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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프롤로그 1장 무엇보다 먼저 전하고 싶은 말 1. 너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 2. 먼저 분명히 해두자 3. 요양 서비스를 거절당하지 않을까? 4. 돈 문제로 힘든 고민할 너에게 5. 너의 이름을 잊어도 치매 환자의 메시지 ‘여동생의 병이 나아지길’ 치매 기초 지식 ① 치매란 무엇일까? ② 건망증과 치매는 어떻게 다를까? ③ 놓치기 쉬운 치매의 징후 ④ 치매를 둘러싼 현실 ⑤ 치매 예방에 대하여 2장 네가 편해지기 위해 6.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 7. 거짓말을 할 때 8. 가족 간에 다툼이 생기면 9. 약에 대하여 10. 화장실 문제에 대하여 11. 향후 치매 치료제의 가능성 치매 환자의 메시지 ‘현관에 곰이 있다’ 치매 기초 지식 ⑥ 치매의 종류와 특징 ⑦ 핵심 증상과 행동·심리 증상 ⑧ 치매 환자가 경험하는 세계 ⑨ 치료와 약물요법 ⑩ 요양보호사의 케어 3장 요양 서비스 이용에 앞서 12. 주간보호센터에 적응하지 못해도 13. 시설에 들어가는 것은 나의 불행도, 너의 포기도 아니란다 14. 메롱 할머니 15. 정성어린 돌봄을 받는 비법 치매 환자의 메시지 ‘이젠 필요 없어’ 치매 기초 지식 ⑪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이용 방법 ⑫ 요양 서비스의 종류 ⑬ 요양 시설을 선택하는 포인트 4장 아주 중요한 것 16. 아빠가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를 때면 17. 너무 괴로울 때는 ‘죽어라 애쓰기’를 잠시 멈추렴 18. 죽음에 대하여 19. 빼앗아야 할 것들: 자동차와 불 20. 배회하기 시작하면 에필로그 치매 환자의 메시지 ‘이거 가져가요’ 마치며 [부록] 치매에 걸리기 전에 만들면 좋은 공유 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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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발견과 조기 대응은 ‘조기 낙인’이나 ‘조기 절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단다. 어쩌면 아빠는 발견이 늦은 덕분에 ‘치매 환자’라는 꼬리표 없이, ‘보통 아빠’로 누릴 수 있었던 시간이 길었다고 긍정할 수도 있지 않겠니.
--- p.21 그러니 딸아, 절대 자책하지 말거라. 아빠가 치매에 걸린 것은 그저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벌어진 하나의 ‘우연’이란다. 아빠도 한때 네게 똑같이 했다. 네가 아빠를 요양 시설에 맡기듯, 나도 어릴 적 너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네 행동을 통제하며 답답함을 느꼈고, 솔직히 질린 적도 있다. ‘아이가 없으면 얼마나 편할까….’ 생각하며 무심코 입 밖으로 내뱉기도 했다. 매일 밤 읽어주던 그림책도 몹시 피곤한 날에는 몰래 몇 장씩 건너뛰었다. 거짓말도 여러 번 했지. 네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둔 이유는 ‘너의 의사를 존중해서’가 아니라 ‘귀찮아서’일 때가 훨씬 많았단다. 그러니 얘야, 너도 아빠가 했던 대로 하거라. 힘든 상황을 버텨온 자신을 칭찬해라. 때때로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체념을 부디 스스로 용서하렴. --- p.23 어쩌면 네 이름을 잊고 엉뚱한 이의 이름을 부를 수도 있어. “거기는 누구신지?”라며 네가 딸이라는 사실조차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 하지만 얘야, 그것은 ‘지남력 장애’라는 치매 증상일 뿐, 결코 널 온전히 잊은 것은 아니란다.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우연히 들었을 때, 제목도 가수도 기억나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련해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지 않니? 반대로 제목과 가수를 확실히 알아도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는 노래도 있지. 내가 네 이름을 잊었을 때는 바로 전자에 해당한단다. 비록 네 이름을 잊어도, 얼굴을 식별하지 못해도, 네 얼굴을 마주하고, 목소리를 들으면 아빠는 마음 깊은 곳에서 왠지 그리운, 따뜻한 행복감을 느낄 게다. --- p.40 치매 발병 자체를 예방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치매에 걸린 후 겪게 될 고통을 예방하는 것’으로 시각을 넓혀야 합니다. ‘훗날 치매에 걸려도 아내에게 다정하게 대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지극정성으로 아껴주자’고 다짐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나아가 ‘질병으로 의사 표현 능력을 상실할 때를 대비해 원하는 바를 미리 명확히 기록해 두자’라며 준비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 p.54 우리를 도와줄 따뜻한 이웃이나 훌륭한 제도는 이미 우리 곁에 충분히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도움받는 일’에 너무 서툴고 익숙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조금 더 당당하게 ‘도움을 잘 받는 사람’이 됩시다. 그러면 간병의 터널도 분명 견뎌낼 만할 겁니다. --- p.1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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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예전처럼 지켜줄 수 없는 아빠의 몫까지
너 자신을 가장 소중히 아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돌보는 사람의 언어가 아니라, 돌봄을 받게 될 사람의 언어로 무너지지 않길 바라며 건네는, 스무 번의 ‘괜찮다’ 2030년에는 우리나라 치매 환자가 135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가 들수록 치매 유병률도 높아져 80~84세에서는 약 22%, 85세 이상에서는 약 50%에 이른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와 돌봄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마주하게 될 삶의 문제가 되고 있다. “치매에 걸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치매를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기억을 잃고, 일상을 혼자 꾸리기 어려워지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삶을 생각하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한 사람의 삶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억이 흐려지고 행동이 달라져도 그 사람에게는 살아온 시간이 있고, 그 안에는 여전히 감정과 관계와 삶이 남아 있다. 돌봄의 현실에서 가족이 마주하는 감정 역시 단순하지 않다. 화가 나고 지치기도 하며, 잘하고 있는지 자신할 수 없는 순간도 있다. 부모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마음과 자신의 삶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충돌하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가족에게 더 큰 책임을 요구하는 말이 아니라, 돌봄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족의 마음을 바라보는 시선일 수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시선을 끝까지 놓지 않는 데 있다. 돌봄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가족에게 화를 내는 일이나 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 시설에서 생활하는 일의 의미도 달라진다. ‘잘 돌본다’는 말을 가족의 희생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치매 환자를 현재의 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과 습관, 기억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오랫동안 몸에 밴 생활 방식이나 가족과의 관계가 현재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 사람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까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책 곳곳의 사례와 ‘치매 환자의 메시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을 단순히 치매의 증상으로 규정하기보다,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어떤 의미였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치매 환자를 ‘돌봐야 하는 사람’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삶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물론 돌봄에는 마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치매의 종류와 증상, 치료와 약물요법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요양 서비스, 시설 선택에 이르기까지 실제 돌봄에 필요한 지식도 함께 다룬다. 돌봄의 마음과 현실적인 준비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괜찮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며, 돌봄을 받는 사람의 삶과 돌보는 사람의 삶을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치매는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변화가 아니다. 가족의 삶을 바꾸고,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며, 언젠가 자신이 돌봄을 받게 될 미래까지 돌아보게 한다. 고령화가 깊어질수록 이 문제는 더 가까워질 것이다. 저자는 치매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치매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그리고 그 삶을 서로의 희생만으로 버티지 않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묻는다. 돌봄을 받게 될 날에도, 돌보게 될 날에도 서로의 삶을 헤아릴 수 있다면, 치매 이후의 삶도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