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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엘시노어 성 복수 망자의 나라 히지리 사막 노인들 유적에서 용서해라 시장 싸움 끝없는 땅 클로디어스 삶과 죽음 귀환 |
Hosoda Mamoru,ほそだまもる,細田 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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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천국……?”
저 멀리 물의 정원과 하늘의 경계가 모호했다. 발목까지 오는 물의 차가운 감촉이 맨발에 느껴졌다. 얕은 바닷가에 홀로 남겨진 듯한 불안함에 가슴이 떨렸다. 바로 그때, 흐릿한 사람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숨을 죽인 채 그 인물이 서서히 다가오는 모습을 응시했다. 어렴풋한 윤곽만 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가슴속에서……. 저건 분명, 내 운명의 사람……. 그렇게 중얼거렸다. --- p.9 그녀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믿기지 않았다. 아버지가 처형대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연분홍 머리카락은 흐트러졌고,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으며, 목소리는 공포에 떨리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 p.35 “너 같은 착해빠진 인간을 보면 구역질이 나.” 하지만 히지리는 흔들림 없는 꿋꿋한 눈길로 응시하며 말했다. “착해빠진 인간이 아냐. 내 이름은 히지리. 성스러울 성(聖) 자를 쓰고 히지리라고 읽어. 너는 상처를 입었어. 상처를 입으면 피가 나고 아프지. 그러니 간호사가 필요해.” 히지리의 목소리는 낮지만 힘찼다. --- p.93 나에게도 저런 미소가 있는 걸까. 스칼렛은 자신의 마음이 해방되는 느낌에 휩싸였다. 이제까지 느낀 적 없는 감정이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가능성을 깨닫는 일이었다. 자신이 정말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 p.201 지면에 드리워진 그림자 옆에 또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또 하나의 냉철한 그녀였다. 고통에 사로잡힌 그녀를 차가운 눈길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스칼렛의, 고뇌에 찬 목소리가 물었다. “나는, 복수를 완수해야만 할까, 아니면 전부 용서해야만 할까?” “복수를 달성해야 할까, 전부 용서해야만 할까?” 냉정한 스칼렛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따라 할 뿐이었다. --- p.2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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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초월한 만남,
움직이기 시작하는 운명 복수만을 생각하며 적들을 무찌르는 중세 시대의 스칼렛과 적과 아군 구분 없이 사람을 구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현대의 히지리. 전혀 다른 사상을 지닌 두 사람의 대비는 단순한 캐릭터의 관계를 넘어 작품의 사유적 중심축을 이루며 여행을 거듭할수록 이야기는 단순한 복수극에서 존재론적 드라마로 확장된다. 스칼렛은 존재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끝없는 땅’을 목표로 삼으며 히지리와 함께 ‘죽은 자들의 나라’를 여행한다. 상반된 두 사람의 선택과 관계는 그들이 만나는 인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결국 작품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복수는 진정한 해답이 될 수 있는가?’ ‘용서와 구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사랑을 알고 싶어.” 복수에서 구원으로, 죽음에서 삶으로 작품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핵심 감정은 복수, 미움, 소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관계와 사랑에 대한 갈망이다. 책의 제목인 ‘끝이 없는 스칼렛’에서 ‘끝이 없는’이라는 말은 ‘끝이 없는 복수의 굴레’ ‘존재가 사라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도달해야만 하는 장소’, ‘죽은 자들의 땅에서도 끝없이 이어지는 다툼’, ‘인간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이라는 다층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 특유의 조용한 감동과 철학이라는 거대한 세계와 맞닿는다. 소설 〈끝이 없는 스칼렛〉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팬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팬, 문학적인 판타지를 즐겨 읽는 독자,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푹 빠졌다 나온 뒤 철학적인 여운과 사색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선물과 같은 도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