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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고양이는 매일 밤 바느질을 멈추지 않습니다.”
스스로 회복해 나가는 방법과 그 힘에 대한 잔잔한 울림과 감동 글을 쓴 김보선 작가는 전임 상담사로 사람들의 내면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일을 해 오고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직접 말하지 않는 것들-말줄임, 시선, 사소한 습관-에서 더 많은 것을 읽어낸다. 그의 오랜 이력은 이 작품의 세부 묘사 곳곳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작가는 고양이의 상처를 거대한 사건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작게 우는 소리, 해진 발바닥, 버려진 밥그릇과 흩어진 털 몇 가닥”처럼, 누군가 거기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작은 흔적들에 시선을 둔다. “사람마다 가진 삶의 아름다움을 믿고, 회복을 돕는 일에 기쁨을 느낀다.”고 말하는 작가는 고양이를 구원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회복해 나가는 존재로 그려낸다.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사일런트 북 수상 작가인 곽수진 작가는 색의 깊이와 밀도를 통해 고양이의 서사와 감정을 묵직하게 전달한다. 고양이가 짊어진 감정의 무게를 색과 붓의 질감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외롭고 불안한 밤의 시간을 견뎌내는 고양이의 내면은 짙은 블루와 어두운 브라운 속에서 단단해진다. 위로의 장면에서는 차가운 회청색이었던 얼굴이 세 칸의 그림을 거치며 점차 따뜻한 색을 머금는다. 고양이가 상처를 꿰매는 장면에서는 손끝에서 색실 같은 빛줄기가 리본처럼 풀려나가며 화면 전체를 채운다. 마지막 장에서 바느질 자국이 선명한 고양이의 발이 별빛 가득한 우주 같은 배경 속에서 사람의 손에 닿는 장면은, 이 책이 말하고 싶은 모든 것-상처를 안은 존재와 존재가 마침내 닿는 순간-을 단 하나의 이미지로 응축한다. 누군가의 돌봄으로 구원받은 고양이가 아니라, 스스로 돌봄으로 생을 묵묵히 이어가는 고양이의 단단한 내면은 스스로 빛을 발하듯 짙은 어둠을 몰아내고 환한 세상을 맞이한다. 주요 색만으로도 고양이의 마음의 온도를 차분하게 그려낸 작가의 숙련된 솜씨는 더 깊이 이야기의 겹을 느끼게 해 준다. “아무도 고양이의 주머니를 몰라요. 누구에게도 보여 준 적 없으니까요. 하지만 가끔은 누군가가 그리운 밤이 있어요. 그날도 그런 밤이었지요.” 『밤을 꿰매는 고양이』, 심리학적으로 읽을수록 풍성해지는 이야기 어린 고양이가 어른 고양이가 되기까지 견뎌내야 했던 질고의 시간과 깊은 외로움은 자의의 선택과는 무관했다. 하지만 그것은 고양이 생존법이자 세상에 대한 관계법이 되었다. 오해된 거리감, 즉 도도함으로 읽히는 행동은 종종 관계에서 다친 경험이 만든 자기 보호의 자세다. 이 책은 그 거리감을 비난하지 않고, 그것이 생겨난 시간을 먼저 들여다본다. 책 속에서 고양이는 누구에게도 보여 준 적 없는 주머니를 밤마다 꺼낸다. 심장에서 떨어져 나간, 찢기고 닳아 깨진 조각들. 이 비밀스러운 의례는 타인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를 다독이는 자기 위로의 한 형태를 보여 준다. 회복은 누군가가 대신 해 주는 일이 아니라, 매일 밤 혼자 반복하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책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 책에서 가장 섬세한 통찰은 상처를 지우거나 숨기는 대신, 시간이 흐르며 그것이 존재의 무늬로 자리 잡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이다. “가까이선 흐트러져 보이고요. 멀리서 보면 몸과 하나처럼 어우러진 아름다운 무늬.” 상처를 부정하지 않고 끌어안았을 때, 흉터는 수치의 흔적이 아니라 살아남은 증거가 된다. 고양이는 매일 밤 자신의 상처를 조각보처럼 꿰매고 또 꿰매면서 스스로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확인해 간다. 그러나 모든 상처가 회복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낫지 않는 상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굳이 숨기지 않는다. “어떤 조각은 바늘을 대는 것만으로 찢어지고요, 어떤 조각은 바늘이 들어가지 않아요.” 회복은 균일하게 진행되지 않으며, 여전히 손댈 수 없는 자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섣부른 긍정보다 이 정직함이 오히려 더 깊은 위로가 되는 이유다. 길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본 고양이는 그 마음에도 “찢어진 무늬”가 있음을 알아본다. 상처가 상처를 알아보는 순간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심장에서 떼어낸 조각 하나를 조용히 그 위에 덧댄다. 그 사람은 끝내 모른다. 고양이가 자신을 떼어 건넸다는 것도, 그것이 보답을 구하지 않는 돌봄이었다는 것도. 완전히 회복된 사람만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자신의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바로 그 상처의 자리에서 가장 섬세한 공감을 길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고양이는 다시 거리로 나아갑니다.” 나를 돌보는 일상을 살아내는 것, 우리는 모두 길 위의 고양이 이 책은 끝내 고양이를 누군가의 집으로 들이지 않는다. 위로를 건넨 고양이는 다시 거리로 나아가, 익숙한 골목을 지나 낡은 유리문 앞에서 그날의 마지막 바느질을 마친다. 구원은 없다. 다만 “매일 밤, 조금씩 부서진 조각들을 꿰매며 괜찮아 보일 모양을 만들어 나가는 반복”만이 있다. 일상은 변함없지만 고양이는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오늘도 거리로 나간다. 스스로를 돌보며 오늘도 길 위의 생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자신의 상처가 알아본 다른 상처에게 자신의 조각보를 살포시 덮어 줄 것이다. 무너지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오늘도 고양이는 자신의 밤을 꿰맨다. 이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공감이자 깊은 위로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겉으론 무뚝뚝하거나 도도해 보인다는 말을 듣지만, 속으로는 오래 애써 온 분 · 누군가를 돌보는 일을 하며 정작 자신은 잘 돌보지 못한 분 · 위로의 말보다, 가만히 곁에 머물러 주는 존재가 필요한 밤을 보내고 있는 분 · 마음을 다독이는 그림책을 찾는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