - 57/ 김종원 ㅣ 오늘도 비가 오네 - 58/ 김채영 ㅣ 시간의 샘, 검룡소 - 59/ 김파란 ㅣ 물의 철학 - 60/ 김현주 ㅣ 물, 소리를 읽다 - 61/ 김효운 ㅣ 토렴 바다 탄생설 - 62/ ㄴ~ㅂ 나고음 ㅣ 미련 없이 - 64/ 나금숙 ㅣ 약속 - 65/ 나기철 ㅣ 목소리 - 66/ 나호열 ㅣ 강물에 대한 예의 - 67/ 남정화 ㅣ 물의 감정 - 68/ 남태식 ㅣ 맹물 설거지 - 69/ 려 원 ㅣ 고양이 해부학 - 70/ 류광미 ㅣ 물에서 나오다 - 71/ 문창갑 ㅣ 물거울 - 72/ 박광희 ㅣ 물의 길 - 73/ 박대성 ㅣ 물 - 74/ 박두순 ㅣ 물의 뼈 - 75/ 박복영 ㅣ 물을 찾기 위한 에스키스 - 76/ 박봉준 ㅣ 부딪쳐 고이는 소리 - 77/ 박분필 ㅣ 봄비 - 78/ 박수용 ㅣ 웅덩이에 핀 능소화 - 79/ 박수현 ㅣ 붉은 호수 - 80/ 박정숙 ㅣ 점 속의 잠 - 81/ 박종영 ㅣ 그리움에 비가 내리면 - 82/ 박주영 ㅣ 물 주다 - 83/ 박진하 ㅣ 은휘에 잠긴 뜻 알려하나 - 84/ 박해림 ㅣ 시간의 그늘 - 85/ 배세복 ㅣ 물수제비 - 86/ 백우선 ㅣ 물은 목마르다 - 87/ 백혜자 ㅣ 강 씨가 죽나보다 - 88/ 보 우 ㅣ 한 방울의 물이라도 - 89/ ㅅ 서범석 ㅣ 자세 - 92/ 서봉교 ㅣ 강물이 물때를 벗는 이유 - 93/ 서순우 ㅣ 밀물도 때로는 이별이었다 - 94/ 서유경 ㅣ 강 - 95/ 서정임 ㅣ 얼음의 방정식 - 96/ 서화성 ㅣ 진달래 - 97/ 성영희 ㅣ 물의 끝 - 98/ 소재호 ㅣ 물의 무게 - 99/ 손석호 ㅣ 물 - 100/ 손영미 ㅣ 물 벽 - 101/ 송경애 ㅣ 물水의 마임 - 102/ 송병숙 ㅣ 폭포 앞에서 - 103/ 송병옥 ㅣ 물길 - 104/ 송상희 ㅣ 달큰 눈물 - 105/ 송창현 ㅣ 염도 0.9% 침묵 - 106/ 신명옥 ㅣ 물의 여행 - 107/ 신미균 ㅣ 고드름 - 108/ 신원철 ㅣ 한탄강에서 - 109/ 신은립 ㅣ 물 - 110/ 신정순 ㅣ 물의 기억 - 111/ 신진련 ㅣ 물의 문장 - 112/ 심상숙 ㅣ 믈[勿] - 113/ ㅇ~1 안명옥 ㅣ 물의 문을 열면 - 116/ 안용산 ㅣ 네가 바로 여울이다 - 117/ 안원찬 ㅣ 한겨울 축제·1 - 118/ 양소은 ㅣ 여름 저녁 - 119/ 엄세원 ㅣ 물의 금고 - 120/ 오세화 ㅣ 물의 증발 - 121/ 윤난희 ㅣ 물 통장 - 122/ 윤영기 ㅣ 떠돌이 물 - 123/ 윤준경 ㅣ 물의 상처 - 124/ 윤형근 ㅣ 물의 아이 - 125/ 은이정 ㅣ 물의 유언 - 126/ 이강하 ㅣ 이물질 - 127/ 이경옥 ㅣ 이사 - 128/ 이기철 ㅣ 물 - 129/ 이 명 ㅣ 동해 바다 - 130/ 이명희 ㅣ 가장 맛있는 물 - 131/ 이명희 ㅣ 내가 떨어뜨린 눈물 한 방울의 근황 - 132/ 이복현 ㅣ 강물의 마음 - 133/ 이사라 ㅣ 물의 사랑 - 134/ 이사철 ㅣ 연미동천 - 135/ ㅇ~2 이성의 ㅣ 분수 - 138/ 이숙희 ㅣ 붉은 눈물 - 139/ 이순남 ㅣ 임종 - 140/ 이승용 ㅣ 물의 이념 - 141/ 이승하 ㅣ 물이 차오르고 있다 - 142/ 이영수 ㅣ 마침내 바다에 이르는 물처럼 - 143/ 이영춘 ㅣ 돌 속에서 우는 물소리 - 144/ 이 윤 ㅣ 물 이야기 - 145/ 이은봉 ㅣ 가을 물소리 - 146/ 이인철 ㅣ 도시의 강 - 147/ 이정화 ㅣ ½ - 148/ 이종근 ㅣ 물이 고프다 - 149/ 이종완 ㅣ 물처럼 - 150/ 이창건 ㅣ 어머니의 물길은 - 151/ 이태수 ㅣ 물의 길 - 152/ 이화영 ㅣ 강을 바라보는 방법 - 153/ 임동윤 ㅣ 마른 우물 - 154/ 임문혁 ㅣ 깊이 - 155/ 임형빈 ㅣ 밀물을 기다리며 - 156/ ㅈ 장미자 ㅣ 단수 - 158/ 장순금 ㅣ 소나기 - 159/ 장승진 ㅣ 상선약수上善若水 - 160/ 장옥관 ㅣ 물로 된 뼈 - 161 전순복 ㅣ 바다의 문장 - 162/ 전영순 ㅣ 물을 기억하다 - 163/ 정경해 ㅣ 물 - 164/ 정병기 ㅣ 물의 시간, 물의 편견 - 165/ 정숙 ㅣ 설마, 설마 - 166/ 정승준 ㅣ 봄비 - 167/ 정연수 ㅣ 투명한 기원 - 168/ 정영숙 ㅣ 물의 말 - 169/ 정유정 ㅣ 빈 - 170/ 정의홍 ㅣ 물 - 171/ 정이랑 ㅣ 우물 - 172/ 정종숙 ㅣ 천변에서 - 173/ 정주연 ㅣ 물의 서書 - 174/ 정중화 ㅣ 파문 - 175/ 정지윤 ㅣ 물은 납작해진다 - 176/ 조성림 ㅣ 강 - 177/ 조승래 ㅣ 만년설 만년수 - 178/ 조영행 ㅣ 그녀의 숲 - 179/ 조우상 ㅣ 돌의 핏줄 - 180/ 조정이 ㅣ 물의 뼈가 보일 때 - 181/ 조창환 ㅣ 눕는 호수 - 182/ 조평자 ㅣ 햇무 - 183/ 주경림 ㅣ 빗방울 못자리 - 184/ 진명희 ㅣ 두물머리에서 - 185/ ㅊ~ㅎ 채재순 ㅣ 머지않아 - 188/ 채종국 ㅣ 물의 판화 - 189/ 최바하 ㅣ 마중물 - 190/ 최수진 ㅣ 폭포 - 191/ 최영철 ㅣ 흐르는 물 - 192/ 최윤정 ㅣ 목련 물티슈 - 193/ 최은수 ㅣ 별거 없어요 - 194/ 최인홍 ㅣ 비 내리는 밤 - 195/ 최지온 ㅣ 스노클링 - 196/ 탁영완 ㅣ 水기운 火기운 - 197/ 하두자 ㅣ 물 주름 - 198/ 하래연 ㅣ 장마의 시작 - 199/ 하인혜 ㅣ 물의 책 - 200/ 하헌주 ㅣ 물의 추억 - 201/ 한상대 ㅣ 첫 숨 - 202/ 한이나 ㅣ 침향 - 203/ 허승희 ㅣ 물손 - 204/ 허형만 ㅣ 江 - 205/ 허 훈 ㅣ 말의 말 - 206/ 홍사성 ㅣ 나는 물입니다 - 207/ 홍성주 ㅣ 물도 날을 세운다 - 208/ 홍윤표 ㅣ 물안개길 - 209/ 홍일표 ㅣ 저수지 - 210/ 황상순 ㅣ 물벼룩 창세기 - 211/ 시조 공화순 ㅣ 수용성 체질 - 214/ 권정희 ㅣ 강가에서 - 215/ 김민정 ㅣ 들었다 - 216/ 김석이 ㅣ 물의 음계 - 217/ 김양희 ㅣ 계곡을 건너다가 - 218/ 김연동 ㅣ 강물 소리 또 어쩌랴 - 219/ 김영주 ㅣ 물의 화엄 - 220/ 김일연 ㅣ 물꽃 - 221/ 문희숙 ㅣ 물 - 222/ 박명숙 ㅣ 다시 회룡포에서 - 223/ 박홍재 ㅣ 첫 물 뜨다 - 224/ 박화남 ㅣ 눈물 - 225/ 백이운 ㅣ 물 - 226/ 서관호 ㅣ 물거품 - 227/ 서석조 ㅣ 황산잔도 아래, 물 - 228/ 서정화 ㅣ 유령그물 - 229/ 설상수 ㅣ 하단포구 - 230/ 오승희 ㅣ 달항아리와 푸른 절벽 - 231/ 유선철 ㅣ 달 반 물 반 - 232/ 이남순 ㅣ 그대, 뒷모습 - 233/ 이명숙 ㅣ 저항하는 물 - 234/ 이은주 ㅣ 물의 머리 - 235/ 이종현 ㅣ 물과 분수噴水 - 236/ 이창규 ㅣ 비등점 - 237/ 임영석 ㅣ 물의 집 - 238/ 장영춘 ㅣ 물은 무지 않는다 - 239/ 정현숙 ㅣ 물, 아버지 - 240/ 조명선 ㅣ 흐르는 것이 다 그리움은 아니다 - 241/ 최옥자 ㅣ 냇물은 위로 흐르지 않는다 - 242/ 하순희 ㅣ 생명의 보금자리 덕천강 - 243/ 한영례 ㅣ 자유형으로 - 244 동시 권영상 ㅣ 창문 - 246/ 김금순 ㅣ 살아있는 물 - 247/ 김마리아 ㅣ 두 얼굴 - 248/ 류병숙 ㅣ 물의 주머니 - 249/ 박영숙 ㅣ 나∩너 - 250/ 박정식 ㅣ 분수 - 251/ 박차숙 ㅣ 물 위에 쓰는 편지 - 252/ 변금옥 ㅣ 물안개 - 253/ 신이림 ㅣ 물의 집 - 254/ 신정아 ㅣ 노을 진 강가에서 - 255/ 유영화 ㅣ 하늘을 퍼 나르는 냇물 - 256/ 이내경 ㅣ 개울 - 257/ 이성자 ㅣ 물의 손 - 258/ 이수경 ㅣ 물 뽀뽀 - 259/ 이재순 ㅣ 물의 근육 - 260/ 이화주 ㅣ 물 한 방울 - 261/ 장서후 ㅣ 길 위에 동그라미 - 262/ 전지영 ㅣ 더위에게 - 263/ 정광덕 ㅣ 밤바다 - 264/ 조영미 ㅣ 물 빛깔 - 265/ 하청호 ㅣ 물의 입술 - 266/ 홍재현 ㅣ 개구리 수영장 - 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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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닫고 가는데 물소리가 들린다/ 내 안을 흘러가는 가느다란 물줄기/ 강물은 누구에게로 가는 것일까/ 나는 오래된 숲이 아니다/ 새장에서 날아가고 싶은 새다/ 물이 흘러 빠져나가고 나면/ 날개가 물소리를 낸다/ 강물이 날아가고 싶은 것이다/ 깊이 날아도 소리하지 않는다/ 강물 소리 속에는 가시가 있어 돌아다니다/ 몸을 찔러 통증을 가져온다/ 숲에 사는 새가 구름에 든다 새는/ 일만 삼천리를 날아 수미산에 닿는다/ 물을 마시고 구름을 토한다/ 숲에 스미면 너도 수채화 한 줄기다/ 허기보다 더 낮은 강물 소리 속으로/ 앓는 귀 하나 날아간다
--- 「강영환, 강물 소리」 중에서 비 온 후 해국에 맺힌 물방울은/ 빗물인가/ 눈물인가// 내가 제주 관음사에서 만난 물방울은/ 빗물/ 어머니가 법성암 천도재 지내고 나오다/ 일주문 앞에서 만난 물방울은/ 눈물// 아침 풀잎에 맺힌 물방울은/ 이슬인가/ 눈물인가// 내가 성사천변 산책길에서 만난 물방울은/ 이슬/ 어머니가 먼 옛날/ 시여지 애장터 가던 길에 만난 물방울은/ 눈물 --- 「공광규, 물방울」 중에서 멎지 않고 멀리까지 이어지는/ 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단단히 손을 잡는다/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누가 소리치지 않아도/ 물은 절로 물을 따라 흐르고/ 그 소리를 알아듣는 사람은/ 새겨서 다 듣는다// 뒤집히고 뒤섞이면서/ 큰 산그림자를 껴안아 주는/ 그 마음을 아는 사람은/ 짐작해서 다 안다// 휘어지지 않기 위하여/ 휘어지는 밤/ 가슴으로 듣는 물소리 --- 「권달웅, 물방울」 중에서 나비들이/ 소 발자국에 고인/ 빗물에 모인다.// 나비 날아간 뒤에/ 가 보니/ 거기 하늘이 있다./ 파란.// 그쪽 나라로 가는/ 창문인 줄 알았나 보다. --- 「권영상, 창문」 중에서 울고 싶을 땐 가지 끝 물방울을 하나 들어요. 보통은 볼록거울, 상황을 부풀릴 때가 많아요. 펑펑 울 수 있어요. 웃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입술이 쫙 찢어져 큰 미소를 만들지요. 다 쓴 거울을 깨고 싶을 땐 그냥 놔두면 돼요. 증발하거나 흔들리다 떨어져 스며들어요. 치울 필요 전혀 없어요. 맑은 날 물방울이 없으면 고양이 눈을 봐요. 각막에 맺힌 나를 보다가 지겨워지면 고양이와 놀아요. 털을 쓰다듬으면 부드러운 내가 되고, 발톱을 긁으면 날카로운 내가 돼요. 하여튼 고양이와 물방울은 닮았어요. 보세요. 야옹, 야옹, 떨어진 소리가 동글게 파장을 만들잖아요. --- 「길상호, 물방울 거울」 중에서 언젠가 왔던 길을 누가/ 물보다 잘 기억하겠나/ 아무리 재주껏 가리고/ 깊숙이 숨겨놓아도/ 물은/ 어김없이 찾아와/ 자기의 몸을 담아보고/ 자기의 깊이를 주장하느니/ 여보게/ 억지로 막으려 하지 말게/ 제 가는 대로 꾸불꾸불 넓고 깊게/ 물길 터주면/ 고인 곳마다 시원하고/ 흐를 때는 아름다운 것을/ 물과 함께 아니라면 어떻게/ 먼 길을 갈 수 있겠나/ 누가 혼자 살 수 있겠나 --- 「김광규, 물길」 중에서 늘/ 건너오는/ 투명한 듯// 사각사각/ 나뭇가지// 담록빛// 물방울/ 굴러가는 --- 「나기철, 목소리」 중에서 멀리 가는 물이 점차 맑아지는 것은 물이 제 몸을 버리고 다시 일으키기 때문이다. 아래로 내려가는 물은 계곡을 씻느라 제 몸이 흐려졌다가, 나뭇잎 쑥부쟁이 버러지 솜털을 실어 나르느라 검어진 뒤에도 밭일 끝낸 농사꾼의 장화 씻은 흙탕물에 한 번 붉어졌다가, 빨래 나온 아낙의 비눗물에 둥둥 뜨기도 하지만 그래도 참고 참으며 흘러내리다가, 참기 어려우면 해맑은 물소리 한 소절로 알몸을 헹구면서 끝내 걸러내고 가라앉히며 낮게 흘러 제 몸 투명해져 고요해진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나보다 먼저 말한 이 있다. 그에게 두 번 절한다. --- 「이기철, 물」 중에서 빈 컵을 보면 목이 마르다/ 그래서 나는 물을 끝까지 다 마실 수 없다// 너의 사랑을 보면 목이 마르다/ 늘 한 컵의 물 같아서// 어느 시절/ 끝까지 촉촉하게 스며드는 사람이고 싶었다/ 비록 내 몸이 건조하고 내 마음이 메마르고/ 너와의 사랑이 쫙쫙 갈라지더라도// 그러다가 폭우 속에서/ 내리꽂히는 물에 흠뻑 적셔지고 덮치는 물에 엎어지고/ 돌아갈 길 없는 사랑에 허덕였어도// 나를 적셔/ 나도 누군가에게 나를 나눠주고 싶은 꿈을 꾼다// 자다 깨어나/ 남겨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는 꿈을 꾼다 --- 「이사라, 물의 사랑」 중에서 강가에 서서 내려갈 길을 떠올리다/ 계단 앞에 이르러선 오를 길을 찾는다/ 계단을 오른 뒤 강물을 내려다본다// 아래로만 흘러가는 물의 길/ 하늘을 향해 팔을 뻗는 강둑의 나무들도/ 저 길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나// 하늘은 우러러 살게 하지만/ 강물은 내려가고 더 내려가야 오른다는/ 세상의 순리를 일깨워 준다// 늘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들은/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나를 바라보면서/ 마음은 한결같기를 바랄까//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 하늘 우러러 물길을 따르는 게 도리라고/ 나무가 나직이 귀띔해 주는 것 같다 --- 「이태수, 물의 길」 중에서 물을 두려워하는 건/ 깊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막연히 그대를 그리워하고/ 그대를 기다리는 것은/ 그대의 깊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고일수록/ 아픔이 깊어진다// 아픔 깊을수록/ 깊어지는 물// 그대를 미워하며/ 그대를 아파하며// 이 밤에 새삼/ 그대를 생각하는 건/ 기다림의 깊이를/ 기다림의 끝을/ 모르기 때문이다 --- 「임문혁, 깊이」 중에서 어둠과 호수가 서로의 잔등을 쓰다듬으며 끌어안고/ 잠 속으로 내려가는 것이 보인다/ 천천히 아주 느리게/ 고요하고 매끄러운 손이 시간의 뿌리들을/ 감싸안을 때/ 풀어진 바람 소리들, 흔들리다가, 희고 두터운/ 그림자 속으로 가라앉는다/ 천천히 아주 느리게/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물속에서/ 흔들리는 풀이나 떠다니는 알로써/ 잠을 끌어안고 숨 쉬고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눕는 호수가 어둠을 받아들일 때/ 물렁하게 엉긴 혀 같은, 누그러진 소리들이,/ 질척거린다/ 물과 어둠이 만드는 틈, 켜켜이 포개진 잠의 문/을 어루만지며, 별 없는 밤/ 한때 팽팽하고 완강했던 누군가의 살갗이/ 힘을 풀고 세상의 소리들을 끌어당겨/ 제 속으로 깊이깊이 빨아들이는 것을 본다. --- 「조창환, 눕는 호수」 중에서 들리니? 랩을 읊조리며 몸 흔드는 소리/ 보이니? 우리 세대에겐 낯선 낮은 목소리// 한때는 불꽃, 나의 이마에 닿는 순간 녹아내린 눈송이/ 그래서 지상은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또 한때는 별, 나의 눈동자에 푸른빛으로 박힌 보석/ 그러나 빛살은 늘 내 몸만 훑고 지나갔지// 안녕? 안 돼! 소리쳐 봐도 늘 랩 같은 저음으로 깔리고/ 조명은 늘 나의 조용한 안무를 비껴갔지/ 생이란 그런 거라고 머리를 서쪽에 대고 속삭이는 풀잎들// 사랑이란 허공 같은 바다를 향해/ 온몸을 비워간다는 걸 흐르며 비로소 알게 되었지 --- 「허형만, 강」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