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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 어딘가에 당신의 단어가 있습니다 1장 나를 선연하게 만드는 단어 홍안 · 여리다 · 숙맥 · 달뜨다 · 어수룩이 · 물큰물큰하다 · 객쩍다 · 희색 · 몰랑몰랑하다 · 홧홧하다 · 파리하다 · 아리다 · 애꿎다 · 각별하다 · 스스럽다 · 잉여인간 · 멍멍히 · 침잠 · 눈시울 · 데면데면하다 · 천연하다 · 초인 · 섧다 · 선연하다 · 환희 2장 다사로운 당신에게 건네는 단어 다사롭다 · 사랑 · 연정 · 눈부처 · 애수 · 홉뜨다 · 스미다 · 일별하다 · 결계 · 미어지다 · 말쑥하다 · 동탕하다 · 서머서머하다 · 탕아 · 추레하다 · 조막 · 모지다 · 소담스럽다 · 남우세스럽다 · 이방인 · 곰살맞다 · 환대 · 허허롭다 · 안거 · 무구하다 · 맵차다 · 도반 · 어질병 · 허깨비 · 살뜰하다 · 함초롬 3장 잠포록이 평온한 하루를 위한 단어 아청빛 · 새물내 · 사금파리 · 조붓하다 · 점멸하다 · 갈무리하다 · 더께 · 뇌까리다 · 거스러미 · 화수분 · 통속 · 시방 · 탐독하다 · 남루 · 허기 · 한길 · 모로 · 한잠 · 까무룩 · 신열 · 국밥 · 소슬히 · 스산히 · 호젓하다 · 산보하다 · 날품 · 삽자루 · 잠포록이 · 황망히 · 숫제 · 게우다 · 껍데기 · 조락하다 · 아스라이 · 해찰 · 총총히 4장 시나브로 흐르는 삶에 관한 단어 잔말 · 꼼작거리다 · 절다 · 성글다 · 아로새기다 · 봉분 · 침묵 · 회고하다 · 유유히 · 사뿐히 · 시나브로 · 천착하다 · 골방 · 군불 · 궁싯거리다 · 속절없이 · 비어지다 · 하염없이 · 벼리다 · 설핏 · 하마하마 · 웅숭그리다 · 사위다 · 사어 · 회귀 · 스러지다 · 홍소 · 흔흔하다 · 꽃불 · 점지 5장 찬연한 자연이 빛나는 단어 산란하다 · 벙글다 · 난분분하다 · 꽃자리 · 목련 · 긋다 · 말갛다 · 나락 · 무서리 · 뒤란 · 갈매나무 · 아름드리 · 길섶 · 구절초 · 비비추 · 해거름 · 산울림 · 여울치다 · 찬연하다 · 우련하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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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낯과 희색은 다르다. 웃을 때는 대개 눈이 작아지는데 희색일 때는 눈이 커진다. 늘 바라던 일이었지만 사실 이루어지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이루어졌을 때. 소망은 컸고, 가능성은 적었기 때문에 뜻밖의 기쁨은 얼굴을 범람하여 넘치게 된다. 주체하지 못하는 기쁨이 희색을 만든다.
---p.25 내가 사소하게 혐오하고 시기하고 화를 내던 날들 내내, 배롱나무는 사소한 꽃들을 잔뜩 피워서는 이고 지고 서 있었다. 얼굴이 홧홧해졌다. 그때도,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꽃만 피워내는 배롱나무 앞에서. ---p.29 사랑은 온 마음을 기울여 품는다는 뜻이다. 연정은 연인을 그리워하는 낭만적 감정이다. 애틋함은 짠한 마음으로 아낀다는 말이다. 사모는 존경하며 그리워한다는 말이다. 좋아한다는 말도 이렇게 여러 가지다. 좋아한다는 말을 중얼거리니 좋아하고 싶어졌다. ---p.67 소중하고 하찮은 그것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사금파리를 아는 이를 모집하고 싶다. 당신이 아꼈던 사금파리의 이야기를 전해준다면 나는 당신의 친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사금파리의 정의를 다시 적고 싶다. 우리가 몹시 아끼고 귀하게 모시다 함부로 놓고 온 그때 그 첫사랑이 죄다 사금파리라고. ---p.131 나를 소름 돋게 만든 작품도 이제 곰삭아 빛바래 간다. 손톱 밑에 박힌 가시 같던 소설이 지금은 아프지 않다. 덕분에 알게 된다. 내가 읽었던 소설은 누구도 읽지 못할 소설이구나. 그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독서였구나. ---p.145 현관에는 와야 할 신발들이 다 와 있었다. 아직 빨 때가 되지 않은 운동화들이 식구 숫자만큼 가지런했다. 쨍하니 기쁠 일은 없었지만 잠포록이 맑고 평온했다.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 ---p.181 종종 할 말도 없고, 할 힘도 없다. 말의 날실이 빠지고 씨실도 잃어 말의 귀퉁이가 죄 좀먹어 버릴 때 침묵은 넝마처럼 휘날린다. 퇴근길에, 버스정류장에서, 지하철 안에서, 소파 위에서 침묵이 우리를 침습한다. ---p.213 봄바람에 벚꽃잎이 흩날리면 아름답다. 그러나 내 안에서 부는 바람은 아름답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다. 그것은 마음을 조각내 부유하도록 만든다. 내가 장악하지 못한 것이 흩어져 어지러운 상태, 우리는 그것을 ‘산란하다’고 부른다. ---p.263 비는 반드시 그친다. 먹구름이 물러가고 햇살이 비칠 때까지, 옷깃을 여미며 조용히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이 ‘긋다’라는 단어의 의미다. 젖은 어깨를 털어내고 다시 걸어갈 수 있도록, 힘든 날에는 내 안의 처마 밑에서 비를 긋고 싶다. ---p.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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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당신의 단어가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에 사용하는 총 단어의 수는 약 1만 5,000개. 그중 중복되는 단어를 빼면 약 2,000개의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오늘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무엇일까? 언어의 측면에서 단어란 의미를 가진 최소 단위다. 내가 많이 사용하는 단어, 내가 좋아하는 단어에는 내 생각과 마음이 담기고, 그것이 쌓이면 삶이, 모이면 사회가 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6년 이맘때 한글을 지키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한글을 기념하는 날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지키고 이어져 온 한글을 오늘의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쓰고 있을까. 100년의 문학 작품, 142명의 작가, 142개 단어 “백하고도 마흔두 개의 인생과 길과 마음을 보내오니 고이 받아주세요” 나민애 서울대 교수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이해 누구보다 한글을 사랑해 마지않을 한국 문학계 142명 작가들의 작품 속 유정한 단어를 고르고 골라 온 마음을 다해 엮었다. 저자는 지난 1년간 무수히 많은 작가들, 그만큼이나 많은 작품들을 읽어 내려가며 오늘과 너무 멀지 않은 단어, 그러면서도 추억에 잠기게 되는 단어, 재미있어서 입가에 맴도는 단어, 예뻐서 눈이 가는 단어, 슬퍼서 외롭게 두고 싶지 않은 단어 등 더 많이 나누고 싶고, 알리고 싶은 단어들을 다각도로 고민하며 모았다. “하루에 하나의 단어를 쥐고서 길을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단어를 생각하고, 단어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산책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매일이 마치 한 단어의 인생 같았습니다.” _ 프롤로그 중에서 단어의 사전적 정의, 그 이상의 의미 “사금파리를 아시나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단어의 품사와 뜻이 잘 정리돼 있다. 하지만 단어의 의미가 그렇게 똑 떨어지기만 할까. ‘사금파리’의 사전적 정의는 ‘사기그릇의 깨어진 작은 조각’이지만 저자는 그 단어에서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우리가 몹시 아끼고 귀하게 모시다 함부로 놓고 온 그때 그 첫사랑’이 모두 사금파리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이처럼 어떤 단어는 떠올리는 사람에 따라 다른 생각을 품게 한다. 웃을 땐 눈이 작아지는데 희색일 때는 눈이 커진다는 현현한 묘사, 사랑과 연정, 사모 사이의 미묘한 차이, 잠포록이 하면 떠오르는 온화한 풍경 등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형용할 수 없는 단어의 분위기가 저자의 단상을 통해 자연스레 읽힌다. 물론 저자의 단상 역시 단어의 전부는 아니다. 앞서 말했듯 단어는 떠올리는 사람에 따라 다른 기억을 소환한다. 내 마음에 들어온 단어와 다른 사람의 인생 단어도 다를 수 있다. 나만의 단어를 모아보자. 세대를 편 가르는 새로 생겼다 금세 사라지는 단어에 마음 뺏기지 말고, 내 곁에 오래도록 두어도 좋은 나의 단어를 찾아, 나만의 정의를 내려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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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가 있다. 소셜 미디어 일각에선 고유어를 사용한 문장을 보면 ‘오그라든다’며 조롱한다. 어떤 젊은이들은 대개 한자어로 된 관념어·추상어의 뜻을 모르고 심지어 그게 왜 문제냐며 따진다. 어떤 학자들은 영어와 일대일 교환이 안 되는 한국어는 개념어의 자격이 없다고 여겨 (외래어도 아닌) 외국어를 선호한다.
나는 언어본질주의자도 언어신비주의자도 아니다. 그러나 좋은 걸 좋은 줄 모르고 함부로 대하는 걸 보는 일은 힘겹다. 이럴 땐 누가 대놓고 한국어의 편을 들어주면 좋겠다. 저자가 고른 어휘도 신중하지만 거기 붙여둔 단상들이 읽기 아까울 정도로 어여뻐서 나는 이 책을 편든다. 한국어와 깊은 사랑에 빠진 이 사람의 말을 좀 듣자. 좋은 걸 좋은 줄 알고, 이미 알아도 다시 더 알자. - 신형철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