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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마중 새참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꽃비 구름 생일 닳은 위로 어른 김장하 사랑은 늘 찾는 것입니다 그늘 하나 꽃 농사 각설탕 요양원 둥지의 고집 달빛 바느질 달의 등 아버지의 항구 거슥 비워둔 방 세월 제2부 제철 죽음 봄의 목청 깻잎 두레탕 야시장 텅 빈 흔적 민들레 코골이 무영등 흔적 막내 건널목 영안실 앞 물빛에 잠긴 등 난을 옮기다 다음 생 오래된 온도 솜 한 조각 눈의 온도 덜 깨문 손가락 제3부 코스모스 봄길 옥상의 별 못 가본 길 산사 거미, 시를 뽑다 연록의 숨 물의 기억 척수의 바다 선저녁 불안의 궤도 인간의 면접관 1년에 몇 번은 굿모닝 별자리 맴도는 섬 한 뼘 제4부 그믐달 그 길 썰매 먼지의 입술 달래의 묘비명 바닥의 風磬 수면 낚시 장대비 명상-느티나무가 새를 삼켰다 빨간 대야 아랫목 유언 곁 야간 당직 수치 너머 5인실 가시의 여백 하얀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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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해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체화된 건강한 삶의 철학 복효근(시인) 글의 표현 방식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글쓴이의 사고방식·감정·취향·인격과 삶의 경험을 드러낸다는 뜻으로 쓰인 “문체는 곧 그 사람이다.”라는 비퐁의 말을 믿는다면 문체뿐만 아니라 문장, 나아가서 한 작가의 글은 그 작가 자신을 대변한다고 하겠다. 한 작가의 개성을 특징 짓는 문체는 작가의 경험 (간접경험이든 직접경험이든) 의 총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문체는 문장으로 발현되고 그렇게 표현된 문장은 작가만의 개성이 담긴 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장르에 따라 그리고 개별적인 작품에 따라 작가는 작가 자신이 아닌 페르소나를 내세워 작품을 구성한다고 할지라도, 칼 융의 말대로 페르소나와 진정한 자기(작가)는 서로 완전히 분리된 두 사람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서로 다른 층위라 하겠다. 그래서 글 속에서 작가가 어떤 포즈를 취하더라고 작가 그 자신의 정체성과 무관하다 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서정시의 진정성은 화자와 시인 자신이 일치한다 했을 때, 그 진정성이 배가 되고 그것은 곧 시인만의 개성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시인 함종렬의 시속의 화자를 시인 자신으로 보는 것은 따라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며 시인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옳다. 시집에 실릴 많은 시는 시인이 의사라는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인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시를 해석하고 바라보는 데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환자를 돌보는 현장에서의 경험은 세계를 바라보고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케 하였으며 이는 시인의 시에 그대로 투영됨을 본다. ■시인의 말 살아낸다는 건 곤로의 뻑뻑한 심지처럼 스스로 타고 스러지며 다른 생을 밀어 올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제 가슴 깃털을 뽑아 둥지 바닥을 꾹꾹 눌러 깐 어미새의 체온, 말을 목구멍이 아닌 어깨로 삼키던 소년의 등, 첫봄처럼 눈부시겠지요 하고 돌아서던 그 사람의 뒷모습.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온기 위에 서서, 제 온기를 남기며 살아간다. 시는 그 온기를 천천히 더듬는 일이라고 믿는다.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 주는 일, 조용히 그 자리에 찻잔 하나 내려놓는 일. 그때 시가 나에게로 왔다. 언제, 왜 받았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덤이 인연의 길모퉁이마다 묵묵히 태엽을 되감고 있다. 이 시집도 그 덤들 중 하나이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