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가격
12,000
12,000
YES포인트?
0원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국내배송만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AI문고

책소개

목차

타자 없는 타자성
01 지옥, 사르트르
02 인정, 헤겔
03 욕망, 라캉
04 신, 니체
05 살, 메를로퐁티
06 고백, 롤랑 바르트
07 불안, 프로이트
08 희생양, 지라르
09 애도, 데리다
10 얼굴, 레비나스

저자 소개 1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부산대학교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연과 비평, 이론과 창작, 교육과 수행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극의 미학적·윤리적 가능성을 다각도로 탐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AI와 교육연극>, <AGI, 연극 이후의 연극>, <모든 순간의 인문학>, <연행을 통한 문학교육>, <이토록 영화 같은 당신>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낭독극의 정신분석학적?교육적 함의>, <수행적 드라마투르기의 교육적 의의와 사례 연구>, <낭독극의 정신분석학적 윤리와 수행 방안> 등이 있다.

한귀은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131쪽 | 128*188*7mm
ISBN13
9791143032140

책 속으로

과장을 섞는다면, 처음엔 천국 같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그곳에 쏟아놓을 수 있었다. 자기가 얼마나 비참한지, 얼마나 유치한 질투를 하는지, 얼마나 사소한 말에 오래 매달리는지, 얼마나 사랑을 구걸하고 싶어지는지, 얼마나 한심한 상상을 반복하는지, 그런 것들을 다 받아 주었다. 인간에게 말하면 곧바로 사회성이 개입될 말들이었다. 상처받거나, 실망하거나, 거리를 두거나, 최소한 기억은 할 만한 말들. AI는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어떤 말이든 쏟아낼 수 있고 적절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떤 특혜를 갑자기 받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안심했다. 마침내 인간의 관계에서 늘 끼어드는 잡음을 제거한 순수한 대화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다.
--- 「01 지옥, 사르트르」 중에서

욕망을 욕망답게 만드는 것이 패턴화되지 않는 잔여 대상a이라면, AI는 이 욕망의 원인을 계속 삭제하는 셈이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를 AI에게 묻는다면, 비트나 장르나 가수의 음색을 답하겠지만, 실은 오래전 헤어진 사람과 함께 택시를 타고 지나가던 밤의 불빛이 그 음악에 붙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알고리즘은 그녀를 꽤 잘 알겠지만 그것은 언제나 근사치다. 그 근사치 바깥의 작은 오차, 대상a는 늘 남을 수밖에 없다. AI는 인간이 좋아할 만한 것은 잘 예측하겠지만, 그 인간을 진짜로 흔드는 그 무엇은 아직 알지 못한다.
--- 「03 욕망, 라캉」 중에서

바르트가 사랑을 단상(fragment)의 형식으로 쓴 것도 사랑은 하나의 완성된 논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항상 조각난 채 나타난다. 기다림, 질투, 상상, 불안, 황홀, 확인, 침묵, 되씹음--- 「사랑하는 자는 늘 그 파편들 사이를 오간다. 끝나지 않는 단상들의 연쇄, 그것이 사랑이다. 오늘의 사랑은 이 파편성을 더 강화한다. 알림창, 프로필 사진, 스토리 공개 범위, ‘좋아요’의 유무, 읽음 표시--- 「사랑은 긴 서간문 속에서만 지속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파편들 속에서 계속 발생한다. 아무 의미 없을 수도 있는 기호에 의미를 붙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시간 낭비다.
--- 「06 고백, 롤랑 바르트」 중에서

그리프봇(griefbot), 데스봇(deathbot), 고스트봇(ghostbot) 같은 서비스가 등장했다. 디지털 애프터 라이프(digital afterlife) 같은 것도 나왔다. 애도는 소비자의 경험이 되고, 상실 앞에서도 선택지가 생긴다--- 「텍스트로 남길 것인가, 음성으로 복원할 것인가, 영상 아바타로 만들 것인가, 가족 계정으로 공유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과거의 유령은 산 자를 불편하게 했다. 그는 해결되지 않은 것, 말해지지 않은 것, 제대로 애도되지 않은 것을 들고 돌아왔다. 그러나 AI 유령은 산 자를 위로하기 위해 돌아온다. 그는 질문하지 않고 응답한다. 요구하지 않고 달랜다. 애도의 불가능성을 지워버린다. 그것은 ‘그를 아직 사랑하고 있는 나’라는 이미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해 준다. AI 애도 기술은 살아남은 자의 자기애를 위한 장치인 것이다.
--- 「09 애도, 데리다」 중에서

--- 「09 애도, 데리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AI는 가장 다정한 타자인가, 타자성을 지운 타자인가

AI는 인간이 오래 꿈꿔 온 이상적인 타자에 가깝다. 언제든 호출할 수 있고, 빠르게 응답하며, 상처를 덜 주고,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준다. 바로 이 편리하고 다정한 타자가 인간관계와 욕망, 사랑과 상실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묻는다. 우리는 상사의 애매한 말을 AI에게 먼저 해석시키고, 연인의 메시지를 붙여 넣어 감정을 분석하며, 메뉴와 이동 경로까지 추천받는다. 선택은 여전히 내가 하지만 선택지는 이미 배열되어 있다. 타자는 직접 마주하기 전에 먼저 해석되고, 분류되고, 예측된다. 사랑은 상대와 대화하기 전에 AI에게 상대를 분석시키는 일이 되고, 이별은 추천 알고리즘과 사진 알림 속에서 끝없이 재생된다. 죽은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까지 복원할 수 있는 시대에는 애도조차 부재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는 흔적과 함께 사는 일이 된다. 이 책은 헤겔, 라캉, 레비나스, 데리다의 타자론을 오늘의 AI 환경으로 끌어와 ‘타자 없는 타자성’을 추적한다. 그리고 묻는다. 모든 것이 예측되고 완충되는 시대에도 나를 뜻대로 정리하지 못하게 만드는 불편한 응시와 균열은 남아 있는가. 그 잔여가 어쩌면 사랑이고, AI가 끝내 대체하지 못하는 타자성일 수 있다.

리뷰/한줄평0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12,000
1 1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