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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006
Part 1 6번만 더, 한 사람만 더 삶의 리듬이 되다 … 015 군대에서 처음 들은 "존경합니다" … 016 뜻밖의 선물들 … 018 Part 2 피가 이어준 인연들 헌혈증 100장 … 022 제주에서 만난 팀, "어쩌다가" … 023 작가로서의 나눔 … 023 예약 없이 갔던 날 … 024 350개의 점 … 024 Part 3 '헌혈의집'의 사계절 봄 - 새로운 얼굴들 … 028 여름 - 태풍이 와도 … 028 가을 - 나뭇잎과 영화관람권 … 029 겨울 - 폭설 속의 왕복 8시간 … 029 이름을 몰래 보는 사람 … 030 변하지 않는 것 … 031 Part 4 남을 살리려 했는데, 나를 살렸다 100회, 200회, 300회 … 035 헌혈이 만든 건강한 몸 … 035 나를 바꿔놓은 것 … 036 나눔의 역설 … 038 살아가는 이유 … 038 Part 5 1,100번을 향하여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 … 042 1,100번을 위한 건강관리 … 042 내 딸에게 물려줄 것 … 043 다른 헌혈자들에게 … 044 평생의 약속 … 045 프롤로그 … 046 부록-자주 묻는 질물 … 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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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의 여름이었다. 나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장소 근처, 별다른 할 일 없이 서성이고 있었는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 시간쯤 늦는다는 거였다. 원래라면 바로 오락실이라도 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발걸음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길 건너편에 보이는 '헌혈의집'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프롤로그」 중에서 내가 헌혈 말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결론은 '없다'였다. 의사도 아니고, 소방관도 아니다. 거액의 기부를 할 만큼 부자도 아니다. 하지만 헌혈은 다르다. 건강한 몸 하나면 된다. 30분의 시간이면 된다. 그것만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6번만 더, 한 사람만 더」 중에서 여름은 헌혈의 비수기다. 무더위 때문에 사람들이 안 오고, 방학이라 단체 헌혈도 없다. 하지만 물놀이 사고, 교통사고는 늘어나서 혈액은 오히려 더 필요하다. 나는 여름이 되면 더 열심히 간다. 다른 사람들이 안 갈 때 가야 의미가 있지 않은가. ---「'헌혈의집'의 사계절」 중에서 피를 나누면 피는 줄어든다. 하지만 의미는 늘어난다. 시간을 나누면 시간은 줄어든다. 하지만 보람는 늘어난다. 처음에는 내가 잃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단언할 수 있다. 나는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다. ---「남을 살리려 했는데, 나를 살렸다」 중에서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나는 2주마다 팔을 걷어붙일 것이다. 내 피 한 방울이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는 한,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살아도 그만 죽어도 그만이라던 사람이, 1,100번의 나눔을 꿈꾸는 사람이 되었다. 헌혈이 만들어준 변화다. ---「1,100번을 향하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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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의 이유』는 다른 의미로 헌혈이 '살린 사람'의 이야기를 가장 정직하게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헌혈받은 익명의 누군가가 아니라, 헌혈한 저자 자신이다. 이러한 반전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저자는 부모 없이 자란, 자존감이 바닥이던 스물셋의 청년이었다. 세상에서 자신을 반겨주는 곳은 교회 하나뿐이라 여기던 그에게, 어느 여름날 우연히 들어선 '헌혈의집'이 두 번째 안식처가 되었다. 그를 먼저 붙든 것은 헌혈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이름을 불러주고 "오셔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해주던 사람들의 환대였다. 이 책이 헌혈 캠페인이 아니라 성장 에세이로 읽히는 이유다. 책의 구성은 담백하다. 처음 헌혈하던 날의 떨림, 군대에서 처음 들은 "존경합니다", 헌혈증 100장으로 이어진 인연들, 제주도 폭설 속 왕복 여덟 시간의 여정, 그리고 100회·200회·300회를 넘어서는 순간들이 사계절을 따라 차분히 쌓여간다. 진정성이 우러나오는 이야기는 미사여구 대신 실천의 무게로 문장을 이어간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나눔'에 대한 통념이 아닌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헌혈이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가는 일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자존감, 건강과 인연, 그리고 살아야 할 이유를 곱절로 돌려주는 일이었다고 고백한다. 남을 살리려는 마음이 결국 자신을 살렸다는 이 역설은, 헌혈을 넘어 '우리는 왜 서로를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독자를 이끈다. 삶의 이유는 거창한 곳이 아니라 아주 작고 조용한 실천 속에서 찾아온다는, 저자의 담백한 결론이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