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이서영만 아는 이서영
2. 분갈이 3. 탐색 4. 코트 안으로 5. 파악 6. 짝피구 7. 피구왕 서영 8. 초대 9. 하수구 10. 안과 밖에서 배우는 것 11.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12. 기회 13. 피구왕과 피구 노예 14. 피구는 피구다 15. 체육대회 작가의 말 코트 바깥에서 다시 쓰는 이야기 |
황유미의 다른 상품
|
“아까 너랑 같이 밥 먹은 애 별로니까 놀지 마.”
“그래? 잘 몰랐네. 챙겨줘서 고마워.” ---p.21 권력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것이 분명한 그 아이가 서영을 부르며 손짓을 했다. 서영은 도살장에 끌려 들어가는 황소처럼 떨리는 심정으로 손짓하는 아이 쪽으로 걸어갔다. 5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를 걷는 동안 서영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들락거렸다. 이윽고 그 아이 앞에 도착했다. 서영은 자신의 처지가 호랑이 굴 앞에 도착한 토끼 같았다. ---p.25 서영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부러움이 형형하게 드러난 아이들의 시선을 보며 묘한 우월감을 느꼈다. 여태껏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시선을 현지를 통해 간단히 받아내자, 어쩌면 이 육식동물들 속에서도 현지와만 관계를 잘 유지하면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p.35 “우리 집에 갈래?” 서영의 마음속 소리가 닿았는지 피구 연습이 끝난 후 윤정은 정확히 서영이 원하는 방식으로 손을 내밀었다. 윤정이 먼저 자기 자신을 보여주겠다는 뜻이었다. 서영은 윤정이 내민 손을 기꺼이 잡고 집으로 향했다. ---p.61 체육 시간에 피구 시합을 할 때면 모두가 서영을 ‘피구왕 서영’이라고 불렀지만, 이상하게도 서영은 정작 방과 후 공터에서 연습할 때 ‘진짜 피구왕’이 된 것 같았다. 부담 없이 흰 공을 들고 몸을 움직이는 즐거운 피구. 그런 피구를 할 때 서영은 비로소 피구왕이라는 왕관을 쓴 것 같았다. ---p.95 “넌 왜 그렇게 봐?” “…… 내가 뭘?” “자꾸 째려보잖아, 너. 나 때문에 졌다 이거야? 왕따랑 노는 게 불쌍해서 봐줬더니.” ---p.106 지금 서영이 피구왕 서영으로 불릴 만큼 피구를 잘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지금까지 피구가 즐거웠기 때문이다. ---p.112 |
|
피구왕이 된다는 건 원래 있던 자리를 지키는 일이 아니었다.
어떤 결정은 용기에서 시작되고 어떤 성장은 두려움과 마주하는 순간 이루어진다. 서영 _ 관계의 서열과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려는 아이 윤정 _ 가장자리에 서 있어도 자기 뜻을 쉽게 굽히지 않는 아이 현지 _ 서열의 꼭대기에서 흔들림을 허락하지 않는 아이 전학 온 서영이 들어선 교실에는 이미 굳어져 있는 관계의 질서가 있다. 첫날부터 교실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밀려난 윤정과 짝이 된 서영은 묘하게 마음이 쓰이는 이 아이를 의식한 채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뜻밖의 피구 경기에서 ‘피구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단숨에 아이들의 시선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하지만 그 호칭은 기쁨보다 불안을 먼저 데려온다. 서영은 그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혼자 연습을 거듭하고, 몰래 연습하던 공간에서 윤정과 다시 마주친다. 윤정 앞에서만큼은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작은 안도 속에서 서영은 처음으로 자신이 어떤 아이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조용히 묻게 된다. 작은 땀방울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섬세한 시선으로 읽고 나면 응원을 한껏 받은 것 같은 기운찬 이야기 교실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세상을 배우는 가장 작은 사회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자기답게 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수없이 갈등하고 때로는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다. 하지만 자기 마음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아이들은 이전보다 한 뼘 더 단단해진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서히 알게 된다. 관계는 늘 ‘우리’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처럼 보이지만, 그 시작에는 언제나 ‘나’를 아는 일이 놓여 있다는 것을. 누군가 곁에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아이들은 다시 용기를 얻고 자기 자리로 돌아갈 힘을 찾는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한 아이의 성장기를 넘어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는 모든 이에게 조용하면서도 큰 격려가 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 본 모든 아이들에게, 그리고 한때 그런 아이였던 우리 모두에게 『피구왕 서영』은 오래도록 곁에 남는 다정한 응원이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