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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아름다운 풍경 속의 작은 지옥들 17
1. 세상을 향해 뛰어오르는 개, 다복이29 2. 백구는 먼 곳을 본다43 3. 숨어있던 밤비, 바다로 가다53 4. 쇠사슬에서 풀려난 마음, 대봉이65 5. 보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81 6. 숲에 개가 있었다99 7. 서귀포 유기견 샌디, 미국에 가다113 8. SNS와 개들129 9. 흰돌이와 소련이141 10. 깐돌이와 마을 개들의 미래155 11. 밭지킴견 돌봄일지 - 씽씽이1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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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에 개집이 하나 있었고 근처에 흰 개가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나는 뭔가를 예감하거나 각오하며 근처로 다가갔다. 흰 개는 묶인 채 죽어 있었다. 죽음마저 잊혀진 채로.
---p.18 견주들이 개를 미워하는 건 아닙니다. 관심이 없을 뿐입니다. 개의 굶주림, 목마름, 더위, 추위, 외로움에 대해⋯ 개가 산책을 해야 한다는 것도 모릅니다. 견주의 무관심 속에서 밭지킴견은 아무 이유 없이 무의미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p.22 밭지킴견, 집지킴견, 고물상지킴견⋯ 모든 ‘지킴이’ 개들이 지키고 있는 것은 사실 시간이다. 영원처럼 단조로운 시간. 개들에게 계절은 뼛속까지 스미는 추위와 숨을 막는 더위로만 체감된다. 그러나 시간은 언젠가 개를 쇠사슬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죽음이 찾아올 테니까. ---p.33 백구는 눈꺼풀이 꾸벅꾸벅 감기면서도 계속 나를 바라봤다. 내가 사라질 것처럼. 이 아늑한 공간이 갑자기 뒤집힐 것처럼. ---p.47 어느 날은 밤비와 바다로 갔다. 밤비는 파도 소리를 듣고 처음엔 당황했지만 조심조심 해변으로 걸어갔다. 해초 냄새를 킁킁 맡고, 다가왔다 도망가는 파도를 쫓기도 했다. 수평선이 넓게 펼쳐진 해변에는 몸을 숨길만한 좁은 구석이 없었다. 하지만 밤비는 더 이상 숨을 곳이 필요하지 않았다. ---p.58 개를 묶은 쇠사슬은 은유가 아니다. 그 쇠사슬은 철렁거리고, 무겁고, 녹슬었다. 겨울에는 얼음처럼 차갑고, 여름에는 달궈진다. 많은 개들이 죽고 나서야 그 쇠사슬에서 벗어난다. 나는 대봉이의 쇠사슬을 가볍고 긴 것으로 바꿔주었다. ---p.72 사람들은 아롱이와 사랑에 빠졌다. 아롱이가 삶은 계란을 먹는 영상은 좋아요 3천 개였다. 동시에 사람들은 슬퍼했다. 순하고 다정한 개가 쇠사슬에 묶여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7년의 세월을 보냈다는 것을. 쓰레드에서 사람들이 개집을, 사료를, 개옷을, 간식을 보냈다. ---p.85 나무 밑에 하얀 개 한 마리가 묶여있었다. 주인이 근처에 있었는데 60대의 남자였다. 그는 나를 경계하는 것 같았다. 숲에서 뭘 길러서 지킴이 견으로 묶어놓은 개라고, 접근하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부탁했다. “개가 귀여운데 한번 만져보면 안 될까요?” “안 됩니다. 가세요.” ---p.99 개들은 산책 한 번 하지 못한 채 철장 속에서 평생을 보냈다. 개를 지키려는 마음이 개를 가두고 억압하고 있었다. 나는 샌디를 감옥에 보낼 수 없었다. ---p.118 사람들은 우리 마을 개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는 걸 좋아한다. 왜냐면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들이 지독하게 불행하다는 걸. 목줄에 묶여 보내는 영원처럼 긴 시간에 비하면, 산책하거나 간식을 먹는 시간은 잠깐 주어지는 기쁨이라는 걸. 내가 쓰레드에 개들의 행복한 모습을 올리는 건, 그 짧고 눈부신 순간을 붙들고 싶어서이다. ---p.130 다복이의 할아버지는 소련이가 “다복이의 밥을 뺏어먹는 나쁜 개”라며 쫓아내지만, 다복이는 뺏기는 게 아니라 밥을 나눠주는 것이다. 소련이가 사료를 허겁지겁 먹을 때 다복이는 혀를 내밀고 웃으며 바라본다. ---p.146 러비더비 통조림에 심장사상충 약을 섞어주자 깐돌이가 우걱우걱 먹는다. 이 독한 약이 깐돌이 심장과 폐에 사는 미세한 벌레들을 죽일 것이다. 나는 깐돌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조금도 불안하지 않다는 듯 속삭인다. “아무 걱정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 ---p.164 저는 씽씽이예요. 귤밭 지킴이로 6년을 살다가 지난달 구조됐어요. 저는 푹신푹신한 침대를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이고요. 다른 강아지들과도 잘 놀고, 마음을 열면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해요. 오랫동안 귤밭에 묶여 살았지만 아무도 원망하지 않아요. 알고 싶어요. 가족이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인지. 저도 제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고 쓰다듬어 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버려질 걱정 없이 푹신한 곳에서 잠들고, 사랑받으며 늙어가고 싶어요. 저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요? ---p.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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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추상적인 동물권 담론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개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고 싶었어.” 〈제주의 소리〉에 연재한 열 편의 글 2년간 묶멍이들과 함께한 SNS 기록들 저자는 마을의 개들을 모조리 구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심산이다. 한 마리와 가까워지고 나면 이내 다른 개의 처지도 눈에 들어온다. 모두를 구하는 게 가능할까? 저자는 맥 빠지는 질문에 멈추기보다는 끝없이 개들을 찾아갈 따름이다. 태어나 한 번도 산책해본 적 없는 다복이, 예전 이름을 잃어버린 백구, 사람이 다가오면 구석으로 숨는 밤비, 간식을 받아먹으면서도 이를 드러내는 대봉이, 어두운 숲에서 이름 없이 살던 몽몽이, 일곱 해 넘게 여관을 지키다 새 가족을 만난 보현이, 서귀포에서 발견되어 미국으로 입양 간 샌디, 낯선 개들을 스스럼없이 반기는 흰돌이, 곁을 내주지 않으면서도 마을을 다시 찾는 떠돌이 개 소련이, 견주의 투병으로 새 보금자리가 필요해진 깐돌이. 친해질수록 개들의 표정이 다채롭다. 겁내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제각각이다. 『귤밭의 개들』은 소설가 유재연이 지난 2년 동안 오직 개들만을 위해 애쓴 기록이다. 〈제주의 소리〉에 연재한 열 편의 글과 수시로 쓴 SNS 메시지를 담았다. 그런데 이 책은 개들의 고통과 슬픔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아직 누려보지 못한 넓은 세상이 있음을 개들에게 알려주는 행복도 담겨 있다. 밤비는 처음 바다를 보고 모래 위를 뛰어다닌다. 다복이는 다른 개에게 밥을 나누어준다. 씽씽이는 저자의 집에 굳이 놀러와 꾸벅꾸벅 존다. 사람들 또한 저자의 마음에 동참해 사료와 개집을 보내거나 치료비를 보탠다. 한 번도 개를 키워본 적 없는 이가 산책을 맡겠다며 나선다. 돌담 너머 개들의 이름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이제 그 안부를 연일 궁금해한다. 물론 관심이 모이고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도 모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에는 끝내 지키지 못한 개를 향한 슬픔과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기록이 함께한다. 좋은 변화라 해도 그 폭은 아주 작다. 목줄이 조금 길어지거나 물그릇이 채워지는 정도다. 그러나 평생 짧은 줄에 매여 신음하던 개에게 그 차이는 그 몇 걸음이 온 세상을 다 얻은 것과 같은 벅찬 변화다. 아무도 갇혀 있지 않기를, 어떤 형태로든 세상과 연결되기를. 개를 묶은 쇠사슬을 걷어내며 자신의 고립에서도 벗어나는 여정 저자가 만난 밭지킴견 중 가장 독특한 개는 대봉이다. 대봉이는 저자가 간식을 건네도 으르렁거린다. 가까워지는 데 무려 일 년이 걸렸다. 그런데 어느 날 말뚝을 뽑고 저자의 집을 찾아온 대봉이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꼬리를 흔들고 내민 손을 핥는가 하면 목덜미를 만지도록 허락한다. 저자는 그때 깨닫는다. 대봉이는 본디 순한 개였다고. 사나워질 수밖에 없는 자리에 묶여 있었을 뿐이라고. 밭지킴견의 달라진 얼굴은 우리 모두의 삶과 환경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 역시 어린 시절 고통의 말뚝에 매여 오랫동안 타인을 경계하며 살았다.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비로소 자신에게도 다정한 얼굴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귤밭의 개들』에는 개를 돌보는 사람의 마음도 담겨 있다. 개들이 묶인 자리에서 풀려나는 이야기를 접하며 우리 독자 또한 제각기 붙들려온 시간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개를 데리고 세상으로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저자를 밖으로 이끈 것 역시 개들이었다. 개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시간만큼은 내면에 남아 있던 우울과 공허가 옅어진다. 누가 누구를 돌보고 있는지가 무의미해진다. 저자는 개들에게 걸을 수 있는 세상을 내어주고, 개들은 저자에게 그 세상을 함께 걷는 기쁨을 돌려준다. 개와 사람이 같이 웃고 뛰어다니는 동안 서로에게 묶인 줄이 조금씩 느슨해진다. 이제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에 묶인 개들이 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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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에서 아무 희망 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눈빛들이 도처에 있는 이곳.
이제 다시 제주의 풍경이 한없이 아름다워지기를 기다려본다. 사람과 살아있는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제주로⋯ - 장필순 (싱어송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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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샌디의 입양을 돕고자 직접 미국까지 간 유재연 작가의 상냥한 마음과 용기 어린 행동이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도 조용히 스며들기를.
개를 포함한 모든 생명이 오래도록 ‘길고 선명한 꿈’을 꾸기를. - 나비연 (싱어송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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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돌보는 손으로 자신을 돌본다. 그 손은 지난 고통 밖으로 그를 이끌어 준다. 그렇게 문제와 갈등을 뛰어넘을 수 있게 돕는다.
심리학은 이것을 이타주의라 부른다. 남을 돌보는 손이 결국 자신을 구한다는 것. 그러니 자신의 행복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쳐 보시라. - 박정배 (모금전문가·상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