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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7
제1부 이론적 토대: 역량과 생명의료윤리 제1장 생명의료윤리학의 전개와 한계 33 제2장 역량 중심의 생명의료윤리 61 제2부 한국 사회에서의 생명의료윤리 문제들 제3장 환자-의사 관계에서의 윤리 문제와 대응 83 제4장 보건의료 제도의 윤리 문제와 대응 111 제3부 과학기술 시대의 생명의료윤리 제5장 유전공학의 도전과 대응 147 제6장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과학기술의 도전과 대응 167 제4부 전 지구화 시대의 생명의료윤리 제7장 감염병 시대의 보건의료 191 제8장 전 지구화 시대의 새로운 생명의료윤리 211 나오는 글 234 부록 역량 접근법의 윤리적 함의 238 참고문헌 266 비오스총서를 펴내며 2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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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첨과 칠드러스의 논의뿐만 아니라, 기존의 다른 생명의료윤리 이론들도 보편성과 개별성이라는 현대사회의 중요한 기준에서 볼 때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한계를 보인다. 예를 들어, 이매뉴얼의 공동체주의적 논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 동의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수용될 수 없다. 국경과 관계없이 전 지구적으로 전염병이 확산하고 의료 관광이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의 전 지구적 현실 속에서 보편성은 생명의료윤리에서 확보하면 좋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적인 가치라는 점에서, 기존 이론들의 이러한 취약성은 심각한 한계이다.
--- p.24~25 ‘역량 중심의 생명의료윤리’는 역량 접근법이 갖는 이론적 장점과 실천적 강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생명의료윤리 논의이다. 역량 중심의 생명의료윤리는 이론적 차원에서 상처 받기 쉬운 인간이라는 인간관을 통해 생명의료 논의에 보다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며, 건강의 다양한 수준을 포착하여 역량의 강화라는 실질적 자유 증진을 효과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논의를 제공한다. 또한, 이러한 이론적 토대 아래, 건강 역량 증진을 위해 제도, 비제도, 개인 측면의 통합적 구조를 통해 접근할 뿐만 아니라, 건강이 갖는 보편성과 개별성을 모두 고려함으로 기존 생명의료윤리가 간과했던 부분들에 보완한다는 실천적 효과가 있다. 더욱이, 보건의료와 관련하여 변화하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절차적 방법인 공적 추론 방식은 실질적 효과를 담보한다. --- p.78~79 역량 접근법은 개인의 역량, 즉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분배방식(개인 측면, 제도 측면)과 분배 이외의 방식(비제도 측면)을 모두 사용한다. 제도 측면에서 물질을 분배하여 역량 강화를 도모하는 생명의료윤리 영역에서의 사례는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병원 시설 등을 제공하는 것 등이다. 역량 접근법은 또한 개인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역량의 평등 방식을 제공할 수도 있고, 최소치 보장 규칙에 따라 개인의 역량이 최소치 이상이 되도록 자원을 분배할 수도 있다. --- p.97 초기부터 강조되어 온 생명의료윤리학의 실천적 성격을 구현하기에도 역량 접근법은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역량 접근법은 보편성과 개별성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다른 이론들과 달리, 제도, 비제도, 개인 측면의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개인의 역량뿐만 아니라 사회의 역량을 증진하고 보존하려는 이론적 토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은 건강 역량 실현이라는 이상론을 목표로 추구하면서도, 적용 사회의 개별성을 고려하여 제도, 비제도, 개인 측면을 전략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비이상론을 전개하기에 효과적이다. --- p.235~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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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 필수의료 붕괴 논란,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 그리고 인공지능과 유전공학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들. 오늘날의 의료는 더 이상 기술이나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인간관과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윤리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현실 앞에서 우리는 단순한 원칙이나 기존의 이론만으로 충분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역량 중심의 생명의료윤리』는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현대 생명의료윤리학이 자유지상주의, 공동체주의, 원칙주의 등 다양한 이론을 발전시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료 현장의 다층적 문제와 급변하는 사회적 조건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건강을 단순히 질병의 부재로 볼 것인지, 인간 삶의 가능성과 목표를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것인지에 따라 윤리의 방향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핵심 개념은 ‘역량(capability)’이다. 이는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마르티아센이 처음 제시하고, 마사 누스바움 등에 의해 철학적으로 정교화된 이론적 틀로, 인간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중심에 둔다. 저자는 이 개념을 통해 건강과 의료를 단순한 상태가 아니라, 인간의 실질적 자유와 삶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문제로 재구성한다. 이러한 접근은 보편성과 개별성 사이에서 흔들려온 기존 윤리 이론의 한계를 넘어서는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다. 보편적 기준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각 사회와 개인이 처한 문화적·제도적 맥락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윤리적 틀을 마련하려는 시도다. 또한 저자는 윤리를 단일한 차원의 논의로 환원하지 않는다. 개인의 삶 속에서 작동하는 ‘개인 윤리’,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윤리’, 그리고 학문적 토대로서의 ‘이론 윤리’ 라는 세 층위를 구분하고, 이들이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윤리가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다고 본다. 윤리는 법의 공백을 메우는 보조 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태도와 제도를 동시에 변화시키는 장기적 구조라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토대 위에서 책은 환자-의사 관계, 연명치료 중단, 의료 자원 배분과 같은 오래도록 논의되어 온 핵심 쟁점부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감염병, 전 지구화가 만들어 낸 새로운 윤리 문제들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그리고 각각의 문제를 단순한 찬반의 구도로 환원하지 않고, 우리가 왜 쉽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지, 어떤 조건에서 더 나은 판단이 가능한지를 집요하게 탐색한다. 『역량 중심의 생명의료윤리』는 명확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의료와 윤리의 전제를 다시 묻게 만든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과 여전히 갈등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이 책은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책임질 것인지, 그 사유의 방향을 제시하는 하나의 지적 좌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