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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산책
국경을 넘은 강아지와의 삶, 그리고 인연들
최수향
흐름출판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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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_영원한 나의 5%에게

1장 모래언덕의 아이
친구의 예언 |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 | 노아에 대한 기억 | 외국인은 안 됩니다 | 집에 가자 | 너의 이름은 | 첫날 밤 | 강아지 좋아하나요? | 나의 천군만마

2장 우리의 아프리카 일기
단다로의 풍경 | 보따리 장사 | 한 지붕 세 식구 | 뜰 앞의 가난 | 천국과 지옥 사이 | 해피 엔딩 미용실 | 앨리스의 꿈 | 사전 답사 | 돈보다 귀한 것 | 마이크로칩 찾아 삼만 리 | 스쳐도 이어지는 것들 | 파리로 가는 길

3장 파리지앵 강아지
정들기 힘든 곳 | 알바생 싫다고! | 이모가 딱이야 | 녀석의 안심 보험 | 출장 서사시 | 벼룩 소동 | 짧은 해방 일지 | 사이먼의 수난 시대 | 룰루랄라 꿈 작가 | 천국 문 턱걸이 | 마지막 전근 | 또 한 번의 이별

4장 독일의 햇빛 아래서
불빛 없는 도착 | 새로운 인연, 루실 | 마음의 셈법 | 천국의 그림자 | 생로병사 앞에서 | 비행기 타러 갑시다 | 욕실 퇴임식

5장 서울과 후렴의 시간들
우리의 한국행 | 디디의 위로 | 산책길에서의 만남 | 강아지만 돌본다고? | 아다지오 산책 | 미운 짓 하는 날 | 누가 나라를 구했나? | 존재의 여백 | 같이 있지 않아도 | 사랑하지만 힘들고, 힘들지만 사랑한다 | 별다른 뜻은 없는 거지? | 병원 천태만상 | 이것을 먼저 보내고 | 망가진 이불

6장 다시 너의 고향으로
봄날의 악몽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 | 고마운 실수 | 소리 없는 비명 | 겨울앓이 | 눈앞의 절벽 | 그래, 보내 줄게 | 예쁘게 갔습니다 | 살민 살아진다 | 잔불의 시간 | 헤어질 결심 | 비워 내는 사랑 | 너를 보내는 연습 | 결국, 사랑이었다

남은 이야기

저자 소개 1

한국 여성 최초로 유네스코 본부에서 과장과 국장을 역임했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캐나다 앨버타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교육개발원을 거쳐 유네스코에서 약 24년간 교육 전문가로 활동했다. 세계 곳곳을 누비던 삶은 2008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강아지 디디를 만나며 새로운 방향을 맞이했다. 타국에서 강아지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은 끊임없는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었다. 낯선 생활 환경, 문화적 충돌, 예기치 못한 사건 속에서 저자는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배웠다. 2012년부터는 파리의 유네스코 교육 본부에서 세계 평화와 지속가능발전
한국 여성 최초로 유네스코 본부에서 과장과 국장을 역임했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캐나다 앨버타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교육개발원을 거쳐 유네스코에서 약 24년간 교육 전문가로 활동했다. 세계 곳곳을 누비던 삶은 2008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강아지 디디를 만나며 새로운 방향을 맞이했다. 타국에서 강아지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은 끊임없는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었다. 낯선 생활 환경, 문화적 충돌, 예기치 못한 사건 속에서 저자는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배웠다.

2012년부터는 파리의 유네스코 교육 본부에서 세계 평화와 지속가능발전 교육을 담당하는 국장으로 일했고, 독일 본의 유네스코 국제직업기술교육센터 센터장을 끝으로 2021년 말 퇴임했다. 2025년 눈 내리는 봄, 디디를 떠나보낸 저자는 16년 6개월 동안 한 존재를 온전히 사랑한 경험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에 정착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피아노를 배우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의 글로벌 직장 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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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24g | 135*210*19mm
ISBN13
9788965968511

책 속으로

유기견 보호소에 입양 후보자가 나타나면 반겨야 하는 것 아닌가? 같이 간 동료가 나를 대신해 말을 붙여 보려 했지만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나가라고 소리쳤다. 외국인들이 떠날 때 강아지를 버리고 가는 일이 많아 입양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개발원조 사업이 많은 하라레에서는 국제기구나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유기견을 만드는 ‘요주의 인물’로 찍혀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pp.30~31 「외국인은 안 됩니다」 중에서

입양을 망설이게 했던 이유들은 디디를 품에 안은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디디를 키우느라 겪어야 했던 고난이 많았지만,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을까?’라는 후회는 해 본 적이 없다. 세월이 흘러 디디와 내가 노견과 노인의 몸으로 고생할 때조차, 나는 그 고생을 ‘아픔’으로 느끼지 못했다.
디디와 함께하는 삶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이상한 약이 발라져 있었다.
---p.62 「보따리 장사」 중에서

사무소에서 접하는 ‘가난’은 문서로, 숫자로 관리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내 삶의 현장에서 마주한 가난은 나의 양심을 건드렸다. 무심할 수가 없었다. 내가 누리는 혜택과 특권이 괜스레 죄스러웠다. 내가 디디에게 들이는 공과 정성을 감추고 싶어졌다. 파리에서 디디를 위한 물건으로 가방을 잔뜩 채워 하라레로 돌아올 때면, 나는 앨리스네 아이들에게 줄 과자도 꼭 챙겨 왔다. 그래야 마음이 덜 불편했다.
---pp.71~72 「뜰 앞의 가난」 중에서

앨리스와 캐럴라인은 늘 내게 고맙다고 인사한다. 그러나 나 역시 그들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이 없지 않다. 유네스코에서 일하면서 나는 참으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먹고사는 걱정이 없는 내 옆에서 그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삶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어처구니없이 단순했다. 나는 노력하면 먹고살 수 있는 나라에서 태어났고,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가난은 그들의 죄가 아니었다. 마치 나의 ‘부’가 순전히 내가 잘난 탓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나눔이 답이었고, 그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p.150 「천국 문 턱걸이」 중에서

약식으로 치러진 퇴임식이었지만, 나로서는 지난 세월에 대한 회상이 없을 수 없었다. 계산을 해보니 태어나서 서른 해를 배우며 성장했고, 또 서른 해를 일하며 돈을 벌었고, 이제 예순을 넘어 또 다른 인생의 장을 여는 길목에 서있었다. 그 시점에 내게 남은 것은 두 가지였다. 내가 오랫동안 품어 온 열정(그림) 하나와 내가 사랑하는 존재(디디) 하나. 나쁘지 않았다. 그 정도면 괜찮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인생 성적표를 스스로 확인하고, 직장 동료들과 나눌 수 있어 뿌듯했다. 욕실 퇴임식은 나름 괜찮았다.
---pp.195~196 「욕실 퇴임식」 중에서

한국에 오기 전까지 나는 디디 보모들을 제외하면 남과 디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었다. 만나 보니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은 참 비슷했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강아지 하나로 말이 필요 없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그 공감은 때로는 도움의 손길로, 때로는 전우애보다 더 강하고 끈끈한 연대감으로 이어졌다. 한국으로 돌아오며 나는 내게 남아 있는 친구가 몇 명이나 되는지 세어 본 적이 있다. 열 손가락을 다 채우지 못했다. 그 빈 손가락이 디디의 산책길에서 만난 인연들로 채워졌다.
---p.208 「산책길에서의 만남」 중에서

강아지들에게 병원은 그런 곳이었다. 운 좋은 ‘광땡’도 아파서 찾아오고, 엄마의 애타는 정성으로 둘둘 말린 ‘디디’도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는 말을 듣게 되는 곳. 그곳에서는 꽃 달린 벤츠 유모차를 탄 강아지도 암 치료로 고생하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보호자들이 아무리 애정과 시간을 쏟아도, 결국 아무 소용 없는 일이 있었다. 그 경계 밖의 세계를 향해, 우리 강아지들이 나아가고 있었다. 그 진리가 진료 순서를 알리는 전광판에 뜬 이름들 속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p.243 「병원 천태만상」 중에서

겨울이 깊어지면서 디디의 걷기 운동은 지하 주차장으로 옮겨졌다. 실외에서 배변을 마친 뒤 주차장으로 내려오면, 디디는 집으로 들어가길 원했다. 내가 두꺼운 패딩을 벗겨 주고 조금만 걷자고 하면, 몇 발자국 따라오는 척하다가 멈춰 섰다. 꼭 가야 하냐는 표정이었다. 리드줄을 살살 잡아끌며 그래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면, 멈춘 걸음에 다시 힘을 싣곤 했다. 그러나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기침이 심해져, 실내에서 걷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더 이상 걷기를 강요하지 않았다. 디디의 가장 중요한 일과였던 산책이 그렇게 사라졌다.

---p.270 「겨울앓이」 중에서

출판사 리뷰

머물지 않고 순환하는 사랑의 궤적

“이 이야기는 아프리카 땅에 사랑하는 강아지를
묻어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간과 반려동물 사이의 관계를 ‘주인’이나 ‘보호자’라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돌봄 이상의 연결이고, 책임 이상의 유대이며, 피를 나눈 가족만큼 깊은 관계다. 우리는 동물과 교감하는 순간을 통해 걱정과 위안, 상실과 회복 등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함께 만들어 가는 다양한 삶의 순간을 경험한다. 두 발이든 네 발이든, 털이 있든 없든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은 서로의 삶을 바꾸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가족이 된다. 국제기구의 일원으로 세계 곳곳을 누빈 이 책의 저자 역시 반려견 디디를 만나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더 넓은 세계와 관계를 맺었다.

언젠가 떠날 외국인을 경계하는 유기견 보호소의 할머니, 배를 곯으며 일하는 야간 경비원들, 양철 판잣집에 사는 앨리스네 가족, 그리고 18년 만에 다시 만난 디디의 원주인 트레이시까지. 디디를 향한 사랑은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으로 이어졌고, 그 만남은 다시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바꾸어 놓았다. 한 존재를 향한 애정은 다른 존재를 향한 연민과 관심으로 연결되었다. 사랑의 모양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우리의 마음을 데우는 온기는 다르지 않다. 그렇게 데워진 마음들이 세상을 조금씩 따뜻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저자는 디디와 함께한 시간을 통해 보여 준다.

디디의 시간은 저자의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끝내 이별의 순간을 맞은 저자는 아프리카까지 날아가 디디의 형제가 묻힌 땅에 유골을 묻어 주고 돌아온다.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슬픔을 삶의 일부로 품은 채,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남은 삶을 글로 담아내며, 디디가 남긴 수많은 흔적과 인연들을 하나씩 되짚어 본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삶을 스쳐 간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넘어, 머물지 않고 순환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묻는다. 한 존재를 향한 사랑은 어디까지 번져 갈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랑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어쩌면 사랑은 이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다음 페이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사랑에는 경계가 없으니까. 종을 넘어, 시간을 넘어, 끝내 우리의 삶을 이어 주니까.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배우는 인간
그 아이러니한 배움에 전심으로 임한 사람의 기록

2008년, 저자는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근무하던 중 아프리카 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하얀 강아지 디디를 만났다. 어쩌면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직선으로 쭉 뻗어나갈 수 있었던 삶. 국제기구에서 자신의 신념을 좇아 살아가던 저자에게 디디와의 만남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사건이 되었다.

디디와 함께한 삶에는 평생 번거로움과 행복이 콩가루와 찰떡처럼 공존했다. 낯선 생활환경, 문화적 충돌,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저자는 사랑과 책임의 의미를 새롭게 배웠다. 새끼에게 줄 먹이를 구하기 위해 먼바다로 떠나는 남극의 황제펭귄처럼, 그는 디디를 위해 보따리를 들고 국경을 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면 허리까지 오는 큰 가방은 강아지 사료와 옷 등 디디를 위한 물건으로 가득 찼다. 저자의 세계는 그렇게 별의 주위를 도는 행성처럼 디디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 존재를 향한 사랑이 타인을 향한 관심으로
“완벽한 해답은 없었다, 부족한 최선만 있을 뿐”

이 이야기의 배경에는 국제 개발 현장이라는 척박한 환경이 자리한다. 저자는 매일 자신의 뜰 안에서 밤낮없이 일해도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이들을 마주해야 했다. 저자가 몸담고 있던 국제 개발 사업은 투자와 조력이 효과를 내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저자는 눈앞에서 마주한 가난에 무심해질 수 없었다. 자신이 누리는 혜택과 특권이, 강아지에게 들이는 정성이 괜스레 죄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직접 만든 볶음밥과 따뜻한 차를 건넸다. 맨땅 위에 양철판을 덧댄 집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간식을 챙기며 공부를 도왔다.

저자 역시 디디를 키우는 동안 여러 사람의 손길에 기대었다. 디디의 보모였던 앨리스와 루실은 출근을 하거나 출장을 떠난 저자의 빈자리를 양껏 채워 주었다. 프랑스에서 만난 송화 이모는 아이들을 돌보던 너른 마음으로 디디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아 주었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를 떠나 그들은 디디를 통해 저자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사람들이었다. 살해 협박, 코로나19 팬데믹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속에서 저자가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기를 지켜본 유일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낯선 땅에서 저자의 삶에 울타리가 되어 준 또 다른 가족이었다. 디디를 향한 사랑이 사람들을 이어 주었고, 그 사람들이 다시 저자의 삶을 지탱해 주었다.

국경을 넘어 이어진 동행의 마침표,
우리를 계속 걷게 하는 ‘사랑’에 대하여

저자는 디디와의 이별을 머릿속에 수없이 그려 왔다. 그러나 막상 마주한 그 순간은 보이지 않던 절벽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을 남겨 둔 채 절벽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던 디디, 애써 뻗은 손이 무색하게 점점 멀어져만 간 디디…. 짐바브웨에서 프랑스와 독일을 거쳐 한국까지 이어진 16년 6개월간의 동행은 그렇게 끝이 났고, 저자는 디디의 유골을 고향 땅에 묻어 주겠노라 결심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아프리카까지 날아가는 데만 최소 20시간에 달하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 여정 끝에 저자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완전한 이별이 아니라 ‘5%의 빈자리’였다. 메워지지 않는 그 틈은 상실의 흔적인 동시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사랑의 증거가 되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보자기를 두른 디디의 유골을 품에 안고 말을 건넸다. 여기가 네 고향이라고, 스머지가 묻혀 있는 놀라네 정원에 함께 묻힐 거라고. 엄마와는 이제 흔들리는 바람결 속에서, 하늘을 빛내는 별과 햇볕 아래서 만나면 된다고. (302쪽)

저자에게 남은 것은 이제 디디의 털이 담긴 작은 주머니 하나뿐이다. 꼬불거리는 하얀 털은 삶을 먼 길로 돌아가게 했지만, 덕분에 저자는 풍성한 시간의 흔적을 새길 수 있었다. 열 손가락이 채 되지 않던 친구는 디디와의 산책길에서 만난 인연들로 채워졌다. 사랑하는 강아지를 묻어 주러 떠난 길에서 갓 구조된 아기 코끼리를 보고, 아프리카의 동물보호단체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저자가 디디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마주한 제3세계의 열악한 현실, 그 안에서 맺어진 인연들을 되돌아보며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사랑의 본질은 번짐에 있다’라는 것. 이 책을 통해 혐오와 차별 속에서 점차 희미해져 가는 우리 안의 보편적 사랑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개는 인간에게 무엇보다 인간이 되는 법을 알려 주는 것 같다.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배우는 인간. 이 책은 그 아이러니한 배움에 전심으로 임한 사람의 기록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 무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던 디디와 그 답을 책임으로 보여 준 최수향, 이 두 스승의 이름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 요조 (뮤지션,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저자)
일과 사랑을 함께, 같은 무게로 지켜 낸 선배 여성에 대해 누가 묻는다면 이제 나는 이 책을 떠올릴 것이다. 이 책에서 일과 사랑은 저울의 양 끝에서 균형을 맞추는 관계가 아니다. 두 가치가 서로에게 깊이 스며들어 한 사람의 삶을 단단하고 충만하게 만든다. 그 중심에는 작고 흰 개 디디가 있다. 디디와의 시간은, 성취가 반드시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얻는 대가가 아님을, 사랑 또한 일방적인 희생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조용히 증명한다.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이 책을 건네며 말하고 싶다. 세계는 넓고,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와 어디든 갈 수 있다고. - 정이현 (소설가, 『노 피플 존』, 『어린 개가 왔다』 저자)
사랑을 한다는 건 결국 이별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과 무슨 사랑을 하든, 죽음은 한사코 우리를 갈라놓고야 만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우리는 자꾸만 그 사실을 잊는다. 혹은 이별이 영영 다가오지 않을 것처럼 게으름을 피운다. 아끼고 사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마치 그건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인 것처럼 다른 일에 쫓기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결코 사랑을 미루는 법이 없다. 힘주어 강조하거나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채 간결한 어조로 지난 여정을 회고할 뿐인데, 책장을 넘기는 내 마음속에는 커다란 격랑이 일어났다. 사랑한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저자는 디디를 고향에 데려다주는 용기를 냈다. 그건 어떤 한 생명의 생물학적 수명보다 훨씬 길고 강하고 온화한 사랑의 여정이다. - 정우열 (만화가, 『노견일기』 저자)
이 지구에 와서 단 하나의 생명과 진실한 교감을 나눈다면, 삶은 결코 헛되지 않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일했던 저자에게 디디라는 이름의 강아지는 세상에서 머물 단 하나의 점이 되어 준다. 한 사람의 사랑이 먼 땅에 묻히고, 그 사랑이 자라나 석 달 전 고양이를 묻은 나의 마음을 다독인다. 저마다의 지구를 가득 채우는 것은 다름 아닌 한 존재를 향한 사랑이다. - 김하나 (작가, 『금빛 종소리』 저자, 〈여둘톡〉 팟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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