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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을 지켜요 11
사과를 해요 37 걱정을 놓아요 69 작가의 말 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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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은 종이에 적힌 내용을 눈으로 죽 읽었어. 학교에 오라는 내용이었지.
“오, 초대장이군용.” 신이 난 용용은 물 밖으로 쑥 나왔어. 용용의 몸 색깔은 여린 나뭇잎을 닮은 연둣빛이었어. 얼굴은 동글동글하고, 몸매는 둥실둥실했지. 등 아래에는 꼬리가 달려 있었는데 고깔모자랑 생김새가 비슷했어. --- p.8 “선생님이 지켜야 할 규칙은 없나용?” 교장 선생님이 되물었어. “그게 무슨 말이냐?” “학생이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는 것처럼 선생님이 지켜야 할 규칙이 있냐고 묻는 거예용.”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이 두런댔어. 선생님한테도 규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눈치들이었지. 교장 선생님은 “큼큼” 헛기침을 하고 말했어. --- p.24 “선생님은 왜 잘못한 애를 감싸용?”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어. 모두 용용과 생각이 같았던 거지. 선생님이 달래듯 말했어. “감싸는 게 아니에요. 다 같이 몰아가는 것처럼 누군가의 잘못을 얘기하는 게 좋지 않아서예요.” 그러자 짝꿍이 목소리를 높였어. “맞아. 너희들이 나빠.” 잘못을 한 짝꿍이 되레 큰소리를 치니 아이들은 기가 막혔어. 용용도 눈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지. “넌 악당이냐용?” --- p.55 “악당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증명해?” 용용은 짝꿍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어. 몇 백 년을 살았으니 그 정도 눈치는 있고도 남았지. 용용은 짝꿍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면 용서를 구할 기회를 얻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사과를 하면 된다용.” 짝꿍의 눈이 반짝였어. --- p.61 “근데용, 만약 아줌마가 우리 엄마라면 창피할 것 같아용.” “뭐어?” 아줌마가 놀란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어. “그렇잖아용. 엄마가 계속 학교에 오면 애들이 물어볼 텐데 뭐라고 대답해용? 공부하러 오는 학생도 아니면서 왜 자꾸 오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힘들잖아용.” 아줌마의 얼굴이 벌게졌어. --- p.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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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모두에게 행복한 곳이 될 때까지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나눠야 할 질문과 답변들 용용이 백년 만에 경험한 학교란 꽤나 수평적인 규율을 가진 곳이다. 더 이상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을 통제하고 찍어누르지 않는 민주적인 학교. 그럼 모두가 행복한 학교가 되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교장 선생님과 아이들이 협의하에 학내 규칙을 만드는 것이 절차의 문제라면 실제 생활은 좀 다를 수밖에 없다. 교실로 들어간 용용은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함부로 폭력을 휘둘러 수업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드는 짝꿍을 만난다. 옛날 같으면 혼을 내고 매를 들어서라도 고쳐 주었을 텐데 선생님은 체벌을 하기는커녕 용용이 파바방 콧김을 쏘는 것도 막아선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기 때문에 절대로 안 돼요.” 점심시간에는 다른 반 교실에서 날마다 학교에 찾아오는 엄마가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드는 장면도 목격한다. 아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별일 없다는 선생님의 말도 믿지 않는 엄마. 이 열혈 극성 엄마는 담임 선생님과 딸아이는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학생과 학부모가 더 이상 학교나 교사의 권위에 주눅 들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 모두가 행복해지지는 않는 것이다. 사실 『용용의 학교 점령기』는 작가가 2023년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에 마음아파하며 쓰게 된 동화이다. 학교 현장에서 통제되지 않는 학생들과 막무가내 민원들로 교사들이 자괴감과 무력함에 시달린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이 동화에는 “이래도 괜찮은가용?” 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체벌과 촌지, 엄격한 규율이 존재하던 옛날 학교로 돌아가는 게 답일 리 없고,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우리는 좀 더 진지하게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을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의인화된 용이 등장하는 저학년 동화에서 이렇게 무거운 의제를 정색하고 다루기는 어려운 일이다. 『용용의 학교 점령기』는 기본적으로 명랑하고 유쾌한 작품으로 용용의 엉뚱한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선생님 말을 안 듣는 말썽쟁이 짝꿍도, 날마다 학교에 오는 걱정쟁이 엄마도 근본적으로는 선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다. 말썽쟁이 짝꿍이 사실은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딸을 사랑하는 엄마가 유난히 걱정이 많은 편이라면 그들에게도 문제를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용용이 묻고 답하기를 통해 그들이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는 점이다. 또 용용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착한 용이라 “선생님은 제가 만난 선생님 중 가장 친절한 분이에용” 같은 말도 스스럼없이 전한다. 칭찬을 받은 선생님들이 뿌듯함을 느끼며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학교가 모두에게 편안한 공간일 수는 없을까? 행복한 소리로만 채워질 수는 없을까?” 작가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작품이지만 『용용의 학교 점령기』는 용용의 캐릭터와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귀여운 용용의 하루를 따라다니고 나면 아마도 노곤해서 얼른 잠자리에 들고 싶어질 것이다. 학교에서 신나는 하루를 보낸 어린이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