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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부르기: 어떻게 슬픔이 미래를 지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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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em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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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영원 부르기: 어떻게 슬픔이 미래를 지키는가
해설: 우리의 기억은 어떻게 기억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가 (이라영)

저자 소개 2

로런 마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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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ren Markha

소설가, 수필가, 저널리스트. 주로 청소년, 이민, 환경 그리고 자신의 고향인 캘리포니아 지역 사회와 관련된 문제들을 다룬다. 특히 교육과 이민 분야에서지속적인 사회 활동을 이어 왔고, 그와 동시에 여러 대학의 작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글쓰기와 사회적 운동을 결합한 작업을 연구 중이다. 『가디언』, 『뉴욕 타임스 매거진』, 『하퍼스』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실었으며, 『영원 부르기』 외에도 남아메리카인들의 미국 정착 문제를 다룬 『멀리 떨어진 형제들 The Far Away Brothers』과 국제 난민 문제를 심층 취재한 『미래 폐허의 지도 A Map of Future Ru
소설가, 수필가, 저널리스트. 주로 청소년, 이민, 환경 그리고 자신의 고향인 캘리포니아 지역 사회와 관련된 문제들을 다룬다. 특히 교육과 이민 분야에서지속적인 사회 활동을 이어 왔고, 그와 동시에 여러 대학의 작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글쓰기와 사회적 운동을 결합한 작업을 연구 중이다. 『가디언』, 『뉴욕
타임스 매거진』, 『하퍼스』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실었으며, 『영원 부르기』 외에도 남아메리카인들의 미국 정착 문제를 다룬 『멀리 떨어진 형제들 The Far Away Brothers』과 국제 난민 문제를 심층 취재한 『미래 폐허의 지도 A Map of Future Ruins』를 썼다.
번역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과 불문학을 공부했다. 영어와 프랑스어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창공의 빛을 따라』 『리스펙토르의 시간』 『제자리에 있다는 것』 『루소의 식물학 강의』 『다가올 사랑의 말들』 『자살의 연구』(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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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128*188*9mm
ISBN13
9791199415638

책 속으로

그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나는 이렇게 썼다. “저에게는 단어 하나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두 분이 저를 도와주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내가 다급히 찾고 있는 것들에 관해 설명했다. 그것은 어떤 풍경이나 멸종 위기종, 새의 노랫소리처럼 “사라져 가는 과정에 있는 무언가를 추모하고자 하는 욕망, 달리 말해 그것들을 잃어 가고 있다는 느낌에 바치는 일종의 기억의 신전, 성소, 혹은 서정적 기념물을 세우고자 하는 욕망”을 표현하는 단어였다. 나는 내가 원하는 단어를 설명해 주는 다른 단어들을 찾을 때조차 씨름해야 했다.
--- p.168

비엣 타인 응우옌이 한 유명한 문장에서 썼듯 “모든 전쟁은 두 번 치러진다. 첫 번째는 전장에서, 두 번째는 기억 속에서.” 추모비와 관련해 그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무엇이 세워지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기리는 추모비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는 논쟁 자체다. 추모비는 진실의 전장이다. 추모비를 세우는 자는 본질적으로 그를 추동하고 북돋우는 힘들과 함께 기억을 만들어 내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 p.161

나는 오래전부터 기후 변화가 남긴 참상을 기록하려는 내 본능적인 욕망을 두려워해 왔다. 비참한 광경들을 소셜 미디어의 거친 언어로 포착하고, 또 그렇게 붙잡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감정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 쓰려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실로 음산한 시도들. 물론 내가 이미지들을 공유한 건 남들의 주목을 얻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 반복된 행위는 말하자면 일종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기후 변화를 어떻게 제대로 느껴야 하는지, 그 재난을 눈앞에 두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정리하지 못했고, 그 거듭된 실패가 거듭된 시도를 낳았던 것이다.
--- pp.150-151

말, 말들. 스나이르 마그나손은 명판에 이렇게 썼다. “오크는 아이슬란드 빙하 중 처음으로 빙하의 지위를 잃었다.” 그 추도문은 현재와 미래 모두에게 말하고 있었다. “앞으로 200년 안에 우리의 빙하 모두가 이와 같은 길을 따르게 되리라 예상한다. 이 기념물은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세워졌다. 우리가 그것을 해냈는지는 오직 당신들만이 알 것이다.”
--- p.128

데이지 힐드야드가 썼듯, 오늘날 지구에서 산다는 건 두 개의 자아를 지니고 두 개의 몸속에서 사는 것과 같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개인적인 몸으로 존재하고, 먹고, 자고, 일상의 삶을 살아간다. 동시에 당신은 다른 나라들과 고래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두 번째 몸 또한 지닌다.” 그녀에 따르면, 당신은 이를테면 마르세유의 어딘가에 그저 앉아 있을 수 있지만, 그때 당신의 두 번째 몸은 “도시 외곽의 제약 공장 위를 떠다니고, 항구의 화물 컨테이너 속에 있고, 수천 마일 떨어진 방글라데시의 범람원에, 다른 사람의 폐 속에 존재하기도 한다.”
--- p.117

중앙 복도의 끝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계단이 있었다. 한 계단씩 내려갈 때마다 과거 속으로 내려서는 듯했다. 지하 감옥은 칠흑같이 어둡고 퀴퀴한 냄새를 풍겼다. 계단 뒤에는 두 개의 작은 돌방이 있었다. 독방 감금실이었다.
“완전히 닫힌 공간이었어요.” 얀코가 말했다.
“사람들이 자유뿐 아니라 빛까지 박탈당했던 곳입니다.”
빈에서 온 그 예술가는 금으로 쌀 한 톨 만한 크기의 아주 작은 씨앗을 하나 만들었다. 그녀는 그것을 옛 감방의 돌바닥 위에 놓아두기로 했다. 방문객은 그것을 쉽사리 찾아내지는 못하겠지만, 그것이 거기 있다는 것, 어둠 속 어딘가에서 그 귀한 장치가 맥동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게 될 것이었다.
--- p.92

많은 이들에게 기후 슬픔은 이미 생생한 현실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지금과 미래에 이뤄낼 수 있는 긍정적 변화는 제쳐둔 채 슬픔에만 지나치게 집중했다가는 마음이 마비돼 버릴 수 있다. 심지어 그 마비는 유아론의 한 형태일 수 있다. 아직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기보다는 이미 일어난 일들에만 생각을 쏟게 되고, 모든 것이 나, 곧 나의 슬픔, 나의 감정, 나의 세계에 관한 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 p.81

슬픔이 반드시 결말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슬픔은 입구가 될 수 있다.
--- p.80

2021년과 2022년 사이, 미국에서는 총기 폭력으로 4,000명 이상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이 숫자는 대부분의 통계가 그렇듯 압도적이면서도 어딘가 추상적이다. 그래서 2022년 여름, 부모들과 활동가들이 모여 이른바 NRA(전미 총기 협회) 어린이 박물관이라는 걸 만들었다. 비어 있는 스쿨 버스 52대를 줄지어 세운 이 행렬은 1.5킬로미터가 훌쩍 넘게 이어졌는데, 거기 있는 빈 좌석을 다 합하면 죽은 아이들 4,000명을 모두 태울 수 있었다. 이것은 유령들의 행렬이었다.

--- pp.64-65

출판사 리뷰

파괴되어 가는 환경, 거세지는 폭력
암울한 미래를 눈앞에 둔 우리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과거를 다시 쓰는 순간
미래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2022년, 미국의 사회 활동가들과 학부모들이 하나의 추모 전시를 선보였다. 그 이름은 ‘NRA 어린이 박물관’이다. 여기서 NRA는 전미 총기 협회로, 미국의 개인 총기 소지 법안이 유지되도록 강력한 로비를 펼치는 단체다. 이런 단체와 어린이라는 단어를 나란히 늘어놓은 모습은 그 둘이 거의 충돌해 버린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이 전시는 2021년 한 해 동안 총에 맞아 숨진 4,700여 명의 미성년 아이들을 추모하는 작업이었다. 텅 비어 있는 스쿨버스 52대를 일렬로 늘어놓은 이 작업은 길이가 1.5킬로미터에 달하며, 각 버스의 탑승 정원을 다 합하면 2021년에 총격으로 사망한 아이들의 수와 일치했다. 이 버스 행렬은 NRA를 적극 지지한 어느 상원의원의 사무실 앞에서 공회전하며 한참을 서 있었고, 그 커다란 규모와 텅 빔 사이의 대조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NRA 어린이 박물관은 추모인 동시에 고발이었고, 폭력을 옹호하는 권력을 향한 시위이자 저항이었다.

『영원 부르기』에는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한 추모들이 담겨 있다. 비가 오기를 기원하며 메마른 강바닥 위에 진흙으로 이루어진 작은 도시를 만드는 사람이 있고, 폭력 정권이 사람들을 가두고 총살하던 건물을 호스텔로 개조한 사람들이 있다. 지구 온난화로 죽어 버린 나무들을 뉴욕 한가운데의 공원에 옮겨 심은 사람이 있고, 해수면이 상승할수록 점점 잠겨 사라지는 공원을 설계한 사람이 있다. 이 책을 쓴 로런 마컴은 이러한 새로운 추모들이 ‘추모 공간 혹은 추모하기’에 관한 사람들의 통념을 뒤흔들고, 그럼으로써 추모란 무엇인가를 더 깊이 생각하도록 이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마컴이 이렇게 새로운 추모들을 탐구하는 이유는, 역사를 다시 쓰고 기억의 형태를 재구성하는 일이 새로운 미래를 불러오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인류가 그간 짓밟듯 삭제해 버렸던 약자들을 위해 새로운 애도를 시작한다면, 사소하고 비천하다고 여기던 존재들의 소멸을 슬퍼하고 그들을 다시금 기억하려 한다면, 그 새로운 마음가짐은 지금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바꾸게 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시선으로 재구성된 ‘오늘의 나’는 어제와는 다른 미래를 향해 움직일 것이다. 결국 우리가 무언가의 역사를 떠올리는 순간, 거기에는 불변하는 과거도, 불변하는 ‘오늘의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시간 속에 새로운 가능성이 들어선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이에게
더 많은 것이 살아남는 미래가 주어진다


이처럼 무언가를 다시-기억한다는 건 실로 강력한 행위기에, 마컴은 기후 종말이라는 절망적인 미래를 눈앞에 둔 인류가 그 힘을 이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미래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녀를 밀어붙이며 여러 질문을 쏟아 넣는다. 권력자들이 만든 기념비는 늘 확고한 형태를 가지려 하는데, 그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추모비는 왜 점점 더 구상적인 형태에서 멀어지려 할까? 멸종한 새들, 떼죽음한 물고기들, 녹아 무너진 빙하와 그 곁에서 살던 생물들, 권력이 지워 버리려 했던 사람들… 이렇게 누구 한 명의 얼굴이나 한 가지의 형태로 구체화할 수 없는, ‘그때 그곳에서 사라져 버린’ 모든 존재를 함께 추모하는 구조물은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할까? 이런 질문들은 결국 글을 통해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컴 자신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언어로는 어떤 추모를 할 수 있을까?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하는 언어를 긴급히 갱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형태의 비극과 재난을 적시하는 단어, 사람들에게 익숙함 대신 경각심을 선사할 수 있는 단어는 어떻게 만들어 내야 할까? 종말이 아니라 영원히 지속될 미래를 부르는 말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영원 부르기』는 이런 치열한 질문들과 거기서 파생된 모색을 가득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의 구조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질문들처럼 독특한 형태를 띤다. 미국의 한 언론 평에 따르면 이 책은 “전통적인 에세이 형식을 깨고 예술, 역사, 회고록, 보도 기사의 조각들을 모아 다시 재구성하는데, 이러한 형식은 기후 위기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구현”한다. 더 적확한 추모 방식을 찾기 위해 추모비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건축가들처럼, 마컴 역시 환경 종말이라는 ‘미래를 미리 애도’하기 위해(이 목적 자체부터 이미 패러독스에 해당한다) 『영원 부르기』의 구조를 전통적인 서사 바깥으로 가져간 것이다. 그러나 이종(異種)의 텍스트를 촘촘하게 짜 넣은 이 책의 구조는 분열이나 해체보다는 예상치 못했던 색채의 조합을 선보이는 패치워크 작업 같은 감동을 안겨준다.

작가이자 활동가인 리베카 솔닛은 절망적인 미래 앞에서 순순히 멜랑콜리 속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고, 그 비뚤어진 자기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고요한 문장과 절대 타협하지 않는 심지를 겸비한 『영원 부르기』는 그 안온한 절망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앞을 밝혀 주는 길잡이이자 동무가 되어, 오래도록 그들 곁에서 함께 걸을 것이다.

추천평

이 책은 전통적인 에세이 형식을 깨고 예술, 역사, 회고록, 보도 기사의 조각들을 모아 다시 재구성하는데, 이러한 형식은 기후 위기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구현하고 있다. - 『풀 스탑』
아름다움과 상실감을 한 손에 함께 쥐고 있는 독자들을 위한 책 - 『BOMB 매거진』
언어에 관한 탐구이자 ‘표현’이 담고 있는 치유 능력에 대한 탐구…… 이 책을 읽다 보면 추모를 해석하는 방식은 더욱 폭넓어지고, 정적이고 불변하는 구조에 덜 얽매이게 된다. - 『워싱턴 포스트』
우리가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하고 감동적인 작품. - 『벌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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