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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눈, 손, 마음
그림이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여정에 관하여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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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들께

들어가며 화가들의 목소리

1부 시작, 끝, 계속
1장 빈 캔버스 앞에서
2장 화가의 길에 들어서다
3장 끈질기게 끝까지
4장 눈의 판단
5장 끝내기는 너무 힘든 일

2부 재료가 중요
6장 회화의 바탕
7장 루벤스의 레시피
8장 유광 페인트, 아크릴 물감, 유화 물감
9장 흙과 돌로 만든 그림
10장 살과 고기

3부 색채의 대륙
11장 빨간 작업실
12장 색채에 휩싸여
13장 파란색은 우울? 노란색은 기쁨?
14장 드로잉의 힘
15장 인간의 몸을 새롭게 상상하기

4부 시간과 공간
16장 미술의 지리학
17장 엘 그레코의 시간 여행
18장 그림 속 공간을 창조하다
19장 역사를 담아내는 여러 가지 방법
20장 만년의 미로

5부 카메라, 연출, 스크린
21장 사진 같은 그림
22장 회화를 연출하다
23장 시간, 장소, 문화를 겹치고 뒤섞기
24장 제 그림은 기계가 그립니다

6부 느낌과 의미
25장 좋은, 나쁜, 추한
26장 로스코의 작품을 무엇을 ‘의미’?
27장 느낌 너머의 세계
28장 제목이 감춘 비밀

나가며 회화의 세계에 머물다

감사의 말

저자 소개 2

마틴 게이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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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n Gayford

영국의 미술 비평가이자 저술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철학을, 런던 대학교 코톨드 미술연구소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스펙테이터』 『선데이 텔레그래프』, 블룸버그 뉴스 등에서 미술 비평가로 활동했으며,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비롯한 다수의 미술 전문 지면과 전시 도록에 글을 기고했다. 미술 저술가로서 그가 쓴 반 고흐, 컨스터블, 미켈란젤로에 관한 각각의 연구서는 치밀한 자료 조사와 섬세한 인물 묘사를 통해 예술가를 살아 있는 인간으로 되살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그는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업실을 오가며 오랜 신뢰를 쌓아온 미술 비평가이기도 하다. 이우환, 루시언 프로이드,
영국의 미술 비평가이자 저술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철학을, 런던 대학교 코톨드 미술연구소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스펙테이터』 『선데이 텔레그래프』, 블룸버그 뉴스 등에서 미술 비평가로 활동했으며,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비롯한 다수의 미술 전문 지면과 전시 도록에 글을 기고했다.
미술 저술가로서 그가 쓴 반 고흐, 컨스터블, 미켈란젤로에 관한 각각의 연구서는 치밀한 자료 조사와 섬세한 인물 묘사를 통해 예술가를 살아 있는 인간으로 되살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그는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업실을 오가며 오랜 신뢰를 쌓아온 미술 비평가이기도 하다. 이우환, 루시언 프로이드, 데이비드 호크니, 애니시 커푸어, 앤터니 곰리 등 동시대 예술가들과 나눈 깊이 있는 대화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그들의 작업 방식과 예술관, 창작의 본질을 생생하게 전달해왔다. 『화가의 눈, 손, 마음』(원제 How Painting Happens)은 그가 회화의 비밀에 다가가고자 한 반평생의 노력이 빚어낸 결실이다.
지은 책으로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예술과 풍경』 『다시, 그림이다』를 비롯해, 루시언 프로이드의 모델이 되어 자신의 초상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기록한 『내가, 그림이 되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함께 쓴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호크니와 게이퍼드가 말하는 그림의 역사』, 앤터니 곰리와 함께 쓴 『조각, 세상을 만들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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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했다.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미술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대 미술의 미학적 기원과 전개를 밝힌 『현대 미술 강의』를 썼다. 사진을 중심으로 현대 미술과 동시대 미술이 연접 또는 이접하는 지점을 연구하는 한편, 최근에는 현대 조각의 미학적 독창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피카소 콜라주의 조각적 잠재력」 「뉴노멀 시대의 미술: 그 존재론적 이행」 「비포 앤 애프터: 사진 이론의 약진과 롤랑 바르트」 「벤야민과 바르트 사이: 수잔 손택의 사진론」 등의 논문을 썼으며, 옮긴 책으로 『예술의 발명』 『예술과 문화』 『강박적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했다.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미술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대 미술의 미학적 기원과 전개를 밝힌 『현대 미술 강의』를 썼다. 사진을 중심으로 현대 미술과 동시대 미술이 연접 또는 이접하는 지점을 연구하는 한편, 최근에는 현대 조각의 미학적 독창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피카소 콜라주의 조각적 잠재력」 「뉴노멀 시대의 미술: 그 존재론적 이행」 「비포 앤 애프터: 사진 이론의 약진과 롤랑 바르트」 「벤야민과 바르트 사이: 수잔 손택의 사진론」 등의 논문을 썼으며, 옮긴 책으로 『예술의 발명』 『예술과 문화』 『강박적 아름다움』 『롤랑 바르트의 사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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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28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185*245*30mm
ISBN13
9791199126695

책 속으로

“다음 단계는 보이는 거지 생각해내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 회화에서 다음 단계는 내가 만든 회화들로부터 나왔고, 그 회화에서 무언가가 일어난 걸 보았는데 그게 진짜 좋은 기회 같았어요. 그래서 그 기회를 좇아갔던 겁니다. 내가 그것에 대해 생각했던 게 아니에요. 만들고 나서 알아보았던 거죠. 조금 달라요.” 만일 우리가 젠틸레스키, 카라바조, 페르메이르, 티치아노 등 과거를 혁신한 모든 화가에게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면, 그들도 대략 똑같은 답을 하리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p.20

마리-루이즈 폰 모테시츠키는 그중 한 떠돌이 극단 우두머리의 모습을 80년 동안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 분명 이것은 이우환이 말한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광경을 마주한 그녀의 반응은 화가의 반응이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위층 내 방으로 달려갔어요. 지금 당장 반드시 그를 그려야 한다, 저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모든 아이가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 p.44-45

“축구 선수인 친구와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젊었을 때 붓질을 하다가 방금 내 생애 최고의 획 하나를 그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였죠. 그건 경기에서 뛰는 것과 비슷해요. 1990년대 말에 처음으로 큰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게 저에게는 경기에서 뛰는 것과 비슷했어요. 온몸을 써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생긴 거죠. 그림을 그리는 일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스포츠나 발레에 더 가까워요. 저는 그 경험을 몸과 정신이 함께하는 감각으로 기억해요.”
--- p.69

황마에는 아마도 이보다 훨씬 많은 사연이 있었던 듯하다. 반 고흐의 편지에 따르면, 황마 20미터를 산 것은 고갱이 주도한 일이었다. 그에게는 황마를 시험해볼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고갱은 반 고흐보다 실제로 더 가난했고, 특히 판화와 조각 작업에서 이미 매체를 실험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게다가 고갱에게는 질긴 표면에 작업해야 할 타당한 이유도 있었다. 반 고흐의 붓질에서 보이는 극적이고 역동적인 특징과 달리, 고갱은 물감을 부드럽게 펴 발랐기에 황마에 작업하면 천의 직조 무늬가 물감 아래로 드러나 그림에 한층 더 강한 질감과 존재감을 부여했다.
--- p.104

“저기 있는 1964년작 〈두 개의 주홍, 주황과 빨강〉은 오늘 내게 아주 새롭게 보여요. 내가 이전에 그 색채들에 대해 가졌던 생각과는 꽤 달라 보입니다. 맨 위의 빨간색에는 홍조가 있는데 전에는 본 적이 없는 거예요. 이 그림은 네 개의 튜브에서 짜낸 물감으로 구성되었고, 섞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어요. 믿기지 않죠? 저기 저 모양은 주황색이 아니라 노란색처럼 보여요. 실은 노란색이 아니라 카드뮴 오렌지색이었어요. 그리고 여기 짙은 초콜릿색처럼 보이는 원형 있잖아요? 사실 주홍색이에요.”
--- p.186

“사람들은 인체의 구조가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여느 건물이나 인공 구조물보다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려요. 신체의 각 부분이 서로 맞물리는 방식도요. 몸을 그릴 때는 거짓말을 하면서 설득력 있게 보일 수가 없어요. 선이 잘못되어 있거나 단축법을 제대로 구사하지 않으면 천하가 다 안다니까요.” 게다가 사진은 이미 평평하지만 인간은 명백히 그렇지 않다. 그러나 존슨에게는 “3차원의 인물을 2차원 공간에 옮기는 일, 즉 깊이와 부피와 단단함의 환영을 만들어내는 일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 p.235

타피에스의 응접실 벽에는 한때 가게 간판으로 쓰였던 거대한 구두가 걸려 있었다. 그가 말해준 이유는 이랬다. “때로 사람들은 미술이란 고도로 세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나는 단순하고 보잘것없는 것들로 미술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믿어왔어요. 구두는 내가 집착한 것 중 하나죠. 무엇이든 재료로 삼아 미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은 것들이 초월적일 수 있어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게 그런 것들이거든요.”
--- p.335

그림의 제목은 얼마나 중요할까? 꽤나 흥미로운 질문이다. 호퍼는 자신의 그림을 〈이른 일요일 아침〉이라고 할 생각이 없었다. 듣자 하니 애초에 일요일로 설정한 것도 아니었다. 그가 원래 붙였던 제목은 사실을 단조롭게 알리는 “7번 대로의 상점들”이었다. 호퍼의 작업실 근처 풍경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호퍼가 원했든 아니든, 그림의 제목은 시적 풍미를 더한다. 거리에 오가는 이가 아무도 없는 일요일 아침의 평화로운 정적이 떠오른다.
--- p.363

“하지만 말할 것도 없이 이 회화가 아무리 놀랍다 해도, 그 ‘너머로’ 나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면 훨씬 더 놀랄 거예요. 이제 근 50년이 지났지만 이보다 더 좋은 회화는 아무도 못 그렸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모든 사람이 저건 심지어 회화도 아니라고, 완전히 형편없다고 말했죠. 그렇게나 형편없었다면 어떻게 50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그의 작품에 근접조차 하지 못했을까요?”
--- p.455

출판사 리뷰

그들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왜 그릴까

예술 작품 중에서도 ‘회화’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회화는 인류가 탄생한 이래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예술 형식이자 사람들이 여전히 사랑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그림은 쉽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 그리기는 어쩌면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림은 어렵다. 프로 화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특히 회화 장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뛰어난 사람들이 수만 년의 시간 동안 다양한 방식들로 작업을 해왔기에, 새로이 탐색할 영역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도전이다. 그러나 ‘회화는 끝났다’는 선언이 반복될 때마다 화가들은 더욱더 표현의 가능성을 넓혀가며 혁신적인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훌륭한 회화 작품 하나하나는 우리가 바라보는 동안 그 안에 머무르게 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뛰어난 회화에는 말없이도 이해 가능한 깊은 사유와 역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작업에 헌신한 이들에게 회화 예술은 삶 전체를 집어삼키는, 평생에 걸친 집념이 되기도 한다. 화가들이 조각도, 사진도, 퍼포먼스도 아닌 ‘회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부터 오늘날의 현대 미술까지, 위대한 그림이 탄생하는 과정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런 일들이 주로 화가의 머릿속에서, 화가 혼자 있는 작업실에서 일어나는 까닭이다.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오가며 오랜 신뢰를 쌓아온 미술 비평가 마틴 게이퍼드가 쓴 『화가의 눈, 손, 마음』은 이우환, 게르하르트 리히터, 프랭크 아우어바흐, 질리언 에어스, 프랭크 볼링, 세실리 브라운, 피터 도이그, 루시언 프로이트, 카타리나 프리치, 데이비드 호크니, 클로뎃 존슨, 파울라 레구, 브리짓 라일리, 제니 새빌, 프랭크 스텔라, 뤼크 튀이만, 쩡판즈 등 수많은 작가들과 30여 년에 걸쳐 나눈 방대한 대화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늘어놓는 대신,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방식으로 영감이 작품으로 구현되는 신비한 과정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빈 캔버스 앞에 선 화가들: 재료와 도구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화가들이 직면해야 하는 출발점은 바로 ‘빈 바탕’이다. 날씨, 음악, 기분, 여행 기억 등 다양한 자극들에 영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많은 화가들이 그림의 시작을 위해 일부러 우발적 사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무엇을 어떻게 그리겠다는 철저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일단 무엇이든 시작한 다음 거기서부터 그림을 밀고 나아가는 것이다. 호안 미로는 붓을 씻으면서 캔버스에 몇 번 쓱쓱 문질러 그림을 시작하는 단서로 삼았다. 존 레이섬은 소재나 주제를 고민하는 대신 스프레이-페인팅 도구로 물감을 분사했고, 레베카 호른은 자동 장치를 고안해 무작위로 벽에 물감을 뿌렸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그룹 단위로 추상 회화를 작업하는데, 그러면 그림들이 서로서로 영향을 주어 작품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그림의 시작은 굉장히 형식적이고 회화적인 이유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케이크 그림으로 유명한 웨인 티보는 화가 경력의 중반 즈음에 자신이 “기본적인 형태를 화면에 제대로 앉힐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디저트를 그리기 시작했다. 케이크 한 조각은 결국 원통형에서 잘라낸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이 남달랐던 지점은 케이크 그림을 그릴 때 실제 아이싱 같은 적당히 크리미한 농도의 물감을 사용해 진짜 먹을 수 있을 것처럼 표현했다는 것이다.
회화에는 재료와 도구의 선택이 중요하다. 캔버스 천의 재질에 따라 부드럽거나 거친 표면으로 그림에 성격을 부여하기도 하고, 일부러 목재 합판(비컨 파슨스)이나 메이소나이트(잭슨 폴록) 같은 곳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전통적인 도구인 붓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퀴지로 물감을 문지르거나 끌고(게르하르트 리히터), 양동이를 기울여 쏟아 붓고(모리스 루이스), 잡지의 사진을 잘라 붙이기도 한다(피터 블레이크).
화가들은 정해진 공식이 아닌 경험을 통해 재료에 대해 배운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조지 로슨과 웨인 슬립〉을 그리면서 왼쪽 창문에서 빛이 부드럽게 퍼지는 벽면을 칠할 때 너무 빨리 마르는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다가 애를 먹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아크릴 물감에서 다시 유화 물감으로 재료를 바꿨을 때 유화 물감을 아크릴 물감 다루듯 했다가 유화 여러 점을 폐기해야 했다. 이렇듯 화가가 이 재료에서 저 재료로 전환하는 일에는 습관, 기술, 사고방식의 변화가 따르기에 적응이 필요하다. 또 같은 물감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섞느냐에 따라 물감의 농도, 물감이 마르는 속도, 붓 반응성의 차이 등 무수히 많은 변수가 있다. 화가들이 재료에 대해 까다롭게 구는 이유다.

화가의 마음에서 눈으로, 눈에서 손으로: 색채, 의미, 제목

회화는 구체적인 재료들을 다루는 물질적인 일인 동시에 생각과 느낌의 문제이기도 하다.미켈란젤로가 지적했듯 그림은 머리로 그린다. 소재를 선정하고, 재료와 도구를 고르고, 그림의 크기와 색채와 묘사 방법을 상상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화가의 놀라운 독창성이 발휘된다. 일부러 나쁜 그림을 그리려 했던 게오르크 바젤리츠와 필립 거스턴, 그림의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 대형 작품을 선택한 마크 로스코, 수직의 ‘짚’이라는 극단적으로 축소된 추상 형식을 발전시킨 바넷 뉴먼의 경우가 그러하다. 앙리 마티스는 〈빨간 작업실〉 속 빨간색이 바로 그것이어야만 한다는 것을 화가의 본능으로 알아챘다.
다만 머릿속에서 그리기가 끝난 뒤에는 아주 중요한 단계가 하나 더 남아 있다. 물감을 실제로 바르는 이 단계는 완벽한 계획이 불가능하며, 그렇기에 본능, 기술, 느낌, 행운의 조합을 믿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 단계는 ‘손’과 훨씬 더 관계가 있다. 여러 화가들이 그림 그리는 일을 설명하면서 목공이나 스포츠에 비유한 이유다. 체력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기술을 익혀야 하며, 훈련도 필수다.
시작이 그런 것처럼 그림을 ‘끝내기는 너무 힘든 일’이다. 세실리 브라운은 “이 물감 진창이 그림에 마지막으로 손댄 자국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제목 역시 그림의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정 의뢰인을 위해 그림을 그렸던 과거에는 제목이 필요 없었으나, 미술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갤러리를 찾는 방문객들을 위한 작은 인쇄물 목록에 들어갈 이름이 필요해지자 화가가 직접 자기 작품에 제목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화가들은 제목이 관람자가 회화를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J. M. W. 터너는 극도로 긴 제목을 달았고,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는 일부러 관람자를 좌절시킬 만한 제목을 골랐다. 20세기와 21세기 화가들은 ‘무제’라든가, 숫자를 붙이는 대안을 찾기도 했다.

시간을 가로지르고 문화적 경계를 넘나들며 이어지는 시각적 DNA

피터 도이그는 화가로 사는 경험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화가는 자신이 어떤 전통의 일부임을 느낍니다. 심지어 전통에 가장 반발하는 화가들조차도 여전히 어떤 전통의 일부죠.” 제니 새빌은 환각을 일으킬 정도로 더운 환경에서 작업하면서 아를의 무더위 속에서 그림을 그렸던 반 고흐과 교감했고, 반 고흐의 작품 속 붓질을 보며 그의 인생과 성격을 감지했다. 렘브란트를 존경한 샤임 수틴, 수틴을 칭송한 프랜시스 베이컨은 죽은 동물의 살을 아름다움의 대상이자 죽음의 상징이라 여겼고 렘브란트의 〈도축된 소〉로부터 이어지는 ‘쇠고기 사체’ 그림을 남겼다. 서양 회화의 영원한 테마 중 하나인 누드는 수많은 화가들이 사랑하고 몰두했던 소재였다. 역동적이고 이상적인 미켈란젤로의 신체, 개성과 불완전함이 가미된 티치아노의 신체를 거쳐 강가나 바닷가에 모여 쉬는 ‘물놀이객’ 회화에 이르기까지, 누드는 옷에 가려지지 않은 인간의 몸을 새롭게 상상해 그릴 수 있게 해주었고, 그에 더해 ‘물놀이객’ 회화는 “하나의 그림 안에 일군의 인물을 배치하는 문제”에 도전한 화가들이 내놓은 다양한 회화를 탄생시켰다.
게이퍼드는 진화론적 미술사에 반기를 든다. 회화의 역사는 선사시대 동굴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단선적인 길이 아니라 오히려 미로에 가까워서 시초로 되돌아갈 수도 있고, 똑같은 선택을 거듭 마주치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회화의 양식에 많은 변화와 혁신이 있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화가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공통의 문제들이 있다. 게이퍼드와 인터뷰한 수많은 화가들이 이 문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과거의 거장들을 돌아보았다.
반 고흐는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를 보며 색채를 연구했다. 카메라로 작업하는 스기모토 히로시는 플랑드르 화가들의 작품에 드러난 정밀함과 초점의 선명도에 매혹되었다. 리히터의 작품 〈독자〉는 독서하는 여자를 그린 페르메이르의 그림과 공명한다. 르네상스 시기의 대가인 엘 그레코는 입체주의 양식으로 그려진 최초의 주요 작품 〈아비뇽의 아가씨들〉이 탄생하는 데 공헌했다. 작가도 모르는 프레스코화 〈죽음의 승리〉는 유리에 진흙으로 그린 미쿠엘 바르셀로의 작품으로, 긍정의 기운을 더해 재해석한 세실리 브라운의 작품으로 이어졌다. 이렇듯 회화의 많은 요소들이 시간을 가로지르고 문화적 경계를 넘나들며, 그 과정에서 의미는 잊히고 뒤집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시각적 DNA는 수 세기의 간극을 넘어 이어지고 전해진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손과 눈과 마음이 모두 필요하다”는 중국 격언을 즐겨 인용했다. 위대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해당 그림에 적합한 재료와 도구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손, 그림의 분위기와 정신을 파악하는 마음, 눈의 판단이 지속적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가의 눈, 손, 마음』은 예술가의 생애, 작품 감상, 미술사를 가로지르며 창조적 정신이 어떻게 작동해왔는지를 조망한다. 창작의 영감을 찾는 예술가, 이 그림을 도대체 어떻게 그렸을까 그 과정이 궁금한 사람들, 미술관에 가면 무엇을 보고 느껴야 하는 건지 답답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특별한 책에서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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