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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1부 패치 1장 인류세 연구에 현장 관찰 도입하기 2장 무엇이 패치를 만드는가 3장 패치 지도 제작 2부 파열 4장 패치 인류세의 핫스폿들 5장 계절에 맞지 않는 날씨 6장 인류세 현상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방식 3부 역사 7장 역사가 없는 타자들 8장 역사란 무엇인가 9장 미래의 역사 4부 인식론 10장 포개 쌓기 11장 짓기와 허물기 12장 포개 쌓기를 넘어서 부록 감사의 말 미주 참고 문헌 찾아보기 |
Anna Lowenhaupt T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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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의 전 지구적 성격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현장에 기초한 관찰이 사라지고 중요성도 잃고 만다. 이는 불필요한 것을 버리려다 소중한 것까지 없애버리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인류세 현상에 대한 제대로 된 묘사 없이는 이를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자, 자연과학자 모두 이 문제의 일부다. 빅데이터가 주는 즐거움에 온 정신을 빼앗기고 마는 자연과학자가 너무도 많다. 빅데이터는 지역적 연구보다 전 지구적 데이터 세트를 강조하기 때문에 연구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도 연구가 가능하고, 지원금 확보에 유리한 확장성 높은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자는 인문학자들대로 현상의 묘사가 구식이고, 어쩐지 ‘이
론’이라는 고귀한 느낌이 없다는 잘못된 이유로 폄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식의 묵살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팀은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비관습적인 과학자 및 인문학자와 연대해서 인류세 패치와 그 현상을 모두 묘사하는 것이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가장 신나고 도전적인 일이라고 주장한다. ---pp.39~40 밴의 연구는 프랑스가 인도차이나를 식민 지배하면서 하노이를 건설한 사례에 집중했다. 다른 식민지와 마찬가지로 프랑스는 공간을 확보해서 백인들이 거주할 아름다운 현대식 도시를 건설하고, 그 외 인구 밀집 지역에 베트남 사람들이 모여 살게 했다. 현대 도시의 상징 중 하나는 광범위한 하수도 시스템과 연결된 유럽식 목욕탕과 화장실이었다. 문명의 경이를 보여줄 식민 지배의 자랑거리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쥐들이 찾아왔다. 현대식 하수도가 제공하는 최적의 환경에서 쥐들이 번식하면서 급격히 개체 수가 늘어갔다. 쥐들은 수도관 안을 기어 다니다가 급기야는 프랑스인 식민 지배자들의 현대식 목욕탕으로 빠져나왔다(그림 12). 프랑스인들은 공포에 질렸고, 하노이 주민들에게 쥐꼬리를 잘라 관청으로 가져오면 보상을 하겠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니 하수구에서 꼬리가 없는 쥐가 기어 나오는 걸 보고 얼마나 기겁했겠는가! 현대식 하수구 시스템 때문에 베트남 주민들이 사는 지역보다 백인들이 사는 지역에 쥐가 더 많다는 사실은 프랑스 식민 지배자들의 허세에 크게 한방 먹이는 소식이었다. ---p.66 자연과학자 네이선 스노(Nathan Snow)와 게리 위트머(Gary Witmer)가 논의한 황소개구리의 확산을 예로 들어보자.9 황소개구리는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한 곳에 도입되었다. 맛은 별로 없어도 값이 저렴한 육류를 빈곤층에 제공하는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된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에서 특히 많이 수입했다. 하지만 지략이 뛰어난 황소개구리를 사육장 안에서만 키우는 데 성공한 곳은 거의 없었다. 황소개구리들은 사육장 울타리를 뛰어넘어 시골 전역에 퍼져나가서 원래 그곳에 서식하던 개구리를 잡아먹고, 토종 개구리 종 전체를 몰살시키는 질병을 퍼뜨렸다. 정작 황소개구리는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채 말이다. ---p.81 핀란드에서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는 보고가 나오자 바람을 타고 지구를 돌아 반대편까지 도달한 방사능의 이동 속도를 계산해야 했다. 방사능은 한곳에 가둬두기 힘들다. 그리고 ‘피해자’는 물질의 종류와 공간에 따라 다양하다. 수많은 식물과 진균류를 포함한 일부 유기체들은 방사성 세슘을 신진대사 과정에서 흡수한다. 그런 식물과 진균류를 유통시키면 그 영향도 확산되는 것이다. 우리 인간도 이를 흡수해서 몸이 방사성 물질로 푹 젖고, 우리 몸으로 그 시스템 효과를 운반한다. 먼 미래 전망: 방사능 물질의 확산으로 지구의 화학적 구성이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달라진 상태로 머물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우리 인류가 사라진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p.121 볼리비아에서는 이 서사가 2000년대 초부터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 전 대통령의 지도 아래 원주민의 부흥 서사와 얽히면서 또 다른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모랄레스는 기후 협상 등의 주제에 관해 국제 사회에서 신랄한 비판가이자 선동가로 이름을 날렸다. 기후 협상 논의에서 모랄레스는 탄소 배출국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지로 둘러싸인 민족 국가인 볼리비아의 고지대 농부들에게 이미 피해를 끼치고 있는 기후 교란을 비난하면서, 개발도상국에 짐을 떠넘기는 대신 지금까지 대부분의 탄소를 배출해온 나라들(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탄소 배출 감소의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해외에서 벌이는 그의 주장은 국내 정치의 핵심적 담론을 반영했는데, 그 중심에 볼리비아를 원주민이 이끄는 국가로 재건해야 한다는 개념이 자리하고 있었다. ---p.142 첫째, 15세기 말부터 시작된 다종 침입(multispecies invasion) 프로그램은 유럽의 새로운 영토 확장의 대표적인 특징이었다. 다종 침입으로 인해 토착 공동체와 생태계가 파괴되고 쫓겨나서, 오늘날 정착민 식민주의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15세기 말에 시작된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 대한 유럽인의 침략 모델은 그 후 몇 세기 동안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같은 곳에서도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되었다. 침략자들은 가는 곳마다 정착민 식민주의 프로그램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이미 살고 있던 인간 거주자들은 참혹하게 살해되고, 병들고, 쫓겨나고, 조상의 것을 물려받지 못하게 됐다. 완전히 새로운 동식물과 그에 따른 미생물이 들어왔고, 이렇게 새로 들어온 생물 종들은 새로 정착한 사람들의 침략 행위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다.2 대량 학살, 질병, 강제 이주를 통해 새로 얻은 땅은 정착민들이 새롭게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3 지배층의 환상을 실현하고 제국주의 확장에 필요한 물질적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생물 종을 계속해서 도입하고 경관을 새로 만드는 정책, 가령 ‘농촌 개발’ 같은 것은 이런 유산의 산물이다. ---p.157 부레옥잠은 19세기 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식물원들이 가장 원하는 식물이 됐다. 유럽 식물원들은 부레옥잠을 탐냈다. 1883년에 집계된 바에 따르면 괴팅겐, 베를린, 큐, 에든버러, 글래스고, 모나코, 스트라스부르 식물원이 모두 부레옥잠을 키우고 있었다.10 이 식물은 1884년 미국에서 열린 루이지애나 세계 면화 100주년 박람회에 출품되었다. 이때 일본인들이 기념품으로 부레옥잠을 나눠주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봐서 이미 일본에도 건너간 듯하다. 자바에 있는 식물원도 1894년에 부레옥잠을 구입했다. 그리고 전형적인 일련의 일들이 벌어졌다. “관리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부레옥잠이 번식하자, 부레옥잠을 걷어내 식물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칠리웅강에 대량으로 던져 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둑, 호수, 운하, 철도 도랑, 늪, 웅덩이, 저수지, 저수탱크, 심지어 논에서도 이 식물이 자라기 시작했다. ---p.200 살아 있는 것도 인프라의 일부로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인프라의 개념 또한 인간의 목표를 넘어선 부분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뿐 아니라 인간 외 존재들이 구축한 다른 형태의 생태적 공학도 인프라로 간주할 수 있지 않을까? 부유하는 부레옥잠 군집은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물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이는 건축물이다. 이 군집은 모기 유충을 비롯한 일부 생물들에게는 유익하지만, 이 환경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생물들도 있다. 인프라를 ‘사회적 생활이 가능한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데 필수적인’ 사회 기술적 구조라고 정의한다면 그 사회가 꼭 인간 사회여야 할까?33 부레옥잠은 물의 흐름을 늦추고, 산소를 감소시키고, 부영양화를 촉진하며, 수중 그늘을 만들어 일부 생물에게는 유리하고 다른 생물에게는 불리한 틈새 환경을 조성한다. ---p.241 인류세는 역설과 함께 등장한다. 인간은 이탈 상태의 인간 외 존재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국주의적·산업적 인프라에서 번창할 능력이 있는 인간 외 존재들이 역사의 고삐를 움켜쥐고 있다. 우리가 구축하는 세상은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다. ---p.259 다수의 세계관을 모으고 다양한 묘사 형태를 포용함으로써 패치적 인식론은 종합적인 관점을 일궈낸다. 우리는 오직 이 방법을 통해서만 패치와 함께 패치들을 포괄하는 적절한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작업에는 어느 정도의 인식론적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학제 간 소통, 다시 말해 한 사람의 지식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 접근법은 서로 다른 지식 체계에 똑같은 표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열린 분석적 공간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는 말할 것도 없이 다양한 인류세 패치 사이의 근본적 차이에 대해 촉각을 예민하게 유지하는 태도도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이 패치들은 우리가 강조해왔듯이 항상 규모 면에서 서로 비교가 가능하거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p.328 아무것도 짓지 않겠다는 라카통과 바살의 철학은 대담하고도 비평적인 논점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짓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물기의 중요성, 특히 지금과 같은 환경 위기 상황에서 허물기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다시 한번 이탈 효과에 대한 논의로 돌아가야 한다. 인공적 환경은 전체 탄소 배출량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한다. 여기에 건설 산업이 의도치 않게 야기하는 이탈 효과는 계산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이 부분은 측정할 수도 없고,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며, 없애기가 극도로 힘들다. 이 이탈 효과는 크고 작은 방식으로 생태계를 파괴한다. ---p.3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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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패치 인류세’
모든 생명체를 동등한 행위자로 마주하는 사유의 전환 댐과 운하, 선박 운송, 단일 작물 재배……. 인간이 바꿔놓은 환경에서 번성하는 생물들, 그리고 이들이 야기하는 예측 불가능한 변화 세계적인 인류학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은 인간 중심적인 인류학에서 벗어나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들을 자율성을 지닌 존재로서 그 지위를 격상시키며 21세기에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연 학자로서 권위를 지니고 있다. 그러한 연구의 중심에 ‘패치 인류세’라는 개념이 있다. 『패치 인류세』는 인류학자들의 시각으로 인간과 생태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인류세 현상을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 현장 안내서다. 패치 인류세란 인류세 현상이 조각보처럼 서로 떨어진 지역에서 나타남을 함축하는 개념으로, 패치 인류세의 관점을 취하면 현장에서 환경 변화의 문제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인류세 패치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규모로 일어나며, 우리 모두는 관찰자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자연과 인류세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선사한다. 인류세의 희망은 데이터가 아니라 ‘현장’에 있다 위기를 넘어 현실을 직시하는 인류학자들의 현장 관찰기 ‘인류세’라는 용어는 전 지구적 변화를 인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제는 인간과 다른 존재들의 생존과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이 현상을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연구실에서 빅데이터만 들여다보는 자연과학자들의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역사적 사례 분석과 현장 탐사를 통해 인간의 산업활동, 생물의 이동과 생태, 거주민 생활의 관계를 생생하게 포착해낸다. 인류학자들이 주목하는 지역은 인간이 건설한 인프라, 즉 산업 시설 지역이다. 공장과 무역 시설, 댐과 운하, 단일 경작지, 상하수도 등 지난 수백 년간 인간은 수많은 인프라를 건설하며 자연 환경을 변화시켰다. 생물들은 인간의 이동에 따라 알게 모르게 지역을 이동했으며, 인간이 만들어놓은 환경에 유리한 생물이 선택적으로 번성했다. 이렇게 보면 인간이 생물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 같지만, 실은 인프라 환경에서 번성한 생물들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인간을 넘어 전 지구에 영향을 끼친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 역시 자율성을 지니며, 이들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경계에서 ‘이탈(feral, 離脫)’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한다. 이때 이탈성을 띠는 존재에는 이산화탄소, 방사능 등 무생물도 포함된다. 패치 인류세의 관점으로 주변을 관찰할 때, 인류세는 비로소 당장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얽힌 현실로 다가온다. 이 책은 인류세의 위기의식을 넘어 인류세의 잘못된 궤도를 바로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장의 인류학자들이 함께 쓴 도발적인 자연사 인간의 인프라가 만든 낯선 생태계, 그곳에서 번성한 뜻밖의 존재들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하면서 하노이에 건설한 현대식 하수도 시설은 백인 거주지에 쥐가 더 많이 출몰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19세기 말 전 세계 식물원에서 가장 있기 있는 식물이었던 부레옥잠은 바깥으로 내던져져 수로와 운하 등 인간이 만든 인프라의 고인물 환경에서 번식해 골칫거리가 되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의 사례로, 전 세계에 식용으로 수출된 미국 황소개구리는 다른 개구리들을 잡아먹었을 뿐 아니라 토종 개구리 종 전체를 몰살시키는 질병을 퍼뜨렸고,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은 바람을 타고 지구 반대편 핀란드에까지 도달했다. 하천 관리 정책, 단일 경작, 에너지 생산 시설 등, 15세기 말에 시작된 유럽인의 침략 모델은 수 세기 동안 세계 곳곳에서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되었다. 이미 살고 있던 인간 거주자들은 쫓겨나고, 완전히 새로운 동식물과 그에 따른 미생물이 들어왔으며, 온실가스와 각종 오수, 폐기물은 지구 전역에 흩어졌다. 이 책은 인간을 불쾌하고 불편하게 하는 인간 외 존재(nonhuman)들이 실은 그들이 변화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을 조명하며, 다른 존재들이 인간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드러내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과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시대에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표준화된 개발과 현대의 각종 산업적 인프라 시설이 인류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인류학자들이 그려낸 패치 인류세의 지도 인류가 생태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다시 묻다 이 책은 세계적인 인류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세계 끝의 버섯』의 작가 애나 로웬하웁트 칭을 비롯해 인문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인류학자들이 진행한 일종의 패치 인류세 현장 보고서인 ‘페럴 아틀라스: 인간 너머의 인류세 현상(Feral Atla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집필되었다. ‘페럴 아틀라스’는 대중에 공개된 디지털 자료로서, 패치 지역을 지도화하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시각화하고 개념화한 작업물이다. 이 책에 시각 자료들의 일부가 실려 있다. 인류학자인 저자들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볼리비아 안데스 등 지역 원주민들과 교류하며 단일 경작 플랜테이션으로 인한 변화를 비롯해 그들이 겪은 일들을 현장 조사하고 그들의 예술 작품에 담긴 의미를 이해했다. 나아가 산업적 인프라와 인간, 생태계의 관계를 작품으로 표현해 우리의 뇌리에 각인시킨다. 인간과 인간 외 존재를 아우르는 ‘인간 너머(more-than-human/ 393쪽 미주 4번 참조)’라는 용어는 이제 인류세 논의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당면한 인류세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려면 인간과 지구의 관계에 머무르지 않고, 패치 지역에서 인간 너머의 존재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구축한 인프라가 빚어낸 낯선 생태적 현실을 직시하고 인류와 다른 존재들이 관계 맺는 방식을 재구성한다면 인류세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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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는 역설적이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변모한 지구를 지칭한다는 점에서 행성적 차원의 사고를 요구하지만, 그 책임과 피해가 시공간적으로 불균등하게 분포한다는 점에서는 국소적 차원의 관점을 요청한다. 이 책은 인류세를 현장에서 감각하고 관찰하고 이해하며 살아가기 위한 친절한 안내서다.
조각보처럼 인간이 만든 인프라가 자연과 뒤엉켜 특정한 양상을 만들어내는 지역을 이 책은 ‘패치’라 부른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패치에 구속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통로 삼아 자유롭게 이동하고 증식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균류·동식물과 같은 인간 외 존재들이다. 인류세의 주인공은 인간도, 자본도, 총칼도 아니라 이처럼 경계를 ‘이탈’(feral, 離脫)하는 생명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며, 이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러한 전환을 위해서는 과학자, 인문사회학자, 예술가의 협업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너무나도 인간 중심적인 정치, 경제, 역사, 예술에 한계를 느껴온 모든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책이다. - 박범순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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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적으로 신선하고 창의적인 책. 인류세 현상이 균일하게 일어나지 않음을 놀라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유용함과 깊은 사유를 동시에 선사한다. -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 『하나의 행성, 서로 다른 세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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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하는 환경 문제의 복잡성에 다가가는 유용하고도 생생한 접근법. - 〈북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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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열거된 대참사들 사이로 놀라운 희망의 빛이 깃든다. 이 책은 종의 경계를 넘어서는 공동의 안녕에 관한 철학을 제안한다. 그것은 격변하는 세계를 향한 불안하면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 비전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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