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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고물상
엄마의 구두 튤립 향기 눈 속에 피어난 에델바이스 자전거 도둑 어미토끼의 사랑처럼 추억의 수박귀신 돌산 할머니 우리들의 지붕, 아버지 상이군인 아저씨 육성회비 영수 엄마 내 짝꿍 원표 깜치와의 전쟁 외계인 아저씨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가을 운동회 아름다운 발자국 엄마가 가르쳐준 사랑 달맞이꽃 나는야 아이스께끼 장사 겨울의 미소 저 들 밖에 한밤 중에 길음시장 엄마의 눈물 바람 부는 공터에서 내 마음속의 선생님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사랑하는 나의 형 행복한 우리 집 선물 강아지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달동네 사람들 로맨스 전하사 어느 피에로의 눈물 행복한 고물상이 문을 닫던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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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지붕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검은 그림자는 분명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천둥치는 지붕 위에서 온몸으로 사나운 비를 맞으며 앉아 있었다. 깁스한 팔을 겨우 가누며 빗물이 새는 깨어진 기와 위에 앉아 우산을 받치고 계셨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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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앞서 나아가려고만 하는 책들로 붐비는 요즈음,
나를 돌이켜보고 우리 이웃들을 둘러보자는 참으로 느릿느릿한 책, 그래서 더 소중한 우리 모두의 살 냄새나는 이야기. 가슴 따뜻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연탄길』로 전 국민의 뜨거운 눈물, 그 착하고 여린 우리네 심성을 확인케 했던 작가 이철환의 신작 산문집이다. 어릴 적 아버지가 ‘행복한 고물상’을 꾸려나가셨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작가는 전작보다 훨씬 사실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들로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다. 눈물과 웃음으로 적절히 비빈 우리네 삶의 비빔밥이라고나 할까. 내 주린 배보다는 그보다 못한 이웃들의 허기를 한발 앞서 걱정하라…… 몸으로 실천해보이셨던 아버지의 가르침 탓인지 작가는 이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힘이 바로 ‘사랑’임을 일찌감치 깨우쳤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삽화들을 보면 설마 그랬을까, 혹시 이 사람 ‘바보’ 아냐, 하는 의심 아닌 의심도 든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정말이지 너무도 맑은 영혼들, 그들의 순수함에 넋이 나갈 지경이기 때문이다. 껌팔이 소녀를 데려다 라면을 끓여먹이셨던 아버지, 그들에게 받은 껌 한 통을 어쩌지 못해 못내 가슴 아파 아시던 아버지, 딸의 병원비를 벌려 당신 자전거를 훔쳐 장사를 한 이를 못 본 척 봐주시던 아버지…… 게다가 우리들에게는 또 어떤 아버지였나. 비가 새는 지붕을 탄탄히 막고자 스스로 우산을 들고 올라가 지붕이 되신 아버지, 피에로 복장을 한 채 얻어맞으면서까지 술꾼들을 술집으로 데려오려 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묵묵히 지켜보며 함께 도왔던 어머니 또한 아버지의 다른 이름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책은 이렇듯 눈물겨운 이야기들로만 채워지지 않았다. 어린 소년 ‘이철환’의 또 ‘한 편의 성장기’이기도 한 탓이다. 철없는 개구쟁이였지만 그는 풍요로운 마음의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었다. 넉넉한 품성의 부모가 있었고, 자신과 같은 생김새만큼 잘 통하는 쌍둥이 형과 예쁜 누나가 있었으며 무엇보다 사회에서 만난 참 좋은 사람들, 그들이 뿜어내는 사람 냄새에 일찌감치 취해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그는 웃었다. 그 웃음이야말로 내일을 힘차게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임이 분명함을 일찌감치 알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에겐 어떤 희망이 있었다. 흐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여전히 흘러가고 또 흘러갈 강물처럼, 우리네 사랑이 그러할 것이라는 바로 그 믿음, ‘사랑’에 대한 확신이 말이다. 그래서인지 행복한 고물상이 문을 여는(‘말투로 고쳐주세요) 그날부터 문 닫는 그날까지의 이 소소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젖은 눈을 다시 마르게 하여 눈꺼풀에 반짝이는 빛 하나 자리 앉게 한다. 떨어진 속눈썹 하나하나마다 꿈이 스며있는 바로 그……행복! 또한 일러스트를 그린 판화가 유기훈과 글을 쓴 이철환의 환상적인 호흡에 대해서도 덧붙여본다. 이철환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형제처럼 유기훈의 그림 속 인물과 풍경은 그 시절을 살고 있는데 이는 두 사람의 잦은 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림만으로 또 한편의 이야기가 되는 ‘책 속의 책’에서 그 쏠쏠한 맛을 함께 느껴보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