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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부. 살아 숨 쉬는 생명공동체 - 마을, 가족, 학교 백일홍 다이너마이트처럼 _ 푸른이 엄마의 어느 ‘성장’ 이야기 봄날 조심스레 쥐어본 어느 손 _ 살아 숨 쉬는 생명체, 학생 허술한 완벽주의자의 그림 1만 장 _ 마음을 기울이는 기술 “당신의 스페셜티는 무엇인가요?” _ 대안학교 졸업 후 진로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간디종합설비사 차릴까요? _ 공간을 짓고 수선하고 돌보며 그들이 돌아왔다 _ 귀환과 환대, ‘장소 정체성’을 생각하며 “오, 이거 떼다 팔까요?” _ 간디학교 장학회가 사는 법 행위주체성은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_ ‘잘 삶’이라는 교육의 목적을 생각하며 학생인권조례를 구출하라 _ 단지 차별받지 않을 권리 입법 유감 _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에 대하여 2부. 교사라는 존재가 곧 교육과정이다 - 인문과 예술, 현실과 상상, 현재와 미래 민요가 저항의 노래로 변할 때 _ 살아 있는 10월의 밤들 팍오가와 아이돌 _ ‘학교 복잡계’에 필요한 것 삶과 시의 인생 변주곡 _ 뫼비우스의 띠처럼 누가 할 것인가 _ 교사의 ‘미래’를 키워가려면 소중한 ‘현재’를 보라 연수를 빙자한 놀기 _ 대안학교 새내기 교사 연수의 어느 하루 마을 ‘청년 선생님’이 사는 법 _ 빠듯한 월급으로 시골 생활 버티기 교사 교육에서 사라진 ‘인성’을 되찾는 길 _ 대안교육 교사대학부터 세우라 교사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사회 _ 교사와 학부모의 제로섬 게임을 멈추려면 거대한 착각 _ 어떤 자유주의자의 자기 착취에 관한 고백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날 _ 얼 쇼리스가 가르쳐준 희망의 인문학 생각은 언어로 성취된다 _ 비고츠키라는 사내가 붙잡은 ‘언어와 사유’ 배우는 사람, 교사 _ 학생의 변화를 이해하려는 실천과 프레이리 교육론 3부. 이상주의가 뭐 어때서요? - 승리하는 실패를 위하여 ‘불편함의 교육학’을 위하여 _ 힘듦을 견디는 힘 만약 공상가 같다는 말을 듣는다면 _ 로버트 오언과 ‘승리하는 실패’의 단맛 마음의 물줄기를 우리 곁에 놓자 _ 동북아시아 평화 일굴 학생 교류를 꿈꾸며 내릴 수 없는 깃발 _ ‘대안교육’의 지속을 위하여 우리가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되기 이전 _ 결속의 힘에 대하여 4부. 교육 실천의 영원한 과제 - 경쟁을 넘어 민주주의 교육으로 수능날, ‘교육 내전’ 종식을 꿈꾸며 _ 교육적 우울에서 벗어나기 ‘7세 고시’의 나라 _ 국제바칼로레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대학입시 제도를 AI와 토론하다 _ 인공지능이 알려준 획기적인 해결 방안 학생이 교장을 뽑는다?…가능하다! _ 축제 같았던 어느 교장 선출기 고난의 행군 _ 청소년 자치 배움터가 위험하다 “마음은 민주주의의 집이다” _ 정의를 위해 사랑이 중요한 이유 5768만 원짜리 투표용지 _ 최고의 정치교육을 하라 청년들의 극우화를 탓하기 전에 _ ‘능력주의’라는 감옥 참조했던 책 목록 |
이병곤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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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햇살처럼, 바라보기만 해도 눈부신 아이들 107명이 제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찾아와 지금 내 곁에 있다. 호기심을 잔뜩 품은 채, 활달하게 살아 있는 중1 아이들에게 곧 질풍노도가 덮칠 것이다. 결핍과 생채기를 발견하면서 전혀 다른 심리적 세계를 아프게 겪어내겠지. 그럼에도 아이들은 어느 방향으로든 성장할 것이다. (…) “저랑 뛰실래요?” 물으며 아이들이 내게로 온다. 가슴 벅찬 일이다. 너무 느슨하게 쥐어서도 안 되고, 너무 꽉 조이면 숨이 막힌다. 기회와 위기 사이를 덧댄 곡선 위를 아슬하게 걸으며 내 삶과 아이들 곁을 지키는 일, 교육자의 길이다. 도착 지점이 다가온다. 결승선 테이프를 들고 선 학생회 아이들이 저 멀리에서 아른거린다. 산자락 끄트머리에 ‘조심스레’ 학교 건물이 앉아 있다.
--- p.28 지난 몇 년 새 나는 간디수산, 간디제과, 간디네 즉석떡볶이, 간디청과의 대표가 됐다. 뭐든 팔아야 한다면 또 다른 임의 업체의 대표가 될 운명이다. 나랑 상의? 그런 거 없었다.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걸까? ‘제천간디학교장학회’(장학회) 부모들이 그러고 있다. (…) 온라인 시장 ‘제천간디장학장터’ 밴드와 오프라인 시장 교내 ‘장학카페’가 주요 판매 창구다. 학교 주변 농가에 도움 줄 만한 제철 농산물, 친환경 제품, 농수산 가공식품 같은 물품을 판매한다. 이를테면 귀농한 가정에서 기른 옥수수·바질에서부터 무농약 생딸기잼, 꿀, 토마토, 양파, 통밀 시골빵, 생강청, 접이식 의자, 침낭 등 다양하다. --- p.48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나는 고압선에 걸린 연처럼 무기력하게 일상을 흘려보냈다. 10월 28일. 35년지기 친구 부부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10월 31일 밤. 그 친구 외동딸의 빈소에 다녀왔다. 참사로 아이를 잃은 친구는 이틀 만에 눈물이 말라 소리 내어 울 수조차 없었다. 11월 22일. 유가족 기자회견에서 그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았다.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을 향해 일부 정치가들이 내뱉는 몰상식하고 비인간적인 발언들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바닥 민심에 거대한 쓰나미가 일고 있음을. 우리가 감내해온 이 엄청난 고통이 소박한 민요를 저항의 노래로 탈바꿈시킬 것임을. --- p.71 5년제인 덴마크 자유교원대학 3학년생들은 1년간 교육 현장으로 나간다. 학생이지만 그 기간에는 교사로서 월급을 받기에 교육실습생이라 하기도 애매하다. 이들은 본교로 돌아와 ‘교사 됨’을 위한 공부를 2년 더 이어간다. 현장 경험이 쌓인 뒤라서 학습 내용을 ‘몸 전체로 흡입’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 스토리텔링, 교육학, 심리학, 교수법은 필수 교과목이다. 전체 교육과정에서 시험은 한 번도 없다. 이 학교 교정에 들어서면 따스한 배움이 있는 공동체 공간으로 순간이동한 느낌이 든다. 졸업생 대부분은 덴마크 대안학교 교사로 임용되며, 일부는 일반 공립학교 교사가 되기도 한다. 덴마크 전역에는 550개 대안학교에 학생 11만여 명이 재학 중이다. --- p.97 힘든 아이들을 초인적 사랑으로 품어 안는 것으로 유명한 한 대안학교 교장을 얼마 전 만났다. 그분은 “최근 휴대폰 통화 녹음 어플을 깔아두었”노라고 암담한 표정으로 고백했다. 이제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서로의 대화나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게 일상이 됐다. (…) 문제의 본질은 성적과 학력 높이기에 목숨을 건 듯한 공교육 체제에 도사리고 있다. 학교폭력 사안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라고 결정한 순간부터 학생들의 태도와 행동 기록은 성적 산출과 다름없어진다. ‘학폭’이 발생했을 때 학부모는 자녀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자원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 (…) ‘시스템’이 함께 책임지고 풀어야 할 자리에 교사만 홀로 외롭게 남는다. 한 교육시민단체는 이런 상황을 가리켜 “고통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학교”라 표현했다. 어쩌다 우리 사회는 학부모가 변호사를 찾고, 교사는 신경정신과로 달려가는 시대를 맞았는가?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한 결과 ‘다 함께 죽는 상황’이 빚어졌다. 더는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 --- p.101~102 우리 아이들을 살리려면 ‘즉각 휴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숱한 동시대인들은 이 지리멸렬한 교육 내전을 쉽사리 끝내지 못한다.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실력을 쌓는다 → 공정한 시험 과정을 거쳐 자신이 원하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다 → 피라미드 꼭대기에 선 사람이 사회적 혜택을 누리는 것은 마땅하다.’ 개인은 무한 자유를 꿈꾸지만, 신기하게도 ‘가족-개인’은 사회 통념을 따르는 보수적 성향을 고수한다. 거의 모든 ‘가족-개인’이 이런 신념을 갖고 있기에 경쟁 체제는 안락하게 유지된다. 그 결과 학교는 ‘학생들의 능력을 올바로 측정하라’는 변별 압력을 거세게 받는다. 능력주의와 공정 담론이 결합하여 빚어낸 교육 현상이다. --- p.151 1918년 당시 [유럽의] 파시스트들은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 정치적 설계를 잘 세워 움직였다. 2025년 한국의 극우 세력 역시 마찬가지다. 극우 성향 청년들은 단순 추종자가 아니다. 기성세대가 공들여 지어놓은 ‘능력주의’라는 감옥의 포로에 가깝다. 이미 모든 것을 잃어버렸고 희망은 보이지 않으니 ‘이번 세상에서는 망했다’고 자포자기한다. 뻥 뚫린 그들 마음에 결핍과 불안이 엄습한다. 마음이 전쟁 상태다. (…) 극우 청년들 앞에서 민주주의와 시민적 덕성을 논의하는 행위는 IMF 외환위기 때 직장 잃은 실업자 앞에서 경제 정의를 강의하는 일과 똑같다. 그들이 지닌 ‘합리적 판단’과 ‘정서적 빡침’ 사이의 기묘한 결합부터 풀어주자. --- p.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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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란, 감응에서 시작해 공명으로 나아가는 것
★ 교육적 우울의 시대에 교사라는 존재를 묻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답게 성장하기를 배울 수 있을까 1990년대 중반. 공교육 체제에 몸이 갇혀 있던 아이들이 더는 못 견디고 ‘튕겨 나왔다.’ 자퇴, 등교 거부,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주저하지 않았다. 교내에 남아 있던 아이들은 모든 의욕을 거둬들인 채 책상 위에 엎드려 잠든 척하는 방식으로 소극적 저항을 지속했다. 대안학교가 출현했던 시기가 이 무렵이다. 많은 대안교육 실천가들이 저마다 올바르다고 생각했던 교육을 상상하고 실행했다. 하지만 정녕 무엇을 ‘대안’이라 바라보는지에 대한 깊은 논의는 부족했다. 교육은 감응(感應, responsiveness)에서 시작해 공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이들의 말, 표정, 침묵, 몸의 긴장을 간파하고 그들에게 ‘괜찮냐’고 묻는 것부터 감응의 첫 단계가 이뤄진다. 하지만 학교는 끝없이 효율성 압박에 시달린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감정과 마음 상태를 챙기려다가는 전달해야 할 지식의 총량을 제때 쏟아붓지 못한다. 시간이 가난한 공교육에서 ‘감응’은 사치품일 뿐이다. 감응이 심리적이고 윤리적인 반응이라면, 공명은 학생-교사-부모 등 교육 주체들 사이의 관계적 울림을 촉발한다. 이 감응과 공명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야만 ‘정보를 교환하는 훈육의 장’으로 설계된 학교 체계의 맹점을 뚫고 나올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서른다섯 편의 글은 마치 튀르키예식 케밥처럼 ‘시간이라는 무형의 꼬챙이’에 꿰어져 있다. 글을 쓴 공간적 배경은 두 곳이다. 제천시 덕산면에 자리한 제천간디학교와, 대전시 중구에 있는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시끌벅적한 학교 현장과 고즈넉한 연구실 풍경이 교차한다. 대안학교에서 온몸으로 흡수하며 공명했던 경험이 교육 이론과 만나 모자이크처럼 직조된다. 학생을 둘러싼 마을-가족-학교 등 살아 숨 쉬는 생명공동체의 활기, 교사라는 존재 자체가 곧 교육과정임을 증명하는 갖가지 실천 사례들, 대안교육의 지속을 위해 여전히 이상주의의 깃발을 내리지 못하는(않는) 의지, 그리고 교육 실천의 영원한 과제인 일상의 민주주의 교육까지. 오늘날 만연해 있는 교육적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부모는 변호사를 찾고 교사는 신경정신과로 달려가는 제로섬 게임을 멈추기 위해, 사회 전체를 짓누르는 능력주의라는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책은 지금의 강퍅한 교육 현실을 개혁해나가려는 단단한 다짐이자, 척박한 환경에서도 경이로운 노력으로 대안교육 현장을 일궈온 실천가들에게 보내는 절절한 헌사이기도 하다. 입시 경쟁과 편리함에 길든 일상이 앗아간 우리의 몸, 땀, 자연, 힘듦을 견디는 힘, 직관, 함께 무엇인가를 이뤄가는 기쁨을 되찾아야 한다. 숱한 대안학교에서 실행했던 보석 같은 사례를 모아 ‘불편함의 교육학’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는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