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노트(파티마 부토·소니아 팔레이로)
들어가며: 이곳에는 “만일”이 존재하지 않는다(모사브 아부 토하) 1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에 대하여(야라 하와리) 2 봉쇄와 저항: 하마스를 포함하는 팔레스타인 투쟁의 역사(타레크 바코니) 3 그대에게 안식을 허한다(히바 아부 나다) 4 눈을 가린 시온주의: 이스라엘방위군의 소셜 미디어를 분석하다(메리 투르파) 5 서안 지구 합병과 팔레스타인의 투쟁(마리암 바르구티) 6 모두를 상대로 한 전쟁이 터지다: 〈끝나지 않는 밤〉과 〈굶주리는 가자〉 방송 대본에서 발췌(라일라 알-아리안) - 집단학살을 판단하는 방법(모나 찰라비) 7 안전하지 않은 길(모사브 아부 토하) 8 가자에서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것: 희망이라는 저항(이만 바셰르) 9 팔레스타인 에코사이드(니나 라카니) 10 가자에서 식량 구하기(누르 알야쿠비) 11 요람에서 무덤까지: 공격받는 민간인과 의료 시설(타냐 하즈-하산) 12 가자 예술가의 집, 샤바비크(샤리프 사르한) 13 마지막 대지: 비인간 생명까지도 고통을 당하다(수전 아불하와) 14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표적 살해하다(후다 J. 파흐레딘) 15 이스라엘 감옥의 폭력 묵인에 대하여(말라카 슈와이크) 16 가족을 잃고 정신마저 잃어버리다(아흐메드 알나우크) 17 남부 레바논 폭격(리나 문디르) 18 왜 BDS가 중요한가(오마르 바르구티) - 가자에 대한 고찰(조 사코) 19 대학 캠퍼스에서 봉기가 시작되다(마리암 이크발) 20 칼리드에게: 2024년 1월 22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형제를 애도하며(아흐메드 마수드) 나가며: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계속 들려주어야 한다(야라 이드) 추천사(해초·주마나 알라바비디·오마르 엘 아카드·가산 아부-시타) |
이나현의 다른 상품
|
우리는 집단학살로 인해 희생된 생명을 기록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증언을 수집했다. 각종 폭력 사태는 물론, 이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희생자가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우리가 고안한 방법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뿐 아니라 이곳의 땅과 동물, 인프라 시설, 교육, 환경에 가해진 파괴를 연대기로 기록함으로써 우리는 어떻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생명을 지탱하는 모든 것을 파괴했는지를 고발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문화와 대륙을 횡단하는 집단적인 노력을 모은 것이다. 이 책에 기여한 이들 중에는 모두가 잘 알 만한 저명한 작가들도 있고, 우리가 발굴한 새로운 목소리 또한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그들의 강렬한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자 한다.
--- p.7 팔레스타인의 운명은 팔레스타인 그 자신의 것만이 아니다. 이 주제는 제도적인 수준에서 치열하게 논의되는 세계질서 및 공정한 세상을 위한 투쟁에 대한 것이다. 서구 열강이 이중성을 드러내며 유엔과 같은 전 지구적 기관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확장해 왔다는 사실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 특히나 서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집단학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비교해서 보면, 더욱 그 이중성이 드러난다. 반면 글로벌 사우스는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탈식민 세계질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집단학살에전 세계가 항의하여 움직이는 유례가 없는 상황이 왔다. 그 중심축은 의심할 바 없이 ‘가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출신의 시인이자 작가, 정치인이었던 에메 세제르의 말을 빌리면, 이제 가자를 통해서 “식민주의 부메랑”이 메트로폴(본국)을 향해 되돌아가고 있다. --- p.56 1917년 혹은 1948년, 혹은 1982년 이후 시온주의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서 특정한 폐쇄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존속 자체가 어려운 체제가 되었다. 사실과 인과관계를 엄밀히 따지지 않으면 그저 광기로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것은 자기 보존을 위한 것이다. 시온주의 프로젝트를 들여다볼 때, 우리는 곧 시온주의가 요구하는 것을 보게 된다. --- p.98 그녀의 머릿속은 딸 힌드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며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아이가 살아서 마지막으로 본 것이 무엇이었을까? 탱크였을까? 군인이었을까? 총알이었을까? 전투기였을까? 아이가 무엇을 보았든, 어른도 참기 힘든 것이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우리 딸이 그 어린 나이에 그런 것들을 보고 견딜 수 있었을까요?” 6살 힌드 라잡의 이야기는, 살려 달라고 애원하던 이 아이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럼에도 아이를 살해한 이들에게는 세상의 어떠한 책임과 심판도 따르지 않았다. 포렌식아키텍쳐 연구원들에 따르면, 힌드와 가족들을 공격한 탱크는 메르카바 탱크였고, 이 기종은 광학 장비를 갖추고 있어서 군인들이 타겟으로 삼아 공격하는 사람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대체 어떤 교전 규칙이 적용되어야 민간인이 타고 있는 차에, 심지어 각각 6살, 15살의 여자 아이들이 타고 있던 차에 발포한 것이 정당한 공격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 p.128 팔레스타인 출신의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의 「봉쇄된 국가」라는 시에는 영어로는 번역하기 다소 어려운 구절이 하나 있다. “우리는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한다.” “우리는 희망을 키워나간다.” 우리 말 누랍비에는 ‘우리가 키우다’ 또는 ‘우리가 보살피다’라는 뜻이 있다. 마치 부모가 아이에게 하듯이, 농부가 작물에게 하듯이 말이다. “희망”이란 말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참 어려운 것이다. 희망이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키워 내고 돌봐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희망이 자라도록 도와야만 한다. 나는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가자로 돌아가서 우리 가족이 살 집을 새롭게 짓고 그 안을 책으로 꽉 채우기를 소망한다. 어느 날 이스라엘 사람들 모두가 우리가 동등한 존재라는 것을, 우리가 우리 땅에 살아야 할 이유가 있고, 안전하고 풍족한 곳에서,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동등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를 소망한다. 가자를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보고 싶다는 나의 소원이 어느 날 실현되어 우리 집에서부터 수많은 꿈들이 자라나기를 소망한다. --- p.170 아이들은 이야기를 지어냈고, 그 안에서 여성들은 영웅이었으며 시는 불의에 항거하는 분노였다. 그 사이 세상은 이 아이들을 통계 숫자로 움츠러들게 했고, 외마디 말로 축소시켜 버렸다. 외풍이 쌩쌩 불고 태양볕이 전기를 대신하는 그 작디작은 교실에서도 이 소녀들은 말 속에서 힘을 찾았다. 심지어 세상이 그들을 침묵시키려 혈안이 되어 있을 때조차도 말이다. 정말 믿기 어려운 사실은, 가장 취약한 공간이야말로 동시에 가장 강력한 공간이 될 수도 있으며, 그곳이 바로 가자라는 것이었다. 가자는 희망이 궁극의 저항의 몸짓이 되는 곳이다. 역경 속에서도 가자에서 교육은 희망의 요람이 되어 주었다. --- p.178 리아는 이제 19개월이 되었다. 빨갛게 익은 토마토, 바나나, 딸기, 요거트처럼 아이가 아직 맛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보통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이런 작은 즐거움들이 내 딸 리아에게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계속되는 투쟁의 나날 속에서도 나는 언젠가 아이의 세상이 다시 온갖 색색으로, 새로운 맛으로 가득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딸아이가 언젠가 달콤한 과일을 한 입 깨어 무는 날을 상상하며, 전쟁과 물자 부족에서 벗어나서 건강한 환경에서 튼튼하게 자라기만을 꿈꾼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는 생존만을 생각하며 겨우 힘을 비축한다. 아이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마침내 내 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그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그런 날을 기다리며. --- p.236 나는 소아 중환자 전문의로, 주로 아이들의 치료를 맡았다. 보통 전쟁터에서 소아과 의사들은 덜 바쁜 편에 속한다. 사상자들이 곧 전쟁터를 반영한다. 그래서 보통 대다수 사상자들은 젊은 남자들이다. 하지만 가자에서 사상자들의 나이나 성별은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였다. 우리는 모든 연령의 환자들을 치료했다. 영아, 유아, 아이들부터 어른들, 노인들까지 다양했다. 부상자들 중 상당수가 아이들인 것으로 보였다. 부상을 입은 아이들의 온 가족이 병원에 왔고, 종종 부모들은 가까스로 병원에 데려온 아이 말고도 다른 자식들이 아직도 건물 잔해 밑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부상은 대개 공중 폭격으로 인한 것이었다. 의료진이 목격한 바로는, 가장 흔한 부상은 폭발로 인한 내부 장기 손상이었다. 두 번째로 흔한 부상은 포탄의 파편이 몸을 뚫고 들어가거나 피부에 박혀 있는 경우, 세 번째는 압박이나 충격으로 인한 외상이었다. 마지막으로 중증 화상도 흔히 있었다. 전신의 95퍼센트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오는 환자들도 있었다. --- p.240 사이드 알-아르가 당나귀를 때리던 채찍을 던져 버린 일, 수천 명의 절박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동물의 생명을 구하려고 한 일, 자신도 굶주린 상태에서 떠돌이 동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준 일은 이례적인 행동이 아니다. 그들은 사실상 자신의 믿음이 가진 규율과 가르침, 그 정신을 본보기로 보여 준 것이다. 그들의 행동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주조해 나아가야 할 지속적이고, 공정하며, 연민이 있는 미래의 문화다. 그로부터 이 땅에 번성하는 모든 종류의 신의 피조물이 살아갈 공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p.282 팔레스타인 시인들은 나크바를 설명하고, 나크바를 기억하며, 이어서 다가올 여러 나크바를 예견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그리고 그들의 탄언과 그들의 공포, 그들의 세계에 대한 절망을 우리가 과장된 것이라고 혹은 너무 흥분했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시간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그 사이 점령자는 더욱 괴물이 되어간다. 결국 팔레스타인 시인의 예언이 옳았다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 증명된다. 나는 히바의 목소리를 믿는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또 우아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나 확신에 차 있는지 경탄한다. 나는 그 목소리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다고 믿고 싶다. 팔레스타인은 언어 속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전 세계 도시 광장에서 모여들어, 시 구절이 낭송되고 번역될 때마다, 형태를 갖추어 자리를 잡는다. 계속 뛰기를 원하는 심장 박동 안에서 희망이 소생하는 매 순간에 믿음이 담겨 있다. 나는 히바의 목소리를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 예언이 진실이라 믿고 싶다. --- p.301 기자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 감옥에서 어떤 식으로 저항을 할 수 있는지 묻는 장면이 기억난다. 수감자는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웃으면서요. … 그리고 승리를 상상하면서요. 우리는 결국에는 이기고 말 겁니다.” 이 장면은 희망은 그저 막연하게 정의나 자유를 바라는 것 그 이상의 무엇임을 의미한다. 적어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해방이 필연적이라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저항을 이어 나가는 것이 곧 지치지 않는 강인함과 긍정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팔레스타인이 언제나 회복할 힘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곧 팔레스타인을 비인간화하는 것이다. 영구한 회복력이라는 서사는 식민 억압의 잔인함을 얼버무리는 것이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감내하는 폭력의 복잡함을 단순화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분명 그 자체의 역할이 있다. 특히 극단으로 치닫는 정착민 식민주의 폭력을 마주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는 더욱 의미가 있다. --- p.316 여전히 내가 불행하다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고향에 있는 모든 이들이 실시간으로 폭탄을 맞고 굶주리면서 매 순간을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묵묵히 견뎌 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 내 삶이 너무 황당한 나머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느껴진다면, 대체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내일 당장 폭격이 멈춘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언론인들과 학자들조차 전쟁의 이러한 면모를 언급하지 않는다. 집단학살은 도시를 파괴하고 생명을 앗아가지만, 학살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의 정신을 엉망으로 뒤집어 놓는다. 전쟁 그리고 집단학살은 공동체 전체를 유린함으로써, 공동체 존재의 의미를 완전히 부식시켜 버린다. 그 여파는 가늠할 수 없다.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끊임없는 메아리를 남길 뿐이다. --- p.328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수십 년간 이스라엘의 잔인한 억압 정권에 맞서 저항하면서 절대로 희망을 포기한 적이 없다. 이 희망의 뿌리는 우리 팔레스타인 민족의 강건함, 자유와 정의, 평등 그리고 존엄 안에서 우리의 조국 땅 위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계속 고수하는 것에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연대 운동의 영향력이 커진 고무적인 현실에도 희망이 자리한다. 절망할 권리를 얻지 못하는 한, 우리는 슬픔과 분노를 더욱 효과적인 조직화, 전략 수립, 연합, 실천을 통해 민중의 힘과 희망으로 전환해야 한다. --- p.392 정의를 위한 우리의 투쟁을 통해서 사랑의 표현은 깊어 간다. 그리고 우리 조국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서 세상이 우리의 이야기를 절대 잊지 못하게 되는 그날이 올 때까지, 사랑은 더욱더 깊어 갈 뿐이다. 그 이유로 길었던 1년 동안의 병가가 끝나고 나서, 나는 다시 돌아가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로 했다. 우리의 땅, 또 그 땅에 속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 사랑이 아니라면, 우리가 그 땅을 해방시키려 싸울 이유가 또 무엇이 있을까? --- p.431 |
|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직접 기록한 가자 이야기
“이곳에서 희망은 궁극의 저항의 몸짓이 된다” 『가자의 목소리』(원제 GAZA: The Story of a Genocide)는 작가이자 편집자인 파티마 뷰토(파키스탄), 소니아 팔레이로(인도)가 집단학살과 아파르트헤이트로 인해 희생된 생명을 기록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에 맞서 저항하고 생존하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기록하고자 진행한 프로젝트 “가자를 위한 책”(BooksforGaza)을 통해 출판되었다. 이들은 특히 가자·서안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데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23명의 작가, 저널리스트, 학자, 활동가들은 포탄이 떨어지는 가자 현장에서, 여기에 지속적으로 연대하는 세계 곳곳의 자신의 공간(연대자 다수가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에서 고통 그리고 저항을 여러 주제와 형식을 통해 생생하게 기록했다. 팔레스타인 그 자신이 직접 주체가 되어 기록하고 분석한, 가자의 이야기이다. 여전히 몇몇 정치 단체의 이름과 단편적인 이미지들로 팔레스타인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이 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범주의 많은 이야기(주제 및 형식과 함께, 사안들에 대한 저자들의 관점도 다양하다)들은 상황을 완전히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그곳의 인간, 사회, 역사를 보존하고 지켜내는 뜨거운 글들이다. 3년의 전쟁, 더 길게는 78년의 점령을 논하는 이 책의 내용은 분명 참혹하다. 점령과 학살 속 고통과 절망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통념에 따른 예상과는 다르게, 이 책은 냉철하면서도 뜨거운 글들을 통해 “희망”과 “저항”, “사랑” 역시 이야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3년의 전쟁 동안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사망자 73,431명, 부상자 174,437명), 현재 공식적으로는 휴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및 불법 정착촌 건설 시도가 이어지면서 전쟁이 종료되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그리고 서방의 정치권, 언론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보도가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가자의 목소리”는 이렇게만 사태를 바라보는 것을 일면적이라고 말한다. 팔레스타인이 ‘지지 않음’으로써, 불완전하나마 휴전 협정이 체결되었고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풀려났으며, 이스라엘군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가자 일부 지역에서 철수했다. 미국의 비호 속에 벌어진 이스라엘의 잔혹한 전쟁범죄에 팔레스타인이 생존하고 저항한 것이 바탕이 되어 세계 여론, 특히 글로벌 사우스가 철저하게 팔레스타인 독립 지지와 이스라엘 전쟁범죄에 대한 단죄를 선언하고 있으며, 이는 유엔에서의 총회 결의안, ICJ의 이스라엘 비판 판결 등으로 이어졌다. 2026년에도 역시 이란-미국 전쟁 MOU의 1항에서 팔레스타인을 포함하는 “모든 저항 전선에서의 전쟁 종료”가 언급되었고(물론 현재 미국이 MOU를 위반하고 있다), 브릭스 정상회의 뉴델리 선언에서도 다섯 항(24~28항)에 걸쳐 팔레스타인의 자주권과 귀환권을 포함하는 정당한 권리 보장을 위한 해결책에 대해 언급했다. 중요한 건, 글로벌 사우스와 다극세계의 정세 인식 한복판에는 팔레스타인이 여전히 핵심적인 위치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팔레스타인 사람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절망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독립’과 ‘해방’을 향한 ‘희망’과 ‘저항’을 말한다. 『가자의 목소리』는 근래 한국에 소개된 여러 유의미한 팔레스타인 관련 도서들 중에서도 특히 돋보이게, 이 점을 분명하게 강조한다. “정의를 위한 우리의 투쟁을 통해서 사랑의 표현은 깊어 간다. 길었던 1년 동안의 병가가 끝나고, 나는 다시 돌아가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로 했다.”(431쪽, 야라 이드) “우리는 슬픔과 분노를 더욱 효과적인 조직화, 전략 수립, 연합, 실천을 통해 민중의 힘과 희망으로 전환해야 한다.”(392쪽, 오마르 바르구티) “희망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키워 내고 돌봐야만 하는 것이다.”(169쪽, 모사브 아부 토하) “가장 취약한 공간이야말로 동시에 가장 강력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그곳이 바로 가자다. 가자는 희망이 궁극의 저항의 몸짓이 되는 곳이다.”(178쪽, 이만 바셰르) 폭넓은 주제로 증언한 저항과 생존의 현장 다양한 형식으로 고발한 점령과 전쟁의 진실 『가자의 목소리』에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글이 23개 실려 있다. 저항을 증언하고 점령을 고발한다는 큰 공통점 아래, 팔레스타인 사회의 여러 분야, 여러 관점의 이야기들이 폭넓게 담겨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이들의 역사와 품격을 제대로 드러낸다. 이 점 역시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자 장점 중 하나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2장은 팔레스타인정치네트워크 〈알-샤바카〉 소속 학자(평론가) 야라 하와리, 타레크 바코니의 정치·역사 논설이다. 1장에서는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를 역사적으로 분석하고, 2장에서는 특히 2023년 10월 이후의 상황에 집중하여 하마스를 포함하는 팔레스타인 저항투쟁의 역사를 짚었다. 특히 “알-아크사 홍수 작전”의 면모, 성패, 역사적 평가, 향후 과제를 팔레스타인 해방(독립) 운동의 총체적 궤적 속에서 평가하고, 신식민주의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세계사적 과제와 연결하여 논하고자 했다. 이들의 의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의 운명은 그 자신의 것만이 아닌데”, “공정하고 평등한 탈식민 세계질서”의 “중심에 팔레스타인”이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자신의 역사적 책무를 자각하고 “투쟁의 궤적을 더욱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3, 20장은 시 문학이다. 3장에는 촉망받는 시인, 작가이자 열정적인 인권 운동가, 교육자였던 故 히바 아부 나다의 시 「그대에게 안식을 허한다」를 추모의 의미로 실었다. 가자의 ‘진실을 전하는 새 세대의 목소리’로 일컬어졌던 그녀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2023년 10월 20일 3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녀는 이 시에서 “작은 그 아이들이 로켓포의 방향을 바꾸어 그 미소 앞으로 떨어지지 않는” “사랑했고 함께 죽어 간 이들이 언젠가 웃는” 날을 말했다. 20장에는 소설가, 시인, 예술 감독인 아흐무드 마수드의 시를 실었다. 그는 2024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형제 그리고 동포들을 애도하는 시를 이 책에 수록했다. 4, 5, 6장은 논설 및 르포르타주다. 4장에서 외과 의사(전공의), 저널리스트, 인권 운동가인 레바논계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3세 메리 투르파는 이스라엘방위군의 소셜 미디어를 매우 구체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책에 유형별 분류가 담겼다) 시오니즘의 현재적 양상을 비판했다. 5장에서 팔레스타인 및 레반트 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마리암 바르구티는 가자 전쟁 이전의 서안 지구 점령과 봉쇄, 팔레스타인의 투쟁을 현지 취재하여 기록했다. 6장에서 『알자지라』 영문판 프로듀서로 프로그램 〈폴트라인〉을 책임지는 라일라 알-아리안은 ‘끝나지 않는 밤’, ‘굶주리는 가자’라는 2개의 다큐멘터리 스크립트를 바탕으로 6세 소녀 힌드 라잡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힌드의 목소리〉 등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힌드 라잡은, 피난 도중 아무런 이유 없이 이스라엘 탱크 및 군대의 사격으로 인해 잔인하게 희생되었다. 알-아리안은 힌드의 어머니 위삼 하마드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와 학살을 고발한다. 7, 8, 10, 11, 12장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분투, 고난, 절망, 용기, 연대 등의 절절한 현장의 감정을 담은 생존 에세이 및 구술 기록이다. 7장에는 시인이자 작가로 가자 지구 에드워드사이드도서관을 설립한 모사브 아부 토하가 전쟁 이후 가족의 피난, 자신의 구금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를 담았다. 아무런 이유 없이 구금당하고, 발가벗겨진 채 모욕당해야 했던, 그러나 “운 좋게 살아남은” 자신의 상황을 담담히 기록하면서도, 그는 말한다. “그저 아이들은 여행하고 교육을 받아야 하고, 내가 살아온 삶과는 분명 다른 삶을 살아야만 한다.” 8장에는 전쟁 발발을 전후하여 베이트하눈여학교에서 영어 및 문학을 가르쳤던 이만 바셰르가 빛났던 자신의 어린 제자들을 기억하고 교육의 가치를 되새기는 글을 썼다. “역경 속에서도 교육은 희망의 요람이 되어 주었다. … 하지만 차례로 이어지는 학생들의 장례식에 참석하며 담담한 교사는 없다. 더한 열패감은 없다. 내가 이곳에 서서 회복력을 설파하는 순간에도 세상의 권력은 그 회복력을 파괴하고 있다.” 10장에 가자 거주 번역가 누르 알야쿠비는 전쟁 발발 당시 6개월 난 딸과 함께 피난하며 겪은 굶주림에 관한 처절하고 가혹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 당장 우리는 생존만을 생각하며 겨우 힘을 비축한다. 아이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마침내 내 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그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그런 날을 기다리며.” 11장에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의사 그룹 〈옥스팔〉을 창립하고, 가자에서 〈국경없는의사회〉 대변인으로 활동 중인 타냐 하즈-하산은 2023년 이후 현장에서의 연대 경험을 담았다. 특히 그녀의 증언을 통해, “사상자는 전쟁터의 성격을 반영”하는데, 지금 가자의 사상자는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두를 포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간 삽입된 모나 찰라비의 그래픽에서도 알 수 있듯, 전 세계 5세 이하 어린이 잔혹사의 주요 원인 중 4위가 “이스라엘의 폭력”이다.) 12장에서 가자 지구 현대예술 교류 공간 〈샤바비크〉의 설립자인 시각예술가 샤리프 사르한은 폭격으로 파괴된 〈샤바비크〉의 역사, 파괴 이후의 상실감, 재건 의지를 구술했다(책 속 그가 스케치한 그림들은, 동일한 사진 작업물이 존재하며 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폭력은 제노사이드이자, 모든 것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에코사이드”(생태학살), “도미사이드”(거주지 말살), “스콜라티사이드”(교육 시스템 파괴)로도 함께 불린다. 9, 13장에는 에코사이드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9장에서 『가디언』 시니어 기자 리나 라카니는 취재를 통해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의 물 부족, 식량 부족, 전쟁으로 인한 기후 위기, 초토화 등 에코사이드의 양상을 기록했다. 13장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현대 팔레스타인 소설 『제닌의 아침들』의 지은이 수전 아불하와는 날카로운 논설을 통해 이스라엘의 학살이 인간과 비인간 모두에 끼치는 치명적 영향을 고발했다. 그녀는 이 글에서 “진정한 의미에서 탈식민주의를 상상하기 위해서는 권력, 정의, 주권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며, 이는 비인간 생명을 포괄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인간의 해방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급진적으로 주장한다. 그녀는 레파트 알아리르와의 담화와 함께, 이스라엘의 “생명학살”과 “황폐화”에 맞서는 팔레스타인이 “탈식민주의의 중심 전선”이자 “이슬람 교리”가 공존하는 “미래의 문화”를 열어낼 수 있음을 역설한다. 14, 15, 16, 18장에는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영역에 집중하는 글들이 실렸다. 14장에서 번역가이자 학자인 후다 J. 파흐레딘은 “가자의 목소리”라고 불리던 기자 아나스 알-샤리프, 시인 히바 아부 나다 등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진실을 말하던’ 이들을 마음 깊이 추모한다. 수많은 저널리스트, 문학가들이 생명을 걸고 팔레스타인의 해방 서사를 말하고, 진실을 고발했다. 이들은 무수히 이스라엘로부터 표적 살해당하고 있지만, 굴하지 않는다. “묻혀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세상에 전하는 임무를 수행하다 스러져 간 이들의 숫자에는 끝이 없다. 그들은 우리의 친척이고, 물론 나 자신이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믿는다. 경탄한다. 나는 그 목소리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다고 믿고 싶다.” 15장에 국제관계학 연구자 말라카 슈와이크는 이스라엘에 의해 감옥에 강제 구금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권 현황을 취재하고 분석한 자신의 연구 후기를 담았다. 그녀는 “희망은 의미가 크지만” 동시에 그것을 잘못 강조하면 “비인간화”의 오류를 저지를 수 있고,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강조하면서 연대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16장에서 팔레스타인 청년 저널 프로젝트 〈위아낫넘버스〉의 주창자인 아흐메드 알나우크는 폭격으로 일가친척 21명이 사망한 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살아남은 이의 트라우마와 정신적 고통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한다. “집단학살은 도시를 파괴하고 생명을 앗아가지만,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의 정신을 엉망으로 뒤집어 놓는다.” 18장에서 인권 운동가 오마르 바르구티는 자신이 주창한 팔레스타인이 주도하는 보이콧, 투자철회 및 경제제재 운동(BDS 운동)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BDS 운동이 단순한 불매운동, 시민운동이 아닌 “전 지구화된 팔레스타인 주도의 비폭력 전략 인티파다”임을 설명한다. 17, 19장에는 연대의 성격이 도드라지는 글들이 담겼다. 17장에서 레바논 출신 작가 리나 문디르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이어 레바논으로 확전을 벌이며 남부 지역에서 일으킨 폭격과 전쟁범죄(2024년 헤즈볼라와 민간인을 상대로 이스라엘이 벌인 무선호출기 폭파 테러 등)에 대해 경험하고 목격한 내용을 이야기한다. 19장에서 컬럼비아대학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위한 학생모임〉 주창자 마리암 이크발은 2024년에 벌어진 컬럼비아대학 힌드홀 점거 농성 투쟁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내가 대학 졸업장을 받을지라도, 내가 침묵을 택하고 만다면, 학위라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이겠는가?” 시사 만화 거장 조 사코는 간략한 4컷 만평을 연대의 의미로 이 책에 부록으로 수록했다. 미국의 기만적인 친이스라엘 행보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 책에 수록된 마지막 글은 저널리스트이자 인권 운동가인 야라 이드가 썼다. 그녀는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종군 기자로 활동했다가 부상을 입었다. 1년의 회복 시간을 거친 후, 다시 복귀를 결심하고 실행하면서 쓴 글을 이 책에 담았다. “가자의 친밀함, 영원한 사랑 그리고 연민을 담은 이야기들은 무시당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계속 들려주어야 한다. 팔레스타인의 친밀한 경험들을 기록해서 보존해야만 한다.” “가자의 목소리”에서 “우리의 목소리”로 한국어판 추천사에서 팔레스타인을 위한 항해(글로벌 수무드 선단) 한국본부 단원 해초는 “목격의 책임”과 “동시대인의 감각”을, 한국의 대학에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가자에 연대하는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3세 주마나 알라바비디는 아파르트헤이트 이스라엘과 군국주의 일본을 겹쳐 놓으며 “팔레스타인과 한국이 모두 잘 아는 역사 속 저항의 숭고한 의미”를 말한다. 절박하면서도 감동적인 “가자의 목소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기다린다. 귀 기울여 듣고 현실을 직시하면, 큰 것부터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연대이자 우리 자신의 문제로, 정치적으로 실현해내야 할 일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저자들이 가장 호소하고픈 이야기가 아닐까. 예를 들어, 우리는 미국·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가서 전쟁과 학살에 관하여 항의를 할 수도 있고(『가자란 무엇인가』, 오카 마리, 두번째테제), 전범국가나 기업들이 참가하는 한국에서의 대규모 무기 박람회에서 이들을 규탄하고 반전과 평화를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이유로 여전히 진행되는 한국 정부의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에 대해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팔레스타인의 목소리”가 “우리의 목소리”로 이어지면서,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또한 “우리의 해방”이 된다. 물론 그 출발점은 “끊임없이 이야기해서 세상이 우리의 이야기를 절대 잊지 못하게 되는 그날이 올 때까지” 멈추지 않을 “가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여러분의 언어로 어디서든 가자의 목소리를 더욱 증폭해주십시오.”(『팔레스타인 번역가의 이중생활』, 알리 알카이시, 글항아리) FREE GAZA FREE PALESTINE 팔레스타인은 지지 않는다 2023년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 전쟁에서 2026년의 미국의 이란 침략 전쟁까지, 계속되는 서아시아의 혼란은 전 지구적 안보 위기와 불안정을 분명하게 압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수많은 민간인들이 침략과 학살, 전쟁범죄에 비극적으로 희생당하고 있다. 하루속히 전쟁은 종료되어야 하고 평화는 확립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 버리는 분석에서 놓친 것이 있다. 바로 이 사태를 야기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치적 위상이 세계적 차원에서 급락하고 있으며, 서아시아 민중들의 저항에 의해 이들의 입지가 실질적으로 줄어들며 크게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통스러운 과정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통한 새로운 질서의 수립이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것을 또한 의미한다. 이스라엘의 ‘절멸 작전’에 굴하지 않고, 살아남음으로써 저항하고, 자신의 조국, 민족과 함께 손잡고 발맞춰 여러 가지 방식으로 투쟁하는 팔레스타인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자의 목소리』를 우리의 독립운동사에 비추어 보면 어떨까. 팔레스타인 스스로의 목소리는 결국 자신들의 온전한 얼굴과 삶 그리고 의지를 드러낸다. 가자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이를 있는 그대로 재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대중적인 광범위한 반감 속에서도, 한국의 정치·외교는 여전히 한미동맹이라는 틀 속에서 부정의한 학살 전쟁에 비판을 가하지 못한다. 팔레스타인보다는 이스라엘에 훨씬 가깝다. 그렇기에 침략 전쟁 파병, 지원과 기여, 무기 수출 등이 행위가 기본값이 되어 정의, 생명, 연대, 평화 등의 가치를 밀어내 버린다. 하지만 역사의 미래는 더 이상 부정의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의 우리 민족이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고난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의 꺾이지 않는 사람들은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어둠은 해가 뜨기 직전의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고요한 한밤중인 것일까. 중요한 건, 그것이 언제이든 우리는 “목격자의 의무”를 바탕으로 더 나아가고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FREE GAZA, FREE PALESTINE. 『가자의 목소리』는 이미 우리에게 도착했다. 이제 우리가 답해야 할 차례다. |
|
23명의 작가가 써낸 23개의 ‘증언’들 하나하나가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삶을 증명한다. 증언과 목격에는 책임감이 따른다. 억압이 세계적이라면 저항 또한 세계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내기 위해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가자의 목소리를 듣자. - 해초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 단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