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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건축
취약성으로 연결되는 공통의 세계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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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표지 설명

들어가며. 왜 접근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1장. 손상을 보존하는 기념 건축물
2장. 병약함에 열린 자연
3장. 장애를 중심에 둔 도시화
4장. 손상의 관점으로 형태에 맞서기
5장. 환경을 장애화하기
6장. 장애와 건설을 연관 짓기
나가며. 장애의 실천

감사의 말
감수자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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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

데이비드 기슨

관심작가 알림신청
 

David Gissen

건축사학자이자 건축 이론·비평 저술가이다. 주된 연구 주제는 근대 및 후기 근대 건축과 디자인에 내재된 생리학적·환경적 개념이다. 특히 건축이 공간 내에 건강, 안정성, 역량, 정상성을 구현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역사적 분석과 대안적 개념 제시 작업을 한다. 《장애 건축》 등 네 권의 책을 집필했으며 큐레이터, 디자이너로도 활발히 활동한다. 베니스비엔날레, 캐나다 건축센터, 미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위촉 큐레이터를 지냈으며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에서 워크숍 및 공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22년 뉴욕 건축센터 공모전 수상작인 <블록 파티: 자립 생활에서 장애
건축사학자이자 건축 이론·비평 저술가이다. 주된 연구 주제는 근대 및 후기 근대 건축과 디자인에 내재된 생리학적·환경적 개념이다. 특히 건축이 공간 내에 건강, 안정성, 역량, 정상성을 구현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역사적 분석과 대안적 개념 제시 작업을 한다.

《장애 건축》 등 네 권의 책을 집필했으며 큐레이터, 디자이너로도 활발히 활동한다. 베니스비엔날레, 캐나다 건축센터, 미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위촉 큐레이터를 지냈으며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에서 워크숍 및 공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22년 뉴욕 건축센터 공모전 수상작인 <블록 파티: 자립 생활에서 장애 공동체주의로>는 2025년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도 전시되었다. 컬럼비아대학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빈 예술아카데미 등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현재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문화연구를 공부했다. 영화 잡지 《스크린》 기자로 경력을 시작했고, 《한국일보》에서 사회부, 문화부, 국제부를 거쳤다. 공공문화 기획자, 출판사 편집자 등으로 일했으며 밀려나는 삶을 살리고 세상의 속도에 지지 않는 이야기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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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최춘웅

관심작가 알림신청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건축설계뿐 아니라 재생건축, 공공미술, 문화이론 전반에 대한 확장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18년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한국관의 큐레이터로 참여하였으며, 《보이드》(국립현대미술관, 2016), 《아트선재 공간프로젝트》(아트선재센터, 2014) 등 다수의 전시 프로젝트에 출품하였다. 주요 저술로 「공공, 기억, 장소: 버려진 공간을 소환할 때」(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2023),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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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84g | 148*200*18mm
ISBN13
9791199048157

책 속으로

내 핵심 주장 중 하나는 바로 우리(장애인 건축가, 평론가 그리고 건축 공간의 거주자)가 손상에 기반한 공간 정치의 범위를 확장해 접근과 접근성에 집중해 온 역사를 보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용과 효용에 국한되지 않는 손상의 정치학과 건축 환경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책은 건축물, 건축 역사와 이론에 장애화 개념이 광범위하고 뿌리 깊게 내재해 있다는 것, 나아가 이를 더욱 정교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건축에 관여한 장애인들의 잊힌 투쟁을 되살려 현대의 건축 및 인권 논의에 이으려 한다. 이같이 개념과 과거 투쟁 사례를 검토하고 그로부터 비롯될 실천을 상상하는 것이 곧 장애 정치 그리고 장애 경험을 한층 온전히 표상하는 건축을 향한 과정의 첫걸음이다.

왜 접근 가능한 건축을 향한 투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접근 가능한 공간이라는 비전만으로 건축이, 그리고 그 역사와 실행이 장애인을 막아섰던 무수한 방식의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다고 믿는다. 건축은 장애인이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차원 이상으로 우리를 배척해 왔고 그러므로 접근 가능한 디자인이라는 발상과 구현은 불완전한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자면 이 개념은 종종 장애를 보는 기존의 협소한 관점과 역설적인 관계를 맺었다. 즉 불공평을 해결하는 기술을 표방했으나, 그 불공평이 손상에 대한 제한된 관점에 기반하므로, 오히려 그 관점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

기능주의와 그 일환인 접근 가능한 전략에 대한 나의 비평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비판적’ 장애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 비판적 장애 모델과 개념은 손상을 극복해야 할 신체적·정신적 비정상이나 부담으로 보는 문화적 편견에 반기를 들고 오히려 손상이 인간 존재에 관한 인식에 기여한다고 상정한다. 즉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사회에서 촉발되고 획득되고 심지어 보전될 수 있는 어떤 것임을 이해하게 한다. 이런 사고의 지평에서 장애가 표상하는 무능력과 기능 이상은 건축의 속성과 궁극적 목적을 다시 상상할 실마리를 준다. 장애에 대한 좀 더 비판적인 이해의 틀에는 장애 정의의 관점도 포함된다. 즉 장애가 사회적·역사적 현실에서 어떻게 불균등하게 경험되고 인지되는지에 관심을 두며 쇠약화의 구조적 기반, 손상의 지리적 불균등, 젠더 및 인종이 교차하며 잠재적으로 작동하는 장애의 낙인 문제 등을 다룬다. 이런 해석은 건축의 정치적 측면, 그리고 건축이 인간의 주체성과 권리에 관여하는 방식을 재구성하려는 이들 간 연대의 기회를 펼쳐 보인다.
--- 「들어가며」 중에서

접근 가능한 문화유산 사업을 추진하는 신념 체계는 손상이 이들 장소와 실제로 맺었던 역사적 연관성을 누락해 버리는 결과를 낳곤 한다. 장애인을 대변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에 의해 이들 장소의 원래 모습에 기여했고 장소에 내재되어 있었던 손상의 역사가 삭제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원전 5세기 아크로폴리스는 아래의 아고라로부터 일련의 상호연결된 경사로-1세기에 파괴되었다-를 통해 접근할 수 있었다. 아크로폴리스 서쪽 측면 기슭과 위쪽 관문인 프로필라이아를 연결하는 경사로의 마지막 구간은 너비는 6미터가 넘고 길이는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장애를 연구하는 고고학자 데버라 스니드에 따르면 아크로폴리스 등 고대 사원에는 참전 군인, 임산부, 장애인 신도들이 방문했다. 경사로의 잔해들, 지팡이와 목발을 사용하는 노인들의 행렬이 묘사된 사료, 시각장애 등 여러 손상에 관련된 제의용 제물 파편은 장애인이 아크로폴리스에 방문하고 그곳의 일에 참여했음을 시사한다.
--- 「1장. 손상을 보존하는 기념 건축물」 중에서

부상당한 참전 군인들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빈 교외 동남쪽의 국유지였던 산림 지역을 점유해 정착했고, 남편을 잃은 여성들, 제국 전역으로부터 온 난민들이 합류했다. 주민들은 정교한 채소밭을 가꾸고, 흙길을 내고, 폐자재와 채취한 목재로 일련의 작은 집을 지으며 훗날 프리덴슈타트(평화의 도시), 호이베르크(건초산), 로젠휘겔(장미 언덕)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동체를 이루었다. “정착민 운동”이라고 불린 이 활동의 규모와 조직력, 범위는 정부가 놀랄 정도였다. 시 정부는 이들 참전 군인과 빈민의 공동체를 공식적인 행정 구역으로 편입해 규제하고자 했다. 정착지의 확대와 그 배경인 주거 위기, 정착민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시 정부는 관리 부서를 조직하고 건축가 아돌프 로스를 건축 계획 책임자로 임명했다. 로스는 당시 청력을 거의 잃은 상태였으며 참전 군인들의 작업을 진지하게 대하고 정착지를 건축 실험의 장으로 바라본 소수의 건축가 중 한 명이었다. 프리덴슈타트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로스는 부상 입은 시공자들의 작업을 연구해 그들의 능력에 기반한 건설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가 제안한 것은 벽돌과 목재를 주재료로 삼는 단순한 주택이었다. 각각의 집은 넓고 길쭉한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이는 정착민들이 원래 식량 재배 목적으로 조성한 것을 본떴다. 로스가 보기에 정원이야말로 이들 정착지가 자립성을 확보하는 데 주축이 된 요인이었다.

장애화의 역사가 어떻게 역사적 건축물의 재료에 물리적으로 각인되었는지에 관한 역사학자들의 고찰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흔적을 복구하는 것은 건축물이 “예비 장애인”의 역사를 내포하는 방식을 인식하는 데 핵심적이다. 이 용어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역사적으로 가장-종종 계급·인종·국적이라는 요인에 기반해-물리적 위험에 직면한 사람들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이런 사람들이 현대사 내내 역설적이게도 사회의 “기저”와 “정점”에 동시에 위치했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소외된 주체들은 한 국가 내에서 종종 익명의 육체 노동자 역할을 수행하다가 (특정 인구 집단에서만 비율이 너무 높은) 전쟁 참전 ‘용사’로서의 역할로 갈아 끼워지곤 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특히 근대 국가의 역사 속에서 여러 인구 집단 사이 손상의 위험이 얼마나 불균등하게 분포하는지를 밝힌다. “예비 장애인” 개념은 빈곤을 계급 구조에서 기인한 불안정성(프레카리아트)이 대를 이어 누적된 결과로 분석하는 마르크스주의 혹은 신마르크스주의 관점의 연장선에 있다. 그것은 자아상을 둘러싼 관념들을 보다 폭넓게 아우를 뿐 아니라 통상 경제적 조건과 결부되어 온 불안정성 개념에 경제적 취약성만큼 혹은 그보다 더 시급하고 위중한 ‘지속되는 물리적 취약성’의 감각을 부여한다.

건축가 세르지우 페후는 브라질리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철근 콘크리트 공법이 표방하는 노동의 이미지와 시공자들이 수행 하는 실제-장애를 유발하는-노동 간 모순을 경험하며 정치적으로 각성했다고 털어놓는다. 대다수가 이주 노동자인 시공자들이 콘크리트 거푸집에 깔려 으스러지는 것, 악취가 진동하는 환경에 살며 온갖 질환에 시달리는 것을 목격한 그는 브라질 수도로서 위용을 과시하는 그곳의 건축물을 관통하는 텍토닉 미학을 되돌아봤다. 자유주의적 태도로 건설과 장애를 다루는 것만으로는 건축 환경 내 불안정성의 불균등한 분포, 그리고 이와 함께 대물림되는 인종차별과 경제적 착취의 유산에 제대로 맞설 수없다. 반면 장애인들로부터 비롯한 비판적 관점은 건축 환경에 엄연히 도사린 위험과 위협, 손상, 불안정성을 전면적으로-재료적·역사적·상징적 차원을 아울러-재고하는 밑거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6장. 장애와 건설을 연관 짓기」 중에서

건축가로 일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그 작업이 육체적으로 얼마나 고되었는지가 강렬하게 기억난다. 게다가 내가 종종 내 손상을 벌충해야 한다는 강박에 심하게 시달렸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이상한 감정은 일종의 소외감이었고 내 장애를 악화시켰다. 나는 의족에 장식용 커버를 여러 겹 씌웠고 건축주를 만날 경우 절단 사실을 감추고 신체적으로 강인해 보일 수 있도록 “걸음걸이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에서, 혹은 회의 때 한쪽 다리 전체를 감쌌던 의족을 벗어야 하는 순간이 몇 번 있었고 그때마다 동료와 건축주가 놀라는 모습을 참 다양하게도 마주쳐야 했다. 공사 현장에서는 내 손상이 지나치게 두드러져 보였기 때문에 나는 현장에 직접 가는 일을 꺼렸고, 가능한 한 설계 사무소 책상 앞에 앉아 도면을 그리고 모델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동료로부터 공사 현장에 가서 건축 결과를 꼼꼼히 점검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설계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내 손상은 방해가 됐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그리고 직간접적으로 그런 말을 자주 듣곤 했다). (...) 이 책의 집필도 끝낸 지금 나는 실행의 문제를 되짚어 보고 싶다. 손상에도 불구하고 혹은 손상에 적응해서, 가 아니라 손상을 통과해서만 가능한 실천의 방식을 내 학문 분야에서 길러내고 싶다. 다음 세대 건축가들은 나를 괴롭혔던 이상한 소외감을 겪을 필요가 없길 바란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연장선이다.

--- 「나가며」 중에서

출판사 리뷰

* “왜 접근성을 향한 투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그것만으로는 건축이 역사적으로 장애인을 막아섰던 무수한 방식의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손상을 통과하며, 누락에 저항하며, 접근성 너머로 확장하는 장애 건축 지침서

『장애 건축』은 예일대 건축대학원 교수인 데이비드 기슨이 쓴 본격적인 장애 건축 지침서이다. 암 생존자이자 절단 장애인인 기슨은 평생 의족과 휠체어를 사용하며 살아왔다. 일상생활은 물론 건축 교육과 실무 현장에서 장애를 통과해 온 그의 정체성과 경험이 이 책의 원천이 되었다.

오늘날 장애 운동과 장애학이 정치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가장 급진적인 의제를 던지는 와중에도, 건축 분야에서 장애를 다루는 태도는 여전히 한정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건축가는 ‘장애라는 문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인 접근성의 틀에 갇혀 있으며 정형화된 배리어 프리 가이드라인에 대응하는 데 급급하다. 물론 장애인이 닿을 수 없었던 건축물과 대중교통, 거리에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당면 과제 자체의 정당성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장애와 건축을 결부 짓는 가능성의 전부일까?

건축에서의 소외는 장애인 사용자의 활동을 물리적으로 제한하는 차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에, 그 지점에 국한된 접근성은 불완전한 인식틀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현재의 도시가 손상, 무능력, 취약성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메커니즘으로 설계된 근간에는 효율성과 체계성을 내세운 모더니즘적 가치관이 있다. 우리를 둘러싼 건축물과 경관에서 어떤 인간과 신체가 존재할 만한가, 어떤 행위와 활동에 효용이 있는가, 과연 어떤 세계가 이상적인가를 판단하는 특정한 신념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듯 도시가 장애를 발생시키는 중층적인 구조에 비추어 볼 때 접근성을 증대하려는 시도의 의의는 기존의 도시에 손상 있는 존재들을 (기껏해야) ‘포용’하는 피상적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하지만 장애인 자신이 도시의 근원에 이의를 제기하고 직접 대응 방안을 구상한다면? 그로부터 건축이 변혁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책은 주장한다.

* “이 책은 건축의 기본 개념들을 장애의 시좌에서 하나씩 다시 배치하게 만든다.” -최춘웅,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이 여정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될 수 있을까? 저자는 건축 역사와 이론을 되짚으며 지금껏 시도되지 않았던 장애 건축의 계보를 발명할 실마리를 찾는다. 장애와 건축 담론에서 ‘접근성’은 종종 ‘역사성’의 반대편에 놓여왔다. 이는 건축과 도시의 역사 가 장애인의 존재, 손상과 취약성의 역할 없이 형성되었다는 통념을 반영한다. 예를 들면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성 확대안은 항상 그곳의 원본성을 변형할 위험과 함께 거론된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이런 이분법은 장애인을 ‘앞으로 포용되어야 할’ 시혜의 대상으로 위치시키며, 접근성 요구는 그 편협한 전제를 강화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서구 건축사의 기원으로 일컬어지는 고대 그리스 유적 아크로폴리스만 살펴보더라도 장애인의 역사적 부재는 사실이 아니다. 최근 그곳에도 엘리베이터와 점자 안내판이 설치되고 터치 투어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장소의 진정성”을 훼손한다는 논란이 거셌지만, 정작 예전 아크로폴리스의 주된 경로가 거대하고 상호 연결된 경사로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여러 침략의 과정 중 파괴된 그 경사로를 재건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무산되었다. 고대 사원은 원래 부상 군인, 임산부, 병자들이 방문했던 곳이며 다채로운 군중이 무리 지어 길을 오르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관례이자 공동체 활동이었다는 사실은 주류 역사에서 지워진 것이다.

이런 증거는 흔히 ‘진실’로 인식되는 역사가 특정한 관점으로 선택되었다는 것, 특정한 비전과 목표하에 상상되었다는 것을 밝히며 누가 역사를 편집할 자격과 권한을 지녔는지를 되묻게 한다. 장애 건축의 계보 역시 바로 그 지점, 장애인의 존재와 부재 사이 긴장과 모순의 자리를 파고들며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손상된 주체들을 복원하는 시도는 역사를 박제된 틀에서 꺼내 새로운 질문과 비판의 장으로 해방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바로 그것이야말로 장애의 시좌로 건축을 재구성하는 가능성이다.

* “장애 건축은 손상에도 불구하고 혹은 손상에 적응해서,가 아니라 손상을 통과해서만 가능한 실천의 방식이다.”

책은 이런 구조적 관점으로 장애 건축의 실행을 구체화해 나간다. 저자의 구상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장애인을 건축의 대상으로 보는 접근성의 관점에서 벗어나, 건축을 생산하는 주체로 장애인을 재조명한다는 점이다. 참고 사례 중 하나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일어난 ‘정착민 운동’이다. 당시 부상당한 참전 군인, 남편을 잃은 아내들, 몰락한 제국의 난민들이 빈 교외 삼림 지역을 점유해 정착지를 마련했는데, 그들의 주거 형태가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들은 손상을 지닌 신체에 맞는 시공법을 고안해 직접 건축물을 지었으며, 텃밭 농사로 자급자족하고 공동체를 조직하는 등 전후 피폐해진 경제 상황에 대처하는 자립 생활 모델을 만들어 냈다. 뒤이어 이 모델을 확산하기 위한 시 차원의 프로젝트가 추진되었으며, 청각장애가 있는 건축가 아돌프 로스가 책임자로 임명되어 정착지 건축을 시스템화했다. 이들 정착지는 훗날 빈의 사회 주택과 공공 주거 정책을 촉발했을 뿐 아니라 빈의 군사 문화를 축출하고 평화화를 이끈 시민사회의 근거지가 되었다.

장애인 스스로 일구어 낸 이 건축적 성취는 지금까지도 도시의 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빈은 유럽의 수도 중 장애인 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제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높은 수준의 장애 권리와 접근성이 확보되어 있으며, 의수족을 포함한 이동 보조 기술을 선도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 모든 삶의 조건이 다만 장애인을 ‘위한’ 전략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에 가치가 있다. 그것은 시민이 직접 구현한 건축 민주화의 한 양상이며, 건축가들이 접근성의 해결사 노릇을 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풀뿌리적 유산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 “장애의 위험과 가능성을 누가 감당할지를 예단하는 원리로 작동해 온 도시를 다시 설계하는 것으로, 우리의 역할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 우리, 장애인과 예비 장애인이 발명할 더 민주적이고 더 창의적인 건축을 향해

저자가 “손상의 도시화”라고 명명한 이런 방식의 장애 건축은 넓은 범위의 ‘예비 장애인’을 포괄함으로써 보다 더 보편적이고 확장적인 의미를 띤다. 오늘날 다양한 인종·젠더·국적의 사회적 소수자들을 구조적으로 장애화하는 세계의 불안정과 폭력에 대응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 논의를 실행할 방법을 제안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저자는 수년간 “장애인의 취약성과 무능력을 하나의 원천으로” 삼는 프로젝트를 여럿 추진해 왔다. 그중 하나인 〈블록 파티: 자립 생활에서 장애 공동체주의로Block Party: From Independent Living to Disability Communalism〉는 2022년 뉴욕 건축센터 공모전 우승작이며, 한국에서도 2025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넓은 구역을 공동체적 삶의 원리로 재편한 이 사례에서 저자가 구상하는 장애 건축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장애인 주민들의 상호작용과 협력을 촉진하는 공동 공간과 주거 형태, 사적 소유의 한계를 넘어서는 커머닝 전략에 기반해 설계되었다. 효율성의 지배에서 벗어나 취약성으로 연결되는 세계의 가능성은 손상을 지닌 존재들이 주도하고 연대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장애 건축의 계보를 계속 진전시켜 나가는 것은 다음의 건축가들, 거주자들 모두의 몫일 것이다.

추천평

“1990년대 이후 많은 국가에서 무장애 설계가 법적으로 의무화된 후(...) 제도화와 법규화의 강제성은 장애를 기술적 규율과 감시, 처벌의 수단으로 전락시켰고 접근성은 형식적인 의무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의 이상적 인체를 손상되고 불완전한 몸으로 교체할 때, 새로운 미학적 시야가 열리고, 그동안 억지로 실행되던 무장애 건축의 까다로운 조건들이 창의적 사고의 틀로 전환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데이비드 기슨은 기존의 건축 담론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기슨의 연구는 앞으로 건축의 기본 개념들을 장애의 시좌에서 하나씩 다시 배치하게 만들 것이다. 그는 장애화를 창조적 실천의 원리로 제시한다. 장애의 관점에서 건축을 바라볼 때 연약함과 손상을 지닌 존재들이 서로 관계 맺으며 접근성 너머로 향하는 진정한 장애화의 창조적 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최춘웅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장애 건축》은 디자인 행위와 건축 기술 자체가 역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일깨운다.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작업의 시작, 과정, 결과가 이미 얼마나 기능주의적이고 비장애중심적인지를 톺아보게 하고 다시 질문하게 한다.” - 김지원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석운동)
“건축에 대한 장애 비평은 대체로 기술적인 접근성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장애 건축》은 장애의 경험 자체를 건축 환경의 새로운 토대로 삼음으로써 이런 관점을 근본적으로 재조명할 것을 요청한다. 나아가 우리가 세계에서 장애를 인식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이 책은 장애 담론을 통해 건축 역사를 재맥락화함으로써 현재의 건축 이론, 실무, 교육에 도전한다. 장애인이 설계와 제작에 온전히 관여하는 과정을 구상하며 전통적인 접근성 개념을 넘어서는 시야를 제시한다. ‘무능력’은 건축의 근원을 성찰하는 긍정적 경로가 된다.” - 《아키데일리》
“데이비드 기슨은 “미국의 건축계에 종사하는 장애인들은 통계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는 점을 비판하며 건축계에 장애인이 동참하는 방법을 촉구해 왔다. 《장애 건축》은 장애 정의와 평등을 위해 지속되어 온 투쟁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건축 이론에서 배제되어 온 손상이 있는 신체에 주목하면서, 현대 건축의 근간인 계몽주의와 모더니즘에 차별이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를 드러낸다. 저자는 건축 역사 속에서 장애는 물론 계급, 인종, 젠더 차별의 유산을 성찰한다. 그의 비판은 세계를 해석하는 차원을 넘어, 독자 자신의 주체성과 세상을 헤쳐 나가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장애 건축》은 우리에게 더 나은 세계의 모습을 함께 상상해 보자고 청하는 공개 초대장이다.” - 《아키텍츠 뉴스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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