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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부 죽고 싶은 사람: 사회의 안전망 ‘신청주의’와 자살예방이라는 사회정의 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기까지, 비자의 입원제도 빚에 내몰린 사람을 위한 ‘숨 쉬는 공간’ 우리가 침묵하기 때문에, 청소년 주도형 정신건강 정책 ‘자녀 살해 후 자살’과 아동사망검토제도 직장 내 괴롭힘, 토요타의 변화 베르테르 효과와 연예인의 정신건강 정신질환 문제를 보도하는 기준에 대하여 번개탄과 자살 수단을 통제하는 정책 감염병 대응 1위와 자살률 1위, 모순의 나라 빛나는 정책, 빛을 잃은 현장 2부 살리고 싶은 사람: 개인의 대응 가장 시급한 것은 ‘살아남는 것’, 김용 세계은행 전 총재 슬픔을 행동으로, 샤오덩파오 사건 무엇이 14세 몰리를 자살로 내몰았나 ‘윈터 솔져’를 위한 나라 레아 공주의 또 다른 싸움 레이디 가가, 비밀은 수치를 키운다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기대어 우는 법, ‘김부장’을 위하여 괴물과 싸워야 할 때는 ‘힘내’란 말은 왜 도움이 안 될까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나가며 주 부록|도움받을 수 있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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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직무회의에서부터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왜 이렇게 높은지 질문하며 지속적으로 자살 대책을 주문했다. 국가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효과를 분석한 2019년 논문에 따르면 국가 차원의 자살예방 계획이 없었던 캐나다·오스트리아·스위스·덴마크보다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한 호주·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의 경우 시행 5년 이내에 자살자 수가 감소했다. ‘호들갑을 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지도자가 적극적으로 나섰던 나라들은 자살률이 감소했다.
--- p.24 어머니는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다.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자·타해 위험성이 동시에 있어야 본인의 동의 없는 비非자의 입원(가족 등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할 수 있게 변경됐다. 아들을, 손주들을 살려달라고 지자체 여러 부처마다 달려가 빌기도 했지만, 아들의 경우 자·타해 위험이 분명치 않다는 이유로 입원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중증 정신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일단 경찰이 지정된 정신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는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교해, 우리는 여전히 신체 손상이 없으면 법에 따라 가족에게 인계하고 있다. 본인이 거부하고 문을 열지 않으면 상담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그 시간이 3년이었다. --- pp.25-26 여러 환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경제 문제로 인한 자살은 중장년이 많고 남성이 많다. 2024년 경찰청 변사자 통계에 따르면 경제생활 문제는 전체 자살 동기의 약 25퍼센트로 39퍼센트를 차지한 정신건강 문제 다음으로 많았다. 남성의 자살률은 여성의 2.5배에 이르고, 특히 30~50대 남성에서는 경제 문제가 가장 중요한 자살 동기 가운데 하나다. --- p.34 한국의 우울증 및 불안장애 진료 인원은 최근 몇 년간 전 연령대 중 10대와 20대에서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전체 연령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이미 2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우울증 환자 5명 중 1명은 20대라는 뜻이다. 인구비를 따지면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치다. 10대 자살사망자는 2025년 잠정치로 보면 396명으로 2016년 대비 45퍼센트 증가했다. 여성의 비중은 절반이 넘게 증가했다. --- p.37 이후 이 사건은 범인이나 피해자의 이름이 아닌 샤오덩파오小燈泡’ 사건이라 불린다. ‘샤오덩파오’는 ‘작은 전구’란 뜻으로, 눈이 유난히 크고 빛났던 아이에게 부모가 붙여준 애칭이었다. 대만 언론과 사회는 피해 아동의 실명을 노출해 2차 피해를 주거나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대신, 어머니가 아이를 부르던 이 따뜻한 애칭을 그대로 사용해 사건을 명명했다. 범인에 대한 분노와 증오에 매몰되기보다 아이가 세상에 남기고 간 맑은 빛과 그 빛을 지키지 못한 사회적 책임을 기억하자는 의미였다. --- p.98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 상태라면 지금 그의 마음은 황무지의 메마른 바닥과 같다고 봐야 한다. 다리가 부러지고 패혈증이 생긴 중증 신체질환 환자와 다를 바 없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의학적 치료를 포함해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패혈증에 항생제를 이용하는 게 자연스럽듯, 정신과의 생물학적 치료도 자연스럽게 이용해야 한다.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와 같은 약물이 심한 우울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자살 위험이 클 때 스프라바토와 같은 비강흡입제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시대다. --- p.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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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부흥하는데 국민은 생명을 포기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_김용 세계은행 전 총재 OECD 자살률 1위 대한민국에 던지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 한국이 OECD 자살률 23년째 1위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계산해보자. 하루 평균 40명, 35분마다 한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지금 내 곁의 누군가가 죽거나,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자살률 1위라는 압도적 숫자 앞에서, 자살을 과연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인가? 2025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최초로 언급한 ‘사회’ 이슈가 자살이다. 자살을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재난’으로 정의하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한다. 그리고 취임 1년이 지난 2026년 7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국민생명안전위원회가 출범한다. 행안부 윤호중 장관과 함께 민간 분야 공동 부위원장으로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임명된다. 백종우 교수는 30년 가까이 현장에서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 사회적 재난 피해자, 천안함 생존 장병, 자살 유가족 등을 만나며 죽음을 삶으로 바꾸는 데 헌신한 정신과 의사다. 의료 현장과 국가 정책을 연결하는 역할로 한국자살예방협회장, 중앙정신건강복지지원단장 등을 맡으며 한국의 자살예방 정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백종우 교수는 말한다. “자살이 아니다. 사회적 타살이다. 막을 수 있는 죽음이다.” “세계는 이미 자살률을 낮추고 있다. 우리도 바꿀 수 있다” 생명을 살리는 국가의 조건 이 책은 자살을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회적 실패’의 결과로 바라본다. 왜 어떤 나라는 자살률을 낮추는 데 성공했고, 우리는 아직도 OECD 1위인가? 저자는 지난 30년간 환자를 진료하고 정책을 만들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가장 먼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짚는다. 특히 우리나라 복지와 의료 체계의 근본적인 한계로 ‘신청주의’를 지적한다. 신청주의는 스스로 병원을 찾고, 스스로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게만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극심한 절망에 빠진 사람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해, 결국 가장 위험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구조라는 것이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저자는 영국, 일본, 미국, 호주 등 자살률 감소에 성공한 나라들을 직접 찾아가 조사하고 연구하며, 국가가 먼저 손을 내미는 시스템이 어떻게 생명을 살리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영국의 채무유예제도인 ‘숨 쉬는 공간(Breathing Space)’은 정신건강 위기자에게 더 강력한 채무유예를 제공해 일단 사람을 살리고 본다. ‘뉴욕주 자살예방계획’은 우리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자살 고위험군 통계를 적극 활용해 지자체가 이들을 원스톱으로 별도 관리한다. 일본 국민 약 155만 명이 이용하는 ‘정신장애인 보건복지 수첩’ 서비스는 지난 20년간 일본의 자살률을 36퍼센트 감소시킨 매우 중요한 한 축이다. 그 밖에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청소년 정신건강 인프라인 호주의 ‘헤드스페이스’,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끔찍한 비극 앞에서 우리가 시급히 도입해야 할 ‘아동사망검토제도’ 등은 모두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 실제로 효과를 입증한 정책들이다. 해외 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책은 어렵다는 편견과 달리, ‘우리도 이렇게 하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겠구나’라는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주며 한국 상황에 맞게 적용한 정책들을 함께 제안한다. 저자는 정신질환이나 경제적 위기, 사회적 고립을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불행으로 방치하는 사회에서는 자살률을 낮출 수 없다고 말한다. 가장 고통받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제도, 치료와 복지가 함께 움직이는 시스템,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안전망이 갖춰질 때 비로소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세계는 이미 자살률을 낮추고 있다. 우리도 바꿀 수 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상실의 슬픔과 고통을 사회적 변화로 바꾼 사람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먼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헌신해온 저자는, 이 모든 시스템을 만들고, 바꾸고,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책의 후반부인 2부에서는 자살예방의 최전선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공감과 연대가 어떻게 한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를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참혹한 범죄로 네 살배기 딸 ‘샤오덩파오’를 잃고도 증오하는 대신 사회와 사법제도를 개혁하는 길을 택한 대만의 왕완위, 열네 살 딸 몰리를 SNS 유해 알고리즘에 잃은 후 빅테크 기업에 맞서 ‘온라인 안전법’을 이끌어낸 영국의 이언 러셀, 김용 세계은행 전 총재의 뜻을 이어 정신건강 문제를 사회구조적 과제로 인식하고자 시작된 마인드SOS 캠페인 조직, 백지영·송은이·신애라·최강희 씨 등 연예인들의 정신건강 지킴이 GEM 멤버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손 내미는 사회를 만들고자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자살예방을 의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의’의 문제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신건강 교양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공공의 문제를 다루는 정책 제안서이자, “자살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함께해야 하는지를 묻는 절실한 호소문”(나종호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다. 빚, 실직, 정신질환, 고립, 트라우마 같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흔들리는 환자들을 묵묵히 지켜온 저자에 의하면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견딜 수 없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고, 정부에서는 정책을 만들며, 한국 자살예방의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온 저자 백종우 교수는 반복해서 말한다. 사람은 살릴 수 있다. 위로에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 희망의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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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우 교수는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는 말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이 책은 생사의 최전선에서 30년 가까이 한국 자살예방의 길을 개척해온 한 의사의 기록이자, 우리 사회가 자살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함께해야 하는지를 묻는 절실한 호소문이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백종우 교수와 같은 의사가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얻고, 그의 행보를 함께 이어가야 한다는 다짐을 품게 될 것이다. - 나종호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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