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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문고

책소개

목차

자아의 제국, 망명하는 주체
01 정동, 스피노자
02 자기배려, 푸코
03 벌거벗음, 아감벤
04 문답, 소크라테스
05 그림자, 융
06 사건, 바디우
07 탈주, 들뢰즈
08 에로스, 플라톤
09 습관, 아리스토텔레스
10 환상, 라캉

저자 소개 1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부산대학교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연과 비평, 이론과 창작, 교육과 수행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극의 미학적·윤리적 가능성을 다각도로 탐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AI와 교육연극>, <AGI, 연극 이후의 연극>, <모든 순간의 인문학>, <연행을 통한 문학교육>, <이토록 영화 같은 당신>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낭독극의 정신분석학적?교육적 함의>, <수행적 드라마투르기의 교육적 의의와 사례 연구>, <낭독극의 정신분석학적 윤리와 수행 방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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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131쪽 | 128*188*7mm
ISBN13
9791143032201

책 속으로

AI는 나의 코나투스를 특정한 방식으로 포획한다. 존재를 지속하려는 힘은 원래 더 큰 역량을 향해야 하는데, 오늘날 대부분 정동의 회로는 존재를 확장시키기보다 겨우 버티게 만든다. 살아 있게 만들기보다 계속 접속하게 만든다. 활동 능력을 증가시키기보다 활동 능력이 줄어든 상태를 관리 가능한 소비 상태로 바꾼다. 물론 AI 이전에도 인간은 이미 정동적으로 조정되는 존재였다. 종교, 가족, 학교, 국가, 자본, 연애, 광고, 아침 라디오, 사무실 형광등, 상사의 말투, 지하철의 밀도 등등--- 「인간의 정동을 조직하지 않는 것은 없었다. AI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이 오래된 정동의 조정을 실시간으로, 개인별로,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수행한다는 점이다.
--- 「01 정동, 스피노자」 중에서

아감벤(G. Agamben)이 말하는 벌거벗은 생명(nuda vita)은 헐벗고 가난한 생명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치적 권리와 사회적 인정, 제도적 보호의 두꺼운 옷이 벗겨진 채, 그저 살아 있음 자체로만 관리되고 노출되는 생명이다. 플랫폼 안에서 그는 하나의 움직이는 점, 관리 가능한 경로, 예측 가능한 노동 단위로 수집된다. 그가 피곤한지, 무서운지, 모멸감을 느끼는지, 억울한지 같은 것은 산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가 계속 달릴 수 있는가,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하는가, 평점이 유지되는가다.
--- 「03 벌거벗음, 아감벤」 중에서

바디우는 주체가 사건에 대한 충실성 속에서 생겨난다고 말한다. 이 말은 낭만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은 매우 가혹하다. 왜냐하면 사건은 한 번 일어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다음부터가 문제다. 이 예외를 예전의 질서로 되돌려 놓을 것인가, 아니면 그 예외 때문에 이전의 자기 자신을 수정할 것인가. AI 시대엔 사건이 발생하기 어렵다. 예외는 데이터세트의 오류가 되고, 충격은 곧바로 패턴으로 환원되며, 낯선 만남은 취향 모델의 미세 조정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그녀도 이런 식으로 분석될 수 있다. “사용자는 안정 지향적 선택을 반복하다가 특정 시점 이후 비예측적 성향의 대상을 선호하는 보상 회로를 보였다”는 식으로. AI는 사건이 가진 유일성을, 주체를 새롭게 발생시키는 그 난감한 예외성을 삭제해 버린다.
--- 「06 건, 바디우」 중에서

그는 아직 덕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덕 있는 척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 차이는 작지만 결정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탁월성은 이 지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완벽한 자기관리의 인간이 아니라, 자기관리로도 가려지지 않는 초라함을 본 뒤에도 다시 살아가는 인간. AI는 말한다. “오늘도 좋은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 그는 생각한다. 좋은 하루라. 이 말처럼 폭력적인 말도 없다. 어떤 하루는 좋지 않아야만 진실하다

--- 「09 습관, 아리스토텔레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최적화된 자아 너머에서 다시 ‘나’를 묻다

AI는 인간에게 답만 주지 않는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사고, 어디로 가고, 누구를 만나며, 어떤 문장을 보낼지까지 추천한다. 우리는 여전히 선택한다고 믿지만 선택지는 이미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다. 바로 이 편리함 속에서 인간이 은밀히 내려놓고 있는 ‘주체’의 문제를 파고든다. 주체는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완성된 자아도, 성격 검사로 설명되는 정체성도 아니다. 오히려 잘 정리된 설명에 금이 가는 순간, 선택을 후회하면서도 이유를 알 수 없고, 모든 것이 제대로 굴러가는데 삶이 남의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에 불쑥 나타난다. AI가 다듬어 준 메시지보다 어설픈 한 문장이 더 진실할 때, 수면 점수와 투자 리포트와 추천 알고리즘이 모든 것을 설명해도 공허함이 남을 때 주체는 다시 출몰한다. 이 책은 스피노자, 라캉, 푸코 같은 철학자를 강단에서 끌어내려 배달 앱, SNS 알림, 데이팅 앱, 생산성 도구와 수면 점수 속에 놓는다. AI 시대의 문제는 인간이 자율성을 빼앗기는 데만 있지 않다. 어쩌면 인간 스스로 판단과 욕망, 책임의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데 있다. 더 나은 자아를 만드는 법이 아니라, 최적화되지 않고 설명되지 않는 잔여 속에서 주체가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묻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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