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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사마귀 7
윌리 보이 73 김도톨 아니고 김도윤 127 작가의 말 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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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도윤. 올해로 열 살이다.
어른들은 이따금 나를 ‘열 살짜리’라고 부른다. 열 살 뒤에 ‘짜리’를 붙여서 내가 어리다는 걸 강조하려는 거다. 마흔 살이 넘은 우리 엄마 아빠보다 내가 많이 어린 건 맞다. 하지만 나는 어른들 생각처럼 어리기만 한 건 아니다. --- p.9 “사마귀를 이렇게 자세히 본 건 오늘이 처음이야.” “나도 그래.” 영은이 말에 내가 맞장구쳤다. “진짜 험악하게 생겼다.” “어허, 말조심해. 듣는 사마귀 님 기분 나빠.” 사마귀 턱이 뾰족해서 인상이 날카로워 보이는 건 나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험악하다는 말까지 들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누가 내 외모를 그렇게 말하면 난 엄청 속상할 것 같았다. “사마귀는 이렇게 생긴 게 잘생긴 거야.” --- p.28 막 돌아서려는 찰나였다. 사마귀가 갑자기 기어가던 다리를 우뚝 멈추었다. 그리고 배를 흔들흔들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마귀와 함께한 지난 시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내 사마귀를 바라보았다. 잠깐 동안이긴 했지만 사마귀가 춤추듯 배를 흔들었다. “잘 가.” 나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바람이 소소소 불었다. 사마귀가 천천히 풀 사이로 사라졌다. --- p.64 “헬멧을 써도 안 되는 건 안 돼. 외발자전거도 아니고 쓸데없이 앞바퀴를 왜 들고 타? 제발 그냥 ‘정상적’으로 타라, 아들.” 엄마 말에 나는 화가 났다. 마음 같아선 식탁 옆에서 방방 뛰며 소리 지르고 싶었다. ‘치! 엄마 맘에 드는 것만 ‘정상’인가? 그런 게 어딨어?’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 p.84 “영은아, 있잖아. 내 머리가 도토리처럼 깎였어.” “도토리? 왜 그랬어?” 내 말에 영은이가 되물었다. “내가 원한 게 아니야. 내가 단지 어린이라서, 그렇게 깎으면 귀여울 거라고 어른들 마음대로 그렇게 깎아 버렸어. 내가 귀여워 보여서 좋은 건 어른들뿐인데…….” “싫다고 똑 부러지게 표현했어야지.” “몰라. 나 이제 어떡해.” --- p.134 책에서 보았는데, 이 작은 도토리 안에는 커다란 나무로 자랄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숨어 있다고 한다. 오늘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단단한 무엇도 언젠가는 커다란 나무처럼 자라날 수 있을까. 나는 눈을 감고 멋진 나무 한 그루를 떠올려 보았다.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대었다. ‘아아, 난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 p.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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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난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하는 어린이들에게 『윌리 보이』는 「내가 사랑한 사마귀」와 「윌리 보이」, 「김도톨 아니고 김도윤」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동화집이다. 주인공 도윤이는 절친 기찬이와 효재랑 자주 어울려 놀고, 어른스러운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영은이하고도 친하게 지낸다. 이야기는 공원에서 사마귀를 데려오거나 틈틈이 친구들과 자전거 기술을 연습하는 등 도윤이의 어린이다운 생활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도윤이가 모든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다면 「윌리 보이」에서 턱을 꿰매는 부상을 입은 도윤이는 이제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을까? 묘하게도 즉각적인 교훈을 얻은 건 도윤이가 아니라 윌리를 금지시켰던 엄마다. 밥 먹다 사레 들린 아빠가 “죽을 뻔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엄마는 도윤이의 마음을 몰라 준 것을 사과하고 그 대신 앞으로는 몰래 타지 말라고 타이른다. 문제는 도윤이다. 자전거를 타고 싶지만 겁이 나서 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피를 철철 흘리고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결국 도윤이에게 중요한 것은 엄마 말을 잘 들어야겠다는 교훈을 얻는 일이 아니라 무언가 도전하다가 실패했을 때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두려움이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일이다. 도윤이는 과연 자전거를 다시 탈 수 있을까? 「김도톨 아니고 김도윤」은 좀더 복잡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날, 미용실에 갔다가 우스꽝스러운 모양으로 머리를 깎게 된 도윤이는 아빠가 도토리 닮았다고 놀리자 너무나 화가 난다. 어른들이 어린이를 놀리며 귀여워하는 흔하디흔한 풍경. 그런데 도윤이는 왜 화가 나는지, 화가 난다는 사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화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은 한없이 복잡한 것이고 단순하게 설명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도윤이는 주위를 둘러보고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 이모조모 생각해본 끝에 마침내 아빠에게 도토리라고 놀리지 말라고 요청한다. 앞으로 머리도 혼자 깎으러 가겠다고 말하자 아빠는 당황하지만 곧 미소를 짓는다. “그래, 그러렴.” 마침내 도윤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말해도 괜찮은 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윌리 보이』는 사춘기에 돌입하기 직전의 어린이들이 어린이다움을 간직한 채 진지하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동화로, 동화 작가 임태희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등단작 『내 꿈은 토끼』에서 고분고분하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어린이를 통해 유년 시절을 새롭게 바라보게 했던 젊은 작가는 이제 어린이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는 다정한 양육자의 시선을 갖추고 돌아왔다. 어른들도 틀릴 수 있고 아이들처럼 계속해서 배울 게 많으니까. 작가에게는 어린이가 몇 살이든 충분히 존중하고 믿어야 한다는 신념이 여전하다. 각각의 나이에 맞는 방식으로 어린이도 제 삶에 책임감을 갖고 있을 터. 열 살 도윤이는 여전히 자라는 중이고 앞으로도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많이 배워야 할 것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이다. “아아, 난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스스로에 대해 궁금해하는 어린이란 얼마나 믿음직스러운 존재인지. 이제 막 유년기를 벗어나려는 중학년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