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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저자 최범수 프롤로그 · 버팀의 시간을 지나 다시 숨을 배우다 1부: 괜찮아졌다는 말 앞에서 · 괜찮아졌다는 말이 아직은 낯설다 · 더 아프지 않기 위해 살던 시간이 끝났을 때 · 버티지 않아도 되는 날들의 어색함 · 회복이 기쁨보다 공허로 다가올 때 · 나는 무너지면 안 된다 · 속도, 고립, 그리고 멈춤 · 낯선 공기 속에서 배우다. 2부: 아픔이 물러난 자리에 남은 감정들 · 불안이 줄어든 자리에 남은 침묵 · 괜히 다시 무너질까 봐 조심스러워지는 마음 · 상처가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 여전히 흔들리는 나를 받아들이는 법 3부: 다시 살아지는 일상 ·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주는 위로 · 이유 없이 걷고 싶어진 오후 · 작은 선택들이 삶을 되돌려 놓을 때 · 일상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할 때 4부: 회복 이후의 관계 · 괜찮아진 나를 설명해야 할 때 · 회복 이후의 또 다른 부담 · 가까워지는 것이 다시 두려울 때 · 혼자가 편해진 사람의 외로움 · 적당한 거리에서 함께 있는 법 5부. 더 잘 살지 않아도 되는 삶 · 버티는 대신 내려놓기로 했다 · 욕심이 줄어든 자리에 생긴 여백 · 속도를 늦춘 삶이 알려준 것들 · 크지 않아도 충분한 인생 6부. 다시, 나에게로 · 회복은 끝나는 일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 · 상처와 함께 늙어간다는 것 ·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근력 · 오늘의 나를 믿는 연습 에필로그 · 삶은 다시, 조용히 말을 건다 별첨. · 회복 이후 나를 돌보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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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문득, 숨이 조금 더 편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위로가 갑자기 모든 것을 해결해 준 것도 아니다. 다만 어느 순간,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 예전만큼 두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 p.9 이 책은 그 작은 목소리를 기록한 시간이다. 상처를 지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안고도 이미 살아가고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 쓴 글이다. 회복 이후의 삶은 더 잘 살아내야 하는 두 번째 경기가 아니다. 오히려 속도 를 낮추고, 자신의 호흡을 되찾는 시간에 가깝다. --- p.12 오늘은 숨이 편안했는지, 몸이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는지, 마음이 지나치게 날카로워지지는 않았는지. 그 연습은 느리고 서툴다. 처음에는 자꾸 예전의 기준으로 돌아간다. “이 정도면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느슨해도 되는 걸까? --- p.27 불안으로 가득 차 있던 마음이 이제는 잠시 비어 있다. 그 빈 공간에 무엇이 들어올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의미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바로 방향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 공허는 공백이 아니라 다음 장면을 준비하는 여백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은 조용히 숨이 드나드는 것만으로도 이미 다른 시간 속에 와 있으니까. 그리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단단하게 우리를 지탱하고 있다. --- p.33 서울은 속도, 해외는 고립과 확장, 고성산은 멈춤을 나에게 의미했다. 달리던 시간과 혼자였던 시간 사이에서 서울은 나에게 속도를 가르쳐 주었다. 빨리 움직이는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고, 멈추는 사람은 금세 잊힌다고 믿게 만들었다. 나는 그 믿음을 오래 품고 살았다. 그리고 그 속도를 안고 해외로 나갔다. 당신에게도 그런 도시가 있지 않은가? 멈추면 뒤처질 것만 같은 공간, 속도가 곧 존재 가치처럼 느껴지던 시간 말이다. --- p.43 회복은 견고해지는 일이기보다 다시 감각을 되찾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된다. 또 금이 갈까 봐. 그 조심성은 겁 때문만은 아니다. 한 번 무너져 본 사람만이 아는 감각이다.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몸의 기억이다. --- p.61 나의 멈춤도 그렇다. 누군가 보기에는 정체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 안에서는 분명히 방향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오늘 나는 호수 벤치에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았고, 이루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이 하루는 충분했다. --- pp.76-77 지금은 가끔 몸이 먼저 말해 준다. “이 정도면 문제없다.” “잠시 걷는다고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이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그 신호를 따라 잠시 걸어 보는 일. 아무도 모르게,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그것만으로 충분한 날이 있다. 그리고 그런 날이 쌓일수록 삶은 다시, 조용히 살아진다. --- p.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