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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아무도 몰래 바나나핫도그
초콜릿을 품은 바나나핫도그 ----- 8 몰래 먹어 버릴 거야! ----- 13 과자 봉지가 팔랑팔랑 ----- 21 눈물의 스마일콘 ----- 33 이야기 둘. 짝꿍바 먹는 방법 마음에 안 드는 동네 ----- 42 우주인 아이스크림 ----- 49 나사 빠진 소리 아니거든! ----- 60 반달이 더 맛있는 이유 ----- 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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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이 열리더니 오이처럼 얼굴이 긴 언니가 들어왔어요.
“어? 바나나핫도그? 새로 나온 과잔가? 맛있겠다!” 오이 언니가 바로 그 과자를 덥석 집어 들었어요. 송이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언니, 이거 살 거예요?” 주머니를 뒤지는 오이 언니에게 송이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어요. “응. 근데 돈이 삼천 원밖에 없네. 두 개 사고 싶은데.” 진열대에 붙은 가격표를 보며 오이 언니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어요. 결국 오이 언니는 이천 원을 내고 바나나핫도그 한 개를 들고 나갔어요. 언니한테 한 입만 줄 수 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어요. 이 부근에 딱 하나밖에 없는 가게, 부근상회 딸이 손님한테 과자를 얻어먹다니요.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달아오를 일이에요. 바나나핫도그는 이천 원이나 해요. 핫도그 모양 과자가 하나밖에 들어 있지 않은데 말이죠. 그래서 송이가 망설이고 있었던 거예요. 사실 그동안 엄마 대신 가게를 보면서 작은 것 하나 정도는 집어 먹기도 했어요. 젤리나 막대사탕 같은 거 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비싼 걸 몰래 먹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어요. 손이 덜덜 떨리는 일이지요. 송이는 마음이 다급해졌어요. 딱 두 개뿐이던 바나나핫도그 중 하나가 팔렸잖아요. 오이 언니한테 삼천 원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천 원만 더 있었어도 큰일 날 뻔했어요. 하나 남은 바나나핫도그. 이것마저 누가 사 가면 송이는 말도 못 하게 슬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송이는 결심했어요. 바나나핫도그를 몰래 먹기로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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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간식이 만들어 낸 특별한 경험과 추억
생각해 보면 어릴 적 추억 가운데 먹을 것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꽤 많다. “초등학교 때 이거 먹어 봤어?”처럼 간식 하나가 세대를 가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우리 어디 갔을 때 뭐 먹다가 뭐 했잖아.” 하는 식이다. 머릿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다는 건 그만큼 내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이라는 의미일 테고, 지금 어린이들에게 ‘맛있는 간식’이 차지하는 위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인정 작가는 그 점을 잘 파고들었다.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선물받은 그림책 속에 있는 구멍가게를 보면서 맛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하니, 아마도 어린이들과 함께한 시간을 통해 발견한 지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송이가 몰래 먹은 ‘바나나핫도그’에 대한 묘사가 자세히 되어 있다. 바나나도 닮고 핫도그도 닮은 모양에, 속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으로 차 있고, 핫도그 위에 뿌려진 케첩처럼 잼인지 크림인지 모를 무엇이 올라가 있어서 무슨 맛일까 상상하며 읽게 만들었다. 왜 여전히 먹방이 인기인지 짐작하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송이의 콩닥거리는 마음에 몰입하게 되었다. 아무튼 이 책의 두 주인공, 송이와 민호가 맛있는 간식과 얽혀 만들어 낸 특별한 경험이 독자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가 되면 좋겠다. 현실과 상상의 즐거운 교차점 책 속 두 가지 에피소드 안에는 송이와 민호가 상상하는 장면이 각각 담겨 있다. 송이는 엄마를 대신해 잠깐 가게를 보다가 인기 만점 신상 간식이 먹고 싶어졌다. 사실 그동안 가게를 지킬 일이 있으면 작은 것 하나 정도는 알아서 먹기도 했다. 그런데 이건 가격도 비싸고, 몇 개 안 되는 물건이라 엄마 허락 없이 먹기에는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그걸 아무도 몰래 먹고 난 뒤에는 또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그래서인지 송이가 바나나핫도그를 타고 하늘을 날 때 그 상상이 읽는 이에게도 즐거움이자 마음의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먹고 싶었던 간식과 함께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함으로써 엄마에게 혼날까 봐 불안한 마음을 녹이고, 맛있는 걸 실컷 먹는 즐거움으로 송이 스스로 심리적 치유를 하는 느낌이었다. 민호의 에피소드에서도 멋진 상상이 등장하는데, 민호가 우주인이 되어 드넓은 우주를 신나게 날아다니는 장면이었다. 민호가 얼마 동안 할머니 댁에 맡겨진 것은 민호 스스로 결정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보내 준 장난감 우주선과 탐사 로봇을 본 순간, 꿈에 그리던 우주인이 되어 스스로 우주선을 조종하고 달 표면에 발을 딛는 순간을 머릿속에 그린 게 아니었을까? 송이와 민호의 상상은 현실을 회피하는 수단이 아니라 간절히 바라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즐거워하는 일종의 놀이 같아서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었다. 또 마지막에 둘이 함께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초승달에 사뿐히 올라타는’ 장면은 상상이라기보다는 비유적 표현이라 느꼈는데, 윤소진 작가가 상상처럼 그림으로 표현해 주어서 무척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들의 성장 비타민 송이네 가게, 부근상회를 배경으로 펼쳐진 이야기들을 읽고 나니 이곳이 마치 보물 상자처럼 느껴졌다.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여기에는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다. 즐겁게 웃고 떠드는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즐비하다. 우리의 일상이 그렇다. 솔직하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순간에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한다거나 자기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해서 괜히 툴툴대거나 밉살스러운 행동을 할 때도 있다. 송이와 민호처럼. 그런데 결국 송이와 민호는 스스로 용기를 냈기에, 친구의 도움이 있었기에 한 걸음 성장할 수 있었다. 아이만 크는 것일까?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송이 엄마와 민호 할머니, 선생님도 마음의 키가 한 뼘 자라지 않았을까? 아이를 기르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어른도 함께 크는 법이니까. 사람은 서로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부근상회처럼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장소가 우리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곳에는 우리들의 성장 비타민이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