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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서정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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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시 쓰는 일
가장자리
하루는 택배로 온다
그런 친구
바람은 왜 달아나지 않을까
사랑은 혼자 두지 않는다
비를 추수하는 여자
제주도 인연
기울기
인생샷
사랑도 낡아진다
동강할미꽃
남자는 지는 게임만 한다
순정 할머니
월령포구
전장의 꽃
사랑은 철들지 않는다
아깝다, 샘
신의 한 수
가난해질 무렵

2부

사랑니
아이 손
땅심
삼식이
봄은 밀물처럼 온다
멍멍
유전자의 힘
모로 눕는 봄
봄날 당신
맹지
답신
꽃인가, 열매인가
와리지 말라게
꽃지는 진심
궁색한 여자
지동설
개인정보
꽃이 피는 이유
입만 댔다

3부

가을 새는 높이 날지 않는다
독주
돌뿌리
돌하르방 약발
딱따구리 사랑
땅을 향한 기도
모천회귀
목례
낮달
기후 위기
밥값
버팀목
벚꽃 환송
비양도 생각
소분
속물
아이 눈
편애
아픈 이름

4부

어느 그대에게
연북로 199
오월 바보
요즘 애들
육지것
이정표
젊어도 & 늙어도
대수
제주 밭담
평범해지기
어느 푸념
화를 다스리는 방법 하나
취중 정돈
하얀마을-미하스
킬러문항
폭염주의보
노년
어쩌다 본심
외할머니의 국경
어른인 게 부끄럽다
해설

저자 소개 1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2009년 시 전문지 《정신과 표현》 등단 2018년 시 전문지 《시와 편견》 유안진 시인 추천 재등단 2025년 수필 전문지 《그린 에세이》 신인상 시집 『제주도는 바람이 간이다』 『노지소주』 『생각의 주소』 『사랑은 철들지 않는다』 수필집 『아이의 얼굴에서 미래를 본다』 『제주교육 상상을 디자인하다』 『해파리』 칼럼집 『지방분권시대의 관광정책과 비전』 서울시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탐라대학교 총장, 대학원장, 교수(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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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202g | 130*210*10mm
ISBN13
9791192374529

출판사 리뷰

철들지 않는 사랑, 그 미완적 역설 _ 양창식 시인의 시 세계
강희근(시인,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1. 스냅사진 찍기와 택배

양창식 시인은 2009년 『정신과 표현』으로 등단하고 이어 2018년 계간《시와 편견》에서 유안진 시인의 추천으로 재등단했다. 이 두 시지에서 등단하는 기간이 9년 차를 이룬다. 이것은 기간이 길다거나 늦어지는 신인 행보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놀랍다. 그런 데다 그는 제주국제대학교 총장을 지낸 분으로 사회적 지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에서만은 그 느림보에 필자가 칭하는 후문학파(선 인생, 후 문학의 길)를 감수하고 있다. 이 점에 방점을 붙이고 시를 들여다보니 「시인의 말」이 눈에 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사진으로 간직하려면 스냅사진으로 찍어두어야 한다”라는 것 아닌가. 뭔가 완전함이라든가 격을 갖춘다는 것이라든가, 형식을 추구하는 것에 급급하지 않는, 본질 시인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말하자면 문학에서는 미완의, 여백의 세계가 중요함을 드러내 보였다는 점이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
먼저 「하루는 택배로 온다」를 읽어 보자.

아침마다 대문 앞에
눈부신 리본이 달린 하루
어디서 부쳐오는지
한 번도 물어보지 못했다

감자꽃보다
감자알이 되거라
포장을 뜯을 때마다 들려오는
어릴 적 아버지의 말씀

시인은
감자꽃인가 감자알인가
내가 시인이 아니어도
꼬박꼬박 받아 드는 하루를
시간별로 따옴표를 붙일 수 있을까

시루 속 콩나물처럼
군살 없는 하루하루
아침마다 택배로 온다

하루하루는 눈부신 리본이 달려 있다. 싱그럽고 찬란하다. 그 포장을 뜯으면 어릴 적 아버지 말씀이 들린다. “감자꽃보다 감자알이 되거라”라는 외형보다 실익을 내포로 하는 말씀이 햇살과 함께 들려 나온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스냅사진 자체가 명함판 사진의 형식에 우선한다는 하루하루의 과제, 시간대별로 따옴표를 붙이는 것이 시 쓰기의 과제가 아닐까 한다. 대체로 택배는 선물로 오는 것이고, 시인이 사는 제주에서는 바다 건너 파도를 헤치고 오는 것이어서 더 감동이고 더 깊은 진실이 포장되어 있으리라. 그때마다 스냅으로 여백의 포즈로 시를 쓴다는 것일 터이다.

2. 사랑의 예찬과 전인적 사랑

양창식 시인의 이번 시집 『사랑은 철들지 않는다』는 제1부, 제2부에 노른자 시들이 집결되어 있다. 그 넉넉한 정서와 사랑 이미지의 역설적 전개는, 이미 시적 성공의 비점을 치고 있다. 가령 「사랑은 혼자 두지 않는다」, 「비를 추수하는 여자」, 「제주도 인연」, 「기울기」, 「동강할미꽃」, 「남자는 지는 게임만 한다」, 「전장의 꽃」, 「사랑은 철들지 않는다」,「사랑니」, 「봄은 밀물처럼 온다」, 「모로 눕는 봄」, 「봄날 당신」, 「꽃 지는 진심」, 「꽃이 피는 이유」 등에서 비슷한 성질의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새벽닭은 울고 싶어서 우는 게 아니다
새벽이 울 줄 몰라 대신 울어주는 것이다

밤새 편지 한 장도 못 채우고
새벽을 맞이하는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이여
그대의 사랑이 하나이듯
어둠과 밝음은 둘이 아니다

그대는 사랑을 들이고
사랑은 그대를 들이는 것

고통은 참아도 사랑은 참지 말아요
목마른 사랑이 있다면 숨죽이지 말아요

벼슬을 세우고 목젖을 젖히고
새벽을 찬탈하는 새벽닭처럼
사랑이다 싶으면 크게 울어요

사랑은 혼자 두질 않으니까요

-「사랑은 혼자 두지 않는다」 전문

새벽닭은 새벽이 울 줄 몰라 대신 울어주는 것이다. 그대와 사랑은 서로 들이는 것이니 목마른 사랑이라면 참지 말고 숨죽이지 말고 크게 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새벽을 찬탈하는 새벽달처럼 일단 크게 우는 것이 소중한 것이리라. 사랑은 혼자 두지 않는 것, 벼슬을 세워 목젖을 젖히고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새벽이 있고 새벽닭이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사랑은 제일이고 최우선이다. 이 시는 그러므로 사랑예찬주의를 말하고 싶어 읊는 것, 크게 우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다음 시는 우수작 중에 우수작으로 읽힌다.

비를 기다리는 여자
비를 심고 비를 키우고
비를 추수하는 여자

비가 오면 바다로 가는 여자
비를 고스란히 품 안고
비의 체위를 흠뻑 받아들이는 여자

비의 생각을 키우고
비의 노래를 배우고
비의 대답을 기다리고
비의 외로움을 수긍하고
비의 유언을 받아 적는 여자

비가 없는 날은 노천카페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비가 올 때까지 이별을 기다리는 여자

빗속의 비를 슬퍼하고
비보다 먼저 젖어 드는 여자

비를 심고 비를 키우고
비를 추수하고
비를 요리하는 여자
비처럼, 비에게 사랑을 바친 여자

-「비를 추수하는 여자」 전문

인용 시는 비에 대한 모든 것, 그것을 추수하는 여자를 그리고 있다. 비를 기다리고 키우고 비가 오면 바다로 가고, 비의 체위를 흠뻑 받아들이는, 비의 생각을 키우고 노래를 배우고 대답을 기다리고, 외로움을 인정하고, 비의 유언을 받아 적는 여자, 비의 총체에 온몸을 던지는 여자를 그리고 있다. 비가 없는 날은 노천카페에서 비를 기다리고 비를 통해 이별을 시작하는 비의 천사, 비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비 자체인 여자는 스미고 엉기고 소멸한다. 그 진행과 속도와 기다리기의 전인적 세계에서 시인은 소멸하고 재탄생한다. 비의 천국에서 여자는 사랑의 모든 체위에 동감하고 추억하고 즐기는 존재이다. 이른바 전인적 인간이요 전인적 여자이다. 언어가 쉽고 흐르고 젖어서 사랑이다. 시가 이행이고 단련이고 실천이다. 시는 이로써 수작이고 우수작이다.

3. 제주도 인연과 기울기

제주도는 대한민국 남서쪽에 있는 섬이다. 아름답고 역사적인 광역자치단체로 가장 가볼 만한 섬으로 손꼽힌다.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 박물관을 이룬다. 그러므로 신혼여행지로, 학생들 수학여행지로, 단체 관광지로 국민 대부분에게 체험의 인연을 베풀어 주고 있는 관광 1번지이다.

제주도에 오실 때는
아껴둔 인연의 씨앗 하나를 지니고 오시지요
살면서 이런저런 인연이야 많겠지만
제주도는 설레게 하잖아요
어린아이처럼 사랑스럽잖아요

제주도에 오시면
가지고 온 인연의 씨앗 하나
흑룡만리 밭담 사이에 올려놓으세요
야무진 제주 바람이
양지바른 언덕으로 옮길 거예요

제주도를 떠날 때쯤
해풍 맞으며 숨 쉬고 있을
두고 온 인연의 씨앗
여행은 구경이 아니라 만남이라니까요

섬은 인연을 먹고 살지요
와도 그만 가도 그만 육지완 다르잖아요
섬이 운명이라면 기다림도 운명
제주도에 푸른 인연을 심어 보세요

-「제주도 인연」 전문

제주도는 육지와 떨어져 있고 육지 사람들의 제주 여행은 계획을 세워서 모처럼 의미 있게 다녀가는 곳이다. 그런 까닭에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인연은 각별하고도 깊이 있는 인연의 끈이 동여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종편 방송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유명 연예인의 숙박업 관련 추억 만들기를 접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을, 제주도 풍광 속에서 이루며 또한 새로운 인연의 씨앗을 심어 볼 생각을 품게 될 수도 있으리라. 또 제주도 토박이들 풍습을 바람 속에서 바닷가 해녀와의 연관 속에서 상상해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요즘 한국 시단의 시인 중에는 제주도 애월이라는 바닷가를 거닐고 그 지점의 전설 하나쯤 만든다는 생각으로 「애월시편」 「애월의 달」 등 연작시를 쓰고 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섬 시인으로 이름을 얻은 이생진 시인의 시편들에 빠져서, 마라도나 성산일출봉, 해녀 먹거리와 그 인연에 스스로의 성 한 채 쌓고 있을지도 모른다.

양 시인도 그런 어떤 집약된 이미지나 인연의 풍광 하나쯤 지니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귀양살이로 온 국중명필國中名筆의 작품 전시와 관련한 에피소드 안에서 나름의 불특정 인연을 주제로 비 연작 장편을 구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쯤 상상을 끝내고 이 제주도에는 그 이름 밑에 운명 같은 사랑 하나 민들레 씨앗 하나로 남길 수 있다는 가정을 세울 수 있기를 기약하고 살 수 있다면 근사한 낭만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해가 기울 듯
사람도 기울어야 할 때가 있다
구상나무처럼 푸르게 서 있다가도
그림자 기울 듯 숙여야 한다

(줄임)

기울어짐이 없는 삶은
사막같이 메마른 가슴
가을날에는 머리 숙여 편견 없는
땅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기울기」에서

그렇다.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기울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기울어짐이 없는 사람은 사막 같은 메마른 가슴의 소유자일 것이다. 제주도는 그 풍광은 사람을 무조건, 무조건 기울어져 운명의 씨앗 그 민요 한 소절 들려주는 사람이 되게 해 준다.

4. 전장의 꽃, 철들지 않기

남자는 전장의 꽃이요 거기서 지는 꽃이다. 탄갑彈匣에 장착하는 남자의 결의가 몸으로 만드는 칼이고 탄환이다.

꽃은 바람에 지는 것이 아니라
꽃과의 싸움에서 진다

남자의 목은 전장(戰場)의 꽃
둥둥둥 진격 소리에 황산벌은
슬픈 계백의 꽃이 핀다

넥타이를 매는 것은
단기필마로 내달리는
화랑 관창의 꽃

남자는 한순간을 위해
급소를 장착한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매어주는 넥타이는
양날의 칼
급소를 조심하라는 뜻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뜻

어딜 가나 남자는 전쟁터
오늘만 해도 목을 걸어야 한다
치명적인 꽃으로
한순간을 장착해야 한다

살아서 치욕을 당하느니
죽음을 맞겠다는 계백의 일갈
남자여서
남자로 남아야 해서

-「전장의 꽃」 전문

남자의 생활은 상시 전장에서 장착된 화살이요 탄환이다. 결행만 있고 후퇴는 다음 문제이다. 군가를 보라.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전투와 전투 속에 맺어진 전우야/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이 군가는 신라 백제 황산벌 전투에서 만난 두 사나이 계백과 관창의 용기를 환기시켜 준다. 양 시인은 이 시에서 남자는 전장에서 지는 꽃이라 말한다. 목을 걸어 남자를 확인하고 꽃처럼 진다. 장착되고 여한 없이 목을 거는 남자, 그는 연인과의 사이에서도 결행하는, 지는 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멋지다.
시인은 이 남자다움이 철들지 않는 것이요 참사랑이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놀이는 순수한 유희
존경은 놀이의 소품이 아닌데
소꿉놀이나 사랑놀이나
유치한 건 매한가진데

해보면 안다
알고 나서도 또 하겠다는데야
존경하는 사람을 만나겠다는데야

사랑은 철들지 않는다

-「사랑은 철들지 않는다」에서

이혼하고서도 또 서두르는 사랑, 참으로 유희가 사랑이고 그것은 성장하는 것이 아닐 터, 사랑은 언제나 거듭하여 철들지 않는다는 것임을 확인할 뿐이다. 사랑은 방법을 달리하거나 조건을 더 까다롭게 만든다거나 할 것이지만, 그것은 여전히 맹목이다. 둥둥둥 진격이 있고 단기필마 무작정 달리기일 뿐 사랑은 과학이 아니다. 유치하고 철없는 유희일 뿐, 남성의 목매달기가 오히려 거룩한 행위일 뿐 관창은 관창이고 계백은 계백일 뿐이다.

5. 결, 슬금슬금 오는 봄

양창식 시인의 스냅사진 찍기는 완벽한 정형만이 시의 진정성을 드러내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사랑은 그것이 전인적 방언이거나 제주도 풍광으로 안기는 기울기의 몸짓이라는 것으로 지적되었다. 그러고 보니 사랑은 전장의 꽃이거나 장착된 화살로 직진해 가는 것이었다. 언제나 좀 모자라는, 좀 철이 들든 자세로 이바지하는 이행, 실천성에 그 진실과 실존이 자리잡히는 것이었다.

갈증 난 모래사장
사레들지 않게
한 모금 한 모금
목 축여주는 파도

눈치가 늦어서
어느새 봄인가 하는 사람들
부끄러워할 연유가 없다
봄은 밀물처럼
그리 스며오는 것이다

-「봄은 밀물처럼 온다」에서

봄은 그 사랑은 밀물처럼 슬금슬금 온다. 스며온다. 그냥 수용하는 것일 밖에… 우리는 에필로그에서 전인적 사랑의 뜀뛰기를 숨죽이고 템포를 늦추어서 밀물을 이루고 오는 것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여기서 우리는 귀항하는 배의 뱃고동 소리를 소리로 들어야 한다. 제주도는 온갖 굽이와 높낮이로 풍경을 이루고 한라산은 한라산으로, 돌담은 돌담으로, 종유굴은 종유굴대로 바다에 밀어 올린 기기묘묘 바윗덩어리는 바윗덩어리대로 제 리듬의 보법을 가지게 된 것처럼 미완은 미완대로 사랑의 목청을 들려주어야 한다. 이제 천천히 제소리 튼실한 사랑의 빛깔을 보여주어야 한다. 시인의 수고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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