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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녀의 후예
2. 마녀를 사냥하는 자 3. 마녀의 심복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
Shichiri Nakayama,なかやま しちり,中山 七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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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광경을 눈에 담은 순간, 마키하타 게이스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수사 현장에서 12년을 몸담으면서, 부패하거나 열차에 치여 절단되거나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을 수도 없이 봤지만 이렇게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저 같은 시골 순경이 다루는 사건이라고 해봤자 싸움이나 절도가 전부라서 도시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신문이나 뉴스에서나 보거든요. 요즘 일어나는 극장형 범죄니 엽기 살인이니 하는 건 어디 외국에서나 일어나는 사건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런데 아까 본 그 광경은……, 마치 귀신이나 악마가 저지른 짓 같더군요.” ---p.18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깍. 어디선가 쇠가 서로 마찰하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가미야마를 바라보자 노순경의 시선은 마키하타의 머리 위를 향해 있었다. 마키하타는 그 시선 끝을 따라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까마귀였다. 까마귀 한 마리가 담장 위에 앉아 마키하타 일행을 빤히 주시하고 있었다. 까악. ---p.25 “그래서 공안도 스턴버그 제약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스턴버그 제약 일본 지사가 두 달 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문을 닫았고,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약물을 사용한 소년들이 흉악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주임 연구원이 동기와 수단 모두 불분명한 채로 살해당했죠. 어떻습니까. 거만한 경찰청 수사관들이 혼비백산해서 현경으로 달려올 만하지 않습니까?” ---p.83 후회일까, 사죄일까. 아니면 자기변명일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망연자실하던 그 순간. 소녀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크게 뜨인 어둡고 공허한 눈동자가 마키하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비겁한 인간.” p.85~86 Do the right thing. 올바른 일을 하라. 결국 요즘 세상에서 정의란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한 구호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정의란, 신념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상처의 딱지를 억지로 떼어내는 듯 자학적인 느낌과 함께 결코 지울 수 없는 과거가 봇물 터지듯 되살아났다. 생생한 꿈을 계속 꾸는 바람에 현실감이 다소 흐려졌지만 그 기억이야말로 분명한 사실이었다. ---p.164 그런데 표적을 확인한 마키하타는 깜짝 놀랐다. 닭 볏처럼 삐죽 솟아 있는 정수리의 털. 시신을 발견한 날 연구소 담장에 앉아 있던 그 까마귀가 분명했다. 까악. 한 번 울더니 이쪽을 주시했다. 감정 없는 동굴 같은 눈이 마키하타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 불길한 서늘함에 등골이 오싹했다. 평소라면 장난감 총을 거부했을 자제심도, 사건 현장에서 까마귀를 쏘는 행위는 비상식적이라고 판단할 이성도 그 순간 모두 사라졌다. ---p.216 진흙과 피, 검은 깃털이 뒤엉킨 크고 작은 사체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그 더미 사이로 얼굴이 튀어나와 있어서 개나 고양이임을 분간할 수 있는 사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머리와 팔다리가 사라진 고깃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이것이 바로 먹이를 저장하는 까마귀의 습성이었다. 나무 열매나 벌레, 버려진 음식 등 한번에 먹을 수 없는 먹이를 둥지로 물고 와 저장하는 습성. 약에 오염되면 까마귀의 그 습성은 어떻게 될까? 이 끔찍한 사체 더미가 바로 그 질문의 답이었다. ---p.322 눈과 코 깊숙한 곳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시야가 순식간에 눈물로 뿌옇게 변했다. 가스 분출을 멈춰야 한다. 아니, 그보다 이 연구실에서 당장 빠져나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죽는다. 그 순간 마비됐던 근육이 움찔거리며 의지가 통하기 시작했다. ---p.367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고. 지울 수 없는 책임의 무게 때문에. 잃어버린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다시 시작할 수도 없어. 하지만 분명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는 있어. 그리고 그날 잃어버린 네 정의도 되찾을 수 있지.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지금 다시 일어나 아니.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라고. ---p.370 오냐. 네놈이 우두머리구나. 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 놈도 눈 하나를 잃었고, 나도 눈 하나를 잃었다. 끝장을 보러 왔구나. 목발을 고쳐 잡았다. 그것이 신호라도 된 양 까마귀가 날개를 활짝 펼쳤다. ---p.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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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의 사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입니다.
이것은 우리 조직이 공유하는 최소한의 약속이죠.”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가장 핫한 최고의 작가이다. 2009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그 후 다양한 테마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는 집필 속도로 써냈으며, 각각의 작품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놀라운 반전을 선보이며 짧은 기간에 일본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음악, 경찰, 의료 등 다양한 소재에 도전해 수많은 인기 시리즈를 가지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마치 새로운 시리즈의 출발을 예견하는 듯 새로운 등장인물과 함께 검찰 미스터리를 선보였다. 그의 집필 활동은 놀라울 정도로 왕성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하루에 평균 25매씩을 집필하고 보통 이틀에 하루는 마감일, 조금 여유가 있을 때에도 3일에 하루는 마감일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나카야마 시치리의 집필 동기는 무엇일까? 그는 꼭 출판사에 이익을 가져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쓴다고 한다. 매년 신인 작가들이 배출되는데, 선배 작가들이 출판사에 이익을 창출하게 해줘야 그들이 책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든지 신인들은 그 분야의 보물과도 같은데, 그 보물도 경제적인 지주가 없으면 데뷔할 수 없으니 시치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즉 자신이 쓴 글로 출판사에 이익을 가져다줌으로써 같은 분야의 후배 작가들이 데뷔하는 데 보탬을 주는 것이 그의 집필 활동의 원동력이다. 그는 더 나아가 “출판사에 손해를 입히면 그만둬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작가로서의 그의 책임과 의무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시치리의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리더빌리티’다. 즉 가독성이 있고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시치리는 리더빌리티를 추구하기 위해 내용의 사건성과 스토리에 따라 완급을 조정한다고 한다. 가령 ‘!’의 수 등으로 컨트롤하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테미스의 검』에서는 느낌표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덧붙이자면, 작품의 주제에 따라 ‘!’과 ‘?’의 개수를 정한다는 것이다. 이 주제라면 원고지 한 장당 몇 개로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또한 그는 한 달에 한 작품을 출간하는 엄청난 집필 속도의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은 다른 미스터리 작가들과 작품을 쓰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작가들은 원목을 하나하나 조각칼로 깎듯이 작품을 쓴다면, 자신은 프라모델 형식으로 작업한다고 한다. 그러니 어떤 테마에 대해 써달라는 제안을 받으면 이전에 써두었던 설계도를 떠올리고 그것을 바로 가공해 조립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프라모델이기 때문에 중간에 수정할 필요도 없다. 가히 천재적인 만능 이야기꾼답다. 앞으로도 만능 재주꾼이 어떤 이야기로 독자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해주시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