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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

글그림클로틸드 들라크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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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thilde Delacroix

1977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하고 몇 년간 유아 교육 현장에서 일했다. 이후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여러 그림책을 펴냈으며, 아동 잡지와도 꾸준히 협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성인 독자를 위한 자전적 그래픽노블로 영역을 넓혀, 임신과 신체 트라우마를 다룬 『친밀함의 고고학Archelogie de l'intime』과 중년 여성의 연애를 그린 『Love, etc』를 발표했다. 미학적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화법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클로틸드 들라크루아의 다른 상품

바람북스에서 일하는 편집자 겸 마케터 겸 디자이너 겸 번역자. 옮긴 책으로 『지중해의 끝, 파랑』 『행복한 강아지로 키우는 방법』 『안녕, 코끼리』 『동물들이 파업했대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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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1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00*272*18mm
ISBN13
9791193801253

책 속으로

“미숙아가 얼마나 작은지는,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 나거든… 상상이 안 되지? 네가 이렇게 작았단다.” (p.8)

“내 몸은, 너무 일찍 욕망의 대상이 되어버렸어. 내가 원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나는 내 몸이, 내 존재가 없어지길 바랐던 것 같아. 내 몸의 거추장스러운 부분들을 전부 떼어내버리고 싶었어. 그게 꿈이었지.” (p.12)

내가 원해서 가진 아기인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대체 왜… 임신하고 나면 다들 이렇게 모순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건 한참 뒤에야 알았어. 아무도 이런 얘기를 하지는 않으니까… 죄책감만 느껴지고. (p.16)

사실 난 내가 어른인지 모르겠어… 아이가 아이를 가져도 되는 걸까? 어른이 된다는 거, 진짜 가능하긴 한 걸까? 괜찮겠지…? 엄마라니, 내가 정말 잘해낼 수 있으려나… ‘잘 해내는’ 게 대체 뭐야? 잘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어떻게 알지… 정해진 기준 같은 게 있는데 혹시 나만 모르는 거야? 그리고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p.17)

내 몸 주위로 손들이 움직인다. 내 몸 위로, 분주히 움직인다. 내 몸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수술실 안. 모두가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완벽하게 맞춰진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아무도 내게는 악보를 주지 않는다. 어떻게 시작해보지만, 엉성하게 더듬거린다. 악장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 조용히 빠져나가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 낯익은 얼굴도 없고, 온통 가운뿐이다. (p.94-96)

언젠가 아이를 보면서 ‘넌 대체 어디서 온 거니?’ 하고 묻게 될 것 같아… ‘아가, 여기엔 어떻게 왔니?’ 하고. 가끔 내가 나를 바라보면서, 나는 대체 어떻게 여기 오게 된 걸까… 스스로 묻는 것처럼 말이야. (p.101)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너를 만나기 위해 내가 지나온 지층들
임신과 출산을 홀로 겪고 통과하는 혼돈의 시간

전세계적으로 저출생이 대세인 오늘날, 임신과 출산은 더 이상 모든 여성의 생애 과업이 아니다. 아이를 가질지 말지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여성들은 한층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졌다. 이제 아이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 아니라 나의 소망과 의지로 불러오는 존재가 된 것이다. 아이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이 더더욱 무거워지자 현대 여성에게 아이는 또 다른 의미에서 심란하고 근심 어린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를 갖기로 결심하고 나면 모든 고민에서 놓여날까? 아니다. 임신과 동시에 차원이 다른 근심과 고통이 시작될 테고, 불운한 누군가는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여성에게는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 뒤 아이를 무사히 길러내기까지 내내, 매번 새로운 차원의 시련이 다가온다. 그리고 매 순간의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 그 여성을 다른 존재로 바꿔놓을 것이다. 켜켜이 쌓이고 덮이고 눌리는 경험의 무게. 임신과 출산에 대한 개인적 체험을 담은 그래픽노블 『친밀함의 고고학』이 ‘고고학’이라는 학문명을 사용한 이유다.
『친밀함의 고고학』의 주인공은 작가 자신이다. 작가인 들라크루아는 십대 딸아이가 신생아 시절부터 지니고 있던 토끼 인형 ‘밍밍이’가 잔뜩 해진 모습을 보고, 강에 놀러갔다가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고고학적 시간 여행을 시작한다.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서 엄마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던 어린 시절, 늘 곁에 있던 여자아이 인형이 들라크루아의 길동무가 되어 함께 길을 나서는데 인형은 어린 들라크루아이기도 하고 끊임없이 되묻고 따지는 내면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그렇게 두 길동무는 여성의 신체 내부를 본뜬 기묘한 공간과 들라크루아의 과거를 왔다 갔다 하면서 한 여성의 파란만장한 임신 출산 과정을 되돌아본다.
뒤늦게 아기가 갖고 싶어진 작가는 의학의 도움으로 임신에 성공하지만 기쁨은 잠시, 곧 묘한 불안을 느낀다. 한번 태어난 아기는 되돌릴 수 없을 텐데 과연 잘한 일일까? 배 속에 아이를 품은 여자로서 느끼는 두려움은 쉽게 설명하기 어렵고 남편하고도 공유할 수 없다. 초기 임신 확인부터 임신중독증으로 인한 입원과 조기출산, 인큐베이터 치료 등 아기를 낳기까지 모든 과정은 순탄치 않고, 심지어 작가는 출산 이후 혼수상태에 빠질 정도로 큰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에서 진짜 힘겨웠던 것은 물리적, 신체적 고통이라기보다 모든 과정에서 느꼈던 의심과 불안, 충격, 슬픔 같은 정서적 혼란이다. 수시로 찾아오는 불안과 정체가 불분명한 두려움은 더욱이 죄책감까지 동반한다. 아기를 갖는 일에 온전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다니, 혹시 엄마로서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모든 건 지나가지만
그렇게 아이는 엄마의 삶을 딛고 태어나 자란다

오래전 과거를 회상하는 일은 단순히 객관적 사실을 되새기는 일과 달라서 희미한 기억과 현재의 의미 부여가 뒤죽박죽 섞이고 오락가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작가가 온전히 자신의 몸으로 관통해온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아랫배에 남은 제왕절개의 흉터는 일부일 뿐이다. 임신 확인을 위한 초음파 검사부터 출산을 위한 모든 의료적 처치는 산모의 몸을 대상으로 문지르고 찌르고 누르며 함부로 대하는 일이다. 자신의 몸에 대해 통제권을 잃어버린 산모는 벌거벗은 몸으로 수술대에 눕거나 의료인들 사이에 대기하는 동안 자신이 소외되었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을 이송하는 구급대원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하거나 척추마취를 하는 동안 자신을 붙잡아주는 의사의 손에서 위안을 느끼는 등 인간적인 접촉을 간절히 갈구하지만 갈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작가는 내내 자신이 무언가 잘못해서 아기를 위험에 빠뜨린 것은 아닌가 염려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나 피로에 시달리는 의료인들에게 마음의 안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산모의 몸은 의학적 대상일 뿐이고 임신 출산 과정에서 여성이 겪는 혼란과 죄책감은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병원에서 작가가 겪는 부조리한 일은 사실 현대 의료 과정에서 아픈 몸을 지닌 모든 환자들이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고고학적 여행을 하는 판타지 공간이 물렁물렁하고 습기로 가득한 신체 내부를 연상시키는 것은 몸을 떼어놓고는 여성의 임신 출산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고, 작가 스스로 자신의 몸을 확실히 감각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작가에게 임신과 출산은 엄청난 위험과 고통, 혼란을 수반하는 일이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크나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하지만 결국 모든 일은 지나간다. 아기는 인큐베이터에 있는 동안 초보 엄마의 가슴을 졸이게 하지만 무사히 자라 집으로 온다. 딸은 유난히 여리고, 아이답지 않은 죽음 공포와 극심한 분리불안을 겪고 있어 양육하는 내내 엄마를 고달프게 하는데 작가는 이 역시 자신의 탓인가 애달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작가는 중학생이 된 딸을 안도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무한한 자긍심을 갖고 바라본다. 한 생명이 태어나는 데까지 한 여성의 삶은 다양한 방식으로 짓눌리고 깨지고 흔들리지만 그렇게 아이는 엄마의 삶을 딛고 태어나 자란다.

『친밀함의 고고학』은 아이를 낳은 여성이나 낳지 않은 여성이나 여성의 삶에 가능성과 잠재력으로 존재하는 임신과 출산을 시작부터 끝까지 탐색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성 신화에 대한 의문과 몸을 소외시키는 현대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여성 개인이 겪는 내면의 혼돈과 애착의 문제를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꽤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유머러스한 만화적 표현과 유연하고 부드러운 색감의 그림이 즐거운 독서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래픽노블이 어떤 방식으로 서사의 깊이와 볼륨을 쌓아나가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로서도 찬찬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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