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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양식을 더하다
01 강의 침묵, 그리고 87.4%의 재판 02 AI 시대, 법의 존재양식 03 건축의 비인간 존재 04 건축에서 행위하는 인공지능 05 혼종으로 나타난 예술의 역량 06 AI와 현대 예술가 07 경기장 속 침묵의 행위자들 08 AI 심판과의 동행 09 교육의 물질성과 행위성 10 배움의 존재라는 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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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AI 예측 자료의 신빙성에 관한 소명 자료를 요구하는 한편, 심리를 속행하여 시료 채취 기록, 시험성적서, 배출 시설 운영 기록, 하류 측정 결과를 다시 맞춰보았다. 기록을 다시 대조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지나쳤던 0.3의 차이도 보였다. 별첨된 측정기기 관리 기록을 확인한 결과, 측정 당시 ICP 2호기의 보정 주기는 초과된 상태였다. 재판부는 2호기의 측정값을 판단 자료에서 제외했다. 다시 처음의 종이 몇 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처음의 종이들이 아니었다. 재판부는 처분 당시의 조사 자료와 ICP 1호기 측정값을 근거로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제련소 인근 하천에서의 배출은 관계 법령에서 금지하는 배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 「01 강의 침묵, 그리고 87.4%의 재판」 중에서 건축에서 비인간 존재란, 인간의 설계 의도가 물질과 제도와 시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그 의도를 있는 그대로 통과시키지 않고 저마다의 논리로 굴절시키며 공간의 경험에 관여하고 있는 모든 존재자다. 식물은 생장이라는 전치사(preposition)를 통해, 시간은 누적이라는 전치사를 통해, 버려진 시설은 잔존이라는 전치사를 통해, 저마다 다른 이용자는 저마다의 몸짓이라는 전치사를 통해 존재를 드러낸다. 이 정의는 완결된 목록이 아니라 계속 갱신되는 정의이며, 선유도가 증명하는 것은 이 정의가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매일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실재라는 사실이다. 건축의 비인간 존재가 이토록 다양한 전치사를 통해 형태에 개입하는 행위자들의 연결망이라면, 이 연결망에 인간이 설계하고 학습시킨 또 하나의 비인간, 곧 인공지능이 들어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인공지능은 이 연결망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며, 무엇과 연결됨으로써 스스로를 행위자로 드러내는가. --- 「03 건축의 비인간 존재」 중에서 기술에 담긴 ‘레짐(regime)’을 ‘주름(fold)’이라는 관념으로 정의한 라투르에 따르면 기술적 행위 안에는 시간, 공간, 행위소(Actant)가 주름져 있다. 시간성 중의 하나는 행성의 고대적 시간이 존재한다. 김아영은 작품마다 경계를 넘는 주체(인간, 비인간)를 등장시킨다. 그것은 오래된 역사, 시대, 지정학, 또는 젠더의 경계도 된다. 영상,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인 작업을 펼치는 작가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실사 영상, 시뮬레이션, 무빙 이미지, 비디오게임, 조각, 사운드 등의 기술로 시와 퍼포먼스, 공연, 출판 형태를 통해 여러 이질적 시간성이 주름으로 나타나게 한다. --- 「06 AI와 현대 예술가」 중에서 이처럼 사태 자체, 관심사, 매개 등을 강조하는 교육에서의 행위자 네트워크는 지역 교육 거버넌스를 이해하는 도구로 확대해 가고 있다. 인간과 기술 등의 이분법적 지배 구도는 구시대 유물이 되었다. 배우는 활동은 행위의 방향이 다른 동등한 관계의 행위자들이다. 교육에 들어온 기술, 도구, 정책 같은 비인간 행위자는 접기, 펼치기, 우회하기의 곡선의 방식으로 이해된다. 다양한 비인간 행위자들과의 연합을 통해서 생성되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혁신, 변화와 같은 관계에서 학습이 나타나므로 교육은 인간, 사물, 환경의 상호 구성적 ‘되기’의 역동적인 운동이다. 지식은 특정 행위자에게만 머물러 있지 않고 연결망을 형성하는 서로 다른 행위자들의 관계를 통하여 이동하고 변화하며, 동맹과 이탈, 소멸, 확장, 일시적 연결 과정을 생생하게 드러내 주는 번역 활동이다. 번역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교육의 효과가 될 수 있다. 교육 장면에서 드러난 인간적, 기술적 행위들은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며, 서로 다른 행위자들을 연결하는 번역의 주체로 작동한다. 그러므로 교육 활동은 인간과 비인간이 얽혀서 드러나는 공동ᐨ연대ᐨ수행이다. --- 「09 교육의 물질성과 행위성」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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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비인간 사이에서 새로운 존재양식을 묻다
AI를 인간이 만든 도구라고만 설명할 수 있을까. AI가 인간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만 때로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고, 이제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행동하는 에이전트형 AI로 진화하고 상황에서, 브뤼노 라투르의 『존재양식의 탐구』와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을 바탕으로 AI의 존재론적 자리를 다시 묻는다. 핵심은 인간과 비인간을 주체와 객체로 나누는 익숙한 구도를 벗어나는 데 있다. 존재는 고립된 실체가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고 번역되며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섯 연구자는 법, 건축, 예술, 스포츠, 교육의 현장으로 이 질문을 확장한다. 낙동강 물은 법적 판단에 어떻게 참여하는가, 건축물은 정지한 사물인가, AI는 예술가의 도구에서 공동 창작자가 될 수 있는가, 스포츠의 인간다움은 기술과 장비 없이 가능한가, 교육에서 인간 아닌 존재는 어떤 배움의 관계를 만드는가를 탐색한다. AI는 이 과정에서 기술적 비ᐨ인간과 존재론적 비인간 사이를 오가는 ‘사이ᐨ존재’로 등장한다. 이 책은 AI가 인간을 대신할 것인가를 묻기보다 인간과 AI, 사물과 제도, 자연과 기술이 서로를 어떻게 움직이며 세계를 함께 구성하는지를 추적한다. 존재양식에 AI를 더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만으로 설명해 온 세계의 경계를 다시 긋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