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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이 간질간질
거짓말쟁이가 아니야 줄무늬 고양이가 된 토끼 할머니 집에서 여름방학을 영웅 고양이는 무슨! 자신감이 퐁퐁 진짜 이야기가 모락모락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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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귀신이 어디 있어? 우리 엄마가 귀신은 없다고 그랬어!”
은채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싹둑 끊어 버렸어. 은은하게 퍼지던 고소한 냄새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지. “아니야! 진짜거든. 우리 할머니가 진짜로 귀신을 봤다고 했단 말이야!” 고요가 펄쩍 뛰었어. “그럼 할머니가 거짓말했나 보지.” 은채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자기 자리로 갔어. “우리 할머닌 거짓말쟁이 아니라고!” --- p.15 고요는 다음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어.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게다가 루아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요를 보고 있었거든. ‘뒷이야기 어서 내놓으라고!’ 하는 표정으로 말이야. 고요는 루아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눈을 꼭 감고 뒷이야기를 생각해 봤지. 다친 고양이는 그다음에 어떻게 했을까? 특히 날쌔고 하늘까지 나는 고양이라면 말이야. 토끼는 아마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을 거야. --- p.32 “고마워, 고양아.” 고요가 고양이에게 인사했어. 늘 그렇듯 혼잣말로 하는 인사였지. “난 약속을 지켰을 뿐이야.” “어, 고양이가 말을 하네?” 고요는 눈을 비비고 다시 고양이를 봤어. 고양이는 머리를 끄덕였지. 고요는 눈을 더 세게 비벼 봤어. “아하암, 눈 좀 그만 비비지 그래.” 고양이가 지루하다는 듯 하품하며 말했어. --- p.55 엄마는 동네 사람들이 가져오는 음식을 씻고 찌고 잘라 그릇에 담아 내왔어. 사람들이 돌아간 후에는 집 안을 치우느라 바빴지. 마루에 멍하니 앉아 문밖만 바라보고 있을 시간도, 할머니 방에 들어가 종일 잠만 자고 있을 시간도 없었지. 한 명이 가면 또 한 명이 오고, 또 한 명이 가면 또 또 한 명이 오고. 고요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늘 바빴으니까. --- p.68 “엄마, 있잖아, 할머니는 이야기 속에 살아 있대.” “응? 무슨 얘기야?” “할머니가 겨울방학에 그랬어. 할머니는 이야기 속에 언제나 있을 거라고. 보고 싶으면 할머니가 해 준 이야기 생각하면 된대. 그러니까 너무 많이 울지 말라고. 그래서 난 하나도 안 울었어. 진짜야.” 엄마 눈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어. 금방이라도 똑 떨어질 것 같았지. --- p.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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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이야기하기, 이야기를 통한 관계 맺기
이야기에 담긴 따뜻한 온기와 단단한 위로 이야기는 분명히 재미있는 오락거리지만 재미가 전부는 아니다.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마음을 전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이입을 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정서적 유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요의 이야기를 듣고 난 아이들은 각자의 감정과 근황을 털어놓고 거기에 반응하면서 서로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고요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사이에서 모락모락 빵 굽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느낀다. 동생의 슬픔을 달래주고 싶어 하는 주안이와 최선을 다해 루아를 웃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고요는 루아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통해 도리어 위안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이야기에는 따뜻한 온기가 담겨 있다. 이야기는 들려주고 듣는 것이며, 언제나 사람들을 한데 모아주니 말이다. 고요와 엄마는 여름방학 한 달간 돌아가신 할머니의 시골집에 머무르며 다시 한번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경험한다. 그곳에서 고요는 말하는 고양이 구름이를 만나 할머니 이야기가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는가 하면 자기만의 이야기를 수집한다. 고양이가 말을 하다니 말도 안 된다고? 하지만 이야기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야기 속에서는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여전히 살아 있을 수 있고, 병에 걸려 죽은 고양이가 영웅이 되는 것도 다 가능하니까. 처음에 고요는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믿고 진짜 이야기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아니다. 이야기는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는 것이고 지어낸 이야기도 ‘진짜’일 수 있는 것이다. 할머니를 떠나보낸 뒤 깊은 우울에 빠져 있던 엄마가 마침내 슬픔을 극복하는 것도 자꾸만 찾아와서 귀찮게 구는 옆집 할머니와 고요의 이야기를 들으러 모여든 이웃들 덕분이다. 이처럼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을 잇고 가깝게 만들고 서로서로 위로와 응원을 건네게 한다.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대신 이야기를 나누는 일 자체를 즐기고 이야기에 담긴 메시지와 진심에 호응한다면 모든 이야기는 진짜가 된다. 『이야기가 모락모락』은 주인공 고요를 교실 안 이야기꾼으로 내세워 ‘이야기 짓는 어린이’가 얼마나 근사한지 잘 보여준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자란 고요가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들고양이 구름이의 안락한 삶까지 마련해주는 걸 보라. 고요는 조그맣고 연약한 어린이지만 누구도 하지 못한 일들을 해낸다. 여기에 바로 이야기의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힘이 없고 약하다. 어쩌면 그래서 어린이들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를 좋아하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